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할아버지 제사라서 야구를 제대로 시청하지 못 했는데, 온 가족이 야빠라서 제사 직전까지 TV로 야구를 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집 갔다가 오니까 밤 11시가 넘어 가네요. 그래서 오늘 후기는 구창모의 압도적인 투구와 나성범의 허접한 수비,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투수 수집을 한 구단 성토를 하고 끝내겠습니다.
구창모 이야기하기 전에 두 팀 투수들 구속부터가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요. KIA는 평속 145km/h가 안 나오는 똥볼들이 마운드에 오르는데, NC는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김영규 외에는 불펜투수들이 모두 150km/h을 던집니다. 심지어, 임지민은 150km/h 미만의 공들이 거의 없었어요. 제 설레발일 수도 있는데, 어쩌면 KIA는 서재응 투수코치를 떠나 보낸 게 가장 큰 손실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 이후에 투수들이 성장을 못 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느낌을 감출 수 없어요.
구창모의 환상적인 커맨드
오늘 구창모의 피칭을 보니까 이게 바로 '투수의 피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강한 구창모가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 알 수 있었고,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에이스는 우완은 안우진, 좌완은 구창모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포심(구사율 53.8%), 슬라이더(21.2%), 포크(20.6%) 이렇게 3가지 구종을 던졌는데, 3개의 구종이 모두 플러스 피치라고 할 정도로 떨어지는 위치도 좋고, 제구력이 그야 말로 기가 막혔습니다.
평균 구속은 143.9km/h에 머물렀는데, 구창모는 평상시에는 힘을 아끼며 던지다가 위기 상황에서는 구속을 급격하게 끌어 올리더라고요. 6회에 카스트로를 상대로 결정구를 던질 때 145km/h를 던졌고, 나성범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던진 2개의 공은 146km/h을 찍었습니다. 슬렁 슬렁 던지다가도 위기 상황에서 강한 힘으로 포심을 보더라인에 꽂아 넣는 게 진짜 에이스다운 피칭이죠.
오늘 구창모가 겪은 위기 상황이 두 차례 있었는데, 1루수 신재인의 풋내 나는 송구 실책으로 맞은 무사 1, 2루 위기에서 똑같이 1루수 신재인에게 타구가 갔는데, 첫 번째 실책으로 충분히 주눅둘 수 있는 상황임에도 1루를 전광석화처럼 받고 2루에 망설임 없이 강한 송구를 하는 모습에서 고졸 1년차 답지 않은 신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라운드는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5회에 윤도현과 오선우에게 볼넷을 허용하며(공 못 고르기로 소문난 두 명이 볼넷이라니...) 위기를 맞이했는데, 볼넷을 내줬을 때도, 풀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정말 잘 떨어졌는데, 윤도현의 오선우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좋았죠. 풀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로 속을 법한 변화구를 던지는 모습에서도 역시 구창모의 대단함이 느껴졌습니다.
여튼, 무사 1, 2루 상황에서 한준수가 나오길래 당연히 강공이라고 봤는데(한준수는 좌타자에 풀 히터라서 1-2루간으로 잘 당겨 치니까, 다만 다리가 느리고 타구가 빠른 편이라 병살이 많이 나오는 타입) 번트를 대길래 무슨 짓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데일과 김호령이 해결해주지 못 하면서 KIA는 구창모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아래는 데일 타석에서 구창모의 공이 들어간 위치 입니다.

1구 포심을 바깥쪽 낮게, 2구 포심을 바깥쪽 높게 넣으며 카운트를 잡았고, 3구째 몸쪽 깊숙하게 포심을 집어 넣어 결정구를 던지기 위한 세팅을 끝낸 다음에 몸쪽에서 낮게 떨어지는 기가 막힌 슬라이더로 데일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죠. 이때 구창모의 투구는 김형준 포수가 요구한 위치로 모든 공을 정확하게 집어 넣습니다.
더 대단했던 피칭은 다음 타자 김호령을 상대할 때입니다. 아래는 던진 공의 위치들.

