오늘 경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답답한 경기였습니다. 초반 찬스를 잡았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 했고 투수진은 볼질을 해대면서 위기를 자초했죠. 그 와중에 올해 '증명'을 해야 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호령과 오선우가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 가장 임팩트 있던 순간은 수비하다가 허리를 다친 김도영의 모습이었죠. 심지어 윤도현도 타구에 맞아서 중간에 빠지기까지...
KIA 타선의 불안요소는 부상이고, KIA 투수진의 불안요소는 그냥 '국내 투수들 그 자체'라는 걸 잘 요약해 준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좋았던 카스트로, 타석에서 너무 신중했다
어제 매우 칭찬했던 해럴드 카스트로가 오늘 경기 가장 부진한 활약을 보였습니다. 첫 타석에 잘 맞은 유격수 땅볼로 날카로움을 보여줬지만, 오선우의 홈런과 김태군의 안타, 오늘 타선에서 홀로 맹활약한 김호령의 2루타로 2사 2, 3루의 매우 좋은 찬스를 잡았는데, 이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패배에 도장을 찍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카스트로는 배드볼 히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배드볼 히터면 2볼 상황에서 한가운데 들어 오는 빠른 공을 그냥 지켜 볼 리가 없어요. 왜 이 공을 휘두르지 않았는 지 모를 정도로 딱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왔는데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다음 타자가 김도영이라 1루가 비었어도 무조건 자신과 상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하는데요.
이어 존에 들어오는 포크볼은 파울이 나왔는데, 풀카운트에서 빠른 공을 또 그냥 지켜보다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이건 배드볼 타자의 모습이 아니죠. 타석에서 그동안 너무 감이 좋아서 그랬나, 아니면 김진성의 투구폼이 낯설어서 그랬나 아니면, 뭐에 흘렸나 싶을 정도로 답답한 모습이 나왔습니다. 뭐, 그래도 오늘 1경기 부진한 것이니까 이런 날도 있다고 생각해야죠.
문제는 나성범이죠. 어제 4타수 무안타, 오늘도 무안타일 뻔 했는대 개뽀록 안타로 2경기에서 8타수 1안타 치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지는 경기에서 홈런 맛을 본 이후에 퍼 올리고만 있는데, 찬스 상황에서는 조금 더 간결하게 스윙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젠 전성기 시절 몸 상태도 아닌데 말이죠.

작년 좋았을 때의 모습 보인 김호령과 오선우
오늘 타선에서는 그동안 부진했고, 지난해 좋은 활약을 했지만, 지난 시즌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야 할 두 선수. 김호령과 오선우가 날카로운 스윙을 보여줬죠.
김호령은 3개의 안타 모두 정확한 타이밍에서 나온 안타였고, 오선우는 3볼 1스트라이크라는 타자의 카운트에서 빠른 공 하나만 보고 노리고 스윙을 한 결과 잠실 구장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쳤습니다.
오선우는 컨택이 안 좋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지만, 6~7번 타순에서 한 방을 노리고, 상대 투수의 실투를 노려 장타로 연결시키는 역할만 해줘도 됩니다. 컨택은 재능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안 하고, 오늘처럼 자신의 카운트에서 오는 공들을 확실하게 결과로 만들어내기만 해도 되요.
김호령은 배럴 타구 만들어 내는 모습이 작년 한창 좋을 때의 모습이네요. 1번 타자로 활약을 의심했었는데, 오늘 3안타 모두 좋은 타구를 보이면서, 선수 자신도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똥볼에다가 볼질까지 함량 미달의 국내 투수들
WBC 괜히 봤습니다. 수준 높은 투수들이 100마일을 상회하는 공들을 존에다 때려 박는 모습, 아니 그냥 때려 박는 게 아니라 커맨드까지 해 가면서 때려 박고, 변화구는 날카롭게 존에서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런 투수들의 모습을 보다가, 145km/h도 안 나오는 공을 존에 못 넣어서 볼질하는 투수들 보니까 답답하니다.
똥볼이면 제구라도 좋아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그 반대입니다. 똥볼이니까 볼넷이 많은 겁니다. 존에다 넣으면 맞으니까 어떻게든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에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투구를 하죠. 그래서 볼이 많은 거에요. 지금 KIA에 이런 투수들이 한 트럭입니다. 오늘 황동하, 최지민, 조상우, 김시훈 네 명의 투수가 나왔는데 조상우 빼고 모두 사사구가 있습니다. 조상우도 기록지만 깨끗하지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공이 얼마나 날렸는지.
