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3가지 불안 요소
한국시리즈를 앞둔 KIA에게는 3가지 불안 요소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선수들의 경기 감각입니다. 아무리 연습경기를 주기적으로 했다고는 하나, 거의 매일 경기를 했던 정규시즌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죠. 실제로 월요일 악천후 속에서 치러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타자들의 좀처럼 정타를 만들어 내지 못 했고(상대적으로 원태인의 투구가 훌륭하긴 했습니다. 존에 들어가는 스트라이크 중에 한가운데 몰리는 공이 거의 없고, 90% 이상의 투구가 커맨드가 잘 이뤄졌습니다.) 2박 3일만에 재개된 오후 4시 경기에서도 삼성의 좌완 이승현의 투구를 못 따라갔어요.
그런데 임창민의 폭투 연속 2개가 나온 이후부터 타자들의 거짓말처럼 정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적시타와 김도영의 적시타 모두 한 가운데 들어오는 속구를 놓치지 않은 타격이긴 했지만, 진짜 감이 안 좋으면 벨트 라인으로 들어 오는 투구에도 타이밍이 늦습니다. 1차전 나성범이 이 모습을 잘 보여줬고요. 하지만, 폭투 2개로 역전을 한 것이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인지, 무겁게 나오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아주 가볍게 나왔죠.
두 번째 불안요소는 선발투수진의 불안함이었습니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네일, 이제는 전성기에서 내려 온 양현종, 여전히 믿음을 주지 못 하는 라우어 등 3명의 상위 선발이 각기 불안점이 있었죠. 하지만, 네일은 월요일 경기 1차전에서 빼어 난 각도의 스위퍼를 던지며, 삼성 타선을 5회까지 완벽하게 막았고, 실점도 김헌곤이 잘 친 홈런 하나 뿐이었죠. 물론, 투구 수 70개를 넘기면서부터 갑자기 구위가 뚝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정규시즌 1위팀으로 불펜투수가 푹 쉰 입장에서 선발투수가 6회 이후에 흔들리는 게 큰 단점은 되지 못 합니다.
2차전 양현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죠. 아무리 대투수라고 해도 올해 모습을 보면 구속이 확연히 떨어졌고, WHIP은 좋지만, 타자들의 타격을 억제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좋은 성적 이면에는 BABIP 빨이 없다고 할 순 없고요. 그런데 오늘 2차전 초반에 포심만 연속 16개를 던지며 삼성의 한 타순을 잘 막았죠. 다만, 확실히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것이 느껴진 게 박용택 해설은 뚝 떨어진 구속을 보면서 완급조절해 가면서 던지고 있다고 평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힘이 빠진 게 보였습니다. 솔직히 내려가기 직전 투구는 유희관하고 차이가 없었어요. 단지 베짱과 관록으로 5.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안타도 8개나 맞았고, 정타 허용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떨어졌다고 해도 대투수는 대투수죠. 양현종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5.1이닝을 1자책으로 막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세 번째 불안 요소는 수비 실책이죠. 이건 들어 맞았네요 ㅋㅋㅋ 1차전에서 에러 3개, 2차전에서 에러 2개를 하면서 실책 1위 팀 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우려했던 김도영의 수비는 탄탄한 편이었고, 박찬호가 많이 흔들렸죠. 서스펜디드 1차전 실책이야 전상현의 글러브에 스치면서 백 스핀이 걸려 잡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둔해줄 수 있지만, 2차전 두 번째 실점에서 송구만 강하고 정확하게 들어갔다면 홈에서 주자를 잡아낼 수 있었는데, 투 바운드 수비를 한 점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위기였던 1사 1, 2루에서 김지찬의 타구를 잡아 낸 수비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그라운드에서 흥분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수비 실책은 오히려 삼성 쪽에서 문제가 됐죠. 1차전에서도 윤정빈의 보이지 않는 타구 판단 실책, 임창민의 폭투 2개, 소크라테스의 적시타 때 강민호의 송구가 정확하게 갔더라면 2루에서 잡혔을텐데 그 송구도 문제였고. 2차전에서도 강민호의 1회 실책이 대량 실점의 시발점이 됐죠. 이게 딱 준플에서 수비가 흔들렸던 장성우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벤치에서는 사실상 더블 헤더였던 오늘 경기에서 강민호를 빼기가 어려웠죠. 타선이 너무 부진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수비가 탄탄하다는 삼성이 1-2차전에서 불안한 수비를 보여준 것만 봐도 단기전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비로 중간중간 쉬었다지만, 절대 져서는 안 될 경기를 임하는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이 소모됩니다. 특히,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경기를 뛰고 있는 강민호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겁니다. 혹사 당했던 롯데 시절이야 20대 젊은 선수이지만, 이제 강민호도 마흔을 앞두고 있는 선수인걸요. 확실히 쉽지 않은 상황일 겁니다.