1구 포크볼을 던졌는데, 김호령의 방망이가 나오지 않았고, 2구째부터는 포수 김형준이 김호령의 몸쪽으로 붙어 앉았습니다. 몸쪽 낮게 포심을 던져서 땅볼을 유도하려는 의도였죠. 이때 구창모는 4구째 포심만 실투로 들어갔고, 2구, 3구, 5구를 모두 김호령의 몸쪽에 붙이면서 기어코 유격수 앞 평범한 땅볼을 유도해냈습니다.
이 장면은 파일로 내려 받아서 이의리가 자고 있는 방에 넣어서 24시간 틀어 놔야 합니다. 왼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가장 필요한 커맨드가 몸쪽으로 넣는 포심입니다. 그런데 KIA 왼손투수 중에 이런 커맨드가 이루어지는 투수는 전성기가 지난 양현종 뿐입니다. 이의리는 이게 안 됩니다. 포수가 몸쪽에 앉아서 포심을 요구하면 그때마다 공이 날립니다.
이의리는 우타자 몸쪽 보더라인으로 포심 던지지 못 하면, 마운드에 설 수가 없습니다. 매번 바깥쪽을 공략하고, 그 다음에 체인지업으로 공략을 해왔는데, 이의리를 상대하는 모든 타자들은 알고 있죠. 몸쪽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바깥쪽 포심을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고, 몸쪽으로 들어가는 투구는 슬라이더나 커브 밖에 없으니, 이를 노림수로 갖고 타격을 합니다. 지금 이의리는 몸 쪽 못 던지면 그냥 반쪽 짜리 투수죠. 그래서 구창모의 이런 투구를 배워야 하고, 깨달아야 해요.
여튼, 김호령 상대로 몸쪽 빠른 공만 연거푸 던져서 위기를 벗어났죠. 그리고 디셉션 동작이 좋고, 변화구가 워낙에 좋으니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지 못하기 때문에 김호령 클래스에서는 4구째 실투도 공략하지 못 했습니다. 완벽한 실투였는데 타이밍이 늦어서 1루 관중석 쪽으로 가는 파울에 그쳤죠.
마지막으로 구창모의 커맨드와 변화구 구사 능력이 쩔었던 순간이 6회 김도영을 삼진 잡아 내는 아래 장면입니다.

1구 포심 몸쪽 낮게 붙이고, 2구째 슬라이더가 빠졌지만, 3구 포크볼로 김도영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 후, 4구째 커브로 파울, 그리고 5구째 포크볼로 기어코 김도영의 방망이를 헛돌게 합니다. 이때도 포수가 요구한 그대로 공이 들어갔고, 공 들어간 위치 보세요. 타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위치로 공을 던집니다. 우타자 입장에서 멀어지면서 떨어지는 포크볼이 3구와 5구째 위치로 들어가는데 방망이를 참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투구를 1구째 몸쪽 포심을 붙이면서 세팅을 해버리니까 타자들은 공략이 더욱 어렵죠.
아무튼, 제사 준비하면서 언뜻 보면서도,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투구였어요. 평소와 달리 볼넷 허용이 3개로 많았지만, 이의리처럼 얼척 없이 빠지는 볼들이 아니라 존에서 살짝 빠지는 볼들이었고, 필요할 때는 구속도 140km/h 후반까지 끌어 올리면서 포심에 약한 나성범 같은 타자들을 아주 맛있게 요리해냅니다. 어째서 '건강한 구창모'가 위력적인 투수인지 알 수 있었던 경기였어요.

나성범 글러브 평생 압수
네일이 안 풀리는 날이긴 했는데, 투수가 언제나 잘 던질 순 없죠. 게다가 네일이 못 한 게 아니라 지금 타격감이 물에 오른 박민우가 잘 친 겁니다. 첫 번째 타석 2루타는 그걸 어떻게 페어 지역 안으로 들여 보냈는지 신기할 정도였고, 박민우 같은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기술적인 스윙이었습니다. 득점권 타율은 허상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편이지만, 박민우의 타격 기술을 보면, 어째서 박민우가 득점권에서 강한 모습인지 알 수가 있어요.
