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 나성범의 만루 홈런
빠따가 강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초반 양현종의 컨디션이 좋아 보였고, 반면, 삼성 레예스는 리그에서 가장 볼넷 허용이 적은 선수 중 한 명인데, 오늘 평소보다 볼넷이 많더군요. 그래서 1회 소크라테스의 장타, 3회 최형우의 홈런 등으로 일찌감치 3득점 뽑아냈을 때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3회까지 그 좋던 양현종의 공이, 4회부터는 너무 날리더군요.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뜻대로 들어가지 않은 게 컸는데, 4회 2사 이후에 강민호가 잘 떨어진 체인지업을 받아 쳐서 안타 나간 이후에는 체인지업이 계속 날리더군요. 다음 타자 이성규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플라이를 맞은 게 마음에 걸렸는 지, 포심은 딱 한 개 던지고, 체인지업만 던져서 유인구로 솎아 내려다가 볼넷을 허용하면서 꼬이기 시작했죠.
다음 타자 김영웅이라도 잘 막았으면 좋으련만, 역시 포심을 던지면 장타 맞을까봐 두려워서인지 슬라이더 연거푸 2개 던지다 2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 실투가 되면서 2타점 2루타를 맞고 맙니다. 여기서 끝냈으면 모를까, 박병호 상대로도 1, 2구 모두 볼을 던지면서 카운트가 몰리니, 포심 존에 들어오니까 바로 적시타 맞았죠. 4회부터 카운트 싸움을 이겨내지 못한 게 실점으로 연결된 셈입니다.
하지만 KIA 타선은 강했습니다. 동점 허용하자마자 4회 선두타자 서건창이 안타 치고 나가자, 삼성 벤치에서는 뜻밖의 강수를 던졌죠. 레예스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투수를 일찌감치 김윤수로 교체한 것입니다. 김윤수는 올해 퓨처스 최고 투수였고, 상무 에이스였죠. 그래서 아, 이 경기 쉽지 않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윤수 선수 아직 제구력이 좋지 못하더군요. 24개의 공을 던졌는데, 파울과 존에서 벗어난 헛스윙 빼면, 존 안에 들어 온 공은 4~5개 밖에 안 되고, 죄다 볼이었습니다. 포심이든 슬라이더든 자기 뜻대로 제구를 못 하더군요.
최원준의 아쉬운 판단(제구가 안 되고 있는데, 스트라이크 하나 들어올 때까지는 기다렸어야죠.)을 빼면 KIA 타자들은 침착하게 김윤수의 공을 골라냈고(사실, 골라내기 어렵지도 않았...) 밀어내기 2개가 나오자 삼성에서는 나성범 타석에서 황동재로 투수를 교체했습니다.
1볼 1스트라이크 이후, 황동재가 던진 3구째 스트라이크는 나성범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들어갔습니다. 나성범은 몸쪽 낮은 코스의 공을 정말 잘 치고, 그 쪽 코스로 오면 장타로 연결시킵니다.
몸 쪽 낮게 들어오면 OPS 1.313 입니다. 그런데 황동재의 3구는
나성범이 가장 좋아하고 잘 치는 코스로 들어왔죠. 이렇게 던지면 타자 입장에서는 땡큐입니다. 나성범의 방망이는 벼락 같이 나왔고, 우측 담장을 까마득하게 넘기는 만루홈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홈런이 오늘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죠. 나성범이 아무리 최근 안 좋아도 그건 몸쪽 하이패스트볼을 못 쳐서 그런거지, 자기가 강한 코스로 들어오는 공은 잘 쳐냅니다.
