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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KS 3차전 후기 - 빅 게임 피처의 위력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10. 2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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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선을 잠재운 삼성 레예스

 

오늘 경기는 삼성 레예스를 위한 경기였습니다. 2차전에서 한껏 타격감을 끌어 올린 KIA 타선이었는데, 레예스한테 정타를 좀처럼 만들어 내지 못 했죠. 레예스의 주무기가 슬라이더(피OPS .481)라서 이 슬라이더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범호 감독은 왼손타자 서건창을 기용했는데, 서건창이 정말 아무 것도 해주지 못 했죠. 특히 김선빈의 빗맞은 안타로 만들어진 2회 1사 1, 2루 찬스에서 병살타로 물러난 게 가장 큰 치명타였습니다. 여기에 레예스가 슬라이더 뿐만 아니라 체인지업도 정말 잘 들어갔어요. 

 

두 번째 타석에서 서건창이 볼넷을 골라 나가긴 했지만, 볼을 골랐다기보다는 그냥 안 친 게 가까웠어요. 빠른 공이 아주 살짝 낮은 존에서 벗어났거든요. 수 싸움이 전혀 안 됐다는 뜻이죠. 아마 공이 조금만 위로 들어갔으면 루킹 삼진으로 끝났을 테고. 더 실망스러웠던 타석은 마지막 7회 타석이었죠. 7회에 당연히 레예스가 안 올라올 줄 알았는데 1사 이후에 들어 선 서건창이 맥없이 바깥쪽 코스의 체인지업을 건드려서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레예스에게 기어코 7이닝을 허용한 게 오늘 KIA의 가장 큰 패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레예스의 피칭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운데 몰리는 공들이 거의 없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에서 춤추며 들어가더라고요. 여기에 강민호의 볼배합이 정말이지 너무 좋았습니다. 레예스의 단점이라면, 빠른 공 계열의 위력이 다른 외국인 투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인데,(포심, 투심, 커터 피OPS가 모두 .800 상회) 이를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커터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극복을 했죠. 반대로 말하면 오늘 KIA 타선은 이 수싸움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오늘 경기는 그냥 레예스가 다 했다고 할 수 있어요. KIA 타선이 올 시즌 레예스 상대로 평균자책 8.31, 피OPS 1.116으로 좋았다지만, 고작 3경기 표본에 불과하고, KIA전 라팍에서의 피칭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라팍이라는 타자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구장에서 삼성 타자들은 버프를 받지만, 삼성 투수들은 디버프를 받는데, 삼성에서 라팍 디버프를 안 받는 투수가 딱 3명인데, 선발투수로는 원태인과 레예스가 주인공입니다. (불펜은 김태훈)

 

아래는 올 시즌 삼성 주요 투수들의 라팍 피OPS 입니다.

 

  • 원태인 .664
  • 코너 .719
  • 레예스 .697
  • 이승현 .796 (L)
  • 백정현 .922
  • 이승현 .788 (R)
  • 김재윤 .780
  • 오승환 .949
  • 김태훈 .559
  • 임창민 .841

 

원태인과 레예스는 라팍에서 피OPS가 .700 아래입니다. 부상으로 빠진 코너도 상당히 좋지만, 코너는 원정 경기 성적이 압도적으로 더 좋아요.(원정 피OPS .602) 삼성에서는 라팍에서 가장 강한 선발 두 명을 이번 시리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건 정말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셈이죠.

 

 

라팍에서 버프 받는 삼성 타자들

 

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KIA 쪽에 가장 유리한 지점은 다른 것도 다른 거지만, 라팍에서 단 2경기 밖에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삼성 타자들은 라팍에서 정말 대단한 버프를 받습니다. 좌중간, 우중간이 압도적으로 짧은 구장이라서 그 쪽으로 홈런을 치는 연습을 매일이라도 하는 지, 흔히 말하는 라팍런을 정말 잘 만들어 내죠.

 

오늘도 김헌곤의 결정적인 홈런이 타 구장이었으면 담장을 때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단, 라우어가 맞은 2개의 홈런은 챔필이었어도 넘어갔을 듯) 제가 2차전 후기에도 적었지만, 라팍에서 제대로 버프 받는 선수가 삼성에서 2명입니다. 박병호와 김영웅이죠. 여기에 오늘 홈런 친 이성규도 라팍에서 훨씬 강한 타자입니다.

