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나성범이 살아 났습니다. 어제 홈런을 비롯해서 지난 주와는 달리 타구를 앞으로 보냈고, 볼도 잘 골랐는데(사실, 볼은 그 전에도 잘 고름) 오늘은 2경기 연속 홈런에 불리한 카운트에서 정확한 컨택으로 2타점까지 추가로 올리면서 승리의 1등 공신이 됐습니다.
어제 제가 글을 남기면서, 오늘 경기 두산을 이기려면 5이닝 이전에 최원준을 상대로 5득점 이상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결국 들어 맞았고요. 반면, 6이닝 3실점 정도 기대했던 네일은 1회 홍종표의 아쉬운 수비와 5회 두산 타선의 집중력 + 80개 넘어가면서 떨어지는 스태미너의 약점을 다시 들어내면서 5이닝 3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5월에 팀타율 3할 3푼 이상 치고 있는 타선을 잘 막았죠.
하지만 7회, 김선빈의 아쉬운 수비(KIA 이 놈들은 아쉬운 수비가 안 나오는 경기가 없음)로 비롯된 위기 상황에서 또 1실점을 하면서, 쫄리는 상황이 됐는데, 7회말에 박찬호의 적시타 플러스 KIA전 대악마 조수행의 낯선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결정적인 2득점을 뽑았고, 8회에 5월 MVP를 노리는 최형우의 솔로 홈런까지 터지면서 쉽게 경기를 잡았습니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9회에 올라 온 정해영은 현재 두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들인 허경민, 강승호, 양의지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눈요기까지 제공하면서 완승을 했네요.
좌투수에 강한 좌타자들이 살아나다.
부상 복귀 하고 9경기 동안 최악의 모습만 보였던 나성범이 어제 4타수 1안타(1홈런), 오늘 5타수 3안타(1홈런)을 치면서 확실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3회 역전 투런 칠 때 '1-2'였고. 4회 2타점 적시타 칠 때도 '1-2' 카운트였습니다. 둘 다 변화구를 공략해서 만들어 낸 타구였고요. 확실히 집중력이 돋보였던 장면이었죠.
그리고 현재, 최형우의 성적이 심상치 않습니다. 5월에 타율 .474 / 출루율 .523 / 장타율 .816 을 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5월 전체 타자 중에 가장 높은 OPS(1.339)를 기록하고 있고, 2위 라모스(1.237)보다 훨씬 앞서 있는 성적이에요.
4월까지만 해도 올 시즌이 최형우의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5월에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면서, 어느새 타율 3할 이상에 OPS .900 이상을 찍고 있습니다. 4월까지 좌투수에 약한 모습을 보고, 이제 왼손투수가 나오면 빠져야 하지 않나 생각까지 들었는데, 1할대에 머물렀던 좌투 상대 타율을 .230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좌투 상대 OPS도 .600이 안 됐는데, 홈런 4개를 좌투수 상대로 치면서 좌투 상대 OPS를 .741까지 올렸고요.
최형우 스스로는 "난 왼손투수 공이 더 편하다"라고 했죠. 실제로 최형우는 왼손투수에도 강한 왼손타자입니다. 지난해는 심지어 좌투 상대 OPS가 .990으로 우투 상대 OPS(.848)보다 훨씬 높았어요. 최형우가 좌투 상대 OPS가 안 좋았던 때는 그냥 부진했던 시즌인 2000~2001 시즌 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최형우도 대단한 게, 38세 시즌인 2001년에 OPS .729, 39세 시즌인 2002년에 OPS .787 찍으며,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투고타저이자 40세였던 지난 시즌에 OPS .887, WRC+ 152.4를 찍었고, 올해도 현재까지 OPS .921에 WRC+ 150.7을 찍고 있습니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부진했던 2년을 털어내고 리그 평균타자보다 1.5배 더 뛰어난 타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냥 살아 있는 전설, 아니 레전드입니다.
