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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KIA : 키움 - 포수 공백 1년 만에 없앤 역사적인 팀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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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황동하가 키움 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는 동안, KIA 타선이 4회까지는 선두타자 박찬호의 홈런 말고는 1점으로 끌려 갔지만, 5회에 키움 수비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2득점. 6회 한준수의 홈런이 나오며 사실상 경기가 끝나 버렸습니다. 한준수는 7회에도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날렸고요.

 

 

포수 문제, 이렇게 빨리 해결한다고?

 

KIA 타이거즈, 아니 해태 시절까지 해서 타이거즈라는 팀은 '포수' 포지션이 가장 취약했습니다. 아래는 해태+KIA 포수 포지션의 역대 WAR 입니다.

1. 장채근 - 14.24

2. 김상훈 - 12.73

3. 김무종 - 9.14

4. 정회열 - 7.55

5. 차일목 - 7.01

6. 박동원 - 4.00 (한 시즌 뜀-_-)

7. 유승안 - 3.87

8. 김민식 - 3.66

9. 한승택 - 3.18

 

해태 시절 장채근만 괜찮은 포수였고, 타이거즈팬들에게 지금도 욕 먹는 김상훈이 역사상 두 번째로 뛰어난 포수였습니다. 우리 팀 포수가 리그 최고의 포수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리그 평균 이상의 포수도 박동원, 장채근, 김상훈 딱 3명 정도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전임 단장이 포수 보강을 1순위로 생각했고, 인간계 포수 중 최고 수준인 박동원을 현금과 김태진, 그리고 지명권까지 넘겨주면서 겨우 영입했죠. 그리고 박동원의 활약으로 드디어 타이거즈 역사에서 '포수 잔혹사'를 끊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장정석 단장이 뽀찌를 요구하면서 박동원이 떠나 버렸죠. 그리고 이거 막겠다고 또 2라운드 지명권 팔아서 올 시즌 끝나면 방출이 유력한 (차라리 포지션 전환을 꾀하는 게 나을 듯) 주효상을 데리고 옵니다.

 

KIA는 정말 망한 것 같았어요. 나름 괜찮게 썼던 김민식마저 SSG로 넘겨 버린 상황이었기에 쓸만한 포수가 한승택 뿐이었죠. 한승택은 통산 OPS가 .597에 불과한 타자입니다. 김민식과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죠. 게다가 둘 다 포수 수비가 딱히 엄청 좋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ABS가 도입되기 이전에 프레이밍 때문에 둘 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고, 블로킹 정도만 쓸만한 정도였죠.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김태군을 영입하기 전까지 지난해 제가 피를 토해가면서(진짜 토한 건 아님) '포수의 저주'라는 글을 쓴적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KIA 포수 자리는 암흑, 그 자체였습니다.

 

이 망해가는 포수 자리 때문에 홍건희 팔아서 영입한 류지혁을 다시 삼성에 팔아서 겨우겨우 김태군을 영입했습니다. 김태군도 사실, 공격력 좋은 포수는 아니죠. 연차가 쌓이면서 그래도 공격력이 좋아지긴 했지만, 장타 능력이 떨어지고 다리가 느려서 병살이 너무 많은 포수입니다. 그나마 수비는 평균 수준은 하니까 다행인 거죠.

 

 

이러니 박동원을 놓친 게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KIA는 단 1년 만에 한준수라는 공격력이 좋은 25살 포수를 키워냈습니다. 이로써 박동원이 떠난 아쉬움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게 되었죠. 박동원이 있었다면, 한준수에게는 이렇게 기회가 가진 않았을테니 말이죠.

 

현재 한준수의 통산 성적은 .298 / .341 / .444 / .785 입니다. 짧게 한 시즌 뛰었던 박동원의 타이거즈 시절 OPS(.773)보다 더 좋습니다. 타석 수는 한준수가 403타석, 박동원이 407타석으로 동일하고요. 박동원이 사라지면서 엄청난 구멍이 될 뻔 했던 포수 자리가 정말 매우 빠르게 보강이 되었습니다.

 

변변찮은 포수가 없었던 타이거즈 역사에서 이건 정말 대단한 사건입니다. 심지어 한준수가 1차 지명 출신이라고 해도, 당시 연고 내에 좋은 자원이 없었다는 평이 대세였어요. 아마, 지금처럼 전면드래프트였다면, 1라운드에 뽑힐 선수는 아니었고, 3라운드까지 밀렸을 수도 있었던 선수일겁니다. 타격은 좋지만, 수비는 약점이 많다는 평이 많았으니까요.

 

물론, 여전히 한준수가 수비 좋은 포수라고 할 순 없습니다. 주자 견제 능력은 여전히 아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김태군과 번갈아 나와서 그런지, 수비에서 큰 약점을 보이지 않고 있고, 올 시즌 .312 / .353 / .471 / .824를 치고 있으며, WRC+ 109.7을 기록하고 있어요. 아래는 규정이닝 70% 이상 소화한 포수들의 WRC+ 순위입니다.

