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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KIA : 한화 - 홈런으로 시작해서 홈런으로 끝난 경기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1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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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승리의 결정적인 한 방은 7회에 나온 역전 점수가 아니라, 1회에 나온 김도영의 딩동댕 홈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화 선발 산체스의 공이 너무나도 살벌했거든요. 특히, 왼손타자가 주축인 KIA 타선에 산체스는 상성이 극악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왼손타자 몸쪽으로 파고 드는 포심과,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슬라이더 조합으로 좌타자들을 사냥하는데, 올 시즌 삼진이 2개 밖에 없었던 최원준이 산체스를 상대로 삼진을 2차례나 당했습니다.(황준서와 한승혁에게도 또 당해서 4타석 4삼진)

 

1회 딩동댕 홈런 이후에 산체스가 평정심을 잃으면서 연속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냈고, 최형우의 타구 마저 악송구를 저지르면서 2점째를 실점했죠. 만약, 김도영의 딩동댕 홈런이 아니었다면, 산체스는 오늘 7회까지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아주 맛있게 요리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오늘 공이 너무 좋았고, 앞으로 한화 산체스를 상대할 때는 우타로 도배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소크라테스가 3회에 친 안타가 산체스가 올시즌 처음 좌타자에게 맞은 안타고, 작년에도 좌타 상대 피OPS가 .653, 우타 상대 피OPS가 .765로 좌우 편차가 큽니다. 뻥 좀 보태서 산체스가 체인지업만 제대로 익히면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할 것 같네요. 97년생의 어린 투수라 가능성 없는 일도 아닐 것 같습니다.

 

김도영의 딩동댕 홈런이 승기를 가져다 줬다면, 김호령의 장외(?) 홈런은 오늘 경기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홈런이었죠. 심지어 상대가 한화 마무리 투수 주현상이었습니다. 주현상은 오늘 경기 포함해서 ERA 0.71, WHIP 0.71이라는 괴물 같은 스탯을 찍고 있었고, 작년에도 59.1이닝 동안 피홈런이 2개 밖에 없는 투수에요. 그런데 리그 최악의 타자 김호령이 홈런을 치다니? 심지어 몸쪽 잘 붙은 빠른 공이었습니다. 혹시, 가운데는 못 치고, 몸쪽 높은 공만 치나? 오늘의 홈런이 김호령에게 타석에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으면 좋겠네요.

 

 

네일의 호투, 한계 투구수를 다시 한 번 넘다

 

오늘 제임스 네일은, 화요일의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스위퍼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지저분하게 들어가는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서, 어제 9득점을 뽑아내면서 감이 좋은 한화 타선을 상대로 7피안타 2자책 7탈삼진으로 굉장히 잘 던져줬죠. 실점 과정도 운이 안 따랐습니다. 오늘 등판 전에 어디 가서 쓰레기라도 투척했는지, 4회 첫 실점은 바깥쪽으로 낮게 잘 떨어지는 스위퍼를 김태연이 절묘한 뱃 컨트롤로 적시타를 쳤고, 6회에도 선두타자 안치홍과 노시환의 안타는 모두 빗맞은 타구였죠. 운만 좀 따랐더라면, 6이닝 무실점은 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제임스 네일의 가장 큰 장점은 볼넷 허용이 없다는 점이에요. 4경기 등판해서 24.2이닝 던졌는데 무볼넷입니다. 우연이라고 할 수도 없는게 네일은 마이너리그에서도 볼넷이 적은 선수였습니다. 진짜 좋은 투수는 '안타는 맞더라도 연타는 안 맞고', '안타를 맞더라도 장타는 덜 맞으며', '삼진을 잡을 줄 알고 볼넷은 적게 주는 투수'입니다. 네일이 딱 그렇습니다. 안타는 더러 맞아도 연타 허용이 잦지 않고, 장타 허용도 아직까지는 잘 억제하고 있습니다. 제구력은 의심할 바 없고요.

 

특히, 고무적인 부분이 등판을 거듭하면서 한계 투구수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죠. 오늘도 많은 삼진을 잡아내면서 5회까지 투구 수가 80개가 넘었는데, 6회에 등판해서 100개 이상까지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첫 경기 85개, 2번째 93개, 3번째 94개, 그리고 오늘 104개. 점점 선발투수로의 한계 투구수를 늘리고 있고, 오늘은 심지어 4일 휴식 후 등판이었음에도 100개 넘게 던졌어요. 6회에 연타를 허용했고, 사구까지 나오면서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왔지만, 첫 경기처럼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네일의 모습을 보면 '계산이 서는 투수'입니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변변찮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선발 경험이 2019년 이후 없었는데, 볼이 적다보니 계산이 섭니다. 한계 투구수도 점점 늘리고 있고, 마운드에서 투구도 신중하게 합니다. 보통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투수가 KBO에서 망하는 가장 큰 원인이 '리그를 우습게 보고 스트라이크 남발'하는 모습인데, 네일은 그런 모습이 없습니다. 포수의 볼배합에 맞춰서 겸손하게 투구할 줄 아는 투수 같습니다. 윌 크로우도 그런 면에서는 신중한 투구를 보이고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요. 

