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7/14] KIA : SSG -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14. 22:33

본문

 

승리의 요인 - 타자들의 집중력

 

금토요일 경기에서 29실점이나 하면서 SSG 타자들에게 뚜드려 맞았는데, 오늘은 KIA 타자들이 SSG를 상대로 13득점을 뽑아내며 대승을 했습니다. 3점만 더 뽑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스윕당하지 않은 게 어딥니까.

 

오늘도 경기 초반 승기는 SSG가 먼저 잡았습니다. 일단, 오늘 네일의 컨디션이 굉장히 별로였어요. 사사구를 무려 4개나 내줬는데, 올해 등판한 경기 중 최다 허용입니다. 피안타도 많았죠. 5.2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았으니 11명의 주자를 내보냈습니다. 

 

오늘 무엇보다도 주무기 스위퍼가 계속해서 가운데 몰리더라고요. 그리고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렸는데, 체인지업이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운데 존에서 떨어지니까 SSG 좌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컨택을 해내더군요. 그동안은 투심의 피안타율이 높았는데 오늘은 스위퍼(피안타율 .400) 체인지업(피안타율 .667)의 피안타율이 높았습니다.

 

 

네일이 오늘 무너지지 않은 건 수비에서 잘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죠. 3회 한유섬의 2루타성 타구를 잡고 더블 아웃으로 연결시킨 김선빈의 하이점프캐치. 6회 무사 1, 2루에서 김민식의 번트 타구를 재빠르게 잡아 병살타를 완성시킨 김태군과 박찬호의 수비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수비들 덕분에 대량 실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일은 참 걱정이네요. 주 2회 등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최근 투구를 보면 시즌 초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KIA에서는 최근 공략 당하고 있는 투심 비중을 줄이는 등 피칭 디자인을 바꿔 보겠다고 했는데 그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경기를 잡은 건 엘리야스의 이른 교체와 야수들의 활약 덕분이었죠. 3회에는 최근 감이 좋은 최원준 - 소크라테스 - 박찬호(오늘 2번 기용 대성공)가 3득점을 만들어줬습니다. 최원준은 ABS형 타자라고 할 만큼 요즘 선구안이 정말 좋고, 타구도 계속해서 정타를 만들어내는 등 확실히 감이 좋습니다.

 

소크라테스도 운이 안 따를 뿐(오늘도 우익수 라인드라이브 하나 날렸죠) 오늘 만들어 낸 안타 2개가 모두 왼손투수를 상대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히 좋은 부분입니다. 소크라테스는 특히, 8회에 한두솔의 바깥쪽 잘 떨어진 슬라이더 골라낸 게 더 대박이었죠. 확실히 요즘에는 약점을 많이 줄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3회 역전을 했지만, 정해영과 최지민이 빠진 불펜 상황을 생각하면 1점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점수였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준영은 올라와서 볼질만 하더니 고명준에게 빗맞은 안타 맞고 동점 점수를 내줬고(포수 번트 병살로 분위기 다 가져왔는데...) 7회에도 시작하자마자 왼손타자조차 못 잡고 추신수를 볼넷으로 출루 시켰죠.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장현식이 올라오자마자 최정에게 2루타를 허용했는데, 초구 포크볼로 헛스윙 유도한 건 좋았지만, 2구째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서 최정에게 큰 걸 맞고 말았죠. 이게 역전 점수로 이어졌고요. 하지만 어제도 글을 적었는데 많은 등판에도 불구하고 장현식의 구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도 최정에게 맞은 안타 말고는 제대로 맞은 타구가 없었어요. 한유섬에게 맞은 안타는 빗맞은 코스안타고(2루수의 수비 범위 절망적), 8회 정준재의 안타도 번트 안타였죠.(1루수의 포구 능력 절망적)

 

7회 무사 2, 3루 상황이면 2실점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에레디아를 2루 땅볼로 잡은 이후(사실, 이 타구가 정말 잘 맞았음) KIA 킬러 박성한을 포심만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김민식도 하이 패스트볼 4개로 헛스윙 삼진 잡으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여기서 더 점수를 줬으면 오늘 경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어제의 역적 장현식이 오늘은 그래도 최정에게 맞은 2루타 말고는 잘 해줬다고 해야죠. 현재 최지민, 정해영이 빠진 상황이라 전상현과 함께 유이한 믿을맨입니다. 

