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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KIA : LG - 탄탄한 수비로 4연승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1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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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 오심과 행운

 

오늘 경기는 초반에 KIA 쪽에 '오심'까지 포함해서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1회부터 양현종 컨디션이 안 좋아서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범석을 병살타로 잡아내 위기 벗어나나 했는데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외국인 타자 오스틴이 3루 쪽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죠. 다행히 김도영이 오스틴의 타구를 잘 막아내서 1루에 안전하게 송구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 타구도 운이 따랐지만, 기이할 정도의 '운'은 1회말이 백미였죠. 1사 이후에 박찬호가 친 타구가 잘 맞긴 했지만, 유격수 정면이었는데 잔디밭과 그라운드의 경계에 타구가 맞아 크게 튀면서 안타가 됐습니다. 이어서 최형우가 사구로 걸어 나갔고, 투수 견제 실책과 폭투로 선취점을 뽑았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손주영이 던진 3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이우성의 방망이가 거의 다 돌았는데, 1루심이 노 스윙을 판정했습니다. 만약, 1루심이 정심을 했다면, KIA 득점 없이 이닝이 끝날 상황이었죠.

 

이어서 손주영의 견제 실책과 폭투로 선취점을 뽑고, 이우성이 친 타구는 완전히 빗맞아서 우측으로 날아 갔는데 이게 또 절묘하게 페어 지역으로 들어가면서 1타점 2루타가 됐습니다. KIA 입장에서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타구 운이 3개(오스틴의 정면 타구, 박찬호와 이우성의 안타) 여기에 오심까지 겹치면서 분위기를 잡았죠. 2회초 공격에서 1득점의 발판이 되어 준 박민과 이창진의 연속 안타도 코스가 좋은 안타였고요.

 

하지만, 오늘 양현종의 체인지업이 좀처럼 좋은 위치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포심도 LG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 해서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4:3 턱 밑까지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경기 잡으려면 양현종을 일찍 내리고 임기영을 투입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어찌어찌 5회까지 끌어 줬고, 팔꿈치의 뻐근함을 느낀 와중에도 5회까지 마무리해서 승리 투수 자격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양현종은 작년에도 6월 성적이 굉장히 안 좋았고 올해도 현재까지 6월 성적이 안 좋습니다. 지난해 6월에 피OPS가 .926이었고, 올해는 현재까지 6월 피OPS .804입니다. 작년보다 낫긴 한대, 그래도 나이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죠. 오늘 던지다가 뻐근함도 느꼈고, 최근 성적도 안 좋고 하니 일요일 등판은 한 차례 걸러줘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대체 선발로는 김도현, 임기영, 김건국 중에서 써도 되고요.

 

아무튼 팽팽하던 경기는 5회말에 승부가 갈렸는데, 1사 1, 2루 찬스에서 LG에서 좌완 손주영을 내리고 우완 이지강을 투입하자 이범호 감독은 김태군을 빼고 한준수를 기용했는데 한준수가 5구째 빠른 공을 공략해서 3루 쪽으로 매우 강한 타구를 날렸고, 이 타구를 문보경이 뒤로 흘리면서 추가점이 되었습니다. 실책으로 기록되긴 했지만, 잡았으면 호수비라고 해도 될 정도로 타구가 굉장히 빨랐죠. 이후에 박찬호가 끈질긴 승부 끝에 2타점 적시타를 쳤고, 최형우가 만루에서 결정적인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좋은 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아내다.

 

그러나 6회에 김도현이 7점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중한 피칭을 하는 바람에(가진 무기는 좋은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니)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만루 상황에서 신민재에게 던진 초구가 너무 많이 빠지자 KIA 벤치에서는 좌승사자 곽도규를 투입했죠. 이때 신민재의 3루 땅볼이 코스 좋은 안타가 될 뻔 했는데 김도영이 다이빙 캐치로 잘 잡아내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았던 게 컸고, 비록 문성주에게 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얼척없이 많이 빠지는 공은 없었고, 김현수를 상대로 5구째 투심을 ABS존 가장 바깥쪽 낮게 꽂아 넣으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때, 김현수가 적시타를 쳤다면 경기는 끝까지 몰랐을 거에요. 그런데 김도영의 수비와 곽도규의 좋은 피칭으로 경기 후반 변수를 없앴습니다.