여기에 이재현이 2차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중간에 빠진 것도 삼성에게는 좋지 못한 점이죠. 이재현이 타격에서는 부진하다지만, 삼성 내야 수비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선수인데, 이재현의 몸상태가 어떠냐에 따라서 삼성의 3-4차전 수비에서도 큰 걱정거리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2차전 승리, 타자들보다는 투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1차전에 5득점, 2차전에 8득점을 뽑아 내며 오늘 KS 1-2차전을 잡은 건 야수들의 활약이 뒷받침 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김선빈이 지금 타선에서 가장 미친 타격감을 뽐내고 있고, 최형우는 오늘 4타석에서 나온 타구가 모두 정타였습니다. 나성범도 부진하다지만, 오늘 2안타를 치면서 그래도 밥값은 했고요. 그리고 가장 깜짝 활약인 선수가 김태군이죠. 1차전에서도 달아 나는 2루타를 치는 등 맹활약을 펼치더니, 2차전에서도 3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치고, 마지막 타석에서도 딱 필요한 점수를 올리는 희생타까지 만들어 내는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 소크라테스도 우려했던 것과 달리 1-2차전에서 날카로운 타격감을 자랑했고요. 김도영도 역시 김도영입니다. 공 느린 좌완 투수(사실, 오늘 이승민은 공 느린 좌완 투수와는 달랐지만요) 상대로 가장 좋은 타격을 하는 선수 답게 2회에 KS 1호 홈런을 날리면서 존재감을 알렸고, 세 번째 타석에서도 굉장히 잘 맞은 직선타구를 날렸죠.
하지만 타자들에게 실망스러운 점은 1회에 5득점을 뽑은 이후에 나머지 이닝에서 3득점을 뽑아낸 것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당했던 것은 아니고, 꾸준히 출루는 했으니 타격감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요. 다만, 1차전 이기고, 2차전 1회부터 많은 득점을 뽑다 보니 선수들의 집중력이 조금 흔들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정규시즌도 아니고 KS면 어떻게든 1득점을 더 내며 달아날 생각을 해야죠.
1회 5득점 이후에 나머지 7이닝에서 3득점에 그쳤지만, 경기를 잡아낸 것은 3실점 밖에 하지 않은 투수진에 있고, 양현종도 잘 던졌지만, 불펜의 질과 양에서 삼성 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KIA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투수를 교체했는데 그게 전부 성공했어요. 1차전에서도 전상현이 위기를 잘 막았고, 2차전에서도 양현종이 흔들리자 이준영이 쓰리볼에 몰렸음에도 김지찬 상대로 슬라이더 2개를 존에 잘 넣으면서 1차 위기를 넘겼고, 월요일에는 부진했지만(볼넷 1개 준 게 전부이지만) 푹 쉰 장현식이 올라오자마자 150km/h에 육박하는 구위를 앞세워, KIA 킬러 김헌곤을 2루 땅볼로 잡아 내 위기를 넘겼죠.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단기전에서는 구위 좋은 투수가 최고의 무기입니다. 오늘 김윤수만 보더라도 최형우에게 정확한 타이밍에 맞았고, 최형우도 홈런을 직감하는 세레모니를 소심하게(?) 펼쳤음에도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혔죠. 빠른 공의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KIA에는 푹 쉰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정해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불펜으로 나와서 강력한 공을 던져줄 수 있는 최지민, 김기훈, 김도현도 대기하고 있고요.
