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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KIA : 한화 - 패전조가 고민?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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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초반 김민우의 부상으로, 한화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11:2까지 점수 차이를 벌려, 소파에 누워서 사타구니 긁으며 봐도 될 경기를, 기립하게 만든 건 김사윤, 소크라테스, 윤중현 3명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마저 하고, 오늘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승인이 된 순간은, 8회 무사 만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넘긴 전상현의 멋진 피칭이었습니다.

 

곽도규가 안타, 볼넷,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어 놓고 4번 노시환 앞에 전상현이 등판했는데, 애초에 8회에 올라올 투수는 곽도규가 아니라 전상현이었어야 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곽도규는 오늘 전까지, 화요일/수요일 경기에 나왔고 하루 쉬고 어제 등판하면서 비교적 많은 공을 던졌고, 두 번째로, 11대2에서 11대9 상황을 고졸 2년차 신인 투수가 이겨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가령, 4:0에서 4:2가 된 상황이라면 곽도규가 그렇게까지 긴장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7회까지 11:2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내주게 되면 팀이 입을 내상이 상당하죠.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게다가 어제 생일을 맞이한 아직 20살의 어린 투수인걸요. 그래서인지, 신중한 피칭을 하려다가 페라자와 안치홍에게 잇달아 볼넷을 내줬습니다. 그래도 많이 빠지는 공은 없었어요. 특히, 페라자의 경우 풀카운트에서 던진 변화구는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는데 그걸 침착하게 잘 골라내더군요. 안치홍도 3-1에서 바깥쪽 코스의 구종을 잘 골라냈고요.

 

물론, 곽도규가 언제까지 추격조 역할을 할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을 이겨낼 줄은 알아야 하지만, 11:2에서 11:9로 쫓기게 된 시점에서 필요한 건, 전상현 같은 베테랑입니다. 오늘 정해영을 안 쓴다고 했으면, 8회와 9회를 전상현이나 최지민을 쓰고, 계획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그때 곽도규의 투입을 고민해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넘기긴 했지만 8회 시작부터 전상현을 썼다면, 결과는 더 편안했을 것 같습니다.

 

 

오직 전상현만이 해결할 수 있었던 무사 만루 위기

 

오늘 경기의 MVP라고 할 수 있는 전상현은, 왜 자신이 리그 최고의 셋업맨인지 증명했습니다. 11:2에서 11:9까지 쫓아온지라 한화의 기세는 굉장히 셌고, 이범호 감독은 내일도 낮경기이기 때문에 경기 중반부터 주전을 다 빼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타석에는 지난해 홈런왕이자, 현재도 OPS .900 이상을 치고 있는 노시환. 졌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지켜보는데, 전상현은 초구와 2구 잇달아 존에 빠른 공을 집어넣어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시작했고, 노시환도 타석에서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며, 나쁜 공은 커트해냈지만, 9구째 전상현의 빠른 공에 밀려서 평범한 내야 플라이로 끝났죠. 자신의 속구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결과입니다.

 

그리고 김태연을 상대로 초구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이 슬라이더 위치가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코스이다보니, 타자는 힘 없는 땅볼을 칠 수밖에 없었죠. 지난 주말, 삼성과의 2연전에서 슬라이더가 계속 가운데에 몰려 3실점을 했었는데, 오늘은 슬라이더가 정말 좋은 위치에서 구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슬라이더의 힘으로 8회 무사 만루를 넘길 수 있었고, 9점 차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던 최악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패전조의 부진

 

현재까지 KIA의 팀 평균자책은 2.92 입니다. 리그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인 팀은 KIA가 유일하고, 3점대는 NC(3.23) 그리고 나머지 팀들의 평균자책은 다 4점대가 넘어 갑니다. 그만큼 KIA 투수진은 리그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투수진에서 옥의 티가 패전조의 활약입니다.

