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6/4] KIA : 두산 - 위즈덤이 돌아왔다.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6. 4. 23:28

본문

 

승리의 요인

 

어제 오늘 타선이 열일 하면서 4연승을 달리며 드디어 시즌 첫 5할 승률 +1을 달성했습니다. 함평 타이거즈 멤버들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해줬지만, 오늘 승리의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는 패트릭 위즈덤이었죠. 부상을 털고 1군 복귀 후 가장 좋은 경기를 보였습니다.

 

위즈덤, 메이저리그급 홈런 타구

 

네일이 5월의 부진을 떨쳐내지 못 하고, 타구에 손등을 맞은 이후 양의지에게 홈런을 맞고 동점이 됐는데 6회 1사 이후에 위즈덤이 이영하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높은 코스의 152km/h 빠른 공을 공략해서 좌중간을 갈라 버렸습니다.

 

발사 각도만 보고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쯤으로 생각했는데 타구가 쭉쭉 뻗어 가면서 리그에서 가장 홈런 때리기 어려운 구장인 잠실 야구장의 좌중간 담장을 눈 깜짝할 새에 넘기는 결승 2점 홈런이 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구 속도가 리그 상위권이었던 타자의 스윙에 배럴 타구가 나오면, 어떤 모습으로 날아 갈 수 있는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죠.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 타격이라고는 하지만, 3주 만에 1군 복귀해서 지금 3경기 연속 멀티 히트에 오늘 홈런까지 쳤습니다. .900 아래로 떨어졌던 OPS도 오늘 활약으로 OPS .921(출루율 .370, 장타율 .551)까지 끌어 올렸고요.

 

어제 좌중간으로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치더니, 오늘은 홈런까지 만들어 냈죠. 그리고 위즈덤이 1군 올라와서 좋아진 부분이,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컨택 스윙을 한다는 점입니다. 최형우와 오선우의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 진 무사 1, 2루 상황에서 4구째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살짝 빼앗겼는데, 풀 스윙이 아닌 짧은 스윙으로 중견수 앞으로 정타를 날려 2타점(1타점은 실책)을 날린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마지막 타석의 안타도 풀카운트에서 짧은 스윙으로 센터 라인을 가로 지르는 안타를 만들어 냈고요.

 

그 전까지는 풀스윙만 하는 타자라고 생각했는데, 카운트가 불리하거나 장타가 아닌 단타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황에 맞는 스윙도 하는 선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오늘 인상 깊었어요. 타석에서의 인내심으로 좋은 선구안을 장착한 것도 플러스 요소고요.

 

 

그리고 위즈덤의 또 다른 장점이 멀티 수비가 된다는 점이죠. 1루수로 뛸 때가 가장 안정적이긴 한대, 3루수로 뛸 때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좌익수로도 뛰어 봤다고 하는데, 여차하면 좌익수도 한 번 소화시켜보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수비를 생각보다 잘 합니다.

 

위즈덤이 3루를 잘 지켜주고 있는 덕분에 김도영이 빠져 있는 동안 외야 수비에 약점이 있는 오선우가 1루수로 나올 수 있고, 위즈덤이 3루수를 맡아 주면서 내야 수비 밸런스를 깨뜨리지 않고 있죠. 

 

위즈덤 올해가 KBO 첫 시즌이라 아직 어색한 것도 많을텐데, 2군 한 번 갔다 오더니, 큰 스윙 일변도가 아닌 필요할 때는 짧은 스윙까지 해가면서 리그에 적응하려는 모습, 그리고 불만을 표하지 않고 3루수와 1루수 수비도 잘 해주는 모습을 보면, 장수 외국인 타자로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습니다. KIA가 타팀에 비해서 부족한 점이 '오래 뛰는 외국인 선수'가 매우 적었다는 점인데(특히, 타자) 위즈덤이 은퇴할 때까지 남아 줬으면 좋겠어요. 91년생이라 메이저리그 복귀나, NPB를 생각하기엔 늦은 나이의 선수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위즈덤이 6번 으로 나오긴 했는데, 올 시즌은 아마 5번으로 계속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루율이 너무 좋은 선수라서 2번 타자로 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2번 타선으로 나올 때 성적이 타율 .213 / OPS .759로 안 좋습니다. 심지어 4번으로 나올 때는 OPS가 .619에 불과해요.

 

개인적으로 타자들이 타순별로 성적이 달라지는 걸 별로 믿고 싶지 않은데, 위즈덤은 올해가 KBO 첫 시즌이다 보니까, 본인이 가장 편해 하는 타순으로 내보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2번으로 57타석, 4번으로 40타석, 5번으로 50타석 나왔는데 5번으로 나왔을 때 OPS가 1.206 이에요. 이러면 일단, 5번으로 박고 써야겠죠.

