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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KIA : 한화 - 현재와 미래를 다 잡고 있는 타이거즈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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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 가장 임팩트 있었던 순간은 6회에 나온 소크라테스의 홈 보살입니다. 타석에서는 영 좋지 못 했는데, 6회 1사 만루에서 이도윤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를 잡고, 홈으로 매우 정확한 홈송구를 했습니다. 채은성이 다리가 느린 편이긴 해도, 웬만하면 이 타구에는 거의 삽니다. 소크라테스의 송구가 너무나도 정확했고, 한준수도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운드 되는 송구를 한 번에 잘 잡고 공격적으로 주자를 잡았죠. 여기서 동점을 허용했으면, 어려운 경기가 될 뻔 했는데, 이 하나의 수비가 게임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타석에서는 KIA의 미래이자 현재인, 젊은 타자들이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김도영(20세)이 또 강습 타구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를 저질렀지만, 3회에 대형 역전 홈런과 7회에는 이민우의 잘 떨어지는 유인구를 결대로 밀어쳐서 달아나는 1타점을 올려줬습니다.

 

가장 멋진 순간은 8회에 나왔는데, 1사 1, 2루 풀카운트에서 박상원의 몸쪽 떨어지는 포크볼을 한준수(25세)가 정말 아름다운 스윙으로 중앙 담장 앞까지 큰 타구를 날렸습니다. 신인급 타자에게는 정말 고르기 어려운 포크볼인데, 어떻게 몸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그렇게 완벽하게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을까요. 오늘 경기에서 나온 타구 중 김도영의 홈런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타구였습니다.

 

이어서, 어제 맹활약한 홍종표(23세)가 김서현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이쁘게 밀어서 추가 타점을 올렸고. 9회초에는 끈질긴 승부 끝에 달아나는 밀어내기 점수까지 올려줬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오늘 공격을 전부 주도했어요. 심지어 오늘 선발 마운드를 잘 지켜 준 윤영철도 이제 고작 19세입니다. 장현식이 흔들리는 와중에 한화의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막아 준 곽도규도 20세에 불과하고요.(둘이 같은 해 입단인데, 곽도규가 한 살 더 많은 이유는 오늘이 곽도규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한준수, 어두운 포수 역사에 빛줄기가 될 것인가

 

한준수는 2018년 드래프트에서 KIA가 1차 지명으로 뽑은 포수입니다. 사실, 당시 연고에 좋은 자원이 없어서 뽑은 선수에 가까웠는데, 입단하고 부지런히 2군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하고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오더니, 프로 5년차인 작년부터 인상적인 스윙으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256 / .312 / .372), 올해 현재까지 10경기에서 .417 / .429 / .583 이라는 아름다운 스탯을 찍고 있습니다. 

 

이 선수의 타격을 보면, 타석에서 공을 잘 고르고 우익수 앞으로 정타를 많이 만들어 냅니다. 아직 28타석에 불과하지만, 오늘 타석에서 침착하게 공을 고르고, 자신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스텝업을 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KIA 타이거즈는 전통적으로 포수가 약한 팀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포수가 해태 시절의 장채근과, KIA 초창기에 김상훈이니 말 다 했죠. 포수가 너무 약해서, 2년 연속 2라운드 지명권을 두 장이나 태우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단장의 범죄 행위로 전천후 내야 백업 요원까지 내주면서 까지 겨우겨우 김태군을 데리고 오면서, 급한 불을 껐죠. 김태군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타석에서 생산력 있는 타입은 아니고(컨택 원툴), 89년생이라 30대 중반의 노장이죠. 어찌됐든 팀은 포수를 키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허접한 포수 역사에서 한준수 같은 선수가 튀어나온 게 정말 기적적이네요. 올해 김태군과 출장 시간을 잘 배분해서, 체력 관리, 컨디션 관리를 잘 하면, 김태군은 본연의 임무인 백업 포수 역할을 하고, 공격력이 좋은 한준수가 주전으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하는 한 시즌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소박하게 프로 4년차 양의지가 두산에서 처음 주전 자리를 먹었던 2010년의 WRC+(109.1)만 기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우상향을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죠.

