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선발 올러가 무너지고, 타자들이 후라도의 피칭에 말리면서 한 마디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수비에서도 내야안타 두 개를 막지 못한 것이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됐는데 하주석이나 김선빈이나 민첩하지 못한 점이 문제점으로 보였어요.
특히, 오늘 김선빈을 2루수로, 이호연을 지명타자로 내세웠는데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김선빈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2루수로 뛰면 안 되는 몸 상태라는 걸 오늘도 또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이호연을 쓰고 싶으면 2루수로 쓰고 김선빈은 지명으로 쓰면 될 일인데, 어째서 이런 라인업을 꾸렸는 지 정말 이해가 안 갔습니다. 물론, 이 선택이 결정적인 패인이 된 건 아니지만요.

오늘 올러의 구위 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포심은 힘이 있게 들어갔고, 슬러브도 날카롭게 꺾여 들어갔어요. 다만, 볼배합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는데 포심 구사비율이 너무 높았습니다. 아무리, 올러의 포심 구종가치가 리그 1위(37.1을 기록하며 곽빈 보다 좋음)를 기록했다고 해도, 삼성 타자들이 모두 빠른 공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데 계속 하이 패스트볼을 고집한 건 어리석은 볼배합이었죠.
사실상 승패가 갈린 3회 피칭이 대표적이었는데, 박승규에게 2루타를 허용한 건, 박승규의 대응이 워낙 좋았습니다. 2-2 불리한 카운트에서 슬러브가 낮게 떨어졌는데, 살짝 가운데 몰리긴 했어도 박승규가 슬러브를 예상했다는 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방망이를 돌렸고 그게 페어 지역으로 들어갔죠. 올러의 피칭이 안 좋았다기 보다 박승규의 타격감이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문제는 구자욱을 상대했을 때였죠. 2-2 유리한 카운트 잡고 체인지업을 던지고, 그게 바깥쪽 낮게 빠졌는데 바깥쪽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다가 단타를 허용했습니다. 이때 구자욱의 스윙은 짧은 컨택 스윙이었어요. 풀스윙이 아니었어요. 빠른 공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어떻게든 맞히자는 스윙이었죠.
디아즈를 상대했을 때도 구자욱을 상대했을 때 저질렀던 볼배합 미스를 또 저질렀다고 봐야 합니다. 슬러브 두 개를 던졌는 데 볼로 빠지고 빠른 공 2개를 던져서 스트라이크와 파울로 유리한 카운트 잡았는데 거기서 또 하이패스트볼 던졌다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했습니다. 이때도 하이패스트볼을 고집할 게 아니고, 슬러브를 백도어로 던지든지, 체인지업을 한 번 더 갔어야 했습니다.
삼성 타자들이 올러의 하이 패스트볼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은 다음 타석에서 최형우가 당한 삼진에서 알 수 있죠. 최형우 상대로는 포심 딱 1개 던지고 변화구만 4개 던졌는데 마지막 백도어 슬러브에 방망이를 내밀지도 못 하고 삼진을 당했죠. 빠른 공 하나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백도어로 슬러브가 들어가면 타자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한준수의 볼배합 문제를 지적하긴 했는데, 이런 사태가 온 근본적인 원인은 올러의 단조로운 구종 탓입니다. 올러가 전반기 때 엄청난 피칭으로 리그 최고의 투수의 모습을 보일 때에도 저는 올러가 메이저리그에서 탐낼 자원이 아니라고 본 게, 사실상 포심과 슬러브 2개의 구종에 의존하는 피칭 디자인 때문이었어요.
올러가 올 시즌 KBO에서 최고 투수로 군림한 건 리그 구종 가치 1위인 포심과 구종 가치 2위인 슬러브(슬라이더 구종 가치 1위는 당연히 네일) 덕분이었습니다. 이 두 구종의 위력이 뛰어난 게 올러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단점은 ‘제3의 구종’이 약하다는 점이죠.
그래서 오늘 같은 큰 경기에서는 신중하게 써드 피치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오늘 올러는 포심 구사율이 51%를 기록하며 시즌 평균(45.1%)보다 높았습니다. 올러처럼 구종이 단순한 투수는 그래서 가위바위보 싸움이 중요하고 그래서 볼배합이 중요한데 한준수의 볼배합이 엉망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한준수는 지명으로 쓰고 김태군을 포수로 쓰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이죠.
오늘 올러가 체인지업만 제대로 들어갔어도 오늘처럼 고전하진 않았을 겁니다. 3회 상황을 다시 복기하면 구자욱을 상대할 때, 0-2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졌으면 삼진 혹은 범타를 유도했을테고, 디아즈 상대했을 때도, 2-2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졌으면 홈런으로 연결되기 전에 삼진을 잡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심증에 가깝긴 한데, 올러가 후반기에 안 좋았던 이유도 상대팀에서 올러의 이런 투구 패턴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올러의 슬러브가 스트라이크존에서 움직임이 심하게 들어가면, 단조로운 구종이라는 약점이 상쇄될 수 있는데, 오늘처럼 슬러브가 볼이 되는 비율이 높으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일이 올 시즌 좋았던 점이 커터를 추가하면서 투구 패턴에 다양성을 준건데, 올러도 내년에도 좋은 피칭을 하고 싶다면 세 번째 구종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리즈에서 올러가 등판일 때는 한준수가 아니라 김태군을 붙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한준수의 볼배합은 너무 안이했습니다.