현재 KIA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 2명 빼고는 1군에서 통할만 한 공을 던진다고 할 만한 선수가 3~4명도 안 됩니다. 전상현, 성영탁이 그나마 믿을만 하다지만, 둘 다 강속구를 던지는 불펜 투수들이 아니죠. 하지만 전상현과 성영탁은 공이 안 빨라도 한가운데 넣는 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집니다. 차라리 쳐맞아도 좋으니까 볼질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가장 좋지 못한 투구를 한 선수가 김시훈이었는데, 김시훈은 왜 1군에 있을까요? 한때 150km/h을 던졌던 투수가 140km/h도 간신히 던지는데, 커브가 아무리 좋아도 공이 이렇게 느리면 커브를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1군 엔트리에 말소된 투수가 '김기훈'이던대, 이름 적을 때 오타낸 거 아닙니까? 김시훈이 1군 합류한 것도 이해 못 하는데, 김규성이나 박재현이 아니라 투수를 뺀 것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김시훈 이야기 하니까 또 하고 싶은 말인데, 최근 KIA가 타팀에서 기량 떨어진 투수를 데리고 와서 잘 써먹은 사례가 없습니다. 박동원 대신 뽑은 김대유가 그렇고,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형범이 그렇고, 작년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시훈도 그렇고. 드래프트 픽 팔아 먹고 영입한 조상우도 그렇고(당시에는 이 결정을 지지했지만, 조상우 구위 회복이 되었다는 전제 하였습니다.) 전성기에서 내려 온 투수들을 데리고 와서 '재기'는 커녕 오히려 더 망가지고 있죠. 올해 홍건희와 이태양은 어떨까요? 전, 전~~~~~~~혀 기대 안 합니다.
KIA 프런트는 생각이 있으면 투수 육성 시스템, 투수 코칭스태프를 다시 짜야 합니다. 이범호 감독보다 어린 코치로만 팀 구성한 것도 팬들의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부분이죠. 타팀에는 젊은 투수들이 150km/h을 쉽게 던지고 있는데, 왜 KIA는 한 명도 안 나오고 있는지, 그리고 한 때 잘 던졌던 배테랑 투수들이 왜 KIA에서 재기는 커녕 더 망가지는지, 젊은 투수들의 기량은 왜 성장세가 없는 지... X잡고 반성 해야 합니다.

양현종, 그나마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오늘 경기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양현종의 투구였습니다. 물론, 4이닝 3실점으로 좋은 피칭이라고 할 순 없죠. 하지만, 삼진도 4개나 잡았고, 볼넷 허용이 많았지만 많은 볼넷은 LG 타자들의 집중력 때문이었지, 양현종이 못 던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1회에 보더라인으로 계속 던졌는데 아깝게 빠진 볼들이 많았고, 결정구를 존에 잘 떨어뜨렸는데 LG 타자들의 수 싸움이 좋았죠. 여기에 3루수 김도영이 뒤에 있는 걸 보고 기습 번트를 시도한 구본혁의 센스까지... 오늘은 양현종을 탓할 게 아니라 LG 타자들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오늘 양현종 특히 고무적인 부분이 시범경기 때의 배팅볼에서 훨씬 힘이 붙은 공을 던졌다는 점이에요. 물론, 투구 수가 누적되면서 구속이 떨어지긴 했는데 오늘 포심 평균 구속이 139.7km/h을 기록했습니다. 제 기억에 최고 143km/h까지는 던졌고요. 이는 지난해 포심 평균 구속 140.3km/h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시범경기 때 135km/h도 겨우 던졌는데, 그때보다는 확연히 공에 힘이 붙었더라고요.
종전처럼 많은 이닝을 먹겠다는 본인의 욕심만 버리면, 5이닝 2~3실점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양현종이 3선발을 하고 있으면 그건 비극이지만, 양현종이 4선발 역할만 해줘도 나쁘지 않고, 양현종이 5선발을 할 정도면 이 팀은 굉장한 투수 왕국이죠(상대적인 개념입니다. KBO 투수들 수준이 하도 떨어지니...)
아무 것도 못 하고 크게 진 경기였지만, 그래도 양현종의 건재함. 그리고 김호령과 오선우의 활약이 반가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팬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한 윤도현이나 김도영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 마무리 잘 했으면 좋겠어요.
선수 단평
김도영 - 1회 찬스 무산이 아쉬웠지만, 부상만 당하지 마라
김선빈 - 쉬라고 지명 빼줬더니 더 못 치네
윤도현 - 붕붕대는 건 여전한대 너도 제발 다치지 말자
데일 - 적시타 하나 쳤지만 수비하는 꼬락서니 보니 한 달 뒤에 투수로 바뀔 듯
김태군 - 감은 나쁘지 않아 보였음
박민 - 안타는 없었지만, 두 번째 타석 타구질은 괜찮았다.
정현창 - 아무리 그래도 공 3개는 보고 들어가지...
황동하 - 아시아쿼터 투수 안 뽑으면 혹사로 쓰러질 듯
최지민 - 제발 존에 씩씩하게 넣어, 홍창기 상대로는 몸쪽으로 던져야지...ㅉㅉ
조상우 - 개뽀록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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