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어제 경기 패배야 상대 1선발과 대체 선발 맞대결이니 지는 게 정배였지만(심지어 좌타 저승사자 산체스), 오늘 경기는 우리팀 1선발(현재까지 활약은 3선발이지만)과 상대팀 대체 선발 경기이니 잡았어야 할 경기였죠. 게다가 최지민, 전상현, 정해영 승리계투조 3명이 죄다 지난 주 일요일 경기 등판이 마지막이고 5일 동안 쉬고 있었으니 여차하면 불펜도 일찍 가동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내일 경기도 비 때문에 취소가 유력하지만, 내일 경기 하더라도 상관없죠. 월요일 휴식일이고 승리계투조 내일 던져도 2연투 밖에 안 되니...
예상대로 1회 5득점, 2회 4득점을 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다만, 처음 나온 투수가 이태양이 아니라 장민재 였으면 결과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긴 했습니다. 워낙에, KIA 타선이 장민재와 궁합이 잘 안 맞아서... 하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 같아요.
크로우, 피칭 디자인을 바꾸다.
지금까지 크로우는 7경기에 나왔습니다. 첫 경기만 보고 크로우의 장점은 '선발투수'에 최적화된 다양한 구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래는 올 시즌 크로우의 구종별 구사율입니다.
첫 4경기에서는 투심을 거의 안 던졌는데, 5번째 경기부터 투심의 비율을 부쩍 높였고, 포심 비율을 상대적으로 낮췄죠. 그리고 털렸던 LG전부터 슬라이더의 구사율을 엄청 높였고, 체인지업 구사율을 엄청 줄였습니다. 이건, 첫 5경기에서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높은 반면,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낮아서 변화를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는 크로우의 날짜&구종별 피안타율입니다.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3할을 넘긴 반면,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2할이 안 되죠. 특히, 4월 11일, 4월 17일, 4월 23일 경기에서 슬라이더는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슬라이더 구사율이 20% 정도 됐는데 말이죠.
그래서 4월 28일 LG와의 경기부터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는데, LG전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 했죠.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는 다시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활용해, 피안타율이 .100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슬라이더 각이 정말 좋더군요. 삼진 6개를 잡았는데, 직구 1개(채은성 타석 루킹), 체인지업 1개(1회 정은원 헛스윙), 슬라이더 4개(헛스윙)로 잡았을 정도로 슬라이더가 정말 날카롭게 떨어졌습니다.
KBO로 오기 전 2022년, 크로우의 구종별 구사율을 보면, 슬라이더 31.2%, 체인지업 28.1%, 투심 21.6%, 포심 16%, 커브 3% 였습니다. KBO 시절과 비교하면 체인지업의 비중이 줄었고, 슬라이더의 비중을 확 높였다고 봐야죠.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256에 불과했는데 KBO에서는 공인구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짧게 치는 좌타자들이 많아서인지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3할대까지 치솟았죠.
물론, 아직 많은 경기를 뛴 게 아니라서, 구종별 피안타율은 여기서 변화가 있을 수 있어 보이지만, 크로우의 포심 무브먼트는 평범한 편이고 포심 컨트롤도 별로이기 때문에 투심, 체인지업만 더 날카롭게 던질 줄 안다면, 현재의 좌타자 상대 약점(좌타 피안타율 .326, 우타 피안타율 .172)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크로우의 체인지업이 피안타율만 높을 뿐이지, 피장타율은 .345로 별로 높지 않아요. 게다가 체인지업의 컨택률도 70.9%로, 슬라이더 컨택률(68.9%)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좌타 상대 성적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죠.
김도영 슬럼프 탈출?
최근 몇 경기 김도영의 헛스윙이 너무 많았는데, 오늘은 그래도 어느 정도 변화구에 대응을 했습니다. 오늘도 한화 투수들은 김도영을 상대로 주구장창 변화구만 던졌죠. 첫 타석에 직구 1개, 변화구 3개. 두 번째 타석에서 변화구 2개. 세 번째 타석에서 투심 1개, 변화구 2개, 네 번째 타석에서 직구 1개, 변화구 4개. 김도영은 오늘 포심은 딱 2개 밖에 못 봤는데, 공교롭게도 포심 2개가 모두 안타(첫 타석 내야안타, 네 번째 타석 홈런)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러면 상대팀에서 더더욱 변화구만 던질 것 같네요.
그래도 두 번째 타석에서 커브 공략해서 유격수 쪽 날카로운 라인드라이브를 날렸고, 그 전보다는 컨택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네 번째 타석 홈런은 전형적인 김도영표 홈런이더라고요. 타이밍이 늦어 보이는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지금 김도영은 아직도 완성형이 아니라 성장 중입니다. 보통, 유망주는 1,000타석까지는 아무 것도 못 한다고 하는데(정답은 아닙니다만) 김도영은 현재까지 795타석 나왔습니다. 1,000타석 넘게 변화구 보다보면, 적응하겠죠. 타격은 '기술'이니까요.
또 다른 젊은 피, 한준수도 오늘 정말 좋았죠. 계속해서 정타를 때리며 무려 3안타 3타점을 올렸습니다. 한준수의 과제는 수비력 뿐입니다. 그리고 그 수비력도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처음부터 수비가 완성형인 선수는 없죠. 포수는 일단 많이 뛰면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ABS의 도입으로 프레이밍을 덜 신경 써도 되는 점도 한준수 같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에게는 유리한 지점이고요.(그런 것 치고는 너무 프레이밍 신경쓰는 것 같긴 하지만)
한준수는 본인 스스로 수비에서의 약점을 팝타임이 길다는 점이라고 밝혔는데, 지금처럼 OPS .903 치고 있으면, 주자 좀 못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한준수가 언제까지 계속 OPS .800 이상을 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풀타임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선수이니까요. 그래도 적어도 올해 김형준 다음으로 공격력이 좋은 포수로 자리매김하는 한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 점수 차이가 컸음에도 최형우를 교체 안 하고 끝까지 좌익수 수비를 소화하게 하더라고요. 아마, 나성범 전력 질주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최형우 좌익수 수비에 더 익숙해지라고 취한 조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성범이 수비 뛰는 모습을 보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네요. 5월까지는 아마 최형우 좌익수, 나성범 지명으로 계속 갈 것 같습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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