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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KIA : LG - 야수들의 집중력으로 스윕 모면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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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우의 흔들리는 커맨드

 

사실, 오늘 경기는 LG 염경엽 감독이 바둑으로 치면 몇 수 물려준 경기입니다. 금/토요일 경기에서 KIA 강타선을 잘근잘근 씹어 먹은 이우찬과 김유영을 안 내겠다고 했고, 유영찬과 김대현까지 휴식일로 뺐거든요. 이우찬이야 지난 2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져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금요일에 안 나왔고, 어제 28개 던진 김유영 마저 2이닝 던졌다고 휴식을 줬죠. 그런데 김유영은 이번 주에 2번 밖에 안 나왔어요. 내일 휴식일임을 감안하면, 일요일 경기에서도 쓸려면 쓸 수 있었죠. 

 

이우찬, 김유영, 유영찬까지 안 쓴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크로우가 QS만 해줘도 후반에 점수 벌려서 쉽게 이길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크로우의 주무기 슬라이더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운데 몰린 게, QS 실패의 원인이 됐죠. 4회까지 투구는 LG 강타선의 타격감이 바짝 올라와 있어서 호투라고 생각하는데, 5회말 수비에서 문성주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몸쪽 치기 좋은 높이로 와서 적시타가 됐죠. 아웃 카운트와 점수를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 했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는 오지환을 두 번이나 삼진으로 잡은 체인지업을 던졌거나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간 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첫 타석에 문성주가 직구를 받아쳐서 안타를 치긴 했는데 이건 그냥 운이 안 따른 코스 안타였거든요. 그리고 오스틴 상대로 3볼 이후에 풀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잘 떨어졌는데, 이건 오스틴이 정말 잘 골랐고요. 그리고 만루 상황. 타석에서는 김범석. 여기서 땅볼 유도하면 병살타로 5회 막고, 6회까지 QS를 노려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김범석의 타격 재능이 확실히 대단하네요. 초구 몸쪽 낮게 150km/h 빠른 공 꽂고, 반응 안 했고, 두 번째 공도 몸쪽 150km/h 낮게 잘 넣었습니다. 이거 대부분의 우타자들은 스윙하면 유격수나 3루수 쪽 힘 없는 땅볼 타구입니다. 그런데 이걸 우측 선상 페어 라인 안 쪽으로 집어 넣는 기술을 보고 혀를 내둘렀네요. LG에서 왜 김범석의 재능을 높이 사고 있는 지, 왜 이 선수가 포스트 이대호로 불리는 지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마침, 둘 다 경남고 출신) 크로우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 커맨드가 안 좋았던 탓도 있었지만, 김범석 상대로 던진 투구는 탓할 수가 없는 좋은 공이었어요. 그걸 우측 페어로 넣는 선수가 몇 이나 있을까요. 

 

암튼, 김범석의 이 스윙으로 경기가 뒤집어졌고, 오지환을 상대로 이준영을 올렸는데 이번엔 오지환이 이준영의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노려서 우측 펜스로 날려 버렸습니다. 잠실 아니었다면 홈런이었을 정도로 잘 맞았는데, 이게 바로 이준영 슬라이더의 리스크죠. 좌타자들이 슬라이더 던진 걸 아니까 그 타이밍에 맞춰서 스윙을 하는데, 이게 가운데 몰리니까 장타로 연결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감안해도, 이준영의 슬라이더 각도는 좋죠. 오지환의 타격감이 그만큼 좋았으니까 그 정도의 타구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바깥쪽으로 더 떨구지 못 한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여튼, 오늘 크로우는 KBO에 와서 최악의 피칭을 했는데,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 그리고 상대 타선이 리그 최고의 타선이라는 점, 5회 김범석에게 맞지만 않았으면 그런데로 봐줄만한 투구였다는 점, 그 와중에 볼넷 1개에 삼진은 6개나 잡았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주무기 슬라이더가 우타자들에게만 잘 통하고 있는 만큼, 좌타자 상대 무기를 조금 더 가다듬을 필요는 있겠죠. 체인지업이든, 커터든, 좌타 상대 피칭 디자인을 바꾸는 연구는 필요해 보입니다.

 

 

야수들의 집중력, 3연패를 막다.

 

손주영의 투구를 보고, 6회까지 점수내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ABS 존으로 정확하게 박히는 공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1회 최형우의 운이 따른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를 쉽게 가져가는 계기가 됐죠. 맞자마자 당연히 파울이거나 좌플이라고 봤는데, 그 타구가 쭉쭉 뻗으면서 폴대를 살짝 맞고 3점 홈런이 됩니다. 이게 처음에 기선 제압용으로 매우 크게 작용했죠. 