타자들 타격감이 좋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창모를 만나고, 우완으로 150km/h을 던지는 김진호와 임지민을 만나니 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죠. 타자들이 못 하기도 했지만, 어째서 투수의 구위가 위력적이어야 하는 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네일이 실점한 2점은 상대가 더 잘 해서라고 할 수 있지만, 막판 불펜이 준 3점은 우리가 못 해서 나온 실점이었죠. 조상우와 이태양 30대 똥볼러들(혼신의 포심이 145km/h도 안 나옴)과 나성범의 환장할 수비가 합작한 작품(?)이었습니다.
프리뷰에서도 적었지만, 나성범은 수비를 뛰면 안 됩니다. 이런 선수가 어째서 2경기 연속 수비로 나왔는 지 모르겠어요. 김선빈의 체력을 관리해주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그냥 나성범은 지금 갖고 있는 글러브를 모두 불태워 버려야 합니다. 나성범을 외야수 수비로 내보내는 건, '승부 조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건우의 타이밍이 늦어서 빗맞은 타구였고 체공시간도 길었는데, 나성범은 이 타구를 처리하지 못 하고, 2루타로 만들어 냅니다. 여기에 환장할 송구까지 나오면서 실점이 나왔죠. 조상우의 똥볼과 나성범의 수비가 만든 실점입니다.
나성범은 그냥 지명으로 써야 하고, 김선빈과 김도영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지명타자로 기용하고 싶다면 나성범은 그냥 라인업에서 빼야 합니다. 가뜩이나 팀에 대타 자원도 없는데 차라리 대타로 쓰는 게 맞아 보여요. 그리고 대타로 낼 때도 145km/h 이상 던지는 투수 상대로는 내면 안 됩니다. 어? 이러면 쓸 수가 없군요.
여튼, 더 이상 나성범이 수비를 뛰는 모습은 안 봤으면 좋겠어요. 이건 감독으로서 직무 유기입니다. 김선빈, 김도영 지명 쓰고 싶으면 나성범은 벤치로 보내야 합니다. 두 번 다시는 나성범이 수비 하는 모습 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팀에 해악을 끼칩니다. 수비를 하며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싶어서 본인이 자청한 거라면 주제 파악부터 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조상우, 홍건희, 이태양. 과연 도움이 될까?
나성범의 수비 못지 않게 비참한 게 조상우와 이태양의 투구였죠. 둘 다 30대라는 공통점에 둘 다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공통점. 그리고 둘 다 포심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상우 오늘 포심 평균 구속이 144.5km/h에 불과했습니다. 아래는 최근 10년간 조상우 포심의 평균 구속입니다.
구속 회복에 기대어 조상우를 비싸게 주고 사왔는데, 전성기에 비해서 8km/h 가까이 떨어진 퇴물 직전의 투수를 영입한 셈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작년 시즌 끝나고 그 어떤 구단도 조상우를 영입하지 않았는데, 잔류시켰고요. 전 더 후려 쳐야 했다고 봅니다. 조상우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제 나이도 32살입니다. 30대에 구속을 다시 찾은 선수? 제 기억에 노경은 말고 기억 나지 않습니다.
이태양도 왜 데리고 왔는 지 모르겠고(잘 생겨서 데리고 왔나?) 홍건희도 왜 데리고 왔는 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 구속이 떨어진 30대 투수들입니다. 조상우까지 세트로 3명 모두 구속 떨어졌고 기량 떨어진 30대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홍건희는 4년 전에 평속 148km/h을 찍은 이후 지금 145km/h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태양은 원래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고, 오늘도 혼신의 144km/h를 던지더군요.
김태형 감독이 145km/h의 구속으로는 상대 투수를 잡을 수 없다고 했죠? 아래는 올해 등판한 KIA 국내 투수들 중 평속 145km/h 이상을 던지는 투수 명단입니다.
끝입니다. 이 중 올러와 네일은 외국인 투수고, 이의리와 김태형은 선발 투수입니다. 불펜투수는 김범수, 최지민, 정해영 셋 뿐입니다. 김범수 빼면 최지민, 정해영도 145km/h 갓 넘어가고요. 김범수마저 없었다면 불펜에 146km/h 이상 던지는 투수가 '제로'였습니다.
나머지 투수들의 구속입니다.
이게 프로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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