 

 

최원준, 경기 초반 최악의 모습에서, 경기 후반 영웅이 되다

 

오늘 경기 KIA가 더 쉽게 이길 수도 있었는데, 최원준 때문에 경기 초반을 상당히 어렵게 가져갔습니다. 1회부터 박찬호가 초구 치고 죽고, 최원준은 3구 치고 아웃 되더니, 3회에는 연속 볼넷에다가 박찬호의 주루 센스로 만들어진 무사 2, 3루라는 황금 같은 찬스에서 초구에 평범한 3루 팝플라이를 치고 말죠. 여기서 2점 정도 뽑았으면 경기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을 겁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루킹 삼진. 네 번째 타석에서는 김호령의 내야안타와 박준순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무사 1, 2루 찬스에서 번트 타구가 뜨는 바람에 주자 진루 실패하고, 득점 실패. 이대로 경기 내주면 최원준이 오늘 경기 WORST 였습니다. 

 

하지만 8회말 수비에서 김인태의 큰 타구를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쫓아가 잡아내면서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다 줬죠. 그 타구 못 잡았으면(잠실이 아니었으면 홈런) 2점 차에 득점권 위기가 계속되었을테고, 정해영은 멀티 이닝을 또 소화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내일 경기까지 편하게 해 준 수비였죠.

 

 

다만, 전 호수비라고 까진 부르지 못 할 것 같아요. 좋은 외야수는 타구를 보면서 쫓아 가는 게 아니라 타구음과 발사각 등을 통해 미리 예측하고 낙구 지점을 포착하는 수비를 하는 게 좋은 외야수인데, 최원준은 오늘 외야 수비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어요. 아마, 오늘 경기 이순철 위원이 중계했으면, 최원준이 아웃을 잡았어도 비판을 많이 했을 겁니다.

 

"자, 보세요. 타구를 보며 쫓아 가잖아요. 왼쪽으로 한 번 돌고, 그러다가 타구가 안 보이까 다시 오른 쪽으로 또 돌고. 자칫하면 타구를 놓칠 수도 있었어요. 운이 따라서 잡아낸 타구죠"

 

... 그런데 최원준에게 이런 요구는 과도하죠. 원래 전문 외야수도 아니고, 어제도 평범한 타구 흘릴 정도로 외야 수비를 못 하는 선수인데, 낙구 지점을 미리 파악하고 뛰어 갔으면 그건 최원준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였죠. 위태롭게 잡았더라도 '아웃으로 잡아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잡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즌 4호 홈런이 다음 이닝에서 나왔는데, 또 홍민규 선수에게 홈런을 쳤죠. 그 전에는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서 만들어낸 홈런이었는데, 이번에는 몸쪽 높은 포심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방망이를 돌려서 우측 담장을 넘겨 버렸습니다. 올해 최원준이 홈런 욕심이 좀 있어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장타를 만들어 주면 좋죠. 오늘 8회 수비와 9회 홈런으로 나아졌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평 타이거즈와 이천 베어스의 싸움이었는데, 양팀 다 1-4번은 주전이라는 점은 동일했지만, 두산은 6번 타자도 이천 베어스였는데, KIA는 6번 타자에 외국인 타자가 있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던 경기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네요. 그래도 주전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5할 +1을 달성한 것은 뜻 깊은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반기 시작 전까지만 5할 승률 꾸준히 유지한다면, 반등의 시기는 올 거라고 생각해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3회 주루에서 멋진 판단과, 흥을 주체하지 못 한 홈 아웃(다만, 낚일만 했음)
  • 윤도현 - 오늘은 땅볼 귀신. 그래도 이전보다는 타석에서 침착성이 늘어난 것에 점수를.
  • 최형우 - 한 경기 쉬었더니 첫 타석부터 2루타, 오선우와 위즈덤에게 기회 창출해 줌
  • 오선우 - 안타도 좋았지만, 볼넷을 3개나 골라 나가면서 선구안도 나아지는 중
  • 김석환 - 한가운데 포심 2개 놓치는 걸 보니, 2군갈 때가 됐구나.
  • 김규성 -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 준 날카로운 2루타
  • 김태군 - 머리로 오는 공까지 휘두르는 최악의 배드 볼 히터
  • 김호령 - 맙소사, 김호령 타석에서 기대감이 들다니.
  • 네일 -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ERA, 오늘은 볼넷이 문제
  • 성영탁 - 수비의 도움을 받으며 데뷔 첫 홀드
  • 이준영 - 슬라이더 마법사 오늘도 좌타자 완벽 봉쇄(시즌 좌타 피OPS .676)
  • 조상우 - 너무나도 불안한 셋업맨. 
  • 김현수 - 3개의 탈삼진은 좋았지만, 140km/h 초반대의 구속이 여전히 아쉽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