 

이후에 손주영에게 삼진을 5개나 당할 정도로 공이 좋더라고요. 하지만 4회 소크라테스에게 사구를 던진 이후에 커맨드를 잃어 버렸고, 최원준, 한준수, 박찬호가 연달아 존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타격을 하면서 5점째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5회에 다시 뒤집히면서 초반에 벌어 둔 점수를 다 까먹었지만요.

 

LG에서는 6회부터 임찬규를 냈는데, 전 임찬규를 2이닝 이상 끌고 갔으면 오늘 경기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진성을 쓸 생각이었으면 조금 더 빠른 타이밍에 썼어야 했고요. 오늘 염경엽 감독 운영이 좀 느슨한 감이 있었죠. 아마 이미 1위 팀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으니 큰 욕심을 안 부렸던 것 같습니다. 김유영, 임찬규, 김진성 다 쓰고, 유영찬도 마무리니까 3연투까지 각오했으면 오늘 스윕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LG에서는 KIA가 강한 유형의 투수들을 계속 내보냈고, KIA 타자들은 충실히 공략하면서 동점, 역전, 추가점을 계속 뽑았습니다. 역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7회에 나온 김도영의 번트 안타죠. 이번 잠실 3연전에서 변화구 타이밍에 계속 안 맞았는데, 본인이 그걸 신경 쓰고 있었던 건지, 박명근의 커브에 절묘한 번트를 대고, 박동원의 송구 실책까지 유도했습니다. 사실, 박동원이 3루에 정확히 송구했어도 세이프였던 상황이었죠. 물론, 해볼만한 송구이긴 했습니다만.

 

이어서 최형우의 땅볼로 동점, 이우성의 전진수비를 살짝 벗겨내는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1점 차이는 불 붙은 LG 타선 생각하면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7회말 오스틴이 전상현의 잘 떨어진 슬라이더를 받아 쳐서 선두타자 안타로 나간 이후, 대주자 최승민이 2루 도루까지 한 건 좋았는데, 김범석 타석에서 전상현의 빠른 공이 ABS 가장 바깥쪽 라인을 절묘하게 타면서 루킹 삼진이 됐고, 3루 도루를 시도하면서 더블 아웃. 이 장면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되었습니다. 

 

 

김범석 타격감이 워낙 좋아서 풀카운트지만, 유인구 승부를 할 거라고 봤는데 전상현이 과감하게 바깥쪽 빠른 공을 잘 던졌고, 상대적으로 김범석은 바깥쪽 슬라이더라고 생각하고 방망이를 안 내었으며, 최승민도 아마 변화구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3루 도루를 시도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전상현 빠른 공이 진짜 매우 운 좋게도, 라인 1cm 정도 물리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죠. 아마, 오늘 경기 ABS가 아니라 심판이 판정했으면 볼 선언 되었을 가능성도 컸고, 설령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거나 볼 선언을 받았어도 경기 끝나고 이 판정으로 지금까지 커뮤니티가 시끄러웠을 겁니다. 그 정도로 아주 절묘하게 물린 투구였습니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특히, 대단했던 이닝이 9회였어요. 선두타자 소크라테스가 더위에 힘 입어 안타를 치고 나갔고, 최원준이 친 타구도 매우 잘 맞은 타구였는데 1루에 주자가 있는 바람에 1루수 문보경이 잡고 1루 베이스부터 밟고 2루로 송구했죠. 런 다운 상황에서 주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는데, 소크라테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루한 덕분에 문보경의 실책을 유도했습니다. 이어서, 박찬호의 빠른 유격수 땅볼 마저도 신민재가 악송구를 저지르면서 2루 주자 소크라테스가 홈까지 파고 들어 3점 차이로 벌렸고요. 이 주루 플레이 하나만 보고, '아 소크라테스, 7월까지 못 해도 봐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플레이였습니다.

 

 

나성범의 복귀로 타선의 짜임새가 완벽해지다.

 

그리고 오늘 나성범이 드디어 1군에 등록이 되었습니다. 보통, 실전감각이 부족하면 7회 무사 1루 타석에 들어섰을 때, 한 방 치고 싶은 욕심에 방망이가 쉽게 나올 법도 한대,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유인구를 모조리 골라내면서 볼넷으로 나갔죠. 이 장면만 봐도 나성범이 타석에서 준비가 잘 되어 있구나 싶었고, 이젠 정말 베테랑이 됐구나라는 생각입니다. 선수 본인도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서 부상이 온 것 같아, 5kg 감량을 했다는데, 좋은 선택이죠. 살을 빼서 홈런 수가 좀 줄더라도, 지금은 건강하게 뛰는 게 중요합니다.

