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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KIA : KT - 양현종 완투승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5. 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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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어제 경기 무난한 패배였다면, 오늘은 정반대로 무난한 승리였습니다. 승리의 요인은 역시 양현종의 호투죠. 혼자서 9이닝을 다 막아줬습니다. 1회 시작하자마자 초구에 천성호에게 2루타, 강백호에게 적시타 맞을 때까지만 해도, 어제 KT 타자들의 타격감이 너무 좋아서, 오늘도 어려운 경기 하겠거니 했는데, 그 이후에 7회까지 별 위기도 없이 잘 넘겼죠.

 

완투승의 가장 큰 고비는 8회였습니다. 1사 이후에 김민혁, 신본기, 김상수 하위 타선에서 연속 3안타가 나왔죠. 완투는 어렵겠거니 했는데, 이때 천성호가 초구에 병살을 치면서 완투승이 가능했습니다.(양현종 왈 "실투였는데 운이 좋았다.") 병살 처리할 때 홍종표의 수비가 인상적이었는데, 김선빈의 단점이 포구 후에 송구 동작에서 조금 굼뜹니다. 그래서 찰나의 타이밍으로 병살 플레이 성공을 못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홍종표는 천성호의 타구를 글러브 토스를 하면서 여유있게 병살을 만들어냈죠. 신인급 야수는 쉽게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닌데, 과감한 플레이에 결과도 좋았습니다.

 

9회에도 첫 타자 강백호에게 안타를 맞고, 조대현에게 오늘 경기 첫 볼넷(1스트라이크 3볼에서 상대가 신인급인데 체인지업을 또 던진 걸 보면 얼마나 신중하게 피칭했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을 허용하면서, 박병호를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 시켰으면 교체될 수 있었는데, 바깥쪽 포심으로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두 번째 고비를 넘겼고, 이호연을 평범한 투수 땅볼(오버핸드로 송구해서 악송구 할 줄...)로 잡으면서 완투승을 완성시켰습니다.

 

 

양현종, 올시즌 잘 하고 있는 이유는?

 

오늘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하면서 양현종은 평균자책을 3.02까지 낮췄습니다. 원태인(2.10) 다음으로 국내파 투수 중 두 번째로 낮은 ERA네요. 현재까지 양현종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져서 입니다. 포심의 평균구속은 작년보다 떨어졌어요. 지난해 포심 평균구속이 142km/h였는데, 올해는 오늘 경기 전까지 139.9km/h 입니다. 무려 2km/h나 떨어졌습니다. 좋은 신호는 확실히 아니죠.

 

그럼에도 포심 피OPS가 작년 .820에서 올해 .661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커맨드가 그만큼 더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전 지난해 우타자 상대로 배팅볼로 들어갔던 체인지업이 올해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직구도 그만큼 위력을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양현종은 우타 상대로 피안타율 .309, 피OPS .802 였는데, 올해는 우타 상대 피안타율 .189, 피OPS .525 입니다. 좌타 상대보다 더 좋아요. 우타 상대 결정구인 체인지업이 그만큼 직구와 차이 없게 들어가면서 우타자 상대 성적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8개의 피안타 중 우타 상대로는 3개 맞았고, 좌타 상대로 5개 맞으면서 좌타 상대 피안타가 더 많았습니다.

 

