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장 이상적인 준플레이오프 스윕 | KIA 13 : LG 1 (10/20 준플 3차전 리뷰)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6. 10. 21. 01:08

본문

준플레이오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완성됐습니다. 3연승으로 시리즈 스윕을 하며 4일의 휴식이 생겼고, 앞선 두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졌던 전상현, 성영탁 등이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로써 불펜 승리계투조는 6일간 쉴 수 있게 됐죠.

 

시리즈를 스윕으로 끝낸 덕분에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KIA의 가장 큰 장점인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가 가동됩니다. 여기에 오늘 경기는 주역들의 활약도 좋았지만, 백업 멤버들도 알토란 같은 활약까지 했다는 점. 불펜 추격조로 나온 정해영과 이의리도 좋은 피칭을 했다는 점. 얻어 간 게 많은 경기였어요.

 

 

 

빅게임 피처 시라카와 케이쇼

 

저는 KIA 타자들이 카라스코의 공은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구위가 뛰어난 유형이 아닌 투수라 노림수만 적중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득점력은 보일 것이라고 봤어요. KIA 타선이 약한 타입의 투수들은 NC처럼 공은 빠르고 제구가 날리는 투수들이거든요.

 

하지만, KIA 선발투수가 시라카와라서 쉬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시라카와가 조금만 흔들려도 이의리, 황동하, 김태형 등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봤죠. 게다가 시라카와는 올해 KIA에 오기 전에 관중이 많으면 부진한 투구를 보인 선수였습니다. 이런 선수가 KBO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으로 온다고 하니 팬들의 걱정이 컸죠.

 

우리가 시라카와를 너무 얕본 것 같습니다. 오늘 시라카와의 모습은 ‘빅게임 피처’ 그 자체였습니다. 만원 관중 앞에서. 그것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쫄지 않고 시라카와는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마운드에서 던졌습니다.

 

시리즈 시작 전만 하더라도 저는 KIA 불펜 사정이 썩 좋은 건 아닌지라, 스태미너가 떨어지는 시라카와를 선발이 아니라 중간으로 쓰고, 3선발은 양현종, 4선발을 김태형으로 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봤는데, 시라카와는 이런 제 예상을 비웃듯이 ‘자신의 구위’를 증명했네요.

 

오늘 시라카와의 투구는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투구였습니다. 150km/h을 넘나드는 포심의 커맨드가 완벽했고, 그 덕분에 시라카와의 주무기인 스플리터와 슬라이더가 LG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습니다. 보더라인 경계로 들어오는 포심을 의식하다가 동일한 팔 위치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본인부터가 1회부터 전력피칭을 했죠. 정규시즌 포심 평균구속이 146.4km/h 였던 선수가 오늘 1경기 포심 평균구속을 149.2km/h로 시즌 평균 대비 무려 3km/h 가까이 끌어 올렸습니다. 당연히, 올 시즌 들어 가장 높은 평균구속입니다.

 

이런 힘 있는 투구 덕분에 5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았습니다. 1회부터 전력 피칭을 하느라 6회에 두 타자에게 잇달아 힘 떨어진 포심을 던지다가 공략 당해 무사 2, 3루에 몰렸지만, 오늘 시라카와의 활약 덕분에 이변 없이 준플레이오프를 스윕으로 끝마칠 수 있었죠.

 

더 긍정적인 부분은 시라카와가 ‘성장’을 했다는 점입니다. 시라카와는 2001년생으로 25세에 불과합니다. 아직 유망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죠. 올해 포텐을 터뜨린 김진욱보다 불과 1살 많아요.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노릇을 하다가 KBO 무대에 왔지만, 첫 해에 많은 관중 앞에서 벌벌 떨던 모습이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시라카와가 오늘의 투구를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팀이 2회에만 7득점을 뽑아줘서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던져서 더 좋은 공을 던졌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오늘 같은 피칭을 또 다시 보여준다면 KIA는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봐도 될 정도입니다.

