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마운드에서 김도현이 7이닝 1실점의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음에도 10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엉성한 수비 3개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경기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패배의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한 건 '이우성의 어깨'였죠.
이우성, 그렇게 수비할 거면 최형우 만큼 쳐야 함
10회말, 1사 이후 오늘 두산 타선에서 가장 맹활약을 보인 케이브가 정해영의 낮은 코스 빠른 공을 잘 받아 쳐서 좌익수 앞으로 타구를 날렸죠. 그리고 망설임 없이 2루까지 질주했습니다. 케이브가 2루까지 질주한 건 '이우성의 어깨'가 약하기 때문이죠. 애초에 잡는 위치도 잘 못 됐어요. 타자가 2루에 뛰는 걸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쉬 해서 잡아야 했는데 안전하게 잡으려다 보니, 송구 거리가 멀어졌고, 2루까지 당연히 송구도 약하게 갑니다.
이어서, 수비 잘 하는 3루 김규성의 실책(포구 실책 이후에 송구 실책까지 하면서 김규성 혼자 경기 말아 먹을 뻔 했음)이 나오면서 1사 1, 2루가 됐고, 김재환 삼진 잡아서 위기 넘기나 했는데 김민석에게 던진 초구 빠른 공이 하필 이면 수비 쉬프트가 걸린 3-유간을 빠져 나가면서 안타가 됩니다.
김민석은 장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외야수들은 죄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우성의 위치도 거의 유격수 뒤 쪽이었어요. 어깨가 강한 외야수였다면 2루 주자 케이브를 홈에서 잡을 수 있었을텐데, 어깨가 약해서 송구가 노바운드로 가지 않고 또 원바운드로 홈으로 갔죠. 바로 직전 이닝 최원준이 홈에서 박준순을 저격한 송구와 굉장히 대조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이우성은 외야수로 쓰기에는 다리도 빠른 게 아니고, 타구 판단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어깨죠. 송구 능력이 너무 떨어져서 추가 진루를 억제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에요. 그럼 이우성은 최소한 최형우, 아니 최형우만큼 치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니까... 나지완 정도는 쳐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OPS .675에 불과합니다.
5월 2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3안타를 친 이후, 이우성은 9경기에서 안타 1개 치고 있습니다. 볼넷 하나 얻지 못하는 와중에 삼진만 7개가 당했고, 오늘도 찬스 상황에서 고효준을 상대로 김석환 대신 대타로 들어섰지만, 몸쪽 변화구를 컨택하지 못 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죠.
선수 본인도 엠팍 같은 극성 팬덤에서 욕 많이 먹고 있는 걸 알 겁니다. 그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나름 3년 연속 WRC+ 100(110.9, 122.4, 99.8) 정도를 기록한 선수인데, 지금은 2군으로 내려 가서 다시 가다듬고 와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우성이 타격에서 좋아진다고 해도, 지금의 수비 능력으로는 최형우... 나지완 말년 수준 정도까지는 쳐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야 합니다. 올해 31살인 이우성에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매우 비관적입니다.
김석환은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보였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 했고, 이우성도 영 아니고. 2군에서 이창진이 경기를 뛰고 있으니 어느 정도 올라 왔다고 판단 된다면 이창진이 1군 콜업 1순위가 될 듯 싶고, 이우성 대신 정해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정해원 수비 능력을 정확히 보진 못 했지만, 그래도 고교 때는 3루수를 봤던 선수이니(이우성은 고교 때부터 외야수) 어깨는 강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이 드네요.
어제의 영웅 위즈덤, 오늘은 사이드암 투수에게 추풍 낙엽
어제 두산의 케이브와 KIA의 위즈덤은 대조적인 활약을 했는데, 오늘도 대조적인 활약을 했죠. 두산 승리의 1등 공신은 1회에 안타를 치며 정수빈을 득점권에 가져다 놓았고, 10회에는 정확한 타격과 적극적인 주루로 결승점의 디딤돌을 놓은 케이브 입니다. 반면, 위즈덤은 득점권 찬스가 두 번이나 주어졌는데 모두 범타로 물러 났습니다.
좋은 타구 조차 나오지 않았어요. 특히,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는 너무나도 못 했습니다. 최원준의 투구에 두 차례나 평범한 팝 플라이로 물러 났고, 박치국을 상대로는 존에 들어오는 빠른 공을 커트 조차 못 하고 3구 삼진을 당했습니다.
올해 위즈덤의 사이드암 투수 상대 성적은 16타수 1안타 입니다. 타율 .063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리그에 좋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많이 줄어서 유리하지, 불펜에 사이드암 투수를 갖춘 팀들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위즈덤이 나오면 표적 등판을 하기 딱 좋죠. 그리고 앞으로도 공략이 어려울 것 같고요. 그냥 잘 하는 것만 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와중에 김도현의 투구는 빛이 났다.
경기는 졌지만, 그래도 오늘 경기 가장 좋았던 부분은 김도현이 갈수록 '선발투수'로 완성이 되고 있다는 점이죠. 물론, 상대가 '이천 베어스'이긴 했지만. 7이닝 동안 5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만을 내주며 1실점으로 막았고, 제가 김도현 피칭에서 가장 문제라고 본 삼진을 무려 7개나 잡아 냈습니다.
이천 베어스 선수들을 잘 막아서 이닝을 많이 먹었고, 위기 상황에서 3루심의 체크 스윙 오심 덕도 봤지만, 다양한 구종과 좋은 커맨드로 확실한 선발 투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줬죠.
중계 중에도 한 번 언급이 됐지만, 오늘 투구 내용을 업데이트한 김도현의 '리그 국내 우완 투수'로서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규정 이닝 70% 기준 : 총 14명)
올 시즌 KIA의 가장 큰 약점이 국내 선발진의 부진인데 윤영철이 성장통을 겪고, 양현종이 노쇠화 징후를 보이는 현재, 2000년생의 군필 젊은 투수가 떡 하니 나타난 건,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안정적인 전력이 되죠.
오늘 김도현이 삼진을 많이 잡아 낸 구종이 '커브'인데, 이 커브가 리그 구종 가치 6위 입니다.(박세웅, 라일리, 앤더슨, 손주영, 폰세 다음) 그리고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3개의 구종을 던지는데 슬라이더 2.5, 체인지업 4.9로 모두 플러스급 구종이에요. 하나의 구종만 플러스급이라도 괜찮은데, 3개의 구종이 모두 플러스급이니 선발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그래서 김도현의 구종별 구사율을 보면 변화구는 커브 19.4%, 슬라이더 17.1%, 체인지업 17.8%의 비율로 매우 균등합니다. 존 안에 넣을 수 있는 변화구 구종이 3개나 된다는 건 투구 밸런스가 오락가락할 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뜻이죠. 올해 끝까지 김도현이 풀 시즌을 버텨낸다면, KIA는 정말 큰 보석 같은 선수를 얻게 된 셈입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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