 

1. 양의지 - 121.3

2. 박동원 - 118.2

3. 강민호 - 114.9

4. 한준수 - 109.7

5. 장성우 - 92.4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 강민호 다음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위 명단에서 20대 선수는 한준수가 유일합니다. 강민호는 40세를 앞두고 있고, 양의지 역시 30대 후반, 박동원과 장성우 역시 30대 중반의 나이죠. 규정이닝 50% 이상 소화한 포수 중 20대 포수는 한준수를 포함해, 김기연(WRC+ 99.4), 김건희(WRC+ 90.9), 김형준(WRC+ 58.2) 넷 밖에 없고, 김기연은 한준수보다 나이가 2살 많고, 김형준은 한준수와 동갑입니다. 

 

이 어린 나이의 포수가 벌써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특히, 포수는 정말 키워내기 힘든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KIA가 한준수를 뽑고, 여기까지 성장시킨 것은 정말 '팜 시스템의 쾌거'라고 할 만 하죠.

 

자주 이야기하는 말인데 KIA는 선수를 못 키우는 팀이라는 오명은 이제 지울 때가 됐고, 야수에서 최원준, 박찬호, 한준수, 김도영. 투수에서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최지민, 황동하, 곽도규 등을 1군 자원으로 만들어 낸 것만 봐도 KIA는 선수 못 키우는 팀이 아니라 선수를 그 어떤 팀보다 잘 키우는 팀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롯데 저격은 아닌데 당장에 강민호라는 역사성 최고의 포수를 잃고 롯데가 고생한 기간 생각해보세요. 좋은 포수를 얻기 위해 좌완 파이어볼러를 주기도 하고(전병두 <-> 이성우 트레이드). MLB 무대를 정복한 왼손투수를 외면하고 포수를 뽑기도 합니다.(류현진과 이재원, 물론, 이재원도 잘 하긴 했지만요.) 그만큼 좋은 포수를 얻는 것. 공수를 모두 겸비한 포수를 얻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한준수가 아직 풀시즌 검증된 선수라고 할 순 없습니다. 지금의 호성적은 분명히 김태군과 이닝을 분담하여 나오기 때문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러면서 풀 시즌 뛸 체력을 기르고 경험도 쌓고 수비력도 점차 발전시키는 거죠. 내년부터 한준수가 주전 마스크를 쓸 시간을 점점 늘릴 것 같은데. 이리 되면 KIA는 10년 이상 주전 포수 걱정 없이 선수를 구성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습니다.

 

김태군도 한준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적어도 한승택, 주효상, 김민식처럼 어느 팀에 가도 백업 포수 역할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포수들에 비하면 훨씬 낫죠. 그리고 김태군 공격력이 통산으로 따지면 별로이긴 한대 올해 WRC+ 85.9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올 시즌 리그 포수들의 평균 WRC+가 84.7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티나는 공격력은 아니어도 부족한 공격력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황동하가 김도현보다 나은 점

 

지난 삼성전, 중요한 경기라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황동하는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을 했는데(사실, 그럴법도 합니다. 조금만 잘 맞아도 홈런이 나와버리니...) 오늘은 5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했습니다.

 

일단, 오늘 키움 타선이 아무래도 다른 팀들에 비하면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어서 그런지, 오늘 KIA 투수들 전반적으로 공을 굉장히 자신있게 존에 집어 넣었어요. 그 결과가 14개의 탈삼진이고요. 오늘 황동하도 자신있게 공을 뿌리면서 포심 평균구속이 142.1km/h를 기록하며, 6월 16일 경기(143.7km/h) 이후 가장 빠른 구속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커브'였죠. 오늘 중요한 때마다 커브를 결정구로 던졌는데, 이게 대부분 주요하게 들어갔습니다. 우천 딜레이가 무려 73분이나 됐음에도 김검희를 삼진 잡은 구종이 커브였고. 2회에도 고영우를 커브로 삼진 잡았으며, 2사 2루 상황에서 김병휘를 3루수 땅볼로 잡은 구종도 커브였습니다.

 

오늘 경기 황동하의 가장 큰 위기는 5회에 찾아 왔는데 선두 타자 김재현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박주홍에게 코스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죠. 심지어 키움의 상위 타순으로 연결되는 상황. 첫 타자 장재영을 역시 커브로 삼진을 잡아 냅니다. 그리고 황동하에게 강한 이주형은 슬라이더로 잡았고요.

