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오늘 헤이수스를 상대로 최근 잘 친 오선우와 김석환을 중심타선에서 제외하고 황대인과 이우성을 중심타선에 배치했는데 5개의 안타와 1득점에 그치며 패하고 말았습니다.
라인업에 대해서는 올해 헤이수스가 우타와 좌타 상대 큰 격차가 없었지만, 올해는 아직 시즌 초이고, 지난해 풀 시즌에서 헤이수스는 좌타 피OPS .500 / 우타 피OPS .820 으로 좌타자에게는 엄청나게 강하고, 우타자에게는 약한 투수이긴 했어요. 심지어 지난해 헤이수스는 22개의 피홈런을 맞았는데 이 중 19개가 우타자, 3개가 스위치 히터(이니까 우타자)에게 맞은 홈런입니다. 즉, 헤이수스는 좌타자에게는 홈런을 단 1개도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타자로 도배한 선택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우성이 최근 못 치고 있으니 문제라고 지적할 순 있지만, 오선우나 김석환이 풀 시즌 검증이 된 선수들도 아니니, 좌타자를 안 쓴 것이 패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헤이수스의 커맨드가 너무 좋았습니다. KBO 역대 5번째 진기록인 1이닝 4K가 나온 2회에 헤이수스의 결정구가 찍힌 위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두 번째 타자 정해원의 루킹 삼진 (152km/h 포심)
세 번째 타자 박민의 루킹 삼진 (153km/h 포심)
네 번째 타자 김태군의 헛스윙 삼진 (152km/h 포심)
정해원과 박민 상대로는 버릴 공 하나 없이 모든 투구가 보더라인에 꽂히거나 변화구는 존에서 변화했고, 김태군이 나름 버텼으나, 존에서 높이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을 컨택하지 못 했죠. 오늘 헤이수스의 투구가 대체로 이런 식이었습니다.
헤이수스의 가장 큰 약점이 변화구 퀄리티가 좋지 못 하다는 점과 제구력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인데, 오늘도 변화구는 평범하게 들어갔으나, 포심이 커맨드가 정말 완벽하더군요. 베스트 라인업이라도 공략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김도현, 떨어진 구속은 좀 아쉽다.
김도현은 5이닝 6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QS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안현민에게 맞은 홈런은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타이밍이 늦었고 스윙도 완전히 하지 않아서 당연히 평범한 중견수 뜬공인줄) 아쉬운 점은 평소보다 볼넷 허용이 많았다는 점이죠.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이 구속입니다. 올해 김도현이 작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나, 지난해 포심 평균 구속은 147.9km/h 였는데, 올해는 145.6km/h 으로 2km/h 이상 떨어졌습니다. 물론, 작년에는 불펜으로도 종종 나왔고, 올해는 현재까지 전경기 선발 등판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해도 아쉬운 변화죠.
오늘까지 김도현은 61.2이닝을 투구하면서 ERA 3.36, WHIP 1.33을 기록하며 75이닝을 투구하면서 ERA 4.92, WHIP 1.57을 기록한 작년보다 확연히 나아지긴 했습니다. 피OPS도 작년 .797에서 올해 .724로 조금 더 낮아졌고요.
하지만 구속의 하락 때문인지 9이닝 당 탈삼진이 작년 7.08개에서 올해 5.25개로 나빠졌습니다. 9이닝 당 볼넷 역시 3.72개에서 2.48개로 좋아졌지만, 탈삼진율을 더 끌어 올릴 필요가 있죠. 그나마 오늘은 5이닝 동안 5개의 탈삼진. 특히, 정확한 타격을 하는 허경민을 두 번이나 탈삼진으로 잡아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아서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물론, 현재 김도현은 매우 잘 해주고 있습니다. 당초 5선발로 생각했던 선수인데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 WAR 1.36으로 10위(1위 임찬규, 2위 원태인, 3위 오원석)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최근 ERA가 나빠지고 있는 추세이긴 한대, 첫 풀타임 시즌이니 힘들만도 할 겁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더 나빠질 위험성도 크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올해 의도적으로 구속을 떨어뜨린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의 커맨드와 제구력을 유지하면서 구속도 끌어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특히, 더 강한 피칭으로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도니살 시즌 2? 윤도현의 활약은 반갑다.
함평 타이거즈 선수들에 헤이수스의 빠른 공이 긁히는 날이라 못 치는 걸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와중에 윤도현의 활약은 매우 반가웠습니다. 어제 부상 우려로 한 경기 푹 쉰 덕분인지 오늘 타선에서 홀로 날아 다니더군요.
첫 타석부터 헤이수스의 낮은 존으로 들어 오는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익수 라인 바로 안쪽에 떨구는 2루타를 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빠른 공을 놓치지 않고 중견수 앞에 안타를 칩니다. 이어서 황대인의 3루 땅볼 때 2루에서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 3루가 빈 것을 보고 속도 줄이지 않고 베이스를 밟고 3루까지 뛰는 주루 센스까지 보였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 당하긴 했는데 신인 선수에게 보기 과감한 플레이 였습니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2구째 체인지업을 노려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 났는데 로하스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을 정도로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갔죠. 그 정도로 중심에 잘 맞춘 타구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김민수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공략해서 좌측 담장을 후~울쩍 넘기는 홈런까지 만들어 냅니다. 신인급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이 변화구 공략인데 체인지업을 공략해서 2루타, 슬라이더를 공략해서 홈런까지 치며 변화구에도 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게 인상적이었어요.
문제는 수비력이죠. 오늘도 첫 타자 문상철의 타구가 지극히 평범했는데 앞으로 대쉬해 들어오지 않고 조금 더 안전하게 잡으려다가 타자 주자가 1루에 생각보다 빨리 다가 오니까 서둘러서 던지려다가 공을 흘리고 말았죠. 어제도 포구할 때 안정감이 떨어지는 등 수비는 확실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KIA가 찬물 더운말 가릴 때가 아니죠. 김선빈이 지금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고, 애초에 스카우트들은 윤도현을 2루수로 봐온 데다가 시즌 초에 3루에서 송구 미스를 저질렀기에 지금 윤도현의 자리는 2루수라고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박찬호가 남는다면, 지금 내야수 주전 중에 가장 먼저 후임을 생각해야 할 자리는 김선빈이 맡고 있는 2루수 자리이기도 하고요.
이제 윤도현에게 '2군 성적이 안좋다'는 표현은 하면 안 됩니다. 아직 극스몰샘플에 불과하지만, 1군 통산 16경기에서 .370의 타율과 3개의 홈런, 1.034의 OPS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화한 타석이 이제 고작 57타석에 불과합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346의 타율과 1.106의 OPS를 기록하고 있고요.
타석에서 인내력이 굉장히 떨어지고 공격적인 스윙을 즐겨 하는 타자라서 슬럼프가 올 때는 좀 세게 올 수도 있어 보이는데, 어찌됐든 윤도현이라는 자원은 키워야죠. 그리고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타자들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올해 KIA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 하더라도 오선우, 김석환, 윤도현 이렇게 장타를 쳐줄 수 있는 타자들만 레귤러 멤버로 성장 시키면 마냥 실패한 시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셋 다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이라는 베테랑들의 후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니까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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