 

 

엘리아스의 이른 교체, 반격의 실마리 제공

 

강력한 포심을 앞세우며 엘리아스가 7회까지도 KIA 타선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7회 마운드에 오른 다음에 오른손 전완근에 통증을 느껴서 SSG에서 급하게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죠. 노경은이 올해 KBO에서 가장 좋은 피칭을 하는 불펜 투수이지만, 84년생으로 마흔 살이 넘은 투수입니다. 전날에도 2이닝을 던졌고, 이번 주에 벌써 4번째 등판이었고요. 피로가 쌓이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죠.

 

 

선두 타자 최원준이 노경은의 ABS존에서 살짝살짝 벗어나는 공들을 다 골라내면서(이 장면만 봐도 ABS가 왜 투수들에게 재앙인지 알 수 있음) 볼넷으로 골라 나갔고, 소크라테스의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혔지만, 박찬호가 1-1 상황에서 런 앤 히트 작전이 걸리자, 특유의 컨택 능력을 살려서 1-2루간으로 타구를 보내서 1사 1, 3루의 찬스를 잡았죠. 그리고 김도영은 존으로 들어온 노경은의 투심을 제대로 받아 쳐서 좌익수 에레디아의 키를 살짝 넘기는 총알 같은 2루타를 날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1루 주자 박찬호가 홈에서 잡힐 수도 있었는데 외야수의 공을 받고 송구한 SSG의 수비수(이름을 못 봄)의 송구가 너무 약하고 안 좋았죠. 아주 여유있게 홈에서 살았습니다. 계속해서 최형우의 볼넷으로 계속된 찬스에서 이번 시리즈 내내 하이 패스트볼에 힘들어 하던 나성범이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노경은의 포심이 스트라이크존 위쪽이 아니라 가운데로 들어왔고, 이를 놓치지 않고 우익수 앞으로 라인드라이브 적시타를 날립니다.

 

다만, 나성범은 하이 패스트볼 극복이 올 시즌 가장 큰 과제가 되겠네요. 하이 패스트볼에 현재까지 너무 약합니다. 

 

<나성범의 스트라이크존 위치별 포심 컨택률>

 

몸쪽 하이패스트볼 컨택률이 61% 밖에 안 되니까 투수들이 주구장창 나성범 상대로 몸쪽 하이패스트볼을 던지죠. 상대적으로 최형우는 저 코스에 컨택률이 92%입니다. 너무 비교가 되죠. 소크라테스도 몸쪽 하이패스트볼이 상대적으로 약점이긴 한대, 그래도 나성범보다 훨씬 높은 86%의 컨택률입니다. 사실, 작년에도 나성범은 몸쪽 하이패스트볼 컨택률이 75%로 가장 낮긴 했어요. 그래도 작년보다 14%p나 떨어져 버리니 이 모양이죠. 

 

나성범의 적시타 이후 한준수의 고의 사구로 만루 찬스를 잡았고, 김태군이 들어섰지만, 1-2루간으로 깊숙한 땅볼 타구를 날리고도 1루에서 낭낭히 아웃되는 모습을... 다만, 전 이때 대타로 서건창이 아닌 김태군을 쓴 건 납득했습니다. 김태군은 그냥 SSG의 이지영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컨택만 좋고 파워가 없는 선수. 2사 만루에서는 이지영, 김태군 같은 유형의 타자들이 적시타를 치기 좋죠. 적어도 삼진은 잘 안 당하고 컨택이 좋으니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아무튼 7회 대역전극은 엘리아스의 갑작스러운 강판, 지친 노경은, 박찬호의 완벽한 작전 수행, 김도영의 스타성 발휘, 실투 놓치지 않고 추가 적시타 친 나성범의 활약 덕분이었습니다.