 

아래는 박병호, 김영웅, 이성규의 홈/원정 OPS와 홈런입니다. (박병호는 시즌 중간 트레이드라서 라팍 성적)

 

  • 박병호 - 라팍 OPS 1.044, 14HR / 원정 OPS .632, 7HR
  • 김영웅 - 라팍 OPS .903, 20HR / 원정 OPS .712, 8HR
  • 이성규 - 라팍 OPS .989, 15HR / 원정 OPS .647, 7HR

 

삼성 타선에서 라팍 성적과 원정 성적에 차이가 없는 선수는 구자욱, 디아즈 정도입니다. 이재현도 라팍 성적(OPS .843)이 원정 성적(OPS .727)보다 좋은 선수고요. 다만, 김헌곤은 원정 성적이 더 좋습니다.(라팍 OPS .740 / 원정 OPS .837) 이러니까 호랑이 사냥꾼 역할이지...

 

오늘도 홈런 4방 맞았는데, 김헌곤을 제외한 3명(이성규, 김영웅, 박병호)는 모두 라팍에서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찍는 선수들이죠. 좌중간/우중간으로 딱 담장을 넘기는 정도의 발사각도로 타구를 날릴 줄 아는 선수들입니다.

 

라팍 성적은 KIA 타선이 가장 좋았다? 이것도 맞는 말이지만, 삼성 타선은 1년 72경기를 뛰는 구장이고, KIA 타선은 1년 8번 밖에 뛰지 않는 구장입니다. 표본이 작다고 봐야죠. 게다가 라팍 디버프를 받지 않았던 레예스, 원태인이 선발이다보니, KIA 타선이 라팍에서 잘 쳤다는 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정규시즌에서도 KIA 타선이 공략한 건 라팍에 약한 삼성 불펜진이었지, 선발투수들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늘 경기 가장 뼈 아픈 장면이 레예스에게 7회까지 허용한 지점이고요.

 

 

하이 패스트볼에 완전히 당한 경기

 

오늘 삼성 타선의 접근법은 '하이존 공략'이었습니다. 라우어가 오늘 굉장히 좋은 피칭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오늘은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 게 아니라 로우 존을 공략했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아래 스샷은 오늘 경기 라우어가 홈런 맞은 로케이션입니다.

 

 

이성규에게 가운데 하이존으로 들어 오는 147km/h 포심 던지다가 홈런 맞았습니다. 어떤 구장이라도 홈런이었을 대형홈런이었고, 타구 소리만 듣고 넘어 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게 이성규 상대로 했을 때 볼배합이었어요. 이성규는 포심에 강한 선수이고, 변화구에 약점이 많은 타자입니다. 실제로 홈런 치기 전에 4구째 커터에 헛스윙을 했는데, 이게 한 끗 차이로 김태군이 포구하지 못 했죠. 포구만 됐더라면 삼진이 되었을텐데 그러지 못 했고, 5구째 하이 존으로 던질 게 아니라 비슷한 코스로 커터나 슬라이더를 던졌어야 했습니다. 유리한 카운트였으니 더더욱 그런 투구가 필요했고요.

 

 

김영웅에게 맞은 구종도 144km/h 포심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네이버 문자 중계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제 기억엔 저 코스보다 더 높은 코스의 포심이었습니다. 김영웅은 하이 존을 공략해서 딱 라팍 담장을 넘길 정도의 홈런을 치는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에게 저런 공을 던졌다는 게 실투였죠. 김영웅 상대로도 커터나 슬라이더로 간 보다가 포심은 김영웅이 약한 스트라이크존 벗어나는 하이존으로 던졌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 한 게 홈런으로 연결되었죠.

 

 

 

전상현의 2구 2피홈런은 그냥 딱 삼성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렸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김헌곤에게 던진 포심이 하필이면 바깥쪽 높게 제구가 됐고, 이게 딱 라팍런에 걸렸죠. 챔필이었으면 담장 맞고 떨어졌을 수도 있었는데 이게 참 라팍의 무서운 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박병호에게 맞은 홈런은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갔죠. 슬라이더가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바깥쪽에 밋밋하게 들어간 실투였습니다. 박병호가 아무리 안 좋아도 이런 행잉 슬라이더는 박병호 같은 타자에게는 정말 조심해서 던졌어야 했습니다. 특히, 박병호는 라팍에서 홈런을 치기 위해 토탭 동작을 간소화했어요. 그러니 밋밋한 변화구에는 더 홈런을 잘 칠 수 있죠. 당장 정규시즌에 스타우트가 박병호에게 변화구 2개 던져서 라팍런 2개 맞았죠. 박병호 상대로 변화구는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써야지, 카운트 잡는 용도로 쓰면 위험합니다.

