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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KIA : SSG - 패배를 부른 공 한 개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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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오늘 진 건 그냥 공 단 1개 때문이죠. 불펜투수들 물량쇼에 타자들이 적재적소에 홈런을 치면서 경기를 뒤집었는데, 9회 2사 최정 상대로 3볼 1스트라이크에 던진 공 하나가 컸습니다. 3볼로 몰리는 순간, 저는 당연히 걸러야 한다고 봤습니다. 최정이 앞타석부터 타이밍이 맞고 있었고,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니까요. 자동 고의사구도 할 수 있다고 봤는데, 쓰리볼에서 한 가운데 집어 넣더니(솔직히, 제가 최정이었으면 휘둘렀음), 3-1에서 높은 직구 던지다가 동점 홈런 맞았죠.

 

3-1에서 마무리가 채프먼이라도 그렇게 던지면 맞습니다. 게다가 상대하는 타자가 리그 역사상 이승엽 다음으로 홈런을 가장 잘 치는 타자인데 왜 승부를 했을까요. 최정 머릿속은 높은 코스 빠른 볼만 입력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정해영이 그 코스로 재미를 많이 봤고, 실제로 최지훈이나 하재훈 둘 다 그 코스에서 헛스윙이 나오며 삼진까지 이어졌으니 배터리는 승부를 보고 싶어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최정 상대로는 그러면 안 되죠. '바깥쪽 높은 빠른 공' 하나만 잔뜩 노리고 있는데, 거기다 던지면 "홈런 맞을게요." 입니다.

 

동점 허용 이후에는 배터리가 완전히 정줄을 놨죠. 최정에게 홈런 맞고, 그때부터는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는지 에레디아와 한유섬 상대로 변화구 승부를 가져갔는데, 그 변화구가 모두 존 높은 곳에 들어가면서 안타가 되고 끝내기 홈런이 되었습니다. 최정이니까 홈런을 맞은 거고, 그 앞에 최지훈과 하재훈은 모두 빠른 공의 위력으로 잡아 냈는데, 홈런 맞아버리니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 버린 건, 정해영이 오늘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오늘 경기로, 정해영이나 한준수, 그리고 이범호 감독도 많은 걸 배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데, 아무리 아웃 카운트 하나면 끝난다지만, 3볼 1스트라이크가 된 상황에서 승부를 들어가는 건, 자만심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공 하나 때문에 오늘 불펜 다 쏟아 부었는데 경기를 놓쳐 버렸죠. 오늘 경기를 통해서 얻어간 게 많았기를 바라고... 다음부터는 이런 상황에서 최정은 무조건 걸러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경기력은 좋았다.

 

정해영이 던진 잘못된 공 하나를 제외하면 오늘 경기는 정말 잘 해줬어요. 일단 선발 매치업이 김광현과 김건국인데 이기기 쉽지 않은 경기죠. 오로지 지난해 김건국이 등판한 경기가 묘하게 승률이 높았다는 것 하나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상대로 김건국은 3회에 한꺼번에 3실점 하면서 패색이 짙었는데, 지는 게 뻔한 경기를 9회 2사까지 이기고 있던 경기를 가져간 건, KIA 불펜진의 힘입니다.

 

김건국 다음에 나온 박준표는 여전히 투심을 벨트 라인으로 던지면서 2군 보내줘야 하는 투구를 했지만, 그 다음에 올라온 이준영, 장현식, 곽도규, 전상현, 최지민, 2사까지의 정해영 모두 '왜 이 팀이 1위를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투구를 해줬죠. 이준영은 왼손 타자를 완벽히 잡고, 장현식은 빠른 공을 앞세워 존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무려 4개의 탈삼진을 잡아 냈습니다. 곽도규는 한가운데 빠른 공에 최지훈이 몸을 피하는 등, 좌타자는 정말이지 치기 어려운 구위를 여전히 보여줬고요.(반면, 우타자 하재훈의 타구는 좀 위험했죠.) 

 

불펜이 너무 좋다보니, 1선발 VS 5선발 대결에서도 승기를 잡아냅니다. 그런데, 이런 불펜진이 언제까지고 계속 될 지는 모르겠네요. 시즌 끝까지 불펜진에서 과부하가 안 걸리게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오늘 많은 투구를 한 장현식은 내일은 휴식을 줘야겠죠. 오늘 경기 잡았으면 리뷰 제목이 '불펜진과 한 방의 힘'으로 하려고 했는데, 애석하게 최정을 막질 못 했네요.

 

 

KIA 타선의 왼손 상대 약점

 

지금 KIA 타선 리그 최고의 화력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가장 지금 잘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왼손투수 상대 공격력'입니다. 아래는 올 시즌 좌투 상대 10개 구단 성적입니다. OPS 높은 순으로 정렬하면,

 

1. NC .868

2. 한화 .824

3. KT .823

4. LG .807

5. KIA .688

6. 키움 .682

7. 두산 .680

8. 삼성 .656

9. SSG .571

10. 롯데 .535

 

KIA가 5위로 리그 중간 수준인데, 문제는 수치죠. 4위와 5위 차이가 큽니다. KIA부터 아래에 있는 팀들은 그냥 왼손투수가 나오면 너무너무너무 못 치는 팀들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표본이 더 쌓여야겠지만, 현재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KIA가 왼손투수 상대로 저조한 것은 사실이죠. KIA는 오른손 투수 상대로는 무려 OPS .891을 치고 있으니 차이가 매우 큽니다.

