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 어제와 같음
오늘 경기 사실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운이 좀 안 따랐습니다. KT 선발 한차현이 KIA 타선을 압도하지 못 했고, 볼넷과 안타 등으로 1회부터 실점을 했죠. 2회에 연속 볼넷 이후, 박찬호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1타점 추가, 서건창의 번트를 투수가 실책하면서 무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친 타구가 정말 잘 맞았는데, 유격수 정면으로 가면서 더블 아웃. 그렇게 무사 만루 무득점으로 끝났죠. 여기서 소크라테스의 타구가 빠졌으면 4:0 상황에서 계속된 찬스였고, 경기 쉽게 가져갔을텐데 요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면서 경기가 꼬였습니다.
이후에도 숱한 찬스를 잡았지만(11안타 6볼넷에 3득점;;) 찬스마다 병살이 나왔고,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는 등 운도 안 따랐습니다. KT도 잘 맞은 타구가 다 외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타구 운이 안 따랐죠. 오늘은 바빕신께서 투수들을 어여삐 여긴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자들이 찬스를 살리지 못 하면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압박감을 받습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투수라면 더욱 그럴텐데, 오늘 황동하는 '찬스 무산? 그게 뭐 대수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투구를 하더라고요. 황동하 투구에서 가장 좋은 점은 '스트라이크를 매우 적극적으로 존 안에 집어 넣는 다는 점' 입니다. 이런 투구 때문에 3회 2사 3루에서 로하스에게 적시타를 맞긴 했어도, 투수는 이런 자세가 필요하죠. 2사 이후에 로하스 상대로 어려운 피칭으로 걸려봐야 다음 타자가 강백호인데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게 맞습니다.
불펜투수들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매우 잘 해줬습니다. 장현식이 오재일에게, 최지민이 강백호에게(위협적인 타구는 아니었으나 투구 코스가 위험했음) 위험한 타구를 허용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아웃 카운트를 깔끔하게 잡았습니다. 투구 수도 장현식 6개, 최지민 2개로 매우 적었고요.
어제 극찬한 전상현은 오늘도 불펜에서 가장 고생했죠. 1.2이닝 동안 로하스에게 안타 하나 허용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완벽하게 막아 냈습니다. 5월에 흔들렸던 불펜투수들이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좋은 공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KIA 불펜투수들이 가진 공만 보면, 5월의 부진은 잠깐 흔들렸다고 봐야죠. 장현식, 최지민 둘 다 150km/h 포심을 던진 줄 아는 투수들이고, 둘 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라는 결정구도 있고, 곽도규도 풀타임 첫 해를 치르면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10일 휴식을 취한 뒤에는 완연히 제구력이 좋아진 모습이고요.(1군 복귀 이후 3이닝 0볼넷 3탈삼진)
매경기 성장하는 선발투수 황동하
오늘 경기 수훈 선수를 꼽자면 황동하를 꼽을 수 있습니다. 1회부터 로하스와 강백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인상적인 출발을 보여줬죠. 심지어 정타 허용도 매우 적었습니다. 5이닝 동안 안타 3개 맞았는데, 로하스에게 맞은 안타만 배럴 타구였고, 이호연의 2루타와 강현민의 단타, 안현민의 내야 안타는 모두 빗맞은 타구였죠.
황동하가 오늘 경기에서 호투한 배경에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슬라이더가 좋았는데 1회에 로하스, 강백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게 모두 슬라이더였고 고비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날카롭게 떨어뜨리고 있어요. 황동하의 슬라이더는 흡사, 크로우의 슬라이더와 비슷한 느낌으로 떨어집니다.
작년 기록과 비교하면 슬라이더의 피OPS가 .766에서 .699로 떨어졌습니다. 포심 피OPS도 작년 1.101에서 올해 .898로 낮아졌어요. 포심 커맨드가 좋아지고, 슬라이더 역시 좋은 위치에서 떨구면서 삼진율도 올라갔습니다. 9이닝 당 삼진이 작년 5.46에서 올해 6.38로 올랐어요. 가장 좋아진 기록은 볼넷 허용입니다. 지난해 9이닝 당 볼넷이 6.03개로 매우 많았는데 올해는 2.81개에 불과합니다.
그 결과 삼진과 볼넷 비율이 3.1대1일 정도로 좋습니다. 현재 리그에서 삼진 볼넷 비율이 3:1이 넘어가는 국내 선발투수는 신민혁(9:1), 엄상백(4.1:1), 류현진(3.3:1), 양현종(3.3:1) 황동하까지 리그에서 5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 위에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포진해 있지만. 풀타임 첫 해 선발투수치고는 매우 고무적인 수치죠. 이 선수의 지명 순번(2차 7번)을 생각하면 더더욱 대단한 결과입니다.
그 전에는 황동하가 선발이면, 오늘 경기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선발투수 이름에 '황동하'가 적히면, 믿음이 갈 정도입니다. 이 선수가 아직 어린 선수라는 점도 주목해야 하죠. 고졸 3년차에 이제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돌고 있습니다. 이의리의 부상으로 걱정이 컸는데, 적어도 황동하가 현재까지 이의리의 빈 자리를 아주 잘 매워주고 있어요.
여튼, 쿠에바스와 벤자민이 선발이었던 KT와의 맞대결이었고 우리 선발은 알드레드, 윤영철, 황동하라는 하위 선발 3명이었는데, KT 타선을 3경기 내내 1실점으로 막은 것은 선발투수들이 잘해준 덕분입니다. 단, 3명 다 투구 이닝이 5이닝에 그쳤는데, 투구 이닝만 1이닝 씩만 더 먹어줬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 욕심일까요?
크로우와 이의리의 이탈로 이제 멸망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알드레드가 KT전에서 잘 던져줬고, 윤영철이 회복했으며, 황동하가 기대하지 않은 호투를 연달아 펼치면서, KIA가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알드레드의 피칭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하고, 윤영철과 황동하는 둘 다 포심 위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또 언제든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기대해야겠죠.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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