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올 시즌 투수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의리의 등판으로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이의리가 이전과 달리 제구력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나온다면, 선발진의 불안요소가 하나 개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범경기 때 이의리는 좋은 피칭을 보였죠. 하지만 이닝마다 제구력이 오락가락하는 선수가 시범경기 1경기 잘 던졌다고 신뢰를 줄 수 없는 상황.
결과적으로 이의리는 전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고, 이의리 다음에 등판한 황동하가 대량 실점을 하면서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습니다. 그나마 경기 중반 이후에 김도영을 제외한 나머지 중심타자들이 제몫을 해주면서 열심히 추격하긴 했지만, 9점차를 뒤집는 건 무리죠. 게다가 SSG는 KIA와 달리 불펜이 좋은 팀이고요.
이의리의 구종의 위력은 뛰어나나, 제구력이 엉망진창

이의리의 연도별 9이닝당 볼넷 수를 살펴보면 2022년에도 별로였는데, 2023년에 6.36개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 안 되는 수준까지 나빠졌고, 2024시즌은 수술로 4경기 등판에 그쳤는데, 이때는 투구 이닝보다 볼넷이 더 많았으며, 복귀 시즌인 작년에는 7.03개로 더 나빠졌습니다.
이의리의 볼넷이 더 심각한 게 뭐냐면, 커맨드를 신경쓰다가 나오는 볼넷이 아니라 그냥 '원하는 위치에 공을 못 넣습니다.' 오늘 2회에 안타 맞은 장면을 복기하면, 전부 포수가 원하는 위치의 반대로 투구가 들어갔습니다.
첫 타자 고명준의 안타 때, 포수는 몸쪽 빠른 공을 요구했는데 바깥쪽으로 들어가면서 고명준은 힘 하나 안 들이고 툭 쳐서 안타를 만들어 나갔고, 조형우의 2타점 2루타가 나왔을 때도 포수는 몸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 바깥 쪽에서 가운데로 들어가는 슬라이더가 되면서 고교 시절 자기의 공을 받았던 조형우에게 펜스 상단을 맞는 대형 2루타를 허용합니다.
그리고 박성한에게도 2타점 2루타를 맞았는데 이때도 포수는 바깥쪽 빠른 공을 요구했는데 몸쪽으로 들어가면서 게스 히팅을 노리고 있던 박성한에게 또 맞았죠. 입단 동기이자 라이벌인 상대 선발 김건우는 볼이 되더라도 커맨드에 신경쓰면서 반대 투구를 억제했는데, 오늘 이의리는 포수가 요구하는대로 들어가는 공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포수가 우타자 몸쪽 빠른 공을 요구할 때 제구력입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심리 문제 같은데, 이의리는 포수가 우타자 몸쪽을 요구할 때 우타자 몸쪽으로 빠른 공을 붙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왼손 강속구 투수가 우타자 상대할 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커맨드가 몸쪽 커맨드입니다. 그 쪽으로 빠른 공을 던져야 타구가 먹히거나, 변화구를 던졌을 때 방망이를 끌어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의리는 이게 안 됩니다. 몇 시즌 째 안 되고 있어요. 이의리가 우타자 몸쪽 코스로 빠른 공을 붙일 줄 안다면 대한민국 에이스가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됩니다. 몸에 맞출까봐 그런가 싶은데, 이런 말 해선 안 되지만, 차라리 몸을 맞히더라도 몸쪽을 던질 줄 알아야 됩니다. 오타니 상대로 155km/h 몸쪽 위협구 던져서 그런가? 왜 이렇게 쫄아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몸쪽 강속구 커맨드 능력이 안 되면 이의리는 영원히 발전 못 하는 투수로 남게 됩니다.
구위는 전혀 문제 없어요. 체인지업의 날카로움이 사라진 게 문제인데, 빠른 공은 오늘도 150km/h은 쉽게 찍고 대부분의 공들이 140km/h 후반대입니다. 그런데 원하는 대로 넣질 못 합니다. 결국 많이 던지면서 커맨드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몇 년째 발전은 없고 갈수록 볼넷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코치진 탓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코치진이 못 잡으면 선수가 정신 차려야 하는데, 올해까지 발전 없으면 군대나 가야죠.
황동하를 바로 올린 선택도 잘 못 됐고, 황동하도 잘못 됐고.
제가 오늘 경기 가장 화가 난 포인트는 이의리가 못 던져서도 아니고 이의리가 볼질을 해서도 아닙니다. 황동하가 홈런 3개 맞을 때도 그냥 웃음만 나왔습니다. 제가 가장 화가 난 포인트는 이의리를 2이닝만 던지게 하고 마운드에서 내리게 한 겁니다.
