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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KIA : KT - 천적을 무너뜨리며 위닝 시리즈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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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지난 시즌 KT 선발 쿠에바스는 KIA를 상대로 14.1이닝 ERA 1.26, 피안타율 .106(이게 말이 됨?)  미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KIA 타자들이 쿠에바스의 현란한 변화구(특히, 슬라이더)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는데, 오늘은 쿠에바스 상대로 무려 10개의 안타를 치며 5득점을 뽑아 냈습니다. 쿠에바스 공이 오늘 안 좋았던 것도 아니에요. 평소보다 포심 구위가 무디긴 했는데 여전히 변화구를 존 구석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KIA 타선을 맛있게 요리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KIA 타자들의 접근법이 좋았죠., 쿠에바스는 볼넷을 거의 안 주는 타입이다보니 카운트가 불리해지기 이전인 초구부터 적극적인 승부를 가져갔고, 낮은 쪽으로 들어오는 쿠에바스의 공들은 스윙을 하질 않았습니다. 2회 1사 이후 김선빈의 볼넷, 그리고 어제의 히어로 서건창이 1-2루간으로 코스 좋은 안타를 치면서 찬스를 이어갔고, 최원준이 좌측 페어 지역 안으로 절묘하게 떨어뜨리는 2루타를 치면서 선취 2득점을 했습니다. 박찬호가 이어서 코스 좋은 중전 안타로 3점째를 뽑으며 승기를 잡았죠.

 

KT 강백호의 미친 활약(포수 마스크를 썼더니 타격감이 좋아졌어요)으로 3:2까지 쫓겼지만, 6회에 다시 쿠에바스를 공략해 추가 2득점을 뽑아 승기를 완전히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운이 좀 따랐죠. 최형우의 빗맞은 안타, 이우성도 정확한 타이밍이 아니었는데 연속 안타가 됐고, 김선빈의 2타점 2루타는 KT의 전진수비 덕을 봤습니다. 여기에 조재영 주루코치(감히, 10개 구단 최고의 주루코치라고 생각합니다.)의 좋은 판단으로 애매한 타구임에도 최형우와 이우성이 모두 홈을 밟았지요. 

 

사실, 이렇게 운이 따르는 안타가 나오는 것도 쿠에바스의 투구에 적극적인 스윙을 가져간 덕분이죠. 흔히, 상대 에이스가 나오고 불펜이 불안하면, 투구수를 늘리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쿠에바스나 고영표처럼 볼넷을 거의 안 주는 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는 그냥 초구부터 빨리빨리 공략하는 게 정석입니다. 투구 수 늘린답시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하면, 7이닝 1실점할 걸 6이닝 무실점으로 만드는 효과 밖에 못 주죠. 아무튼,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고 낮은 코스의 공을 버린 타자들의 전략이 쿠에바스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의리, 강백호한테만 졌을 뿐

 

오늘 이의리의 투구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습니다.  비록 5회 밖에 소화하지 못 했지만, 그건 강백호가 미친 활약을 했기 때문이지, 이의리의 탓이 아니었습니다. 이의리를 상대로 첫 타석부터 불리한 카운트에서 떨어지는 커브 볼을 정확한 포인트로 받아쳐 2루타를 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몸쪽 잘 붙은 높은 코스의 150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벼락 같은 스윙으로 135m짜리 대형 홈런을 날립니다. 더 대단한 타격은 세 번째 타석이었어요. 이의리가 카운트 싸움을 잘 했고, 좌타자가 가장 치기 어려운 코스로 슬라이더도 정말 잘 던졌는데 그걸 어떻게든 타격해서 내야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그 코스의 슬라이더는 스윙했으면 100명의 타자 중 98명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을 겁니다. 그 정도로 오늘 강백호는 타석에서 집중력이 엄청나더군요.

 

강백호를 상대로 세 번 중 한 번만 막았어도 오늘 이의리는 6회까지 소화했을 겁니다. 단지, 강백호 한 명에게 막혔을 뿐이죠. 볼넷도 2개 밖에(?) 안 줬고, 5회에 로하스 상대로 준 볼넷 말고는 그렇게 많이 빠지는 공도 없었어요. 최고 150km/h 직구를 코너로 꽂고, ABS존을 잘 활용하는 커브(장성우는 억울할만함),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존 근처로 던졌습니다. 오늘처럼만 던지면 10승은 껌으로 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좋은 피칭이었습니다.

 

 

KIA 불펜 이렇게 좋아도 되나?

 

이의리가 5회 밖에 소화 못 했지만, 그래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불펜진의 컨디션이 너무 좋으니까요. 그리고 예상대로 불펜투수들은 마운드에서 강력크한 공을 던지며 KT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최지민을 상대로 강백호가 만든 적시타 말고는 정타도 거의 없었어요. (오늘 불펜투수 중 제일 별로였던 투수가 최지민) 솔직히, 이렇게 불펜투수들 컨디션이 좋아도 되나 싶은 정도입니다.

 

과거 선동열 감독 시절, 정현욱, 안지만, 권혁, 오승환의 불펜진도 생각나고, 김성근 감독 시절, 정대현, 정우람, 채병용, 윤길현의 불펜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150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정해영, 장현식, 최지민. 145km/h의 좋은 무브먼트와 정교한 제구력을 보이는 전상현, 작년까지 전력 외였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는 곽도규까지. 너무 투수들이 좋습니다. 과거 좋은 활약을 해준 박준표, 이준영, 김대유, 이형범 등도 언제든지 전력이 될 준비를 하고 있고요. 이렇게 밸런스 좋은 불펜진을 구축한 게 정말 꿈과 같을 정도로 좋네요. 

 

올 시즌이 끝나면, 이범호 체제의 KIA 불펜진이 선동열 체제의 삼성 불펜진, 김성근 체제의 SK 불펜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3안타에, 명품 수비까지. 60억, 70억, 80억이 어른거린다.
  • 김도영 - 오늘도 또 뚫린 터널... 강습타구 대응은 언제 좋아질런지
  • 소크라테스 - 귀중한 솔로 홈런 하나는 쳤지만, 그 외 타석에서는 형편없는 타격
  • 최형우 - 자꾸 담장 앞에서 잡히니 교타자 모드로 멀티 히트
  • 이우성 - 쿠에바스 상대로 헤맸지만, 어찌됐든 득점의 발판이 된 안타를 치다
  • 김선빈 - 번트 실패에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 컨택의 신 김선빈이니까.
  • 서건창 - 안타 하나에 불과했지만, 매우 귀중한 안타.
  • 김태군 - 덩치 값을 못 하는 장타력
  • 최원준 - 오늘 타선에서의 MVP. 김도영과 타순 바꿉시다.
  • 장현식 - 이중 키킹으로 구위 업, 제구 업
  • 최지민 - 미쳐버린 강백호가 다음 타자인데 볼넷이 왠 말이냐
  • 전상현 - 너무... 편안...해요...Zzz...
  • 정해영 - 묵직한 포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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