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연속 안타로 인한 득점을 기대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각 팀에서 가장 공이 좋은 투수들을 기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에서 높은 승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가 ‘장타’입니다. 연속 안타로 득점을 뽑기 어렵기 때문에 실투를 받아 쳐서 홈런 한 방 혹은 2루타 이상의 장타로 득점권에 주자를 가져다 놔야 합니다.
두 번째는 ‘수비’입니다. 수비 미스로 주자가 출루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됩니다.
세 번째는 ‘스터프’입니다. 투수들은 인플레이 상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합니다. 배럴 타구가 아니어도 안타가 될 수 있는 게 야구이고,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면 야수의 실책이라는 변수도 생깁니다. 그래서 삼진 능력이 중요하고 스터프를 갖춘 투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KIA는 오늘 경기에서 첫 번째가 됐지만 두 번째가 안 됐고, 세 번째는 원래 안 되는 팀입니다. 올 시즌 KIA의 9이닝당 탈삼진은 7.41개로, LG(6.96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KIA 투수들이 잡은 삼진은 고작 7개가 전부입니다. 그냥 딱 통계대로 나왔죠.

1회 실점의 도화선은 김태군의 황당한 블로킹이었습니다. 정말 안이한 대응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죠. 오늘 양팀 투수들이 날씨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구속이 떨어졌는데, 시라카와도 지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 대비 구속이 떨어지긴 했어도 공에 힘이 있었습니다.
까다로운 타자 구자욱을 상대로 바깥쪽 낮게 스플리터를 잘 떨어뜨려서 헛스윙 삼진을 만들어 냈는데, 이때 김태군이 베테랑답지 않게 미트만 갖다 대면서 공을 뒤로 흘렸죠. 사인 미스가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포구 자세입니다. 그리고 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가 디아즈의 홈런으로 연결됐죠.
김태군은 바깥쪽으로 빠른 공을 빼길 원했는데, 시라카와의 포심이 하필이면 디아즈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올러의 공을 홈런으로 만든 그 코스로 갔죠. 시라카와의 실투가 뼈아팠고, 디아즈의 집중력을 칭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수비 미스로 인해 이닝이 끝날 상황이 2:0이 됐고, 이때부터 뭔가 꼬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 수비 말고는 오늘 경기 KIA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특히, 오늘 안타는 못 쳤어도 1루에서 카스트로의 수비가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와 3루수, 2루수를 전부 소화한 선수라 그런지 글러브질이 너무 좋습니다.
7회 구자욱의 타구를 잡지 못 한 김규성의 수비가 아쉬울 수는 있는데, 느린 화면으로 보니 타구가 드라이브가 걸려서 잡기 어렵긴 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김규성의 수비보다, 슬라이더를 포수의 요구대로 바깥쪽으로 던지지 못 하고, 몸쪽으로 던진 이의리의 투구가 더 아쉬웠습니다.

전 올 시즌 시작할 때, KIA의 전망이 어두운 가장 큰 이유로 ‘투수력’을 꼽았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네일과 올러를 제외하면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스터프를 가진 투수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즌의 키를 쥔 게 KIA 팀 자체에서는 물론이고, 리그에서 가장 스터프가 뛰어난 이의리라고 봤죠.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의리는 ‘폭망’ 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KIA 불펜 승리계투조가 전상현을 축으로 조상우, 성영탁, 곽도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상우와 성영탁은 스터프가 뛰어난 투수들이 아니죠. 조상우는 이제 포심으로는 상대 타자를 돌려 세울 수 있는 투수가 아니고, 성영탁은 맞춰 잡는 투수입니다. 둘 다 포심 구종 가치가 리그 평균 아래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앞서 김태군의 블로킹 미스가 아쉽다고 했지만, 김도영과 나성범의 홈런, 기대하지 않았던 김태군과 하주석의 적시타로 어느 정도 상쇄되긴 했죠. 결정타를 맞은 건 ‘조상우’입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 패전 투수는 ‘조상우’고요.
