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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KIA : LG - 조금씩 힘이 붙는 네일, 김도영 4안타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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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 네일의 아트 피칭

 

제임스 네일은 오늘, 구멍이 없는 타선, 리그 최강의 타선, LG를 상대로 투구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험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강력한 LG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 단 하나의 볼넷도 없이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습니다. 네일의 가장 관건은 스태미너였는데, 오늘도 비록 70개 넘어서 투심이 자꾸 날리는 등, 악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박동원을 투심으로 삼진, 문성주를 백도어 슬러브로 삼진을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겼죠. 이때 볼배합과 커맨드가 정말 좋았습니다. 박동원은 스위퍼를 노리고 있었는데 바깥쪽 투심으로 타이밍을 뺏었고, 문성주도 빠른 투심을 노리고 있었는데, 아주 좋은 코스의 스위퍼로 위기를 넘겼죠. 

 

네일이 오늘 좋은 피칭을 한 건 '스위퍼', '스위퍼', '스위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정확한 LG 타선마저도 쉽게 공략을 못 하더군요. 네일 스위퍼의 움직임이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는 장면이 무사 1, 2루 상황에서 문보경의 병살입니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코스라 문보경의 방망이가 자신있게 나왔는데, 몸쪽으로 휘어 버리니 빗 맞아서 2루수 앞에 아주 이쁘게 병살 코스가 나왔죠. 게다가 투심도 오늘 커맨드가 좋았습니다. 좌우 보더라인으로 아주 잘 들어가서, 많은 빗맞은 땅볼을 양산했습니다. 거의 투심 - 스위퍼 투 피치였는데도 이 두 구종의 움직임이 너무 좋아서 연타를 맞지 않았죠.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은, '수비'에서 나왔습니다. 손주영의 투구에 막혀서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었고, 잘못된 라인업을 들고 와서 1사 3루 라는 결정적인 상황을 무산시켰죠. 이번 시즌 처음으로 감독 비난을 하고 싶은 타선 운용이었는데, 이는 후술하겠습니다. 암튼, 6회에 이지강의 제구력이 흔들리는 틈을 타서 찬스를 잡았고, 최원준의 신기에 가까운 뱃 컨트롤로 만든 내야 안타로 1사 만루가 된 상황. 대타 고종욱의 타구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팝플라이였는데 오지환이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 하면서, 결정적인 득점이 나왔습니다.(좌익수한테 양보했으면 매우 쉬운 아웃, 심지어 좌익수가 잡으면 홈 승부도 쉽지 않았는데...)

 

이 수비 이후에 서건창의 희생타가 나왔고, 지난 주 홈런 하나 쳤지만 내내 부진했던 김도영이 박명근의 한복판 투구를 놓치지 않고 정말 아주 예술적인 스윙으로 대형 쓰리런 홈런을 쳤습니다. 이 홈런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죠. 그런데 여전히 수비에서 미스 2개가 나오면서, 2실점... 최악의 수비 에러 행진은 오늘도 계속 되었습니다.

 

제임스 네일,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9년을 마지막으로 제임스 네일은 선발 등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영향인지 시범경기 성적이 10.1이닝 동안 ERA 5.23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도 피안타가 문제였지, 삼진과 볼넷 비율은 괜찮았어요. 10.1이닝 동안 9개의 탈삼진, 3개의 볼넷을 준 게 전부였으니까요. 

 

네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제구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펜으로 뛸 때의 기록이긴 하지만 지난해 AAA에서 9이닝 당 볼넷이 3.2개였고, 9이닝 당 탈삼진이 10.1개였습니다. 73.1이닝을 던진 2022 시즌에도 9이닝 당 볼넷 2.6, 탈삼진 7.9였고요. 삼진 대 볼넷 비율이 3대1이 넘어가는 아주 좋은 제구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죠. 추측이지만, 지난해 탈삼진율이 늘어난 건, 스위퍼가 더 좋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KBO 무대에서 네일은 탈삼진 23개를 잡으면서 볼넷이 단 1개도 없습니다. 계속 이 수치일 가능성은 없지만, 올 시즌에도 삼진 대 볼넷 비율은 3대1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체력 이슈만 없다면 말이죠.

 

이런 네일의 문제는 스태미너였죠. 그런데 오늘은 흔들리긴 했어도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연속 안타 이후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던진 투심과 스위퍼로 박동원과 문성주라는 어려운 타자들을 잡아냈으니까요. 마지막 아웃 카운트였던 신민재 상대로 스위퍼도 몸쪽 낮게 아주 잘 들어갔습니다. 이 선수의 관건은 '한계 투구수' 늘리기인데, 오늘은 한계 투구수를 늘린 모습을 보였으니 더욱 기대를 걸어볼만 할 것 같습니다.

