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오늘도 팀 타선이 상대 선발을 일찌감치 공략하며 5연승을 달렸습니다. 5경기 연속 상대 선발을 조기 강판 시켰을 정도로 팀 타선 컨디션이 좋네요. 심지어 오늘 기대하지 않았던 왼손타자 2명이 오랜만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주인공은 소크라테스와 최원준입니다.
황동하도 정말 잘 던져줬죠. 비록 8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홈런 2개 빼고는 적시타는 허용하지 않았고, 이닝 당 한 개 이상의 볼넷을 주는 김사윤도 오늘 무려 3이닝 무사사구의 미친 투구를 보였습니다. 이런 경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아무튼, 황동하와 김사윤 두 명이서 단 하나의 사사구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KIA는 시즌 첫 무사사구 경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황동하, 이젠 레귤러 선발로 가는 길목에
지난 NC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낸 황동하가 그 자신감 덕분인지, NC 타선을 상대로 6이닝 2자책으로 2번째 승리를 거뒀습니다. 오늘 피칭에서 황동하의 장점이 아주 두드러졌는데, '공격적인 투구'였죠. 홈런을 맞고 안타를 맞아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존 안에 포심,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4가지의 구종을 골고루 던졌고, 그 결과 커리어 최다인 6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병살타도 2개나 유도해냈습니다.
병살타 상황을 복기해보면, 1회 김도영의 실책과 박건우의 안타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화/수요일 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친 데이비슨을 상대로 초구 커브를 던져 병살타를 유도했고, 2회 무사 1루 상황에서는 서호철을 상대로 1-1 카운트에서 우타자 상대로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코스인 몸쪽 낮게 포심 꽂아 넣어서 병살타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큰 위기 상황은 6회에 나왔는데, 10 대 2의 스코어로 여유가 있었다지만, 박건우와 데이비슨에게 연달아 초구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상황이 됐죠. 다만, 박건우의 안타는 빗맞은 안타여서 운이 좀 안 따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손아섭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빼지 않고 존에 포크볼을 넣어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한 숨 돌렸고, 서호철 상대로 슬라이더 실투가 들어갔는데, 굉장히 잘 맞은 타구가 김도영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위기를 넘겼죠. 적극적인 승부를 한 결과, 이렇게 운도 따르는 겁니다.
볼넷은 투수가 만들어내는 상황이지만, 타자가 친 타구는 투수가 컨트롤 하기 어렵습니다.(물론, 강한 구위와 제구력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만) 여튼, 존에 넣어서 인플레이가 되어야 운에 기대어 아웃이라도 만들 수 있죠. 황동하는 이 점에 있어서 본 받을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황동하의 평균 구속은 143.3km/h로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허접하기 그지 없지만, 규정이닝의 50% 이상을 소화한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는 제법 높은 순위입니다. 아래는 국내 선발투수의 포심 평균 구속입니다.
1. 문동주 148.9km/h
2. 곽빈 148.6km/h
3. 박세웅 144.6km/h
4. 최준호 144.4km/h
5. 최원태 144.2km/h
6. 김광현 143.9km/h
7. 손주영 143.7km/h
8. 원태인 143.7km/h (라팍 스피드건 죽을래?)
9. 원상현 143.6km/h
10. 황동하 143.3km/h
황동하가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는 평균 구속이 10번째로 좋습니다. 물론, 당연히 원투펀치 먹을 구속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황동하 포심 피OPS는 1.019나 됩니다. 오늘도 8개의 안타 중 5개가 포심 던지다가 맞은 안타고, 2개의 홈런 중 1개가 포심 던져서 맞은 홈런입니다. 포심 구종 가치도 -4.3에 불과해 공 느린 윤영철(-1.8)보다 안 좋습니다. 단지, KBO 수준에서는 황동하의 구속도 경쟁력이 있다고 해석해야겠죠.
그런데 커브, 포크, 슬라이더까지 존 근처로 던질 수 있어서 선발투수로서의 가치가 있는 거죠. 여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쫄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여기서 포심을 더 정교하게 커맨드해내면, 더 좋은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피홈런이 많은 건 포심 실투가 많은 탓도 있다고 생각하고, 김형준에게 맞은 홈런 역시 가운데 평범하게 들어가는 포심이었죠.
향후 황동하의 과제는 포심 커맨드에 있습니다. 이게 되면, 3선발 정도 활약은 기대할 수 있는 거고, 이게 안 되면 계속 5-6선발에서 왔다갔다 할 것 같네요. 아직 이의리와 동갑인 어린 선수이니, 더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부진했던 두 타자의 좋은 활약
오늘 경기 타선의 MVP는 소크라테스였습니다. 무려 5타수 5안타 2장타(홈런, 2루타)를 치는 대활약이었죠. 오늘 활약으로 WRC+도 95까지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NC 3연전에서 12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으로 확실히 좋아진 모습이고요. 오늘 안타 친 타구도 1개 빼고는 모두 굉장히 잘 맞은 정타였습니다.
여전히, 전 소크라테스는 약점이 많은 선수라서 교체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시즌 중 교체는 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인 타자 스카우트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해서 '이 선수는 KBO 오면 무조건 통한다'는 선수가 계약 의사를 보이면, 그때 소크라테스를 보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소크라테스가 삽질하고 있음에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지난 2년 활약 정도 해주면서 구멍만 안 내주면, 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찌됐든 뜬금포는 있는 선수이고, 120 정도의 WRC+는 기대할 수 있으니까.(외국인 타자한테 120 쳤다고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 우습지만.)
만약, 올해 소크라테스가 지난 2년처럼 WRC 120 정도 치고, 시즌 마무리 하고, KIA가 우승 트로피 들면 그 다음 해 외국인 타자가 설령 망해도, 웃으면서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KIA에 필요한 건 소크라테스 같은 좌상바가 아니라 왼손투수 상대로도 잘 쳐줄 수 있는 정확성 좋고 공 잘 고르는 우타자라고 생각하니까요. 포지션은 1루도 좋고, 코너 외야도 좋고 상관없을 듯 싶습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넓어서 외국인 타자 데리고 오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그동안 굉장히 부진했던 최원준이 오늘 드디어 첫 타석에 3루타를 치면서 부진을 탈출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총알 같은 타구로 2루수 글러브 스치는 내야안타까지 쳤습니다. 세 번째 타석 타구도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1루 직선타로 잡히긴 했어도 타이밍이 아주 좋았고, 발사각도 괜찮았죠. 그동안 정확한 타이밍에 스윙이 나와도 개구린 타구만 양산했는데, 오늘 3개의 좋은 타구를 보내면서, 부진 탈출의 기미를 보여준 것도, 주말 3연전 대비하면서 맹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선이 전반적으로 다 괜찮은데, 지금 못 치는 타자는 최형우 한 명 뿐이네요. 최근 10경기에서 43타수 6안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번 3연전에서도 13타수 1안타 밖에 못 쳤고요. 최형우도 하루 빨리 타격감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원준, 소크라테스, 최형우까지 살아나면 정말 2017년 우승 타선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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