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타선에서는 윤도현이 2타점 3득점을 하면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줬고, 마운드에서는 올러가 1회에 3실점하긴 했지만, 2회부터 5회까지 3자 범퇴로 막는 호투를 보이면서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KT 이강철 감독의 불펜 이어 던지기로 초반 이후 득점을 뽑아내지 못 했지만, KIA 투수들도 잘 막아줬죠. 1회 이후에는 실점이 없었어요.
윤도현, 왜 가장 주목 받는 유망주인지 증명하다
아직 스몰샘플, 이제 프로 통산 18경기 소화에 그치고 있지만, 윤도현은 1군 무대에서 67타석 5홈런 2도루(0실패) 타율 .381 / 출루율 .418 / 장타율 .698 / OPS 1.116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군 통산 OPS가 .659인 타자인데 1군에서의 모습은 정말 가공할 만하죠.
오늘 1번 타자로 나와서 첫 타석부터 1-2 라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존에 높게 들어 오는 포심(140km/h)을 놓치지 않고 폴대를 맞히는 시즌 3호 홈런을 치더니,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역시 1-2 불리한 카운트에서 존에서 떨어지는 커브를 타이밍을 잃고 한 팔로만 휘둘렀는데도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첫 두 개의 홈런은 조이현의 구위가 너무 안 좋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어요.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조이현은 커맨드가 안 되는 날이면 그냥 배팅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구위가 없는 투수이고, 오늘 조이현의 컨디션이 그랬죠.
하지만 오늘 윤도현은 조이현 뿐만 아니라 그 다음 투수들의 투구도 잘 공략했어요. 4회 우규민의 초구 커터를 받아 쳐서 우익수 쪽에 정타를 날려줬고, 6회에는 침착하게 원상현의 공들을 다 골라내며 통산 3번째 볼넷을 골라 나갔으며,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주권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서 좌익수 앞 안타를 쳤습니다.
여전히 스윙이 거친 면은 있지만, 타격감이 좋을 때는 정타가 자주 나오고, 스윙에 힘을 실을 줄 알아서 방망이 중심에 맞으면 타구가 멀리 갑니다. 벌써 홈런도 4개 치고 있고, 13개의 안타 중 장타가 7개 입니다. 타구를 멀리 보낼 줄 아는 내야수가 나왔다는 건 김도영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죠.
물론, 아직 1군에 검증됐다고 할 순 없습니다. 올 시즌 고작 11경기 소화했고 어제 리뷰에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타석에서 침착성은 부족한 타입이다보니 슬럼프가 오면 좀 세게 올 수도 있어 보여요. 홈런 스윙을 보면, 완벽하고 부드러운 스윙에서 타구가 넘어간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괴력으로 넘긴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고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재작년 김도영처럼 한 달 정도만 지금처럼 꾸준히 잘 치는 모습을 보이면, 힘과 속도를 모두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지션이 문제이긴 한대 김선빈이 언제 올 지 기약할 수 없고, 김선빈이 오더라도 윤도현의 자리는 무조건 만들어 줘야죠.
그래도 올해 11경기 활약으로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위상에 큰 변화 없이 기회가 주어질 듯 싶습니다. 이 기간 동안 김도영처럼 파괴력을 보여주면 올해 김선빈은 그냥 대타 요원으로 써도 되죠. 김선빈이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는 선수이긴 한대, 2루수 말고는 쓸 수 있는 포지션이 없으니...
솔직히 초반에 윤도현이 홈런 2개를 날리면서, 아, 오늘 경기는 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선우도 아직까지는 1군에서 잘 버티고 있고, 김석환도 오늘 첫 타석에서 2타점 안타를 치는 등, 점점 1군에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고요.
올해 오선우, 윤도현, 김석환 등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들이 1군 엔트리에 끝까지 남아 있을 수만 있다면 팀성적은 설령 좋지 못 하더라도, 얻어 가는 게 많은 시즌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선수들은 장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터지기만 하면 정말 크게 터질 수 있는 유형이죠. 인내심을 갖고 팬들도 지켜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담 올러, 1회에 온갖 억까를 이겨내며 퀄리티 스타트 성공
1회초에 3득점을 하면서 경기 쉽게 가져가나 싶었는데 아담 올러가 바로 1회말 수비에서 3실점을 우르르 하는 바람에 아 오늘 경기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초반 실점이 많았던 것은 올러의 주무기인 변화구 제구가 안 잡혀 있던 탓도 컸지만, '재수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죠. 2번 타자 김상수부터 삼진 낫 아웃으로 출루했고(준수야...) 안현민과 로하스의 안타는 모두 빗맞은 안타였습니다.