 

시라카와의 단점이 적극적인 승부를 하지 못 해 볼넷이 많다는 점인데(9이닝당 4.86개), 오늘은 볼넷을 단 1개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공을 더 믿고 자신있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오늘처럼 빅게임 피처 다운 모습을 자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약점도 있지만, 오늘 라인업이 베스트 라인업

 

오늘 KIA 라인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범호 감독이 드디어 총명탕을 먹었구나’였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감독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지만, 가장 큰 단점이 바로 고전적인 라인업 운용이죠. 특히, 출루율 낮은 선수를 자꾸 테이블세터진에 넣은 게 이번 시즌 KIA의 득점력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1번 박정우, 2번 박재현으로 테이블세터진을 꾸리면서 높은 출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라인업이 됐고, 수비가 불안한 김선빈을 지명타자로 빼고, 수비와 주루가 좋은 김규성을 2루수로 선발 출장시켰으며, 수비는 좋지만, 지나치게 떨어지는 컨택 능력으로 흐름을 끊었던 김호령은 벤치에 앉혔습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이었죠.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박정우는 오늘 2안타 1볼넷으로 3차례나 출루해줬어요. 박재현이 비록 2회에 귀중한 안타를 쳤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카운트 싸움에 말리며 3삼진에 1출루에 그친 걸 감안하면 박정우가 1번 타자로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해줬다고 할 수 있죠.

 

김규성의 활약도 정말 뜬금없이 좋았습니다. 타격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 선수인데 2개의 안타를 치면서 대승에 일조했어요. 그리고 김규성은 조금 못 치더라도, 2루수에서 김선빈보다 훨씬 넓은 수비 범위를 보이고 있으니, 안 쓸 수가 없죠. KIA의 유일한 실점이 나온 6회 오스틴의 2루 땅볼 때 김선빈이었으면 잡았을까요? 반반 정도로 보입니다.

 

김선빈에게 지명 슬롯을 주는 게 파괴력이 약한 타자라 아쉽긴 하지만 팀 주축 타자들이 좌타자들이라 좌투수에 강한 김선빈을 안 쓸 수는 없습니다. 전, 단기전에 한해서는 오늘처럼 상대 좌완이 강하면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시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선빈을 2루 수비로 쓸 수 있는 건 상대 팀에서 좌완 선발을 냈을 때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오늘 라인업에서 핵심이 되는 타순이 ‘7번 타순’인데, 이 7번 자리를 오늘 한준수가 1홈런 1볼넷, 1사구로 세 차례 출루를 만들어 내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활약을 했죠. 한준수가 전반기의 폼(OPS .923)만 회복해도 KIA 타선은 정말 쉬어갈 데가 거의 없는 타선이 됩니다. 8~9번 타선은 작전 수행 잘 하고 수비만 잘 해줘도 되죠.

 

여기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박민도 만루에서 2타점 2루타를 치는 등 활약했는데, 박민이야 경기가 다 기울어진 상황이라 큰 의미는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대수비 자원이 이렇게라도 한 방씩 치면 선수 성장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좌완 선발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는 웬만하면 이 타선을 그대로 유지해줬으면 좋겠어요. 1번부터 7번까지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갖춘 타선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정규시즌 기준으로 오늘 1번부터 7번까지 선발 출장한 WRC+가 아래와 같습니다.

 

 

문제는 라인업의 9명 중 우타자가 딱 2명(김도영, 김선빈) 밖에 안 된다는 게 약점이긴 합니다. 오늘 케네디처럼 좌타에 강한 좌투수가 나오면 말리기 딱 좋은 구조죠. 그나마 오늘 김도영이 박재현과 카스트로, 나성범 사이에 있었기에 결정적인 만루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지, LG에서 케네디를 내리고 우강훈을 써서 김도영과 상대하고, 다시 카스트로 타석부터 이우찬을 기용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만, LG 입장에서도 김도영만 넘어가면 좌타자들만 줄줄이 나오니 케네디를 거기서 내리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김도영에게 홈런 맞은 이후에 카스트로, 나성범은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했고요.

 

삼성에 이승민이라는 좋은 왼손투수가 있고, 배찬승도 KIA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줬던 커맨드라면, 우타자도 쉽지 않죠. 그래서 왼손투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 전략을 짤 것이냐도 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정해영과 이의리를 점검했던 것도 좋은 점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에서 제대로 된 투구를 한 불펜투수는 전상현과 성영탁 둘 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전상현은 시즌 막판의 컨디션보다는 못 한 모습이었죠. 결과적으로 잘 막긴 했습니다만.

 

곽도규는 올라올 때마다 주자를 출루 시켰고, 조상우는 강한 공을 뿌리지 못 했죠. 막판에 기용했던 승리계투조가 흔들리는 모습이었고 그 때문에 전상현에게 가는 부하가 컸습니다.

 

그래서 준플레이오프 2차전 후기에 정해영과 이의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고, 오늘 드디어 점검할 수 있는 타이밍이 왔죠.