여기에 '스트라이크'를 잘 던져서라고 언급도 했는데, 과감하게 존을 공략하고 있죠. 그래서 '운'도 따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장면이 1회 로하스의 병살입니다. 3루 쪽으로 강한 타구였는데 김도영이 시즌 초와 달리 강습 타구를 잘 처리하면서 병살로 위기를 넘겼죠. 이후에도 천성호의 3루 직선타, 장성우의 3루 직선타 등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많았고 수비수들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올 시즌 현재 양현종의 BABIP가 .267에 불과합니다. 통산 BABIP이 .313이고, 좋은 성적 찍었던 2019년에도 BABIP가 .303이었으니, 올해 운이 많이 따르고 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죠. 달리 말하면, 떨어진 평균 구속으로 지금 성적을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시즌 종료 시에는 ERA 3점대 후반에서 4점대 초반 정도로 끝마치지 않을까 싶어요. 잘 풀리는 경기는 오늘처럼 수비 정면으로 가면서 경기를 풀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는 대량 실점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올해 양현종의 역할은 1선발이 아니라 3선발입니다.(이의리가 스텝업해서 4선발이면 더 좋고요.) 오늘 경기 본인이 혼자 다 해결했지만,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면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고 있기에 불펜진들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죠. 이의리, 윤영철, 크로우가 지나치게 신중한 피칭으로 많은 이닝을 못 먹어주고 있기에 양현종처럼 던지는 투수가 KIA엔 더 필요합니다. 지금 양현종은 그 역할을 아주 훌륭히 잘 해주고 있어요. 지금처럼 원투펀치는 네일과 크로우가 해주고 3선발은 양현종, 아니 스텝업한 이의리가 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입니다. 양현종이 4선발인 팀? 그 팀은 단언코 리그 최강의 선발 마운드를 갖춘 팀입니다.

 

 

많은 점수는 올렸지만, 2경기 연속 상대 불펜 공략은 못 하다 

 

오늘 타선은 4회까지 신인 원상현을 상대로 9점을 뽑아내며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했지만, 이후 KT 불펜 상대로는 단 1점도 뽑아내지 못 했죠. KT 불펜이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안 좋습니다. 구원 WAR이 10개 구단 유일하게 마이너스입니다. 그런데 이번 2연전에서 리그에서 가장 강한 KIA 타선은 KT 불펜 상대로 단 1점도 못 뽑았죠. 벤자민에게 4득점, 오늘 원상현에게 9득점이 전부입니다.

 

물론, KT 불펜이 언제까지고 못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오늘 타자들의 타격감을 보니 걱정이 좀 되는 건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4월까지 KIA 타선을 이끌었던 이우성, 최원준 타격감이 안 좋아 보이네요. 최원준 오늘 비록 결승 2타점 안타를 치긴 했는데, 운이 많이 따른 코스 안타였고, 그 이후에 병살까지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지난해 땅 파던 시기에 나온 땅볼 타구만 주구장창 치더군요. 타구를 띄워야 하는데 계속 굴리고 있습니다.

 

이우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찬호는 컨택 잘 해도 수비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우성은 타격 타이밍이 흔들렸는데도 수비 사이로 절묘하게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둘 다 타석에서 공을 잘 고르는 편이라 볼넷으로 떨어진 타격감을 어느 정도 만회는 하고 있는데, 최원준, 이우성의 타격감이 떨어진 건 확실해 보입니다. 한준수도 오늘 스윙하는 건 고딩 타자 같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KIA가 다득점을 올릴 수 있는 이유가, 소크라테스가 살아났기 때문이죠. 여기에 서건창의 존재도 힘이 됩니다. 결국, 뎁쓰의 힘으로 공격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셈이죠. 무엇보다도 소크라테스가 살아난 게 매우 고무적입니다. 물론, 소크라테스가 좌투 상대 약점을 극복하지 못 하는 한, 계속 아킬레스건이 될 것 같긴 한대, 올 시즌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우투 상대로나마 잘 해주길 바라는 수밖에요. 그리고 좌투에 강한 박찬호가 조금 더 살아날 필요가 있고요.

 


선수 단평

 

  • 서건창 - 타석에서 적시타도 좋았지만, 두 번의 바운드 송구를 잡은 수비가 더 좋았다.
  • 김선빈 - 벌써 3홈런, 이러다 두 자릿수 홈런 치는 거 아님?
  • 김도영 - 3번이나 출루했지만, 장타가 없으니 뭔가 아쉽
  • 최형우 - 3경기 연속 홈런, 낡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 박찬호 - 정확한 타이밍에 쳐도 자꾸 잡히니까 히팅 포인트를 뒤로 둔 것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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