 

나성범이 합류하면서 드디어 KIA 타선은 완전체가 됐습니다. 당분간, 나성범이 수비로 뛰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대신 최형우가 좌익수로 뛰면 되죠. 나이 마흔이 넘은 분한테 수비까지 요구하긴 좀 가혹하긴 한대, 지금 상황에서는 최형우가 좌익수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2주 정도 뛰다보면 나성범이 수비까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을테니, 그 기간만 잘 버텨주면 되고, 7회 이후에는 김호령, 이창진 등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죠.

 

그리고 향후 타선은 아래와 같이 운영했으면 싶습니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

※ 괄호 안은 수비 포지션 번호

 

1번 최원준(8) L

2번 김도영(5) R 

3번 나성범(D) L

4번 이우성(3) R 

5번 최형우(7) L

6번 김선빈(4) R 

7번 소크라테스(9) L 

8번 한준수(2) L

9번 박찬호(6) R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1번 김선빈(4) R
2번 이창진(7) R

3번 김도영(5) R

4번 나성범(D) L

5번 이우성(3) R

6번 소크라테스(9) L

7번 최원준(8) L

8번 김태군(2) R
9번 박찬호(6) R

 

최형우가 올해 좌투수에도 안 좋고, 나성범이 지명 뛰는 동안은 수비까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왼손 투수 선발일 때는 벤치 스타팅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창진이 올해 왼손 투수 상대로 잘 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우투수일 때 좌우 지그재그 타선을 구성하면 상대 팀에서 우투수 다음에 왼손 불펜을 올렸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금/토요일 경기처럼 상대팀에서 이우찬, 김유영 같은 왼손투수가 나왔을 때, 좌타자들이 지금 이걸 극복 못 하고 있죠.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NC에는 김영규라는 리그 최고급의 왼손투수를 보유하고 있고요. 그래서 우투수 나올 땐 지그재그 타선으로 왼손 불펜 등장에 따른 약점을 줄이고, 왼손 선발이 나올 때는 우타자를 전진 배치해서 초반에 기선 제압을 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겁니다.

 

그리고 한준수는 현재 딱히 왼손투수에 약하지 않은 모습이라, 왼손 나올 때도 김태군 대신 한준수를 써도 되고요. 김태군은 1주일에 1-2번 출장, 경기 후반 다리가 느린 한준수 대신 대주자를 쓸 때 기용하는 식으로 써도 무방합니다. 금요일에 김태군의 넋 나간 플레이 때문에 주말 3연전 위닝 찬스를 스윕 위기까지 몰렸는데, 이렇게 된 건 선수 스스로 자초한 거죠. 김태군도 조금 더 집중력 가지고 왼손 투수 상대로나마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선수 단평

 

  • 김선빈 - 찬스 상황에서 병살 빼고는 완벽한 하루, 좌투수 공략의 선봉장이 되다.
  • 이창진 - 현재 왼손투수 상대 타율 .400, OPS 1.048
  • 김호령 - 교통사고는 하루에 한 번만.
  • 김도영 - 변화구 대응이라는 숙제를 안긴 잠실 주말 3연전
  • 최형우 - 뽀록 홈런 한 개 이후에 너무 무기력했다. 특히, 8회 1사 1, 3루에서 삼진은.
  • 이우성 - 왜 이우성이 타석에 서면 손주영의 제구력은 톰 글래빈이 되나
  • 소크라테스 - 공수주에서 올 시즌 최고의 활약
  • 최원준 - 타구 운이 안 따르는데... 너도 김도영처럼 발사각을 조금만 올리면 어떨까?
  • 한준수 - 도루 못 잡던 포수, 도루 2번 잡다.(4개 허용은 눈감아 주자)
  • 박찬호 - 그냥 마음 편히 9번에서 치자, 그러다보면 타율도 오를거야.
  • 이준영 - 직구 비율도 높여야 함.
  • 장현식 - 빠른 공의 커맨드를 더 정밀하게 할 것.
  • 최지민 - 계속된 0점대 평균 자책 유지. 박해민 상대로 투구는 위험했다.
  • 전상현 - 올 시즌 최고의 공 1개.
  • 곽도규 - 제2의 이혜천이 KIA에서 나타났다. 
  • 정해영 - LG에 강한 이유, 잠실 구장 넓은 거 믿고 가운데로만 던져서 뜬공 잡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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