그리고 나성범도 좌투 상대로 더 강했던 타자죠. 올해도 스몰 샘플이지만, 좌투 상대 OPS가 .833으로 우투(.675)보다 높고, 작년에는 좌투 상대 OPS 1.120, 우투 상대 OPS 1.091. 재작년에는 좌투 상대 OPS .933, 우투 상대 OPS .904 였습니다. 그냥 나성범은 왼손과 오른손 가리지 않고 잘 하는 타자입니다. 물론, 올해는 리그에 좌타자 잡는 좌투수가 많이 늘긴 했어도, 그래도 최형우가 살아나고, 나성범이 복귀하면서 올 시즌 현재까지 좌투만 만나면 바보됐던 타선이, 이제는 좌투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성적과 뎁쓰를 동시에 잡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오늘 KIA는 좌타에 약하고, 실제로 오늘 좌타자들이 공략한 두산 선발 최원준을 겨냥해 우타 이우성을 라인업에서 제외했습니다. 심지어 대타로도 기용을 안 하더군요. 어제 수비하다가 부상을 당한 김도영도 마찬가지로 휴식을 줬고요. 그럼에도 오늘 14안타 8득점을 뽑아냈습니다. 5월 두산 타선이 미쳐있어서 그렇지, KIA는 4월까지 리그 최고의 타선이었고, 페이스가 떨어진 5월에도 평균 이상은 쳤습니다. 그리고 나성범이 복귀하고 살아나면, 앞으로 더욱 치고 나갈 수 있고요.
이우성과 김도영이 빠졌음에도 많은 득점을 올린 건, 대신 들어 온 서건창과 홍종표가 좋은 활약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서건창은 비록 안타 1개 밖에 없었지만, 타구 질은 괜찮았고 홍조표가 타석에서 아주 쏠쏠하네요. 특히, 4회에 바깥쪽 변화구를 결대로 밀어쳐서 3루수 옆 2루타로 만들어내는 스킬은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홍종표의 장점이 경험 적은 선수 답지 않게 공을 잘 봅니다. 현재 타출갭이 1할 이상일 정도입니다.
한준수도 마찬가지죠. 비록 수비가 아직까지는 매우 성에 차지 않지만, 타석에서 공을 잘 보고, 타석에서 자신있게 스윙을 할 줄 압니다. 오늘 한준수도 안타는 없었지만, 2번째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3루 직선타로 잡혔고, 3번째 타석 타구도 잘 맞았는데, 좌익수 정면으로 갔죠. 그러나 오늘 한준수는 수비에서 너무 불안함을 노출해서 경기 후반에는 김태군을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네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어서 5월 중에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선발 로테이션의 2자리가 대체 선발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의리도 이번 주 복귀가 아니고 5월 말 복귀라니, 더 버텨야 하는 상황이죠. 여기에 4월까지 리그 최고였던 불펜진이 5월에는 리그 평균만도 못 하고요. 야수진 뎁쓰는 만족스러운데 투수진 뎁쓰가 매우 아쉽습니다.
그래도 곽도규, 최지민 같은 젊은 왼손투수를 건져낸 건 큰 소득이긴 한대, 우완 투수가 팀에 너무 부족하네요. 장현식은 승리계투조라고 보기엔 제구 불안 때문에 마냥 지켜보긴 어렵고, 전상현도 올해는 너무 흔들리고 있고요. 물론, 전 전상현은 곧 올라올 거라고 봅니다. 그동안의 실점은 운이 안 따른 측면도 있다고 보고요. 그래서 임기영이 작년의 컨디션으로 복귀하는게 중요한대, ABS 시스템에서 임기영 같은 체인지업 위주의 투수들이 고생을 하는 것 같아서, 우려가 되긴 하네요.
여튼, 나성범이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4월까지 아쉬웠던 KIA의 중심타선이 이제는 중량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홍종표, 박정우(아직 보여준 게 많지 않지만), 이창진, 서건창 같은 백업요원들도 기량이 나쁘지 않고요. 여기에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변우혁도 자리가 없을 정도이니...
야수진의 문제는 현재까지는 수비 조직력 말곤 없습니다. 내야 수비가 좀처럼 안정을 주지 못 하네요. 지난 번에도 적었지만, 올 시즌 내에 개선은 힘들어 보이고 그냥 본프레레식 야구로 돌파할 수밖에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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