조상우가 얻어맞은 이유는 삼성 타자들이 조상우의 ‘포심’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타격 타이밍을 잡고 있었고, 그 결과 이재현에게 2구째 슬라이더에 안타를 맞았고, 박승규에게 2구째 포크볼에 안타를 맞았습니다. 두 구종 모두 포수가 요구한 바깥쪽이 아닌 가운데 존에서 떨어진 공들이었는데, 포심 타이밍을 버리고 타석에 임했으니 변화구 실투가 오면 맞을 수밖에 없죠.
앞서, 조상우가 김영웅을 병살타로 막긴 했는데 이것도 순전히 운이었고, 이 타구도 몸쪽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였죠. 김영웅도 똑같이 변화구 타이밍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강한 타구가 나왔는데 이 타구가 하필 1루수 카스트로의 정면으로 갔을 뿐입니다. 그냥 운을 던지는 사나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조상우를 승리계투조로 쓸 수밖에 없는 팀 상황이 문제인 겁니다.
앞서 짚은 전상현, 곽도규, 조상우, 성영탁 네 명 중에 올 시즌 리그 평균 이상의 스터프를 보이고 있는 투수는 ‘곽도규’ 한 명 뿐입니다. 전상현이야 신급의 커맨드 능력으로 잘 맞춰 잡아서 그렇지, 삼진 능력이 아쉬운 건 부정할 수 없죠. 그리고 올해 운이 많이 따르는 시즌이기도 합니다.(시즌 BABIP .217) 전상현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면 불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요.
그래서 1차전 리뷰에 이의리가 1차전 만큼만 던지면 스윕이 가능하다고 표현한 겁니다. 삼성 좌타 라인을 잡으려면 조상우, 성영탁으로는 불가능하니까요. 후술하겠지만, 오늘 삼성이 경기를 잡은 이유는 배찬승과 이승민이 KIA의 좌타자들을 잘 막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KIA 투수들은 삼성 좌타자들을 억제 못 하고 있고요.
내년에도 KIA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우승을 노리기 어렵습니다. 이의리가 내년에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시라카와를 불펜으로 돌려도 괜찮을 정도로 김태형이 성장하고, 불펜에 삼진 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을 ‘육성’해야만, 이 문제가 해결 가능합니다.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매우 회의적입니다.

현재 KIA 타선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우타자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죠. 리그 최고의 우타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1명에 불과하고, 리그에서 가장 컨택 능력이 뛰어난 우타자도 1명 있지만, 전성기가 지났고 장타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선수는 수비와 주루에서 팀에 마이너스인 존재고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이승민과 배찬승이라는 뛰어난 좌투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앞서 이 선수들에게 막히면 KIA가 자랑하는 중심타선이 막힐 수 있다고 했는데요. 지금까지는 그 우려가 적중하고 있습니다.
2회 최원태를 공략하고 2사 1, 3루 상황에서 박재현을 상대로 배찬승이 올라와서 삼진을 잡고 이닝을 끝낸 게 시초고, 배찬승은 김도영은 넘지 못 했지만, 다음에 나오는 카스트로(비록 실책으로 출루 시켰지만)와 나성범을 잡아 내며 본인의 역할은 잘 했죠.
이승민도 김도영은 잡아 내지 못 했지만, 카스트로는 중견수 플라이로 막았고 나성범도 평범한 3루 플라이로 막았습니다. 플레이오프 3경기를 하는 동안 박재현, 카스트로, 나성범 이 3명의 주축 좌타자들은 삼성의 배찬승과 이승민 상대로 안타를 1개(카스트로) 밖에 못 쳤어요. 두 투수의 슬라이더가 워낙에 좋으니까요.