문제는 장성우의 타구였는데, 올러가 포구했거나 최소한 글러브에 닿지 않았더라면 장성우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99%의 확률로 병살타로 이닝 종료였는데 글러브에 맞으면서 안타가 됐죠. 그리고 어제 오늘 광주 악마로 강림한 허경민이 정타를 날리면서 동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2회부터는 집 나간 변화구 컨트롤이 돌아오면서 KT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 뜨렸습니다. 6회에 로하스에게 안타를 맞을 때까지 연속 범타 처리를 했는데 악마에게 안타를 맞았고, 대타 김민혁에게 사구를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오윤석을 상대로 주무기 슬러브를 활용해 위기를 넘겼죠.
올러는 ERA만 안 좋지(3.04) WHIP 2위(1위 폰세), FIP 5위, 피OPS .566으로 리그 4위에 불과합니다. 네일보다도 세부 스탯은 더 좋아요. 집중타를 맞는 부분이 문제일 뿐, KIA의 에이스는 네일보다는 오히려 올러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올러 역시 MLB를 가기엔 애매한 타입이죠. 네일과 비슷한 문제인데, 구종이 단순합니다. 포심과 슬라이더(슬러브) 투 피치에 가깝고(포심 구사 비율 47.9%, 슬라이더 32.9%) 체인지업 구사율이 10.6%에 불과합니다. 평균 150km/h의 포심을 던지지만, MLB에서는 흔해 빠진 구속이죠. 투 피치라는 점 때문에 불펜 투수 아니면 매력적인 타입도 아니고.
네일이든 올러든 MLB급 선수들은 아니라고 봐서, 대우만 잘 해주면 KIA에 없었던 '장수 외국인 투수'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네일은 93년생, 올러는 94년생으로 아직 5년 정도는 충분히 전성기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들이죠. 둘 다 시즌 완주 잘 하고 내년에도 계속 봤으면 좋겠습니다.
위즈덤 오랜만의 복귀, 존재감은 보여주다
허리 부상으로 제외됐던 위즈덤이 5월 11일 이후로 거의 3주 만에 1군에 복귀해서 오늘 5번 타자로 나왔습니다. 5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모두 단타였죠. 하지만 첫 타석은 타이밍을 잃었음에도 컨택 스윙만으로 1-2루간을 뚫었고, 마지막 타석 안타는 위즈덤 특유의 총알 같은 타구였죠. 그리고 한 차례 잘 맞은 타구를 날리는 등 타격감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3루 수비에서 크게 누수를 보이지 않았죠. 안현민의 깊숙한 땅볼 때 한 차례 버거운 수비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거의 짬밥이 느껴지는 수비라고 생각합니다.
위즈덤이 복귀하면서 그래도 타선의 조금의 중량감은 생겼습니다. 나성범은 6월 중에 온다고 하고, 김선빈은 아직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당분간은 위즈덤 - 최형우를 중심타선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한 자리는 상황에 따라 배치하면 될 것 같아요.
위즈덤도 올해 잘 하기만 하면 장수 외국인 선수의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이긴 합니다. MLB에서는 더 보여줄 게 없는 선수이기도 하며, 나이도 적잖고(91년생) 일본프로야구에 가기엔 정교한 타입의 스윙을 하는 선수도 아니죠. 시즌 초에 언급했던 로맥 정도의 활약만 보여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위즈덤은 3루 수비까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죠.
오늘 위즈덤에게 고무적인 건 삼진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의 가장 큰 단점이 삼진이 많다는 점인데, 첫 타석에서 보면 카운트가 불리해지자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컨택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려고 하더군요. 물론, 여전히 존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긴 한대, 2스트라이크 이전에는 큰 스윙을 해도 괜찮습니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튼, 위즈덤이라도 복귀해서 다행입니다. 심지어 오늘 2안타는 치긴 했지만, 최형우가 지친 기색도 보여서, 마냥 최형우에게 의존할 순 없죠. 최형우 나이가 40살이 넘어 가니,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즈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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