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5이닝에 그쳤지만, 스타우트가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잘 막았고, 팀 타격이 1회 3점, 2회 2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게임 분위기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회 이후, 게임은 그야말로 '루-즈'하게 진행됐어요. 특히, KIA 선수들은 경기 중반부에 삼성이 졌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아주 빠른 카운트에서 공격을 했고, 대부분 결과는 좋지 못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5회 이전에 대량 득점을 뽑아내며,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했는데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어요.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정해영이 모두 나와서 던졌는데 다들 공에 힘이 있고 좋았습니다. 곽도규의 실점은 그냥 최원준의 수비 미스고요.
에릭 스타우트, 위력적인 피칭
오늘 스타우트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을 가졌습니다. 포심 평균 구속은 145.6km/h, 최고 구속은 150km/h을 상회했고, 포심이 확실히 위력적입니다. 스몰샘플이지만, 지금까지 포심 피안타율이 .118에 불과합니다. 좌완이 150km/h을 던지는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포심 커맨드가 좋습니다.
2경기에서 포심 89개를 던졌는데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 낮게 포심이 잘 꽂히는 걸 알 수 있죠.(지금보니 스탯티즈 그림이 좀 이상하네요. 그림만 보면 타자 시점 같은데, 실제 투구 위치를 보면(마우스 포인터 갖다 대면 누구한테 던진 공인지 뜹니다.) 투수 시점입니다.) 왼손 투수가 우타자 몸쪽으로 포심 붙이면 쉽게 공략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포심만 지금처럼 우타자 몸쪽 낮게 때려 박아도 쉽게 공략할 공은 아닙니다.
그리고 왼손 투수 상대로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는데, 오늘 김혜성만 혼자 이 슬라이더를 모조리 공략했고(다만, 세 번째 안타는 빗맞은 안타) 왼손 투수들이 이 슬라이더 공략에 어려워하는게 보이더라고요. 키움에서 가장 뛰어나고,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보이는 국내 타자인 송성문이 이 슬라이더에 고전하며 삼진을 두 개나 당했습니다. 최주환도 5회 찬스에서 한가운데 들어오는 슬라이더도 컨택하지 못 하고(무조건 포심이라고 생각한 듯) 삼진으로 물러 났고요.
다만, 이 친구도 우타자 잡는 결정구가 없네요. 구종별 구사율을 살펴보면 포심 45.4%, 커터 17.9%, 슬라이더 24.5%, 체인지업 12.2% 비율로 구사를 하는데, 우타자를 잡아내야 할 체인지업이 구속 차도 크지 않고 제구도 별로입니다. 첫 경기에서 박병호에게 홈런 허용한 구종이 체인지업이기도 했고요.(다만, 이 타구는 라팍 아니었으면 플라이로 잡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결국, 우타자 상대로도 커터,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다 보니 투구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경기 라우어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볼배합은 스타우트가 했는데, 달라진 점은 포심 구사율이 12%p 증가했고, 체인지업 구사율이 14%p 감소했습니다. 선수 자신도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고 해석할 수 있죠. 그리고 차라리 우타자 상대로 몸쪽 포심을 결정구로 쓰는 게 나아보이고요.
오늘 잘 던지긴 했는데 키움 타선이 아무래도 다른 팀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져서 다른 팀 상대로도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KBO 타자들이 공략을 어려워하는 '150km/h 던지는 좌완'이라는 점과, 알드레드보다 슬라이더의 움직임은 덜 하지만, 알드레드보다 공도 빠르고 제구력도 괜찮아 보입니다.
알드레드, 라우어, 스타우트까지 비슷비슷한 좌완 외국인 투수만 영입하는 KIA 외국인 스카우트팀의 성향이 좀 변태적이긴 한데, 그래도 남은 경기 오늘처럼 포심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선발 부족해서 정규시즌 1위 놓칠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 승리로 매직넘버를 7로 줄였고, 13경기 남은 현재 2위와 경기 차이가 7경기입니다. 육절못도 아니고 칠절못 상황이에요. 단순하게 생각해서 KIA가 5연패를 하지 않는 이상, 정규시즌 1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어제는 생일이라서 들떴을 뿐
어제 별로 좋지 않았던 소크라테스가 오늘 경기 타선에서 혼자 다 했죠. 1회에 2루타를 치면서 선취점을 올려줬고, 2회에는 오랜만에 홈런까지 치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 짓는 활약을 해줬습니다.