 

다만, 5회에는 운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이주형에게 던진 슬라이더는 가운데 몰리는 실투였어요. 이주형이 조금만 더 정확한 배팅을 했다면, 큰 타구를 허용했을 겁니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인 송성문을 2루수 땅볼로 잡은 타구도 굉장히 잘 맞은 타구였죠. 이주형과 송성문을 상대할 때는 운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황동하도 오늘 경기로 많은 걸 배웠으면 좋겠어요. 어찌됐든 이주형과 송성문을 상대로 적극적인 승부를 하니 운이든 뭐든 아웃이라는 결과가 나오니까요. 지난 삼성 전에서는 이게 안 됐죠. 그야말로 완전히 쫄아 있었으니까요.

 

황동하가 선발 투수로 우수한 점은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모두 존에 던질 줄 안다는 점입니다. 평균 구속이 아쉽긴 해도, KBO에서는 충분히 4-5선발 역할은 해줄 수 있는 구속이고요. 다만, 이 구속 때문에 3선발 이상의 실링은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죠. 그래도 포심 피OPS가 작년 1.101에서 올해 .853으로 상당히 좋은 수치를 보여준 점은 고무적입니다.

 

지금처럼 빠른 공은 카운트 잡는 용도로 정교한 커맨드로 투구하고, 결정구로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다양하게 섞어 던지면 QS를 기대하는 투수로 성장도 기대할 수 있고요.

 

그리고 이게 바로 김도현과의 차이죠. 김도현은 150km/h을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실링 자체는 더 높고, 김도현 역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던질 줄 알지만, 황동하와의 차이가 변화구의 커맨드에 있습니다. 김도현은 몰리는 변화구가 많고, 빠른 공도 날리는 공이 많아요. 

 

하지만 황동하나 김도현이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발자원들인데 여기까지 만들어 내고 성장시킨 것만으로도 대단하죠. 김도현은 한화에 있을 땐 140km/h 초반의 평균 구속에 불과했고, 황동하는 야구 명문고도 아니고, 창단한 지 11년 밖에 되지 않은 인상고등학교 야구부 출신입니다.(프로 진출 선수도 나무위키 등재 기준 3명 뿐입니다.) 당연히 픽 순위도 2차 7라운드에 불과했고요. 이런 선수가 여기까지 성장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적에 가깝죠.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만 보더라도 팀 뎁스가 두터워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최하위 팀이라고 해도 타선에 김도영, 나성범이 빠져 있었는데 무려 14점을 뽑았으니까요. 그리고 KIA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죠. 아래는 올해 주전이 아닌 KIA 백업 선수들의 타격 성적입니다.

 

  • 서건창 - OPS .798 / WRC+ 118.8
  • 이창진 - OPS .736 / WRC+ 107.3
  • 변우혁 - OPS .809 / WRC+ 109.6
  • 홍종표 - OPS .751 / WRC+ 98.0
  • 박정우 - OPS .773 / WRC+ 95.8

 

주전 아닌 선수들 중 3명이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고, 2명도 리그 평균에 가까운 공격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수치에요. 이러니까 팀공격력이 압도적인 1위를 보이고 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창진이나 박정우는 외야가 약한 팀이면 진작에 피 토할 때까지 주전으로 뛸 수도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KIA 외야진이 많이 두터워졌죠.

 

현재까지 KIA 타이거즈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은 팀의 모습입니다. 백업 선수도 키워내면서 성적까지 잡는 것은 정말 흔치 않아요. 여기에 시즌 초 구상했던 선발 3명이 빠져 버렸는데(네일은 그래도 많이 던졌으니...) 황동하, 김도현. 여기에 아직 보여준 게 부족하지만 김기훈까지. 대체 선발로 쓸 수 있는 자원까지 키워냈어요. 이건 정말 역대급 성과라고 생각이 듭니다.

 

2024년 KIA 타이거즈에게 이제 남은 성과는 단 하나 뿐입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성적 끌어 올리며 골든글러브까지 한 걸음 더. 오랜만에 경기 후반 휴식까지
  • 최원준 -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마지막 타석 2루타로 예열
  • 소크라테스 - 최악의 생일
  • 최형우 - 파워는 줄었어도 정확도는 여전하다.
  • 나성범 - 스찌 개꿀
  • 김선빈 - 도무지 식지 않는 방망이
  • 이우성 - 내년에는 1루수 외국인 타자를 구해봐야 겠어요.
  • 박정우 - 백업인데 발 빠르고 어깨 강하고 3할도 침
  • 변우혁 -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고, 타구 운이 없었다.
  • 서건창 - 9번 타자가 OPS .798 치는 타선
  • 이준영 - 하이 패스트볼 적극적으로 쓰니 언터처블
  • 임기영 - 올 시즌 들어 가장 빠른 구속. 나아질 희망이 보인다.
  • 김대유 - 결정구 던질 때마다 가운데 몰림
  • 유지성 - 좌투수가 KIA 1군에서 뛰려면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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