 

비록 타석에서는 큰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그래도 1볼넷 1안타로 멀티 출루는 한) 4회 1사 2루에서 나온 이창진의 수비도 매우 좋았죠. 구본혁의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나 싶었는데 이창진이 열심히 달려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 이후에 박해민, 신민재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했으니, 이 아웃 카운트를 잡아 내지 못 했다면, 오늘 양현종은 5회까지 소화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만큼 컨디션도 안 좋고, LG 타자들의 선구안과 컨택이 너무 좋네요. 출루율 1위팀 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양팀 수비 차이가 컸죠. KIA 쪽에는 김태군이 홈 송구를 받지 못 하는 아쉬운 수비가 하나 나왔을 뿐(이것도 쉬운 수비는 아니었습니다.) 이외의 나머지 선수들은 좋은 수비를 보였습니다. 특히, 오늘 오랜만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민의 수비가 너무 좋았어요. 동작이 굼뜬 김선빈과 서건창이라면 제대로 처리해줬을까 싶은 경기 초반 병살타 2개를 만들어 냈고, 8회에 박해민이 친 2루 땅볼이 1회 박찬호의 타구처럼(물론, 타구 속도 차이는 매우 컸지만) 잔디와 그라운드의 경계에 맞아 바운드가 크게 튀었는데 얼굴 쪽으로 오는 타구를 순발력있게 잡아 내 2루에 송구해 아웃으로 잡아내는 모습은 서커스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젊은 내야수들의 성장이 반가운 올 시즌

 

아직 시즌 중반에 불과하지만, 올해 KIA의 행보가 긍정적인 점이, 좋은 성적을 올림과 동시에 젊은 야수들도 성장세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MVP 경쟁을 하고 있는 고졸 3년차 김도영의 모습은 두 말 할 나위 없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 준 포수 한준수가 김태군과 출장 경기를 배분하며 타석에서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한준수도 올 시즌이 사실상 풀타임 첫 해인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 보고 있으면 흐뭇합니다. 물론, 수비력은 아직 멀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지길 바래야겠죠. 김도영의 수비 에러도 경험 문제이지 가진 툴(빠른 발과 강한 어깨)을 생각하면, 연차가 쌓일수록 좋은 수비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단, 한준수는 경험이 쌓인다 해도 2루 송구 능력이 떨어져서 수비형 포수가 되긴 어렵다고 생각함)

 

김도영, 한준수의 성장만으로도 사실 배부르다고 할 수 있는데, KIA가 부족한 내야수 뎁스를 보강하기 위해 2020년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라운드와 2라운드 픽을 소모하며 지명한 '박민(1라운드)'과 '홍종표(2라운드)'의 성장세도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둘 다 스몰샘플이긴 해도 박민(20타석 소화)은 .350의 타율과 .850의 OPS를 기록하고 있고, 홍종표(62타석 소화)는 .291의 타율과 .779의 OPS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 다 1군 풀타임을 돌리면 OPS .700도 버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1군에서 먹은 타석 수가 아직 매우 적고, 둘 다 파워가 있는 유형은 아니니까요. 특히 아직도 두 명의 스윙을 보면 어설픈 면이 많이 노출됩니다. 오늘 박민만 해도 3안타를 치긴 했어도 변화구에 전혀 대응이 안 되더군요. 이들을 주전으로 키우려면 세금을 꽤 많이 납부해야할 겁니다. 박찬호가 겪었던 과정을 동일하게 겪어야 한다고 봐야죠.

 

하지만, 박민과 홍종표가 향후 KIA 미래 내야에서 레귤러 멤버가 될 것임은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둘 다 '수비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일단, 박민 같은 경우 1라운드에 픽한 이유부터 프로에서 당장 통할 수비 능력과 타격 잠재력이었고, 홍종표는 수비력보다는 빠른 발과 센스, 그리고 컨택 능력 때문에 2라운드에 지명했죠. 그리고 스카우트의 평가에 배신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군 무대에서 수비가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KBO에서는 레귤러 멤버가 될 수 있죠. 특히, 가장 수비 부담이 큰 센터 라인이라면 더욱 수비력이 가지는 의미가 큽니다. 

 

센터라인에서 수비가 안 되면 레귤러 멤버가 될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KIA에서 방출되고 롯데로 간 이정훈을 꼽을 수 있죠. 하지만 박민과 홍종표는 수비력이 뒷받침이 된 선수들이라서 '타석 경험치'만 먹이면 1군 주전멤버에서 핵심멤버까지 성장도 가능합니다. 그런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둘 다 WRC+ 100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1군 백업멤버로 타석 경험을 쌓다 보면 1군 투수들의 빠른 공과 변화구에 대응하는 시기가 올 겁니다. 그리고 그때 KIA는 10년 이상 든든하게 센터 라인을 지켜줄 수 있는 선수들을 건져낼 수 있는 거죠.