 

먼저, 정해영은 오늘 아주 좋은 공을 던졌습니다. 시라카와가 구본혁과 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마운드에 올라와 LG 상위타순을 상대로 오지환은 빠른 공으로 카운트 유리하게 잡고, 포크볼 잘 떨어뜨려서 삼진으로 잡았고, 오스틴도 2루수 땅볼로 잡아 아웃카운트를 늘렸습니다. 단, 오스틴의 경우 타구 속도가 비교적 빠르긴 했어요. 마지막으로 송찬의는 148km/h 포심을 한가운데 넣어서 힘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였고요.

 

정해영만 안정적인 커맨드를 보여주면, 전상현에게 가는 부담은 크게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해영은 공이 빨라서 카운트 유리하게 잡고 나서 포크볼이나 슬라이더를 존에서 잘 떨어뜨리기만 하면 삼진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군대 가기 전에 정신 단단히 차리고 포스트시즌에서 한창 좋았을 때의 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의리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양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포크볼 커맨드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2사 만루 위기를 초래하자 만루에서 가장 올라오지 말아야 할 유형의 이의리가 박해민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는데,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죠.

 

다만, ‘볼질’만 안 했을 뿐, 좋은 피칭을 했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변화구 구사 능력이었어요. 포심은 그래도 비교적 존 안에 잘 들어갔고, 보더라인으로 잘 들어갔습니다. 박해민이 작정하고 컨택에만 신경쓰는 상황에서도 페어 지역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못 할 정도로 포심 위력은 확실합니다.

 

이 상황에서 존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만 던졌으면 삼진으로 위기를 쉽게 넘겼을 겁니다. 아니면, 아싸리 박해민 눈높이로 포심을 던졌으면 방망이를 헛돌게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오늘 던진 슬라이더 3개가 모조리 높은 위치에서 한가운데 존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박해민이 포심 타이밍만 잔뜩 노려서 그나마 한가운데 슬라이더 2개가 스트라이크가 됐지, 슬라이더인줄 알고 돌렸으면 장타 맞기 딱 좋은 위치였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던진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붙어서 1루 땅볼이 됐지만, 이것도 잘못 던진 공이죠. 좌타자 상대할 때 슬라이더는 바깥쪽 낮게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게 안 됩니다.

 

전, 이의리의 문제는 변화구 컨트롤에 있다고 봐요. 변화구만 존에서 떨어뜨리기만 해도 지금 던지는 포심의 위력을 훨씬 키울 수 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기적적으로 이의리의 변화구 컨트롤이 잡히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위기 상황에서 쓰기엔 애매한 카드인 것 같아요.

 

황동하는 오늘 보니 여전히 구속이 안 나오고 잠실이니까 장타가 안 맞지, 라팍에서는 절대 쓰면 안 될 것 같고, 김태형은 확실히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가 되네요. 변화구 완성도가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내년에 구속만 더 붙고 하이존에 포심 커맨드만 완성해 나가면 10승 선발투수로서 성장의 자질도 보입니다.

 

아무튼, 비교적 싱겁게(?) 준플레이오프 3경기가 끝났는데, 플레이오프는 구자욱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KIA 타자들이 홈런이 잘 나오는 라팍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팀이 가진 가장 뛰어난 무기가 ‘홈런’이니까요.

 

 

 

선수 단평

 

  • 박정우 – 드디어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
  • 박재현 – 딱 한 번의 출루에 그쳤지만, 그 한 번의 출루가 만루 홈런으로 연결됨
  • 김도영 – 승부를 결정짓는 데 많은 안타가 필요한 건 아니다.
  • 카스트로 – 타격에서는 기여가 적었지만, 완벽한 수비로 LG의 유일한 찬스를 무산시키다.
  • 나성범 – 리뷰 다 적고 나서 생각난 멀티 홈런. 나도 모르게 유령 취급을...
  • 김선빈 – 드디어 찾은 기용법!
  • 한준수 – 하위 타순의 중심타자
  • 김규성 – 김규성 멀티 히트 치는 소리 하네
  • 하주석 – 9번 타자가 3출루? 업고 다녀도 부족하지 않다.
  • 정해영 – 원조 마무리의 포스를 회복해줘
  • 이태양 – 이러면 플레이오프 엔트리 장담 못 한다.
  • 이의리 – 플레이오프 비밀병기 역할? 아직은 모름
  • 김태형 – 내년에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 황동하 – 푹 쉬었는데도 구속이 안 나오니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