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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KIA : 삼성 - 최원준의 활약과 담대한 투수 운용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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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는 홈런 2개가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1회 드디어 김도영 선수의 첫 번째 시즌 홈런이자 첫 번째 챔피언스필드 홈런이 나오면서 선취점을 냈지만, 그 이후 레예스의 슬라이더에 당하면서 4회까지 안타 1개만 치는 등 끌려가고 있었는데, 5회 2사 이후 한준수의 빗맞은 안타 이후, 최원준이 레예스의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투런을 쳤습니다.

 

마운드도 잘 해줬죠. 크로우는 여전히 1선발 답지 않은 피칭을 보였지만, 그래도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줬고, 전상현과 장현식이 휴식일임에도 최지민을 내지 않고 이준영, 이형범, 곽도규, 정해영 만으로 남은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최원준, 기대치를 충족하는 모습

 

최원준은 2010년 드래프트와 함께 역대급 골짜기 세대 소리를 들었던 2016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3번째 순번을 갖고 있던 KIA가 지명했습니다. 당시에 전체 1픽을 갖고 있던 KT에서 최원준을 지명할 거라는 소문이 컸는데, 전체 1픽을 갖고 있던 KT는 뜬금없이 해외파 남태혁에게 소중한 전체 1픽을 소모합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 했던 픽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는... 그래서 한화가 최원준을 픽하지 않을까 했는데 한화도 최원준을 거르고 당시 대학 최고 투수였던 김재영을 지명합니다.(그런데 한화는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이 투수를 원해서 처음부터 김재영을 뽑을 거란 이야기가 많았던 기억이) 그리고 그 결과는...

 

아무튼, 최원준이 고교 무대를 방망이로 평정했음에도 서울팀의 1차 지명도 못 받고(당시 서울 1차 지명은 이영하, 김대현, 주효상) 2차에서도 지명이 밀린 이유는 수비 때문이었습니다. 고교 때 유격수로 뛰었지만 그 어떤 스카우트도 최원준을 유격수로 보지 않았죠. 김기태 감독이 한때 유격수나 3루수로 기용을 해봤으나 역시 안 된다는 걸 확인했고 강한 어깨를 살려 우익수로 기용하면서 군대 가기 이전, 2020년 WRC+ 113, 2021년 WRC+ 108.6을 찍으며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빠른 발을 살려 2021년 40개의 도루를 기록해 리그 2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지난해 후반기, 최원준이 제대하고 복귀하자 김종국 감독은 최원준에게 취약 포지션인 1루 포지션을 맡겼고,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유격수 출신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1루 수비를 못 했고, 팀 수비력도 전체적으로 흔들렸죠. 게다가 2군에서 출루율 5할을 기록할 정도로 '내게 2군 무대는 좁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 답지 않게 복귀 후 타격 스탯도 그저 그랬습니다. 

 

올해 부임한 이범호 감독은 최원준이 가진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시범경기에 1번 박찬호 - 2번 최원준 - 3번 김도영을 계속해서 시도했죠. 셋이 합쳐서 최소 도루 100개를 할 수 있고, 김도영은 장타 능력을 갖고 있기에 이범호 감독의 구상이 성공만 한다면 1회부터 상대 투수진은 큰 압박감에서 피칭을 시작할 수 밖에 없죠. 다만, 저는 박찬호가 1번을 치기에는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체력 부담이 크고, 김도영은 아직 중심타선을 치기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범호 감독의 트리플 세터 구상을 선호하진 않았습니다. 지금도 전 굳이 트리플 세터를 쓰고 싶다면 9번 박찬호 - 1번 최원준 - 2번 김도영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원준 1번을 밀었던 이유는, 최원준의 '선구안'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못 했다던 작년에도 최원준은 타율 대비 1할 가깝게 더 높은 출루율(타율 .255 / 출루율 .341)을 보여줬어요. 부진할 때도 많은 볼을 골라낼 줄 아는 선수인데, 군대 가기 이전에 보여줬던 컨택 능력을 다시 보여주면 최원준은 3할 후반, 잘하면 4할대의 출루율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올해 최원준이 달라진 게 '장타력'입니다. 나성범 따라 웨이트를 열심히 했는지(부상은 따라하지 말거라~) 이게 최원준인지 김석환인지 모를 정도로 몸이 두터워졌고, 현재 팀에서 가장 많은 2개의 홈런(이건 소크라테스, 최형우, 이우성이 반성해야...)을 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최원준의 통산 최다 홈런은 '4개'가 전부였어요. 그런데 몸을 키우더니 타구가 뻗습니다. 탱탱볼이라서 그렇다? 최원준은 탱탱볼 시절을 이미 겪은 선수입니다. 지금 타구가 뻗는 걸 보면, 확실히 웨이트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최원준이 처음 데뷔할 때 전 최원준이 '제2의 장성호'가 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최원준은 '제2의 이용규'스러운 모습에 그쳤죠.(물론, 이용규와 달리 스프레이 히터로 보긴 어렵습니다만, 단순히 장타력을 비교하면) 그런데 올해 최원준은 제가 타이거즈 선수 중 가장 좋아했던 장성호의 실루엣이 보이려고 하고 있네요. 뛰어난 선구안과 중장거리 타격으로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친 장성호가 떠오릅니다. 여기에 최원준은 장성호가 가지진 못한 '빠른 발'과 '수비 능력'을 갖고 있죠. 중견수 수비도 연습을 많이 했는 지 아직까지 사고를 치지 않고 오히려 소크라테스보다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최원준이 시즌 내내 9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팀 득점력이 나쁘지 않아서 이범호 감독이 9번으로 계속 쓰고는 있지만, 출루율 3할 후반, 장타율 .400 초중반, 30~40개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선수를 9번으로 쓰는 건 낭비죠. 고교 후배인 강백호가 최원준을 보고 '저 사람이야말로 야구 천재다'라고 생각했다죠. 올해 최원준이 자신이 가진 포텐셜을 만개해 '야구 천재'가 되는 시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범호 감독의 대담한 투수 운용