승리 투수 자격을 얻지 못한 양현종
스코어는 9:3. 승부는 결정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양현종은 5회에도 안 좋더군요. 첫 타자 류지혁에게 맞은 3루타는 운이 없었어요.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는데, 절묘하게 둥둥 뜬 타구가 좌측 페어 라인 안으로 들어왔고, 김도영의 아쉬운 포구(잡았으면 3루에서 아웃 카운트 잡아낼 수 있었을텐데)가 겹치면서 3루타가 됐습니다. 1실점은 당연히 해야 할 상황이었고, 아웃 카운트와 점수를 바꾼다면 문제될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KIA 킬러 김헌곤은 3루 땅볼로 잘 잡고, 이재현 상대로 포심 몸쪽 붙인 게 역시 페어 지역으로 떨어지면서 실점으로 연결됐죠. 이 타구는 상대적으로 이재현이 잘 치긴 했습니다. 여기서 더 이상 추가 실점 하지 않았다면 이범호 감독도 두고봤을텐데 강민호에게 던진 2구째 체인지업이 안타로 연결되고, 이성규를 또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 주자가 득점권으로 가자 이범호 감독이 칼을 꺼내들었습니다. 상대 타자가 우타자도 아닌 좌타자인데 말이죠.
양현종 입장에서는 교체를 납득하기 쉽진 않았을 거에요. 5회에 잘 맞은 안타는 이재현의 2루타 정도 외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마저도 제구가 잘 못된 건 아니었고, 하지만 이성규를 상대하지 못 하고 볼넷으로 내보낸 건 정말 안 좋았습니다. 본인도 교체를 납득하지 못 해서 한참이나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않았는데, 덕아웃에서도 단단히 토라져 있더라고요. 이런 양현종을 백 허그로 안아주며 격려해준 이범호 감독의 모습이 참 이례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론 감독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양현종 다음에 올라 온 김대유는 한 방이 있는 타자 김영웅을 상대로 신중한 피칭을 하면서 풀카운트에서 ABS 코너를 절묘하게 찌르는 슬라이더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최근 김대유 투구는 정말 좋네요. ABS를 잘 활용하면서 코너코너 찌르니 상대 왼손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준영보다 더 우선적으로 쓸 수 있는 왼손 원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5회 위기를 넘기고, 중간중간 위기가 있었지만 추가 실점 없이 비교적 깔끔하게 나머지 이닝을 불펜투수들이 무실점으로 막아줬습니다. 특히, 그간 고생한 장현식을 쓰지 않고 경기를 잡았다는 게 굉장히 좋네요. 6회에는 당연히 장현식이 나오거나 늦어도 7-8회 중 한 이닝을 장현식으로 밀고 갈 거라고 봤는데, 이형범, 임기영, 곽도규로 나머지 이닝을 막아낸 모습에서 이범호 감독의 배짱을 읽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형범 투구는 운이 좀 따랐고, 임기영도 첫 타자 이재현에게 위험한 타구를 맞긴 했지만, 7회에는 감이 좋은 강민호를 슬라이더로 삼진 잡고, 이성규를 상대로도 슬라이더로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넘기는 모습을 보였죠. 그동안 투심, 체인지업이라는 단조로운 피칭 디자인으로 상대 타자를 상대했는데 오늘처럼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올라오지 않던 구속도 오늘은 이전보다 잘 나온 듯 싶고요.
이의리의 시즌 아웃, 윤영철의 사실상 시즌 아웃이 유력한 상황이라 투수진의 비상등이 켜졌는데, 라인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승리를 가져오고 있네요. 지난 주 부진했던 최형우, 나성범이 오늘은 완연히 좋아진 모습이고, 소크라테스도 타격감이 좋네요. 김도영은 반면, 상대 투수들이 좋은 공을 좀처럼 주지 않네요. 볼을 많이 던지다보니 타격감이 좀 나빠진 것 같습니다. 이것도 경험이니 극복해나가면서 성장해야죠.
윤영철의 부상으로 김도현이 선발 기회를 받게 됐는데, 그 전부터 선발이 더 적합한 선수라고 봤고, 한화에서도 선발 경험이 있었던 선수이니만큼, 김도현이 선발에서 좋은 모습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지금 한창 불타오르고 있는 트레이드 루머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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