8회 이승민 상대로 좌타자 이호연이 나온 것도 현재 팀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죠. ‘강한 우타자’가 너무 없습니다. 이호연이 친 타구가 하필 유격수 정면으로 가서 아쉽게 되긴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스윙도 아니었고, 방망이 끝에 맞아서 강한 타구도 아니었습니다. 이호연의 ‘컨택’만 칭찬해줄 수 있는 부분이지, 배럴 타구는 전혀 아니었어요.
2024년만 해도 KIA에는 좌투수에 강한 우타자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 방출된 이창진이 그랬고, 현재 팀 전력에서 가장 아쉬운 선수인 박찬호, 그리고 반짝이긴 했지만, 변우혁도 2024년에 왼손투수 상대 기록(좌투 상대 OPS 1.103)이 매우 뛰어났고요.
올 시즌 끝나고 당연히 방출될 거라고 생각했던 ‘황대인’이 살아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팀에 ‘우타자’가 너무 없습니다. 올시즌 그나마 건진 야수 자원이 박재현과 박상준인데 둘 다 좌타자에, 둘 다 좌투수에 약합니다. 우타 대타감이 없어도 너무 없고 이건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죠.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내년 KIA 육성 시스템의 또 다른 목표가 ‘우타 육성’이 될 것 같고, 이런 팀 상황 때문에 이호민에게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갈 것 같습니다. 다만, 우타 거포만큼 키우기 어려운 타입이 없다 보니 내년에 당장 이호민이 잘 할 가능성은 높게 보진 않습니다.

오늘 경기 이범호 감독이 가장 비판 받을 부분은 김호령을 2번 타자로 기용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는 4타수 0안타 4삼진입니다. 라인업 보자마자 욕이 튀어나왔는데, 김호령은 후반기 이후에 제 역할을 전혀 못 한 타자예요. 풀시즌 치르면서 나온 결론은 결국 ‘김호령은 대수비 자원’이라는 해답이라고 봅니다.
김호령을 2번 타자로 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풀 시즌 다 보내고 이미 다 증명된 부분입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면 눈곱만큼이라도 이해를 해보겠는데, 오늘 최원태는 우완 투수입니다. 올해 기록이 좋았다? 4타수 2안타 스몰샘플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시즌 출루율 .312에, 삼진을 무려 156개나 당한 타자를 리그 최고의 타자 앞에 기용하는 감독이 어딨을까요? 박정우가 부진해서 김호령을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지금 KIA 타선에는 2번 타자로 ‘발’ 하나 빼고는 다 갖춘 타자가 있습니다.
2번 타자로 가장 좋은 선수는 ‘한준수’입니다. 한준수 올 시즌 출루율 .402를 기록하고 있는 타자입니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두 개의 홈런을 치고 있고요. 제가 2차전 리뷰에서 한준수의 볼배합을 비판하긴 했는데 그건 수비지, 전 한준수의 타석에서의 모습은 100% 신뢰합니다.
한준수 수비가 못 미더우면 한준수를 지명으로 기용하면 됩니다. 이 경우 김선빈 2루수를 봐야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지금 팀 라인업에서 가장 좋은 밸런스는 한준수 지명타자 2번 기용, 그리고 컨택이 좋고 왼손투수에 강한 김선빈을 카스트로와 나성범 다음에 배치하는 겁니다.
이런 확실한 정답이 있는데, 시즌 내내 실패한 김호령 2번을, 플레이오프 3차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경기에 쓰는 감독이 어딨나요? 아마 전세계에 이범호 감독 말곤 없을 겁니다.
물론, 더 쉬운 방법은 김도영을 2번으로 기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머릿속에 ‘김도영은 3번’이라고 인쇄해 놓은 양반이니, 그 생각을 지울 리가 없죠.
정답은 2번 타자 한준수 기용인데, 제 생각에 이범호 감독은 2번 타자에 이호연을 기용할 것 같네요. 그게 아니면 김선빈 2번인데, 한준수 2번을 안 쓸거면, 김선빈 2번이라도 쓰길 바랍니다. 또 다시 김호령을 2번 타자로 기용하면 감독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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