 

오늘 경기 운영 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이범호 감독의 투수 운용이었습니다. 윌 크로우가 또 다시 80개 근방에서 체력이 떨어저 제구가 흔들린 바람에 5회 밖에 이닝을 소화하지 못 해, 불펜에 비상이 걸렸죠. 게다가 이범호 감독은 시즌 전에 '정해영을 제외하면 3연투는 없다'라고 천명을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승리계투요원은 최지민, 정해영이 전부였습니다. 곽도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선수고요.

 

일단, 6회에 이준영을 올렸지만 이준영은 여전히 제구가 안 되는 모습을 보이며 구자욱을 상대로 볼 3개 연거푸 던지다 위험한 사구를 던졌고, 이형범으로 투수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형범은 특유의 투심을 잘 활용해 오재일을 병살로 잡고 위기를 넘겼습니다. 7회에 이형범이 흔들리고 박찬호가 치명적인 송구 실책을 하니, 곽도규를 올립니다. 최지민을 올릴 수도 있었는데, 올해 신인 자격을 갖춘 선수에게 1사 2, 3루라는 압박감 있는 상황을 막으라고 올려 보냈습니다. 지난해였다면 아마 최지민을 올렸겠죠.

 

곽도규는 마운드에서 쫄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145km/h 투심과 슬라이더를 계속 존에 우겨 넣으면서 안주형을 삼진으로 잡고, 김동엽을 3구 만에 빗맞은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깁니다. 김동엽을 상대로 3구째는 사실, 반대 투구였어요. 포수는 유인구를 요구했는데, 그냥 투심을 한가운데에 넣어 버렸죠. 공의 움직임이 워낙에 좋으니 김동엽의 타구는 정타가 되지 못했습니다. 존에 몰렸음에도 말이죠. 곽도규는 이 투구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지민의 연투를 막는 것과 동시에 신인급 투수에게 '자신감'까지 심어주는 매우 좋은 투수 교체가 됐죠. 

 

더 놀라운 장면은 8회에 나왔죠. 당연히, 최지민이 올라오거나, 곽도규로 1이닝을 더 갈 거라고 봤는데, 뜬금없이 김건국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4점 차이면 그렇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말이죠. 김건국은 예상대로(?) 위험한 타구를 연거푸 허용하면서 1실점을 했지만, 운이 따라서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고, 9회에 정해영이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습니다. 

 

전, 이 투수 운용을 매우 칭찬하고 싶네요.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시즌을 길게 보고, 시즌의 뒤부터 계산을 하고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전 처음부터 김종국 감독 후임은 이범호 감독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는데 현재까지 보여준 투수 운용은 100점 만점을 주고 싶네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김지찬을 잡아 낸 수비는 메이저리그급이었지만, 7회 악송구는 게임 터뜨릴 뻔했다.
  • 김도영 - 첫 경험만 세 번(시즌 첫 홈런, 시즌 첫 볼넷, 통산 첫 챔피언스 필드 홈런)
  • 소크라테스 - 4월 내내 이런 타격을 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가
  • 최형우 - 홈런성 2루타, 정교한 좌측 안타, 그리고 날카로운 2루 직선타. 살아나는 타격감
  • 이우성 - 오늘은 수비 요정
  • 서건창 - 휴식을 취한 김선빈의 빈 자리를 200% 채워 줌
  • 이창진 - 이러다 2군 간다?
  • 한준수 - 점점 1군 붙박이 선수로 성장 중
  • 이준영 - 또 2군 간다? 
  • 이형범 - 6회 병살 처리 만으로 밥값함. 멀티 이닝은 무리?
  • 김건국 - 정해영 세이브 조작함
  • 정해영 -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는 데 7개의 포심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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