 

 

멸치였던 홍종표가 힘이 붙었다.

 

홍종표 이야기도 안 할 수 없죠. 개인적으로 홍종표에 대한 기대치는 입단 때가 최고였습니다. 강릉고에서 정교한 타격을 보이며, 2020년 드래프트 2차 2번(1번은 박민)에 지명했지만, 프로에서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죠. 빠른 발은 갖고 있지만, 체격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스윙을 해도 타구에 힘이 없었어요. 아무리 교타자라고 해도, 프로 통산 장타율 .301, 2군에서도 통산 장타율이 .323에 불과하니 전혀 기대가 안 됐죠.

 

심지어 상무에서 성적도 별로였습니다. 교타자 답지 않게 상무에서 2년간 타율이 .256 / .245에 불과했으니까요. 2번 픽 날렸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모습을 보니 웨이트를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몸이 상당히 커졌네요. 지금 프로필을 보면 178cm, 72kg으로 뜨는데, 80kg까지는 찌운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물어봐야겠지만, 확실히 몸이 두터워진 느낌이에요.

 

이 때문인지, 지난해 퓨처스에서 .308 / .375 / .385를 치면서 조금씩 타격 생산성이 올라갔고, 올해는 스몰샘플이지만 10경기에서 .417 / .462 / .500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짧게 치는 선수라도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입단 초기 박찬호와 강한울이죠. 힘이 붙어야 정확성도 올라가고, 타구가 더 멀리 가고, 안타가 되는 거죠. 게다가 아마에서는 2루를 보던 선수가 작년부터 2군에서 유격수로 뛰고 있네요. 상무에서 성적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기대를 접었는데, 홍종표의 발전도 큰 기대를 걸게 합니다.

 

KIA의 1위 질주가 특히, 고무적인 것은 최형우, 서건창, 이우성, 최원준(어느새 프로 9년차), 박찬호 같은 베테랑들의 활약도 있지만, 김도영을 비롯해 윤영철, 이의리, 곽도규, 최지민, 한준수 같은 20대 초중반의 선수의 활약이 더 크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2009년에 우승하고 7년간 우승이 없다가 8년 만에 겨우 우승하고, 또 6년간 우승 없는 시즌을 보내는 등, '지속 가능한 강팀'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타이거즈였는데,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꾸준히 기대대로 성장해준다면, 꿈에도 그리던 '지속 가능한 강팀'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책은 좀 줄이자.

 


선수 단평

 

  • 서건창 - 그동안 잘 쳤으니 하루 쯤은 쉬어도 됨
  • 최원준 - 너도 그동안 잘 쳤으니 하루 쯤은 쉬어도 됨
  • 김도영 - 중심타자 다운 모습을 보임. 강습 타구 수비는 도대체 언제 좋아지려나...
  • 최형우 - 올 시즌 가장 변태적인 홈런
  • 고종욱 - 명품 대타의 방망이는 여전히 날카롭다.
  • 소크라테스 - 그 수비 하나로 1일 까방권 발급
  • 이우성 - 하위 타선으로 내려가니 타격이 정교해졌어요.
  • 김호령 - 기대도 안 했다.
  • 김선빈 - ABS야 고마워!
  • 김규성 - 볼넷이 어디냐
  • 윤영철 - 6회 딱 1이닝만 아쉬운 피칭, 커터를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 고무적인 부분
  • 장현식 - 게임 터뜨릴 뻔함. 0볼 2스트라이크에서 왜 한가운데 직구를 던지는 데?
  • 곽도규 - 오늘 가장 감이 좋은 노시환마저 고전하게 만든 명품 투심
  • 박준표 - 투심을 벨트 라인으로 던지면, 당연히 배팅볼이지
  • 이준영 - 시범경기의 나는 잊어줘
  • 정해영 - 깔끔 그 자체. 노시환에게 맞은 안타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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