 

여기에 아직 안 깐 카드도 있죠. 시범경기와 2군 무대에서 홍종표와 박민은 가뿐히 씹어 내며 1군 무대에 누구보다 가까워 보였던 김도영의 동기 윤도현입니다. 운이 안 따라서 1군 올리려고 할 때마다 부상을 당하고 있는데, 윤도현 마저 부상을 떨치고 후반기에 얼굴을 비친다면, 그때는 적어도 5~6년 정도는 드래프트 상위 지명에서 '내야수'를 안 뽑아도 될 정도입니다. 물론 여기까진 지극히 행복회로를 돌린 관점이고요. 박민과 홍종표의 공격력이 경험을 쌓는다고 올라올 지, 아니면 발전이 없을 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윤도현도 1군 무대에서 소화한 경험치는 매우 적은 선수고요.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수비' 툴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입니다. 이들이 공격력을 성장시킬 수 있을 지는 순전히 자기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신인 드래프트는 '투수로 도배해야'

 

마지막으로 곧 있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 픽에 대해 팬들 사이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전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과감히 모든 픽을 '투수'로 도배해도 이해하렵니다. 야수진은 1군과 2군에 좋은 선수들을 제법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2군 무대에서는 더 보여줄 게 없는 변우혁, 김석환, 김민수, 박정우 같은 타격 능력 좋은 선수들이 있고, 1군 무대에서 자리 잡고 있는 박민, 홍종표 같은 젊은 선수들도 있죠. 

 

그런데 2군 투수들을 보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1군 무대에 통할 파이어볼러'가 매우 적습니다. 조대현은 시간이 더 필요해보이고, 김기훈은 아직도 좋은 모습을 못 보이고 있죠.(물론, 전 김기훈 아직 포기 못 했습니다. 제대하고 후반기에 던진 공은 아직도 포기 못 함) 유승철은 강속구도 잃어 버린 듯 하고. 박건우는 완전 망픽이 된 느낌이고. 이제 막 제대한 이승재 같은 투수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나 싶습니다. 그나마 파이어볼러 유망주는 한화에서 받아 온 김도현 정도인데, 김도현도 2000년생이라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죠.

 

다행스럽게 올해 드래프트는 역대급으로 '강속구를 던진 줄 아는 투수들'이 쏟아지는 한 해입니다. 현재 KIA 순서에 뽑을 수 있는 선수로 언급되는 자원이 김영우, 박정훈, 배찬승, 박준순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전 제구가 불안하다하지만 김영우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준순은 뽑더라도 박민, 홍종표, 윤도현 같은 내야 유망주들보다 더 나은 선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고교 때 모습이야 박준순이 박민, 홍종표, 윤도현보다 낫겠지만.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 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죠. 포지션 중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현재 KIA 1군에서 우완 파이어볼러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장현식, 전상현(사실, 구속으로 보면 파이어볼러와 거리가 좀 있지만), 정해영 말곤 없습니다. 정해영은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 했고, 장현식은 곧 FA. 전상현도 3시즌 뒤면 FA 자격을 취득합니다. 장현식은 몰라도 전상현은 지금 기량 유지하고 FA 풀리면 다른 팀에서 100% 영입 시도 합니다. 장현식도 투수가 부족한 KBO 상황 상 다른 팀으로 갈 수 있고요. 

 

지금 현재 KIA에 부족한 건 우완 파이어볼러입니다. 1군과 2군을 통틀어서 KIA만큼 우완 파이어볼러 숫자가 적은 팀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반대로 좌완은 너무 많...) 그래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투수 위주로 과감하게 많이 뽑았으면 좋겠네요. 당장에 고교 무대에서 150km/h 이상 던져 본 투수가 2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KIA가 다른 팀보다 더 많이 뽑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야수 자원 생각하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50km/h 넘게 던지는 투수가 13명이나 있는 두산 볼 때마다 너무 부럽네요. 그리고 이것 때문에라도 두산은 계속 상위권에 있을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단평

 

  • 김도영 - 최근엔 볼넷을 많이 골라내며, 출루율 4할 돌파.
  • 최형우 -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
  • 이우성 - 타격감이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1루 수비 안정적으로 잘 해 냄
  • 나성범 - 멀티 히트 쳤다지만, 모두 밀려 맞은 안타. 도대체 우측 라인드라이브는 언제쯤 치려나
  • 소크라테스 - 볼넷도 고르고 타구질도 좋고, 안타도 만들고, 우리가 알던 그 선수가 아니다.
  • 김태군 - 포구를 더 안정적으로
  • 김도현 - 지나치게 신중한 투구
  • 장현식 - 슬라이더 커맨드가 너무 좋음
  • 최지민 - 볼넷보단 안타가 낫다.
  • 임기영 - 점수 차이가 컸다지만 너무나도 깔끔하고 안정적인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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