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한화 불펜이 약해서 산체스를 6회 이전에 내리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오늘 산체스는 무려 7회를 던졌습니다. 사실, 애초에 힘든 경기라고 생각을 했던 게, 올해 한화 산체스의 좌우 스플릿 때문입니다. 산체스는 좌우 스플릿을 보면, 왼손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7푼 5리(.075 입니다.) 피OPS .203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안타율이 .203이 아니에요. 피OPS가 .203이에요. 그냥 왼손타자에게 산체스는 저승사자 그 자체입니다.
올시즌 처음 상대한 대전에서도 산체스 상대로 5이닝 동안 안타 4개 치고, 삼진 9개나 당했습니다. 그때 가장 바보됐던 선수가 최원준이었는데, 최원준이 그 전까지는 삼진을 안 당하다가 산체스한테만 삼진 3개를 당했고, 그 이후에 타격감도 망가졌죠. 솔직히, 오늘 최원준 9번으로 내는 거 보고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대신 낼 우타자가 없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최원준 대신 차라리 김호령을 쓰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김호령이 산체스의 공을 칠 거라는 기대는 안 해요. 그런데 최원준은 산체스만 만나면 바보가 되니까 다음 투수, 다음 경기까지 악영향을 미치죠.
대표적인 장면이 9회 2사에서 마지막 타석이었죠. 주현상이 존 안으로 빠른 공을 2개 우겨 넣었는데, 전부 타이밍이 늦어서 삼진을 당했습니다. 올해 최원준의 포심 컨택률은 무려 91.8%입니다. 그런 선수가 왼손도 아니고 오른손 투수가 잇달아 존에 포심을 던졌는데 두 번 연속 헛스윙을 했다는 건, 산체스 때문에 타격감이 완전히 흐뜨러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죠.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최원준의 포심 컨택률은 0% 입니다. 포심은 건드리지도 못했어요.
KIA는 왼손 투수에 얼마나 약한가
올해 KIA는 왼손투수 상대로 타율 .253을 기록해 리그 7위입니다. 꼴찌가 아니네? 라고 좋아할 수 있는데, KIA는 현재 .298의 팀타율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선입니다. 심지어 KIA 타선의 OPS는 .834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800 이상을 치고 있어요. 그런 타선이 좌투만 만나면 리그 중하위급으로 떨어지는 거죠. 선수로 비유하면 우투수를 상대하면 KIA 타선은 모두가 NC에서 중심타선을 치고 있는 박건우(OPS .898)가 되고, 좌투수를 상대하면 KIA 타선은 모두가 두산에서 하위타순을 치고 있는 박준영(OPS .729)이 됩니다.
좌투수를 상대로 가장 잘 치는 KIA 타자는 김도영인데, 상대팀들이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하면서 슬럼프에 빠지니 오늘 산체스 공략이 전혀 안 됐죠. 여기에 작년까지 왼손투수를 상대로 고타율을 보인 박찬호와 김선빈이 올해는 현재까지 왼손 투수 상대로 결과가 좋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건 표본 문제지, 전 어느 정도 표본이 쌓이면 박찬호와 김선빈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박찬호와 김선빈이 산체스 상대로 안타를 하나씩 치기도 했고요.(오늘 산체스는 안타 3개를 전부 우타자에게만 맞았습니다.)
KIA 좌타자들은 한준수를 제외하면 모두 왼손투수에게 약합니다. 아래는 KIA 왼손타자들의 왼손투수 상대 OPS 입니다.
한준수 .862
최원준 .699
소크라테스 .670
최형우 .596
서건창 .594
김선빈, 박찬호의 왼손투수 상대 OPS가 더 안 좋긴 한데 이들은 그래도 작년까지는 왼손투수 상대로 잘 쳤으니 기대라도 되죠.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커리어 내내 왼손투수 상대로 안 좋은 선수이고, 최원준, 최형우, 나성범은 왼손 상대로 약하지 않은 선수들인데, 올해 왼손타자 잘 잡는 외국인 왼손투수가 늘어난 영향인지, 왼손투수 상대로 너무 약합니다.
결국, 해법은 외국인 타자 교체 뿐이다.
