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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KIA : KT - 하위타선의 4번 타자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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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 승리는 '제임스 네일', '서건창' 이렇게 두 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마운드에서는 네일이 스위퍼를 앞세워 KT 타선을 6이닝 1실점(0자책)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으로 막았고, 타선에서는 서건창이 4타수 3안타 3타점(2득점)의 맹활약을 하면서 경기를 매우 쉽게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또 다시 KIA의 막강 불펜진의 위용을 자랑했죠. 장현식, 곽도규, 전상현이 이어 던지며 3이닝 동안 주자를 2명 밖에 안 내보냈고 삼진은 4개나 잡았습니다.

 

 

테이블세터 김선빈, 클러치히터 서건창

 

오늘 경기의 유일한 흠이라면, 상위 타선의 부진이죠. 1번 타자부터 4번 타자까지 19타수 2안타 0볼넷에 그쳤습니다.  타선이 헐거운 팀이라면 당연히 1득점도 못 낼 정도로 상위 타선이 부진했는데, 6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16타수 10안타 5타점으로, 하위 타선에서 다 해결해줬습니다. 사실, 이런 팀이 진짜 강팀입니다. 상위 타선만 강하면, 상대 투수진은 그 타자들만 어렵게 승부하면 그만이지만, 하위 타선까지 강하면 상대 투수진은 굉장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보통 투수들은 하위 타선을 상대로는 힘을 빼고 설렁설렁 던지고, 상위 타선을 상대로는 전력 피칭을 하면서 경기를 풀어 갑니다. 그런데 KIA나 LG 타선은 그게 안 되죠. 어느 타자들이나 WRC+ 1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KIA 베스트 타선에서 WRC+ 100 이상을 못 찍어 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가장 약한 타자인 김태군마저 2년 전에 WRC 109를 기록했고요.(물론, 백업으로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라인업에 구멍이 없다는 것은 강한 타선의 필수 조건입니다. 나성범이 없음에도 KIA 타선이 현재까지 상위권의 공격력을 보이는 이유는 타선의 구멍이 적기 때문이고요.

 

게다가 아직 타자들 베스트 컨디션도 아니죠. 소크라테스는 매년 4월에는 안 좋았고, 김도영은 실전 훈련이 늦어서 여전히 타격감이 안 좋습니다. 여기에 팀 타선의 핵심 나성범은 빨라야 4월 말 복귀고요. 시범경기 때 최고의 타자였던 황대인은 사실상 전반기 아웃까지 당했습니다. 이렇게 부상 선수까지 있는데도 일정 수준의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아 있다는 것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고요.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정말 뜻 하지 않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서건창이죠. 1:1로 팽팽하던 4회말 2사 주자 한 명 있는 상황에서 엄상백의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560일(?)만에 홈런을 쳤습니다. 첫 타석에서도 좌익수 앞으로 빠른 안타를 쳤고,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죠. 타구 질이 정말 좋고, 타석에서 공도 잘 보고 있습니다. 작년에 안 좋을 때 보면 2루 땅볼이 많이 나왔는데, 올 시즌 현재까지 모습을 보면 스윙을 할 때 일부러 발사 각을 높이는 모습이 보입니다.(물론, 제가 타격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세한 건 서건창의 말을 들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여기에 김선빈의 타격감이 정말 좋죠. 지난 주까지만 하더라도 김선빈 답지 않게 헛스윙이 많아서 타격감이 걱정이었는데 최근 3경기에서 12타수 7안타입니다. 바야흐로 타격 천재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죠. 다이어트를 한 영향인지 수비 범위도 작년보다 넓어 보입니다. 다만, 시즌 초에 실책이 많은 건 흠이네요. 오늘도 1회 실책으로 KT에 선취점을 내주면서 자칫 경기가 끌려갈 수 있었죠. 침착하게 김태군의 송구를 받고 강백호 태그에 집중하면 됐는데 어째서 3루 주자에 그렇게 신경을 썼는 지 모르겠습니다. 베테랑 답지 않은 모습이었죠. 수비하다가 이우성과 부딪히며 아찔한 장면이 연출될 뻔도 했는데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서건창이 계속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다면, KIA는 나성범의 공백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우성이 우익수, 서건창이 1루수를 맡아주면, 라인업의 짜임새가 계속 유지될 것 같아요. 하지만, 상위 타선의 부진이 길어지면 곤란하죠. 김도영, 소크라테스가 지금보다는 더 활약을 해줘야 합니다.

 

 

제임스 네일, 한계를 실험하다.

 

네일이 오늘도 잘 던져주긴 했는데, 여전히 체력적인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70~80개가 넘어가니까 구속도 엄청 떨어지고 날리는 공이 너무 많더군요. 솔직히 6회에는 투수를 교체했어야 했다고 봤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요행수'가 따라야 막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변화구가 ABS존을 잘 파고 들어가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확실히 스태미너는 약점이긴 합니다.

 

그래도 오늘 100개 가까이 던지면서, 네일도 스스로 자신의 한계점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벤치에서도 그런 의도로, 네일을 마운드에서 그대로 뒀을 거고요. 계속 80구 근방에서 교체를 하면 스태미너가 늘어날 수가 없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오늘 경기 스코어도 4점 차이였으니, 벤치에서도 네일에게 한계 투구수 이상의 피칭을 주문한 것 같습니다. 

 

사실, 1경기 승부만 놓고 보면 네일의 구속이 확연히 떨어질 때 교체하는 게 맞습니다. KIA가 불펜이 허접한 팀도 아니고 현재 불펜 컨디션은 10개 구단 중 최고입니다. 곽도규, 장현식, 최지민, 전상현, 정해영 중에 자책점이 있는 선수는 최지민 단 한 명이고, 그마저도 박민의 판단 미스로 나온 실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KIA 승리계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스터프' 입니다. 삼진을 잡을 줄 아는 투수들이 포진되었기에 의외의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시즌은 길고,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네일이 지쳤음에도 계속 밀고 갔고, 이게 네일의 스태미너 향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현재 75개 정도에서 힘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등판할 때마다 5구씩 더 체력을 보강한다고 생각하면 100개까지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쉽지 않겠지만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배정대에게 잡힌 3루타성 타구가 아쉽다.
  • 김도영 - 수비는 깔끔했다. 
  • 소크라테스 - 5월까지도 이 모습이면 곤란함.
  • 최형우 - 너무 페이스를 일찍 끌어 올렸나...
  • 이우성 - 여전히 날카로운 타격감. 1루-외야 왔다갔다하며 고생도 하는 중 
  • 김태군 - 컨택이 좋으니 주자가 있을 땐 기대가 된다.(병살 위험도 크지만)
  • 최원준 - 슬슬 타격감 올라오나요?
  • 장현식 - 안타 하나는 조용호가 너무 잘 침
  • 곽도규 - KIA는 왼손투수 잘 키우는 공장이라도 있나요?
  • 전상현 - 솔직히, KIA 불펜에서 그 누구보다도 믿음이 감. ABS도 날개를 달아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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