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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KIA : 한화 - 이걸 동점으로 만들어? 이걸 놓쳐?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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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한화에는 와이스가 있었고, KIA에는 한승택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쩔어줬던 대전 예수

 

일단, 오늘 경기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오늘 와이즈 투구를 보면서 '그래,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의 투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더군요. 이 선수의 커리어를 보면 메이저리그 경력은 일천하고 대만 리그에서 뛰다가 부상을 당한 이후, 독립리그까지 흘러 간 선수인데 이런 선수마저 독립리그에서 뛰는 미국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솔직히 와이스가 오늘 같은 구위를 계속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오늘 공이 그야말로 쩔어 줬습니다.

 

 

KIA가 영입한 투수가 라우어(물론,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만)가 아니라 와이스였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행복할 정도로 오늘 와이스는 작년 페디가 연상될 정도로 어마어마 무시무시한 공을 던졌습니다. KIA가 7회까지 안타 하나 못 쳤는데 그게 이해가 될 정도였어요. KIA 타선이 어떤 타선인가요?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공격력이 좋은 타선인데, 괴물 투수가 던지면 안타 하나 치기 어려운 종목이라는 게 바로 야구라는 종목이라는 걸 오늘 아주 잘 알 수가 있었죠.

 

그런데 이런 경기도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 버리는 걸 보면서, 타선이 가진 힘이 역시 보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화에서 아쉬운 수비가 나온 것도 아니고 나성범의 홈런 이후, 한준수, 박정우 연속 안타로 만들어 진 2사 1, 2루 상황에서 박찬호가 친 3-유간 안타성 타구를 노시환이 잘 잡고 불안정한 자세에서 송구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걸 보고 오늘 지는 경기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기어코 동점으로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이 팀은 '이길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9회말 소크라테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김도영과 최형우가 아웃 되면서 3점 차이 2아웃. 아웃 카운트 하나면 끝나는 상황인데 나성범이 안타를 쳐서 2점 차이로 만들고, 홈런 타자가 아닌 김선빈이 2-1 카운트에서 "나는 마음만 먹으면 홈런도 칠 수 있는 타자야"라는 걸 보여주듯이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주현상의 빠른 공을 망설임 없는 스윙으로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는 걸 보면서, 이게 바로 타선의 클래스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현상이 만만한 투수도 아니고, 올 시즌 각 구단 마무리 투수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WHIP이 0.83에 불과하고, 피OPS가 .598에 불과한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를 상대로 동점이라니요. 정말 대단한 활약이죠. 그에 앞서 박상원도 8월에 단 1점도 주지 않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한 선수고요. 현재 페이스가 가장 좋은 불펜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여담으로, 재미있는 기록인데 올해 주현상은 볼넷 허용보다 홈런 허용이 더 많습니다.(볼넷 8개, 피홈런 9개) 쓸데 없는 볼질 안 하고 정교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동점 이후,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한화는 승리계투조를 전부 소모한 상황이었고, KIA는 불펜B조만 등판했지. 승리계투조는 한 명도 등판하지 않은 상황. 그리고 말 공격이라 한 점이면 끝나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KIA엔 한승택이 있었습니다.

 

 

승부조작급 플레이 보여준 한승택

 

장현식이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 150km/h을 상회하는 포심을 바탕으로 채은성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 세우는 장면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장진혁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존에서 떨어져야 하는데, 존 안으로 들어오면서 2루타가 됐죠. 상대적으로 장진혁이 잘 치기도 했습니다. 몸쪽으로 파고 드는 슬라이더라 치기 어려웠는데 잘 공략했고, 박정우 어깨가 좋음에도 빠른 주력으로 2루까지 진루했죠.

 

그래도 1사 2루 상황이었고, 한화에서도 수비 강화를 위해 김태연을 빼고 경험이 부족한 유로결이 타석에 들어서서 타자 주자만 확실하게 잡으면 무실점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2구째 슬라이더를 한승택이 제대로 블로킹 하지 못 하면서 2루 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켰습니다. 이때 아 꼬이는 구나 싶었습니다. 수비 강화를 위해 넣은 포수가 블로킹도 하나 제대로 못 하면 어떻게 써먹을까요.

 

아무튼, 처음 기대했던 대로 장현식은 유로결을 상대로 몸쪽 포심을 정확하게 집어 넣어서 헛스윙 삼진 아웃을 잡았고, 컨택만 되면 무조건 홈을 파고 들 생각만 하고 있던 장진혁이 3루와 홈 사이에서 걸렸죠.