이의리는 오늘 한계 투구수까지 던져야 했다고 봤습니다. 몇 점을 주더라도 한계 투구수까지 던지면서 스트라이크존 원하는 곳에 넣는 '연습'을 하게끔 해야 하는데, 3회부터 황동하를 올린 건 무슨 생각인 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황동하 던지는 걸 보니 마운드에서 준비도 안 된 느낌입니다.
그 어느 팀도 144경기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70% 승률이 불가능한 게 야구라는 스포츠고, 60%만 이겨도 1위를 할 수 있는 게 야구라는 종목의 특징입니다. 패배할 수 있어요. 야구팬들도 패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고요. 그런데 패배하는 것에 얻어 가는 게 있어야 하는데, 오늘 이의리를 내리고 황동하를 올린 건 '5점을 내줬지만, 경기를 한 번 잡아보겠다'는 감독의 근시안적인 만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의리의 구속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제구가 안 될 뿐이었는데 선발 투수를 52개만 던지게 하고 마운드에서 내리게 하면, 선수 본인도 만회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오늘 경기 가장 빡쳤던 장면은 이의리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황동하가 올라온 순간이었어요.

황동하가 잘 던졌으면 모를까 결과적으로 이의리보다 더 못 던졌죠. 경기 잡겠다고 황동하를 투입했는데 6실점을 더 해버렸으니 의도도 잘못됐는데, 결과까지 최악으로 나온 결과가 됐습니다. 그냥 이의리가 80개까지는 던지게 했어야 했어요. 그랬어도 황동하만큼 실점은 안 했을 겁니다. 당연히 경기는 못 잡았겠지만.
황동하의 경우 똥볼 투수가 커맨드가 안 되면 어떻게 되는 지 잘 보여주는 경기였죠. 원래도 구위가 아니라 커맨드와 슬라이더의 움직임으로 먹고 사는 투수인데, 오늘 황동하는 결정구가 모두 가운데 몰리면서 잇달아 장타를 허용하며 경기를 그르쳤습니다. 고명준의 두 개의 홈런 모두 포수가 요구한 반대 투구로 들어간 실투였고, 에레디아의 홈런 역시 한가운데 어정쩡한 높이로 들어간 직구였습니다. 구위가 좋은 선수라면 이겨낼 수 있지만, 황동하는 그 정도의 구위를 갖춘 선수가 아니죠.
5대0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진 수비를 하는 모습이나, 이의리를 일찍 내리고 황동하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정신론'을 설파하는 감독의 꼰대 같은 모습이 보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제 뇌피셜이지만, 선수단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이런 운용을 한 것 같았어요. 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이 라인업을 짜는 거나 투수 운용을 하는 거나 경기 운용을 하는 거나, 너무 꼰대스럽습니다.
투수 육성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
현재, KIA의 가장 큰 문제는 마운드입니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외국인 투수 2명만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피칭을 할 것 같고, 나머지 투수들은 싸그리 리그 최악급의 피칭을 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불펜에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는 최지민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최지민도 이의리와 마찬가지로 워낙 들쭉날쭉 해서 믿을 수가 있어야죠.
가장 쉬운 데이터인 '구속'만 따져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오늘 경기 등판한 KIA 투수들의 평균 구속입니다.

150km/h 이상 던진 투수는 한 명도 없고, 145km/h 이상 던진 투수도 이의리, 최지민 둘 밖에 없습니다. 우완투수면 좌완투수보다 공이 더 빨라야 할텐데 황동하, 홍민규, 김시훈 3명의 우완 투수 공이 가장 느립니다. 홍민규와 김시훈이 무실점으로 잘 막긴 했어도 초반부터 승부가 벌어졌으니 이런 투구 기록을 신뢰해서는 안 되겠죠. 결국, 중요한 상황에서 투수가 타자를 이겨내는 방법은 '삼진 잡는 능력' 뿐입니다.
140km/h 초반의 구속으로 삼진을 이닝 당 1개 이상 꼴로 잡고 싶으면 변화구가 마구 수준이 되거나, 커맨드 능력이 임찬규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불펜 투수면 더 높은 삼진 능력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오늘 나온 투수들 구속이 이 수준이고, 지금 마운드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150km/h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는 구속에 비해 많이 쳐맞는다는 소리 듣는 정해영 1명 뿐입니다. 정해영도 작년에 처음으로 140km/h 후반대로 구속이 올라왔고요.