 

 

타격감 잡은 김도영, 더위가 좋은 소크라테스

 

3월에 .154 / .185 / .192 / .377을 찍고, 에러를 남발했던 김도영이 4월 들어 타격감을 끌어 올리더니, 4월 성적이 .346 / .375 / .635 / 1.010 입니다. 이번 주에 홈런만 3개 날렸고요. 올해 김도영의 타구를 유심히 보면 타구 발사각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아웃되는 타구들도 발사각이 높은 걸 보면, 선수가 의도적으로 타구 발사각을 높이는 스윙으로 바꾼 게 아닐까 싶습니다. 

 

KIA가 문동주와 김도영을 놓고 고민할 때, 저는 문동주 파였습니다. 150km/h을 넘게 던지는 우완 투수가 제구까지 되면 아무리 타격이 좋은 유격수라도 투수를 뽑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당시에 저는 김도영은 '다리만 빠른 선수'로 알고 있었어요. 발 빠른 똑딱이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고교 성적을 보더라도 홈런이 두드러지게 많은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연습경기 때 홈런포를 여러 개 날렸다는 뉴스를 보고, 장성호 위원이 김도영은 파워도 있는 선수라고 언급하는 걸 보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공수주 균형이 좋은 유격수라고 생각하고 김도영을 1차 지명하고 기회를 줬는데, 지금 김도영은 3루를 보고 있습니다. 유격수로 쓰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도 3루는 파워 포지션이라 장타력이 없는 선수가 보면 안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는데, 김도영의 장타 능력을 보면, 농담아니라 진지하게 '발 빠른 최정'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육성할 때 KIA 관계자가 '최정처럼 성장시켜도 된다'라고 언급했었죠. 그때는 좀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 선수의 성장 곡선을 보면 진짜 '발 빠른 최정'이 나오는 게 아닌가 기대가 됩니다.

 

이번 주중 경기까지 퇴출 소리 나왔던 소크라테스도 한화와의 주말 2연전에서 맹타를 치고 있죠. 오늘도 7회 이우성의 결승타에 이어 떨어지는 포크볼을 잘 받아쳐서 추가 적시타를 치는 스윙이 좋았습니다. 이게 소크라테스가 잘 하는 스윙이고, 결과물이죠. 아직 멀었지만, 주말 2연전에서 10타수 5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을 해줬네요. 물론, 소크라테스가 아무리 잘 해도 전 현 KIA 야수 구성에는 안 맞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올 시즌이다보니, 중도 교체를 고민하는 팀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나성범만 건강하게 잘 복귀하면, WRC+ 140 이상 기대할 수 있는 1루수 우타 거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참을만하니까요.

 

그러나 올해 소크라테스가 아무리 잘 해도, 테임즈급 성적 아니면,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나보내는 건 맞습니다. 이우성은 다시 외야수로 가는 게 맞고, 외야수에 키워야 할 선수, 기회를 줘야 할 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올해 KIA가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1군 백업요원과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아서 트레이드 요청도 많을 것 같은데(특히, 왼손투수) 올해는 큰 변화를 안 주는 게 맞아 보입니다. 굳이 상대팀 전력을 보강시켜줘야 할 이유는 없어요. 순위가 완전히 갈리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하위권 팀 상대로만 트레이드를 모색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선수 단평

 

  • 이창진 - 오늘도 기가 막힌 선구안으로 결승점의 마중물이 되어 줌. 병살타가 옥의 티
  • 이우성 - 다른 구장이었으면 홈런 가능성도 있었던 결승 2루타.
  • 최형우 - 앞으로 왼손투수 나오면 라인업에서 빠져도 이해함.
  • 김선빈 - 잠잠했음.
  • 최원준 - 안 되는 날. 상대 투수들의 공이 너무 쩔었다.
  • 김태군 - 타격 타이밍은 좋은데, 파워가 없네?
  • 홍종표 - 수비 안정적으로 잘 해 줌. 
  • 이준영 -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바깥쪽 떨어지는 슬라이더.
  • 최지민 - 도규가 나보다 낫다고? 자존심 상하네!
  • 전상현 - 너무나도 편안함
  • 정해영 - 너무 쉽게 상대했음. 마지막 타구 보니 기적형 마무리 투수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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