 

참고로, 올시즌 좌투 상대 리그 OPS는 .710, 우투 상대 리그 OPS는 .783 입니다. 이러니 다들 KIA 왼손투수에 침을 흘리고 있죠. 여기에 KBO에 우투좌타가 많은 것도 원인이고, 외국인 투수 중에도 왼손투수가 그 어느 때보다 활개를 치고 있고(카스타노, 브랜든, 헤이수스, 하트, 엔스, 헤이수스 등) 다들 성적도 괜찮아서, 올해 왼손 투수 상대로 약한 팀들은 시즌 내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KIA 타선에서 왼손투수 상대 OPS를 정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김도영 1.113

2. 서건창 1.100

3. 이창진 .980

4. 한준수 .933

5. 김태군 .913

 

여기까지는 잘 치는 타자들인데, 이 중 서건창, 한준수는 왼손타자에다가 둘 다 표본이 적습니다.(둘 다 6타석) 고로, 실제로 팀내에 왼손투수 나오면 잘 치는 타자는 김도영, 이창진, 김태군 딱 3명이에요. 김도영은 작년에도 왼손 상대로 1.039로 잘 쳤으니, 앞으로도 좌투수 상대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창진은 올해만 왼손투수 상대로 잘 치고, 역스플릿에 가깝습니다. 작년에 왼손 상대 OPS가 .636에 불과했거든요.

 

작년 KIA 타선에서 왼손투수 상대 OPS를 살펴보면, .800 이상 친 선수가 7명입니다. 다들 잘 쳤다고 봐야죠. 나성범이 1.120으로 가장 잘 쳤고, 한준수 1.043(16타석이라 스몰샘플), 최형우 .990, 김선빈 .969, 변우혁 .966(61타석), 이우성 .836, 박찬호 .825 등입니다. 이 중 박찬호는 내일, 나성범은 이번 달 말에 돌아오지만, 개막부터 뛰고 있는 최형우가 올 시즌 왼손투수 상대로 너무 안 좋죠.

 

올시즌 최형우 왼손 상대 OPS가 .304에 불과합니다.(타율 아님) 표본이 적지도 않아요. 23타수 2안타에 홈런 1개가 전부고 볼넷 2개 고르는 동안 삼진 8개를 당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좌상바로 유명하죠. 올해도 똑같습니다. 왼손 상대 21타수 4안타에 OPS .465. 오늘도 전혀 왼손 투수 상대 공략이 안 됐죠.

 

가장 큰 걱정은 최형우입니다. 사실, 최형우는 통산 성적을 보면 왼손투수에 딱히 약한 타자가 아니었는데, 왼손투수에게 크게 약했던 시즌이 2022년이었습니다. 이 해에 최형우의 왼손 OPS는 .669에 불과했죠.(소크라테스는 .600 ㅋ) 그나마 작년에 왼손 투수 상대로 반등하면서, 성적이 좋았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왼손투수 상대로 너무 못 치고 있습니다. 

 

왼손에 못 치는 소크라테스가 중심타선에 떡하니 박혀 있고, 최형우마저 왼손투수 상대로 2022년처럼 부진해 버리니, 왼손투수가 나오면 실마리를 풀어 줄 타자가 김도영 밖에 없죠. 그나마 커리어 통산 왼손 상대로 성적이 좋은 박찬호가 내일 복귀하긴 하지만, 장타자라고 보기 어렵고, 김선빈도 왼손투수 상대로 강하지만(오늘도 고효준 상대로 동점 홈런), 역시 장타자라 보긴 어렵습니다.

 

그나마 나성범이 복귀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그래도 최형우와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헤매고 있으니, 앞으로도 왼손 투수 상대로는 고전할 가능성이 크죠. 더 큰 문제는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NC에 뛰어난 왼손투수가 2명이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카스타노는 좌타자 상대 피OPS가 .347에 불과하고, 하트 역시 좌투수 상대 OPS가 .544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나성범이 왼손투수 상대로 강하다고 해도, 좌타자는 태생적으로 왼손투수 공에 약할 수밖에 없죠. 

 

포스트시즌에 NC 만나서, 카스타노-하트 콤비에 중심타선을 맡아 줄 나성범 - 최형우 - 소크라테스 - 최원준(아마 좌투수 나오면 빠질 듯)이 아무 역할도 못해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해법이라면 역시 가장 쉬운 건 외국인 우타 외국인 타자를 알아보는 것과, 변우혁이 부상에서 회복해서 작년처럼 왼손투수 저격용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할 것 같네요. 그리고 왼손투수가 선발일 때는 최형우와 소크라테스는 하위 타순에 배치하고 둘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오늘도 김광현 등판이었는데, 좌투수 상대로 계속 좋지 못한 최형우-소크라테스를 4-5번에 배치한 건 이범호 감독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선수 단평

 

  • 김도영 - 오늘도 보여준 문학소년, 김광현의 극찬까지 받다. 만루에서 초구 범타가 너무 아쉬움.
  • 이창진 - 왼손투수 상대로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함
  • 이우성 - 언제든 한 방을 칠 수 있는 중심타자
  • 최형우 - 첫 타석 적시타는 좋았지만, 그 이후가 너무 무기력함
  • 소크라테스 - 타선의 혈막
  • 김선빈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동점 홈런
  • 최원준 - 공도 잘 보고, 좌타자에게 어려운 바깥쪽 코스도 뱃 컨트롤로 연속 안타
  • 김태군 - 군살타는 계속 된다.
  • 한준수 - 확실히 타석에서는 기대가 되지만, 주자 견제 능력은 연습 많이 해야할 듯
  • 홍종표 - 런 앤 히트 상황에서 빠른 공 루킹 삼진은 매우매우매우 실망스러움
  • 고종욱 - 고종욱 답지 않은 선구안
  • 김건국 - 홈런 한 방 맞은 것 빼면 대체 선발 치곤 잘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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