 

어제도 박준표가 배팅볼을 난사해서, 올라오지 않아도 될 정해영이 올라와서 경기를 마무리했고, 오늘도 김사윤, 윤중현이 배팅볼을 난사해서, 올라오지 않아도 될 장현식, 곽도규, 전상현, 최지민이 올라왔죠. 박준표, 윤중현, 김사윤이 최소 실점으로 막았다면 일요일 경기에서 전상현, 최지민, 장현식, 곽도규, 정해영을 모두 투입해서 경기 운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 하면서 승리조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었습니다. 결국, 내일 쓸 수 있는 승리계투조는 최지민, 정해영 둘 뿐이에요. 이범호 감독은 '3연투'는 없다고 천명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패전조가 부족하다고 트레이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리고 생각해보면 우스운 고민입니다. 승리계투조도 구성을 못 해서 걱정인 팀이 태반인데 '패전조가 부족하다'고 고민 토로하면, 경쟁팀 감독은 싸다구를 날릴 겁니다. 그리고 박준표, 윤중현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둘 다, 커리어로 어느 정도 증명된 투수들인걸요. 단지, 투구 컨디션이 안 올라왔겠거니 해야죠. 

 

여기에 2군에 투수가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KIA는 퓨처스리그에서도 8승 4패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퓨처스 팀 평균자책점도 3.71을 기록하면서, 상무(3.00) / 한화(3.28) 다음으로 좋은 기록입니다.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기록이 삼진대 볼넷 비율이에요. 퓨처스 투수들이 104.1이닝을 던졌는데 볼넷 허용이 39개에 불과합니다. 2군 팀이라고 할 수 없는 상무를 제외하고는 가장 좋은 수치입니다. 

 

2군 투수기록을 살펴보면, 오늘 털린 김사윤이 10이닝 동안 ERA 1.80으로 가장 좋았고(오늘은 긴장했다고 칩시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도현이 9.1이닝 동안 ERA 0.96, 롯데에서 안치홍 보상으로 영입한 김현수가 9.1이닝 동안 ERA 0.96, 지난 드래프트 하위 라운드에서 픽한 서영탁이 8.1이닝 동안 2.16의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군 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있죠. 김유신(7이닝 ERA 14.14), 유승철(6.1이닝 ERA 0.00), 황동하(6.1이닝 ERA 4.26), 김대유(2.2이닝 ERA 6.75), 이형범(2이닝 ERA 0.00) 입니다. 그냥 2~3명 정도 적당히 엔트리 교체해가면서 쓰면 됩니다. 패전조가 너무 부진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냥 '우연히 안 좋은 시기'라고 보는 게 맞고, '패전조가 부진해서 걱정이다'라는 고민은 위에도 설명했지만, 남들이 들으면 욕 먹기 딱 좋은 불만입니다. 게다가 KIA는 지난 시즌 불펜에서 최고의 역할을 한 임기영도 복귀를 앞두고 있습니다. 패전조 고민은 할 필요 없습니다.

 


선수 단평

 

  • 서건창 - 톱타자로 나와 3번의 출루. 어제는 잠시 쉬어갔을 뿐
  • 최원준 - 2번 타자로 나와 3번의 출루, 역시 어제는 잠시 쉬어갔을 뿐
  • 김도영 - 좌중간 타구로 3루까지 가는 선수는 KBO에 김도영 말곤 없지 않을까
  • 김규성 - 위기감을 느꼈는 지 좋은 집중력으로 볼넷과 결정적인 2타점 2루타
  • 최형우 - 장타 하나 치고 푹 쉼
  • 이창진 - 안타보다 볼넷이 더 많음
  • 소크라테스 - 어제 호송구로 받은 까방권. 7실점의 빌미가 된 실책으로 바로 소진 
  • 이우성 - 두 번의 더블 플레이? 전부 좋은 타구였다.
  • 고종욱 - 수비에서 사고 안 치고, 말도 안 되는 홈런으로 경기 초반 기세를 잡아줌
  • 한준수 - 오늘은 김태군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며 두 번의 출루
  • 홍종표 - 9번 타자가 세 번 출루했으니 11점이 나오지.
  • 양현종 - 올 시즌 최고 수준으로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았다.
  • 김사윤 - 여전한 좌상삼. 일단 조금 더 두고봅시다.
  • 윤중현 - 왜 아직도 1군에 있는 거죠? 지난 주에 진작 갔어야 했음.
  • 장현식 - 비록 안타 하나 허용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다.
  • 최지민 - 경기를 깔끔하게 매조지한 좌완 강속구 투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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