 

당초 계획은 풀타임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크로우가 1선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는데, 마땅한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메이저 통산 24.1이닝 ERA 7.40) 네일의 이런 투구는 정말 기대 이상이네요. 크로우도 가진 무기는 좋은 투수이니 만큼, 크로우까지 기대대로의 피칭을 해준다면, 지난해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더 높이 올라가지 못 했던 KIA에게는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매우 실망스러웠던 타선 운영

 

오늘 경기 잡긴 했는데, 타선 운영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라인업부터가 문제였어요. 손주영이 오른손 타자 상대로 볼넷 허용이 많았다고 해도, 지난 주에 OPS 1.0 이상을 친 최원준과 서건창을 빼고 7번 타순에 김호령을 넣다뇨... 김호령은 왼손 투수 상대로 딱히 강점이 있는 타자도 아니고, 컨택이 너무 안 좋은 타자라서 쓰더라도 대수비 요원이 한계고, 정 선발로 넣고 싶다면 7번이 아니라 9번으로 써야죠. 물론, 박찬호의 부상 이탈로 박민을 써야 하니, 7번으로 넣은 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애초에 김호령은 선발로 나오면 안 될 선수입니다. 박민이 타선에 있으면 더더욱 김호령은 선발로 쓰면 안 되고요.

 

왼손 투수 나왔다고 소크라테스를 그대로 둔 것도 문제죠. 소크라테스는 좌상바 기질이 역력한 선수고 지난 주 타격감도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5번 타순에 선발. 내보냈더라도 6번으로 썼어야 했고. 아니, 그냥 김호령, 소크라테스를 쓸 게 아니라 최원준, 서건창을 그대로 내는 게 나았습니다. 

 

사실, 더 실망스러운 장면은 4회에 나왔습니다. 소크라테스 선두타자로 나와 모처럼 볼도 잘 고르고, 아주 멋진 2루타를 날렸는데 6번 이창진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장면 보고 눈을 비볐네요. 물론, 상황에 따라 이창진 단독 판단으로 보일 여지도 있는데(기습 번트 모양새이긴 했음) 이창진이 판단했다면 선수 판단도 문제고, 벤치 지시였다면 심각한 직무유기 수준입니다. 다음 타자가 컨택이 안 되는 김호령인데, 왜 무사 2루에서 번트를 댈까요. 이창진도 타격감이 안 좋다고 하지만, 적어도 이창진은 '눈'은 살아 있는 선수입니다. 오늘도 볼넷만 3개 골라서 나갔고요. 상대 투수가 볼넷도 많은 선수죠. 그렇다면 이창진에게는 강공을 지시하고, 운 좋게 이창진이 볼넷을 골라 나가면 김호령에게 번트를 지시하면 욕 안 했습니다.(그리고 김태군 대신 대타 기용)

 

소크라테스가 3루에서 견제 아웃 된 것도 김호령 탓이에요. 소크라테스 탓이 아닙니다. 벤치에서 컨택 플레이(페어가 나오면 무조건 홈으로 스타트)를 지시한 게 확실해 보이는 상황인데, 2볼 0스트라이크라는 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김호령은 손주영의 한 가운데 빠른 공에도 방망이가 밀려서 파울을 만드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나지완도 얼마나 답답했는지, 다음 이닝까지도 김호령의 이 모습을 비판하더군요. 그리고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도 스윙이 나왔어야죠. 스트라이크로 들어왔는데 멀뚱히 지켜보다가 3루에 있던 소크라테스가 박동원의 정확한 송구에 잡힌 겁니다. 그래서 전 3루에서 소크라테스가 아웃된 건 주자 미스가 아니라 타자 미스, 벤치 미스라고 생각하고요.

 

김호령은 대수비 외에는 쓰임새가 한정적인 선수입니다. 오늘 타석에서의 모습을 보고도 또 선발로 내세우면 '김호령 써달라고 뒷돈 받았나?'라는 심한 생각까지 들 것 같습니다. 김호령이 리그 최고 수준의 외야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이긴 한대, 외야수는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이 우선이고, 김호령이 1군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컨택 능력을 지금보다 크게 향상시켜야 합니다. 지금 2군 외야수들 보면 다들 활약이 좋아요. 시범경기 때 맹타를 보여준 박정우가 당장 1군에 가깝고, 지금 2군 무대를 씹어 먹고 있는 김민수도 있습니다. 김석환도 여차하면 장타 능력 보강을 위해 올라갈 수 있고요. 김호령 선수도 1군 무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 지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김도영 - 5타수 4안타. 첫 타석 아웃된 타구마저도 잘 맞았다. 이제 자신감을 가지자
  • 김선빈 - 컨택률 98%에 달하는 김선빈 답지 않게, 작년 좌투수 상대 4할 타자 답지 않은 삼진
  • 이우성 - 파울 타구가 큰 부상으로 연결되지 않길
  • 최형우 - 이젠 정말 낡은 걸까? 찬스에서 평범한 뜬공은 아쉽다.
  • 소크라테스 - 지난 주보다는 확연히 좋아진 타격감, 그래도 꾸준함을 보여줘야 함
  • 이창진 - 선구안 만큼은 붙박이 주전
  • 최원준 - 불리한 카운트에서 보여준 신묘한 배팅 컨트롤, 이런 선수가 왜 벤치 스타트죠?
  • 김태군 - 한준수를 잘 이끌어 줌
  • 한준수 - 7회 위기에서 보여준 볼배합은 매우 좋았지만, 삼구 삼진은 아쉬움
  • 박민 - 수비 실책 안 했음. 그것만으로도 박수 
  • 서건창 - 주자에 가렸다지만 알까기는 좀...
  • 곽도규 - 오스틴의 안타는, 상대 타자가 잘 쳤다. 그런데 선두타자 볼넷은 반성해야지
  • 윤중현 - 감독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름. 내일 1군 말소 확정적
  • 이준영 - 슬라이더 원툴, 그리고 그 원툴이 오늘 완벽하게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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