 

한승택의 송구만 정확했다면 3루 주자까지 잡아내 더블 아웃으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승택의 송구가 약하게 들어가면서 원바운드가 되었고, 그 사이에 장진혁이 홈으로 파고 들면서(장진혁은 그냥 포수 송구만 보고 홈 파고 들 생각만 하고 있었죠.) 결정적인 실점이 됐습니다. 

 

송구를 정확하게 할 자신이 없었다면 페이크 송구 동작을 취하면서 주자의 움직임을 한 번 더 체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1점이면 경기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 드는 걸 막는 게 우선이지, 3루 주자를 잡는 건 보너스 플레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임해야 하니까요. 페이크 송구를 해서 주자가 홈으로 한 발 디딛으면, 그때 송구를 하지 않고 몰고 가면 되는데, 타자와 주자를 모두 잡으려다가 결정적인 미스를 범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블로킹도 못 하고, 판단력도 떨어지고, 타이트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송구 미스까지.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한승택의 모든 모습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박동원과 김태군 트레이드 이전까지 KIA가 왜 포수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 지 알 수 있죠. 장정석 단장이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포수 포지션 포강 문제였습니다. 이때 KIA 포수들이 한승택과 김민식이었고요. 둘 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포수의 기본인 수비가 약해요. 저는 예전부터 김민식과 한승택 중에서 한 명 남긴다면 김민식이라고 봤어요. 김민식은 어깨라도 좋고, 좌타자에 다리가 빠르다는 이점이라도 있지. 한승택은 수비력도 안 좋고, 타격은 그냥 식물 그 자체입니다.

 

둘 다 프레이밍 못 하는 건 똑같고, 블로킹도 도토리 키재기죠. 한승택의 주자 견제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한승택은 2군에서도 OPS .700도 못 치는 선수입니다. 한승택이 수비라도 좋았으면, 지명권 팔아서 박동원 영입하지도 않았고, 박동원 놓치니까 지명권 또 팔아서 주효상 영입하지도 않았고(이건 진짜 배임 수준임) 주효상 개판이니까 또 류지혁 팔아서 김태군 영입하면서 비로소 포수 수비의 안정을 가져왔죠. 여기에 한준수가 성장하면서 박동원을 어이없게 놓친 아쉬움도 지울 수 있었고요.

 

이 과정에서 장정석 단장이나 심재학 단장이나 김종국 감독에게 '한승택을 주전 포수로 써야겠다'는 선택지는 아예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한승택은 공수에서 너무나도 부족한 선수였고요. 전 솔직히 확장 엔트리에서 한승택이 올라 온 이유는 현재 2군에 있는 포수 중에 가장 경험이 많은 포수라는 점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한승택에게 경험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도 알 수 있고요.

 

극적인 승리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포수의 안이한 플레이 2개(블로킹 못 한 거야 애써 이해할 수 있지만, 3루 주자 걸렸는데 송구 그 따위로 한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 졌던 경기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해서 동점을 만들어놨는데 포수 한 명의 느슨한 플레이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눈앞에서 놓친 건 너무나도 어이가 없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첫 타석 잘 맞은 타구가 잡혔을 때부터 안 풀리는 날 예고함
  • 소크라테스 - 삼진 2개를 탓 하기엔 와이스의 스위퍼가 너무 사기
  • 김도영 - 상대가 너무 강했다.
  • 최형우 - 아무 것도 못 함
  • 나성범 - 오늘 이겼으면 MVP였을텐데...
  • 김선빈 - 천재 타자
  • 이우성 - 아무리 와이스 공이 좋았어도 변우혁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지경
  • 한준수 - 너라도 성장해서 참 다행이다.
  • 박정우 - 도루의 권위자 이대형 해설이 뛰면 안 된다고 했는데 혹시 안 들렸어?(안 들림)
  • 김도현 - 2회부터는 완전히 다른 투수로 탈바꿈
  • 김기훈 - 2아웃 잘 잡고 왜 그래? 
  • 김대유 - 진짜 억까 너무하네
  • 임기영 - 깔끔하게 막는 걸 보기 힘들다.
  • 김승현 - 로또 터지나?
  • 박준표 - 오랜만의 1군 등판, 아직은 판단 유보
  • 장현식 - 오래 쉬었더니 공은 확실히 힘이 있게 들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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