다른 팀은 구속혁명이다 뭐다 기사 나오고 한화나 롯데에서는 광속구 투수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KIA만 외톨이처럼 한 명도 안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작년 1픽 김태형이 150km/h까지 구속을 끌어 올렸는데, 김태형을 5선발로 쓰겠다는 미친 소리만 해대고 있습니다. 김태형을 5선발로 쓰면 안 될 이유는 너무 많은데 딱 2가지만 대면, 아직 변화구가 1군 수준이 아니고, 아직 1군의 혹독한 일정을 소화할 정도로 준비가 된 선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태형 아직도 19살이에요.
150km/h 던지는 젊은 투수들 육성 못 하면, 올해도 글렀고 내년도 글렀고, 내후년도 글렀습니다. 게다가 이의리, 정해영, 황동하, 곽도규, 윤영철 등 KIA의 젊은 투수들은 군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어쩌다 최지민만 해결됐는지;;) 올 시즌 끝나면 죄다 군대 보내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웨이트 열심히 하고 미국도 다녀오고 사설 아카데미도 다녀오면서 선수 스스로 알아서 크길 바랄 수밖에요.
마운드 사정이 이 쯤 되니까 왜 갑자기 홍원빈이 은퇴 선언하고 지금 멕시칸 리그 뛰고 있는 지 알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이 팀 육성 시스템 하에서는 '노답'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서재응 내보내고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구단에서 투수 육성 시스템은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향후 드래프트에서는 무조건 강속구 투수들로 픽 도배 해야 하고요. 황동하, 성영탁 사례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빠른 공, 제구가 개판이라도 빠른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들을 데리고 오거나 하드웨어 좋은 선수들 데리고 와서 마운드 대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이 팀은 미래가 없어요.
그래도 카스트로는 정말 좋은 외국인 타자가 될 것 같다

이의리의 현기증 나는 볼질과 황동하의 가운데 배팅볼 남발로 초장부터 나가리 된 경기였지만, 그래도 오늘 경기 가장 큰 수확은 위즈덤에 대여서 반대 스타일로 영입한 해럴드 카스트로의 맹활약이었죠. 어제 3안타에 오늘 4타수 2안타, 1개의 홈런까지 쳐냈습니다. 왼손투수 상대로도 잘 할 지 걱정이었는데, 오늘 타격하는 걸 보니 왼손 투수 상대로도 어렵지 않게 정타를 만들어 냅니다. 시즌 첫 홈런은 왼손투수 김택형을 상대로 만들어 낸 홈런이었고요.
김택형의 실투도 아니었어요. 몸쪽 높게 잘 붙인 공이었는데,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타구를 페어 지역 안쪽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시범경기 성적이 안 좋았다고 하지만, 제가 늘 이야기하는 말인데 야구에서 기록은 비키니 수영복과 같아서 많은 걸 보여줘도 모든 걸 보여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시범경기라는 스몰샘플은 오염된 데이터일 가능성이 매우 높죠.
카스트로의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때의 영상을 보면, 타석에서의 접근법이 좋고 대부분의 투구를 어렵지 않게 방망이에 맞힙니다. 원래도 컨택 능력이 좋은 선수인데, 작년에 처음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정도로 장타력에서 발전도 있었죠. 심지어 발도 빠르다고 하니 부족한 건 수비 능력 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수비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좋은 수비랑은 거리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공수주가 다 되는 선수가 KBO에 왜 옵니까? 카스트로가 올 시즌 마무리 잘 하면 최소한 3~4년 정도는 외국인 타자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로 이번 개막 2연전에서의 모습은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그리고 어제 박민의 삽질로 기회를 받은 제러드 데일도 타석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의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타력이 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을 끈질기게 고르고 주루 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하더라고요. 수비에서 까다로운 타구는 거의 안 갔는데(애초에 투수들이 홈런 맞거나 볼넷 허용하고 있으니) 아시아쿼터로 투수 안 뽑은 건 어쩔 수 없고 수비 잘 해주고 타석에서 3할 7푼 정도의 출루율만 기록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개막 2연전을 보니, 올해 KIA Tigers는 외국인 선수들만 야구하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형우가 빠지면서 지명타자 자리로 가며 생산성을 회복한 나성범, 건강한 김선빈. 오늘은 실망스러웠지만 김도영까지. KIA 팬들은 앞으로 야구 볼 때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다.
1. 외국인 투수 선발 경기만 시청 시작하기
2. 국내 선발 투수 경기는 공격할 때만 시청하기
3. 7회 이후에는 TV 끄기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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