가장 큰 무기는 '왼손 스페셜리스트'가 많다는 점이죠. 오늘 김지찬을 막은 이준영의 투구도 있었고, 1차전 실책으로 비롯된 위기 상황에서 삼성에서 가장 감이 좋은 디아즈를 삼진으로 잡아낸 곽도규의 투구가 그렇습니다. 여기에 아직 쓰지 않은 김대유, 최지민도 언제든 좌타자 상대로 원포인트로 쪼개 쓸 수 있는 선수고요. 특히, 좌투수에 약한 디아즈 타석에서는 위기 상황에 몰릴 때는 좌투수를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1순위는 곽도규이지만, 선발이 무너진다면(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이준영, 김대유, 최지민, 김기훈 순으로 좌투수를 투입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9회 막판에 정해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2아웃 쉽게 잡고 흔들린 거라 괜찮습니다. 정해영도 하루 2경기 뛰는 데 지칠만 하죠. 실제로 첫 2아웃 잡은 건 빠른 공을 존에 그냥 윽박질러서 잡은 정해영 특유의 뜬공 아웃이었고, 구위가 조금 무뎌지자마자 정타가 나온 것이니까요. 다행히 박병호 컨디션이 좋지 못 해서, 9회에 더 이상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여튼, KIA의 가장 강점이라면 푹 쉰 투수진이고, 이걸 잘 활용해야죠. 1차전에서는 장현식이 나오지 않았고(월요일에 나오긴 했지만 ㅋㅋ) 2차전에서는 전상현을 아낀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입니다. 둘 다 하루 쉬고 3차전 등판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우리 투수들 많이 썼다고 하지만, 그건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재윤을 제외하면 삼성도 나올만한 투수가 다 나온 상황이에요. 가장 구위가 좋은 김윤수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나왔고요.
참고로 삼성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불펜투수는 왼손 이승현 같네요. 커브와 포심 조합이 KIA 타자들이 딱 못 칠 조합입니다. 소크라테스-최형우-나성범 좌타 라인에 찬스가 걸리면 앞으로도 이승현을 적극적으로 쓸 것 같네요. 라우어가 오늘 이승현처럼 커브를 떨어뜨리면 딱인데, 그런 모습이 꾸준히 나오지 않으니까 참 걱정입니다.
3차전 이후 변화를 주고 싶다면
시리즈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게 1루수 이우성의 기용과 1번 타자 박찬호 기용이었는데, 1차전에서 서건창이 치명적인 수비 미스를 두 차례나 연출한 바람에 1루수는 이우성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고(변우혁은 오늘 한가운데 공도 놓치는 걸 보면, 아직 큰 경기에서는 쓰기가 좀...) 이우성이 2차전에서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시즌 말미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였죠. 비록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이승민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1번 타자 박찬호는 3차전부터는 꼭 재고해야 합니다. 타구질도 형편 없고, 타석에서 얼어 있는 게 딱 보입니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지 못 하는 걸 보면 자신감도 좀 결여되어 있고요. 결정적으로 박찬호 대신 1번으로 쓸 대안이 많죠. 가장 적합하 선수는 김도영인데, 이범호 감독이 김도영을 3번으로 고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KS 한정으로는 김선빈을 1번으로 쓰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 가장 감이 좋은 선수이기도 하고, 컨택이 워낙 좋아서 투수들 투구 수 빼는 데도 딱인 선수죠.
1번 김선빈, 2번 소크라테스, 3번 김도영, 4번 최형우, 5번 나성범, 6번 이우성, 7번 최원준, 8번 김태군, 9번 박찬호로 구성하면 조금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범호 감독은 이미 2승을 거둬서 쉽사리 변화를 줄 것 같진 않네요. 그냥 라팍에서 강했던 박찬호(라팍 OPS .904)가 흥(?)을 빨리 찾는 게 가장 현실적인 기도 메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3, 4차전을 홈런이 많이 나오는 라팍에서 치르고, 삼성에서 김영웅, 박병호는 라팍 홈런에 최적화된 스윙을 하는 선수들(두 선수의 홈/원정 OPS 차이가 정말 큽니다. 박병호 홈 .932/원정 .632, 김영웅 홈 .903./원정 .712), 여기에 디아즈도 감이 굉장히 좋아 보여서 라팍에서 치러지는 3, 4차전은 박병호, 김영웅, 디아즈의 한 방을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홈런 2-3개는 맞는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봐야 할 것 같아요.
결국, 라팍에서 삼성 상대로 승리하는 방법은 KIA도 똑같이 치는 것 말곤 없어 보입니다. 물론 1년에 72경기를 치르는 삼성 야수들과 달리 KIA 야수들은 라팍에서 8경기 밖에 하지 않았으니 구장 적응력에서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박찬호도 홈런 치고, 김태군도 홈런 2개 치고, 최원준도 홈런 친 라팍에서 홈런 싸움을 같이 맞붙어서 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럴만한 힘을 갖춘 타자들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최형우, 김도영, 소크라테스 등 홈런을 쳐줘야 할 선수들의 감이 좋은 게 긍정적인 부분이고, 레예스의 주무기가 역시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이니까 소크라테스, 최형우, 나성범 같은 좌타 거포들이 한 두 방씩 쳐주면 3차전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차전은 또 다시 원태인이 등판하기 때문에 3차전까지 잡아야 KS 우승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있을 것 같네요. 제발 라우어가 3차전에서 주사위 6이 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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