 

상대 투수가 잘 던지면, 우리 투수도 잘 던지면 경기를 잡을 수 있는데, 라우어는 2개의 하이 존 포심이 좋지 못한 결과로 연결되었고, 하이 존이 아니라 로우 존으로 포심을 던지고, 커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습니다. 당장에 이성규에게 홈런 맞고 다음 타석에서 커브로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첫 타석에서 이성규 상대로 커브를 안 던졌을까 아쉽더라고요. 그냥 오늘 경기는 전력 분석에서 삼성에게 지는 경기였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찬호가 멀티 히트 쳤지만, 그래도 9번 치는 게 맞다

 

1, 2차전에서 톱타자로 나와 볼넷 2개만 골라 내고 안타는 치지 못 한 박찬호가 오늘 멀티 히트를 쳤지만, 첫 번째 안타만 잘 맞은 타구고, 두 번째 안타는 코스 안타였죠. 그리고 이재현의 발목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호수비에 걸릴 수도 있었던 타구라고 생각도 듭니다. 

 

오늘 설령 박찬호가 잘 쳤다해도 타석에서의 모습을 보면 삼성 투수진이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죠. 일단, 장타가 없는 선수이기도 하고 볼에 잘 낚입니다. 박찬호의 장점과 단점이 컨택이 좋다는 점이죠.(김태군도 비슷합니다.) 컨택이 좋으니까 말도 안 되는 볼을 자꾸 건드려서 땅볼이 되는 빈도가 높습니다. 문제는 박찬호는 김선빈처럼 스프레이 히터가 아니고, 타구가 대부분 3-유간으로 굴러 갑니다. 이게 운이 좋으면 두 번째 타구처럼 안타가 되는 거지만, 그게 아니면 계속 3루수 김영웅에게 잡히는 거죠. 마지막 타석에서 노림수를 갖고 몸쪽 빠른 공을 공략해서 역전타를 칠 뻔한 작전은 좋았지만, 두 번째 변화구에 낚이는 걸 보면, 강민호의 수 싸움이 더 영리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1번부터 KIA는 강한 타자를 내세울 필요가 있어요. 2차전 후기에도 차라리 김선빈을 쓰는 게 맞고, 김도영을 1번으로 배치하는 게 삼성 투수진에게는 정말 큰 압박이 될겁니다. 박찬호가 1번이면 큰 압박감이 없어요. 출루율이 높은 유형도 아니고, 장타를 많이 치는 선수도 아니니까요. 박찬호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이지, 좋은 선구안으로 나쁜 볼을 골라내는 능력의 타자도 아니고,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많이 치는 타자도 아닙니다. 그러니 9번 타선에 딱이고요.

 

김선빈, 김도영을 1번 쓰기 싫으면 그냥 소크라테스부터 한 타순씩 올리는 것도 괜찮아요. 아니, 그냥 박찬호 대신 소크라테스, 김도영, 김선빈 셋 중 하나만 1번으로 써도 됩니다. 왜 경기 시작부터 약한 타자를 내세워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박찬호의 모습을 보면, 그 성격 탓인지 수비에서나 타석에서나 안정감을 찾기 어렵습니다.

 

 

여튼, 오늘 경기는 레예스 한 명에게만 막힌 경기라고 생각해서 마냥 부정적인 생각은 하고 싶지 않고, 삼성 불펜진의 피로를 누적시킴과 동시에 공략도 어느 정도 하는 모습을 보여서 여전히 기대는 걸어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월요일에 억울하게 호투를 날린 원태인이 또 각성한다면 오늘처럼 어려운 경기가 되는 거고, 그러면 시리즈 동률이라는 최악의 결과까지 낳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삼성은 레예스가 7회까지 던져주면서 구위가 좋은 이승현(좌), 김윤수를 아끼기도 했고요.

 

물론, 5차전부터는 라팍 경기가 없고, 계속 홈경기가 있다는 점, 삼성에서는 원태인, 레예스 말고 믿을만한 선발이 적다는 점 등, 여전히 KIA 우세라고 생각은 하지만, 심리적으로 내일 경기까지 내주면 선수들도 멘탈적으로 흔들릴까봐 걱정입니다.

 

원태인이 상대라 정말 어려운 경기가 되겠고, 라팍 버프를 받는 삼성 타자들이기에 또 다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지만, 땅볼 타구를 많이 양산해내는 네일 선발이기에(라팍에서 윤영철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군요.) 내일은 네일이 1승을 반드시 수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건창은 지금 완전히 공수에서 얼어 있기에 1루수는 그냥 이우성 쓰는 게 좋아 보여요. 오늘도 이우성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서 김재윤의 유인구를 다 잘 골라냈죠.

 

마지막으로 ABS는 내년에 꼭 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김재윤의 ABS 하이존 걸치는 포심 2개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고(한준수가 하필 또 하이존에 약해서...) 아무리 봐도 작년까지는 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하이존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하고, 아무리 봐도 작년까지는 스트라이크라고 볼 수밖에 없는 로우존을 볼로 선언하는 거 보면, 스트라이크 존 조정에 대한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됐다고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이대로면 사이드암 투수들 다 죽습니다. 이번 엔트리에서 양 팀 다 사이드암 투수가 한 명도 없다는 데에서 KBO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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