지난 오프시즌 KIA 구단에서 내린 가장 최악의 결정은 '소크라테스 재계약'입니다. 당시에 저는 소크라테스 대신 우타 1루수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왜냐, KIA가 '소크라테스'를 영입한 이유는 '최원준'의 군입대를 대비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최원준이 복귀했는데 소크라테스를 계속 갈 이유는 없죠. 설령, 최원준이 2023년에 안 좋았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도 2군에서 출루율 .500 넘게 찍었고, 군대 가기 전 2년 연속으로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2020년 WRC+ 122, 2021년 110, 망했다던 작년에도 102 찍음)을 보인 선수가 갑자기 쉽게 망가질 리가 있을까요.
소크라테스를 재계약하면서 KIA는 3가지 약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 왼손투수 약점
2. 1루수 수비 약점
3. 우타 대타 약점
왼손투수 약점이야 손가락 아프게 타이핑을 쳤으니 더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소크라테스를 억지로 끌고 가면서, 이우성이 외야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전환했죠. 이때도 전 우려를 표했습니다. 포지션 전환이 딸깍 하고 쉽게 되는 거면 좋은 거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생각보다 이우성이 1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오늘도 이우성은 1루에서 아쉬운 수비를 노출했습니다. 이우성은 그냥 좌익수로 뛰는 게 수비 부담도 덜고 공격력도 살리는 상책입니다. 전문 1루수가 들어오면 내야 수비 불안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고요.
그리고 지금 KIA는 오른손 대타 요원이 없어요. 그래서 7회 2사 1루 찬스에서 김태군이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었죠. 그때 벤치에서 쓸 수 있는 야수는 최형우, 서건창, 한준수, 김호령 넷 뿐이었습니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1할도 안 되는 투수 상대로 최형우, 서건창, 한준수 내봐야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죠. 그렇다고 김호령 내자니, 김호령은 그냥 무늬만 타자고요. 그러니 김태군을 그대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겁니다.
이창진이 가장 좋은 우타 대타 요원인데 오늘처럼 왼손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어야 하니, 결정적인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오른손 대타가 단 1명도 없습니다. 서건창, 고종욱이 겹치니 결국 수비가 더 안 되는 고종욱이 엔트리에서 빠졌죠. 이 상황이 되니 황대인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것도 아쉽고, 변우혁을 아직도 수납하고 있는 것도 아쉽습니다. 변우혁이 작년에 좌투 상대로 OPS .966을 기록했는데 말이죠.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야기한 건 소크라테스 재계약입니다. 그 선택이 좌투 약점, 1루 수비 약점, 우타 대타 약점이라는 3중고를 가져온 거죠. 그럼 상대팀 외국인 타자들의 좌투 상대 성적을 알아볼까요?
NC 데이비슨 - 1.227 (우투 .812)
삼성 맥키넌 - 1.372 (우투 .861)
SSG 에레디아 - 1.005 (우투 .967)
LG 오스틴 - .982(우투 1.014)
두산 라모스 - .661(우투 .652) ※ 스위치 히터
키움 도슨 - .867(우투 .992) ※ 좌타
한화 페라자 - 1.261(우투 .942) ※ 스위치 히터
KT 로하스 - .905(우투 1.043) ※ 스위치 히터
롯데 레이예스 - .783(우투 .914) ※ 스위치 히터
오른손 타자들은 아무리 못 쳐도 왼손투수 상대로 최저 OPS .982 입니다. 데이비슨, 맥키넌, 에레디아 3명은 왼손투수 상대로 OPS 1.0 이상을 치고 있고요.
그런데 KIA 소크라테스는 왼손 투수 상대 OPS .670 치고 있습니다.(우투 상대 .836) 최형우도 왼손 상대로 안 좋고, 나성범도 1군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왼손타자이고, 최원준도 왼손에게 안 좋고, 서건창도 왼손에게 안 좋은데, 외국인 타자마저 좌상바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2번 연속 루징 시리즈에,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도 내준 상황에서 왼손투수 약점을 이대로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른 팀 외국인 우타자들은 좌투수 때려 잡고 있는 데, KIA만 현대 야구의 흐름을 거스를 이유가 없죠. 오늘 소크라테스가 산체스 상대로는 아무 것도 못 하고, 주현상 나오자마자 홈런으로 생명 연장 했는데, 아무리 우투수 상대로 잘 쳐도 바꾸는 게 맞습니다.
NC, 삼성의 상승세로 1위 자리도 이제 위태해졌는데, 변화를 주는 방법은 외국인 타자 교체 뿐이죠. 우타 외국인 타자, 전문 1루수를 영입하는 게 KIA의 분위기 반전을 가져오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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