이 시점에서 역시 팬들 사이에 가장 큰 화두는 '소크라테스의 재계약' 여부일 것 같은데. 여전히 팀에 필요한 건 오스틴이나 데이비슨 같은 우타 1루수라고 생각합니다. KIA 외국인 타자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오스틴이나 데이비슨이었으면 팀 밸런스 적으로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오스틴, 데이비슨의 수비력을 잘 모르지만, 이우성이 1루수로서 수비가 좋지 못하고, 이우성 본인도 자기 포지션이 아닌 1루수로 뛰면서 타격 스탯이 작년보다 조금 나빠졌습니다.(작년 WRC+ 120.1, 올해 108.2)
그리고 전 KIA 외야수는 충분히 국내 선수로 꾸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최형우가 은퇴하면 나성범이 자연스럽게 지명타자로 빠지면서 외야 한 자리가 비는데, 그때 외야수 외국인 타자를 생각해도 되고. 설령 외국인 타자를 안 쓴다 해도 좌익수 이창진, 중견수 최원준, 우익수 이우성. 백업 박정우로 구성하면 리그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기대할 수는 있죠.(그런데 막상 적어보니 되게 약해보이네요 ㅋㅋ)
반면, KIA 1루수는 WAR 순위가 8위에 불과하고, OPS 6위, WRC+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외야수 WRC+는 113.7을 기록하며 리그 1위고요.(내야수 WRC+도 120.3을 기록하며 리그 1위) 여기에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우타자가 김도영 밖에 없다는 점(아무리 생각해도 이우성은 생긴 것만 장타자입니다. 홈런 커리어 하이가 8개)도 아쉽습니다. 좌타자는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까지 3명인데, 우타자가 김도영 한 명이라 뭔가 좀 아쉽죠.
하지만 돈 걸라면 소크라테스 재계약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돈을 걸 수밖에 없죠. 가장 큰 이유는 소크라테스가 올해는 좌투에 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우투수 상대로 더 잘 치는 건 맞는데(우투 상대 OPS .884), 좌투수 상대로도 OPS .840을 치고 있습니다. 첫 해에는 좌투 OPS .600, 두 번째 해는 좌투 OPS .734 였는데,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죠.
여기에 제가 좌타자에 홈런 타자가 몰려 있다고 적었지만, 최형우가 내년에도 지금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봐야죠. 실제로 후반기 최형우의 장타율(.463)이 전반기(.519)에 비하면 떨어지긴 했습니다. 지금 OPS도 이제는 나성범이 최형우보다 더 높죠. 이게 당연한 겁니다. 최형우는 이미 마흔을 넘긴 선수이니까요. 냉정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내년에는 최형우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전력을 구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1루수 자리에 장타자가 없는 것도 또 아닙니다. 변우혁을 키우는 방법도 생각해낼 수 있어요. 변우혁은 아직 터지지 않은 유망주지만, 좌투 상대로 작년에 OPS .966(54타수 18안타 3홈런), 올해 OPS 1.129(64타수 25안타 4홈런)를 치며 좌투가 나오면 선발로 써도 무방할 스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우혁이 못 하고 있는 건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달아나는 변화구 공략 뿐이죠. 여차하면 우투 상대로는 김석환을 올려 써서 플래툰 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황대인이 KT 문상철처럼 뒤늦게 포텐을 터뜨릴 수도 있고
그래서 작년하고 제 입장은 비슷합니다. 작년에 저는 소크라테스를 재계약 해도 이해, 하지 않아도 이해한다는 스탠스였거든요. 다만, 작년에는 재계약 반대 생각이 50%를 넘겼다면, 올해는 재계약 반대 생각이 50% 미만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우성은 내년에는 1루수가 아니라 원래 자기 포지션인 외야수로 돌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우혁이 못 미더우면 서건창 1루수 연습 열심히 시키는 방법도 있고요.(다만, 서건창 1루수 주전은 임시방편이어야 하죠. 파워포지션에 키 작은 똑딱이를 쓰는 건 좀...)
3회부터 경기가 너무 느슨하게 끝나서 더 쓸 말이 없네요. 선수 단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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