 

 

KIA 백업들은 강하다

 

이번 주 화요일 경기 리뷰 글에서 올해 KIA 타선이 2017년 타선보다 좋은 이유로 '백업들의 뎁쓰'를 꼽았는데, 오늘도 백업들의 활약 덕분에 전상현을 아끼고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8회말 공격은 그야말로 백업 선수들이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서 얻어낸 대량 득점이라고 생각해요.

 

소크라테스(한두솔의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떨어졌는데 그걸 골라낸 ㄷㄷ)와 박찬호의 볼넷(오늘 모습은 1번 타자로 최고의 모습)으로 찬스를 잡았고, 더블 스틸로 1사 2, 3루 상황이 되자, SSG에서는 당연히 김도영은 고의사구로 걸렀죠. 다음 타자가 최형우 대주자로 들어 선 이창진이고, 그 다음 타자도 나성범 대주자로 들어 선 홍종표였으니까요.

 

이창진의 장점은 뭐다? 선구안이다! 서진용을 상대로 3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당했지만, 골라내기 쉽지 않은 서진용의 포크볼을 모조리 골라내면서 기어코 볼넷 밀어내기를 얻어 냈습니다. 특히, 4구째 포크볼은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는데 그걸 어떻게 골랐는 지 모르겠어요. 현재 KBO에서 가장 존 밖 스윙을 하지 않는 타자 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박정우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서진용의 존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을 정확한 컨택으로 중견수 앞 2타점 적시타를 쳤죠. 올해 퓨처스에서 .354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의 컨택 다웠습니다. 이어서 서건창도 자기가 가장 잘 치는 코스인 바깥쪽 포심을 공략해 좌익수 옆 2루타를 쳤고, 홍종표도 백승건의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밀어 쳐서 유격수 실책을 유도(사실, 제대로 잡았어도 내야안타가 가능했을 타구였습니다.)했죠. 보통의 팀이라면 대주자 요원들이 공격에 아무런 기여를 못 하는데 KIA는 그래도 대주자, 대수비 요원들이 공격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도 금토 경기에서 SSG 타선에 대량실점한 복수를 하고 싶었나 봐요. 이제 그만 쳐도 될 법한대 최원준이 끈질긴 승부 끝에 적시타를 쳤고 소크라테스도 평소와 달리 집중력 있는 타격을 하며 연속 안타를 쳤습니다. '우리 그렇게 만만한 팀 아니다' 라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4승 2패로 성공적인 한 주가 되었고, 2위와의 경기 차이도 4.5경기 차이로 넉넉하다면 넉넉한 상황인데, 다음 주에 또 삼성을 만나네요. 문제는 현재 윤영철까지 빠지면서 선발진에 누수가 발생했고, 정해영은 아직 복귀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범호 감독도 대단해요. 정해영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어제 같은 경기를 했음에도 정해영을 급하게 올리지 않았고, 최지민에게도 휴식을 부여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8월에 치고 올라갈 거라고 언급하는 걸 보면, 그때까지 힘을 모으는 느낌입니다.

 

일단, 윤영철이 월요일 진단에서 큰 이상이 없었으면 좋겠고. 지금 현재 불펜진에서 가장 고생하고 있는 장현식이 퍼지지 않고 잘 버텨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불펜에서 선수들이 조금 더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부진하고 있는 선수들이 힘을 보태주던지, 아니면 깜짝 활약을 해주던지 해서 불펜의 불안함을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최형우 - 나성범에 묻어 가서 그렇지 최형우도 이번 주말 3연전에서 안타 1개 못 침
  • 김선빈 - 수비 범위는 여전히 아쉽지만, 한유섬의 타구 잡아낸 수비는 정말 멋졌다.
  • 변우혁 - 3-유간으로 지속적으로 강한 타구 날리다보면 결과도 따라올 것. 다만, 수비는 왜 이렇게 굼뜨지?
  • 김대유 - 어제 오늘 감이 좋았던 추신수를 삼진 잡은 것만 해도 3연전에서 할 일 다 함
  • 김도현 - 제구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이 바로 김도현의 야구 인생이 꽃 피는 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