오늘 KIA 타자들은 후라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 했죠. 솔직히, 오늘 후라도의 구위가 엄청 좋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이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기록이 ‘삼진’이에요. 오늘 KIA 타자들은 후라도를 상대로 삼진을 3개 밖에 당하지 않았어요. 이건 후라도의 특징이기도 한데, 후라도는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타입이 아니고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죠. 오늘 KIA 타자들이 여기에 말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장 타자들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후라도의 빠르지 않은 포심에 타이밍이 모두 늦었다는 점이에요. 이전 경기에서 후라도의 체인지업에 많이 말려서 그런지, 오늘 타자들이 한결같이 체인지업 타이밍에 후라도를 상대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후라도의 빠른 공이 145km/h 중반대로 들어갔음에도 계속 밀려 맞더라고요.
강민호가 이를 빨리 캐치를 했는지 오늘 후라도의 포심 구사비율은 시즌 평균(19.2%)보다 높은 22.2%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오늘 강민호가 하이존의 빠른 공을 많이 요구했는데 KIA 타자들이 이 코스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어 낸 장면을 보질 못 했습니다.
오늘 후라도의 투심(24.1%)과 포심(22.2%) 비율을 합치면 거의 절반 가까이 빠른 공을 던졌죠. 여기에 커터도 16.7%를 구사했으니 빠른 공 계열의 구종들을 평소보다 더 던졌습니다. 여기에 체인지업도 27.8% 비율로 던졌으니, 4개의 구종을 모두 20% 내외의 비율로 구사했고, 여기에 타자들이 말렸다고 봐야죠.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삼성 타자들은 올러 상대로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이겼고, KIA 타자들은 후라도를 상대로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 원인은 올러의 구종은 단조롭고, 후라도의 구종은 다양하다는 차이점에서 기인하고요. 그래서 다음에 후라도를 또 상대한다면 차라리 타이밍을 앞에 두고 상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 타선은 좌타 위주이기 때문에 좌완 계투의 중요성이 그 어느 팀보다 큽니다.(이건 KIA도 마찬가지지만, KIA는 우타에 사기 유닛이 있어서 어느 정도 상쇄가 되죠.) 2024 한국시리즈에서 KIA가 삼성을 잡은 이유도 곽도규가 중요할 때마다 삼성의 좌타 라인(특히, 디아즈)를 봉쇄한 것도 큰 이유가 됐죠.
1차전도 네일이 불의의 퇴장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이의리가 삼성 좌타 라인을 봉쇄했기 때문에 낙승을 거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리뷰로 이의리가 이런 피칭을 꾸준히만 해준다면 스윕도 가능하다고 평했죠. 하지만, 오늘 이의리는 주사위 1이 뜨고 말았네요.
오늘 이의리의 피칭에서 엉망인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닌데, 가장 큰 문제가 ‘변화구’ 제구였습니다. 5회 2사 1루 상황에 올라와서 슬라이더를 3개 던졌는데 이게 모두 말도 안 되는 곳으로 날아갔죠. 이 중 1개는 디아즈를 맞힌 공이었고요. 이의리가 아무리 빠른 공을 존에 때려 넣어도 변화구가 존에서 변하지 않으면 노림수에 당할 뿐입니다.
그래서 최형우가 2-1 카운트에서 이의리의 존으로 들어가는 152km/h 포심을 정확히 받아 쳐서 우측 파울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었죠. 최형우가 이런 타구를 날리니까 한준수가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 이 슬라이더가 진짜 말도 안 되게 벗어납니다. 이게 존으로만 들어갔어도 삼진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이게 안 돼요.
슬라이드 스텝의 문제가 맞다면, 이의리는 절대 주자 있을 때 쓸 수 없는 투수입니다. 그런데 좌완 계투를 쓰려면 대부분 주자가 있을 때 써야 하는데(1루 주자를 묶는 목적도 있으니까요.) 이러면 이의리를 쓸 타이밍이 안 나옵니다. 1차전에서 이의리가 잘 던졌던 게 이중 키킹을 할 수 있어서가 맞다면, 남은 시리즈에서는 주자 없을 때만 써야죠. 주자 내보내면 바로 교체하고요.
김범수도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죠. 구자욱과 디아즈는 잘 처리했지만, 최형우 상대로 1볼 이후에 던진 슬라이더는 ‘제발 홈런을 쳐달라는 구종’이었습니다. 뻥 좀 보태서 정현창에게 이렇게 던졌어도 담장 넘겼을 겁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아 이것이야말로 홈런을 가장 잘 칠 수 있는 공이구나 라는 걸 느꼈던 구종이었어요.
김범수가 구자욱과 디아즈를 범타로 잡았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공들이 나오면 앞으로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 구속도 안 나오더라고요. 김범수가 작년에 잘한건 이쯤되면 그냥 ‘운’의 결과라고 봐야하고, 실제로 지난해 BABIP가 .238을 기록하면서 역대급으로 운이 따랐다는 걸 감안하면, 영입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운을 끌어다 써서인지 올해는 거꾸로 운이 역대급으로 없네요. BABIP가 .384였으니까요. 그래봐야 9이닝당 볼넷이 6.75개인 선수를 승리계투조로 쓰긴 어렵죠.

성영탁도 삼성 타선 상대로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알 수 있었어요. 좌타 상대로도 원래 안 좋은 선수인데, 김지찬처럼 짧게 치는 타자에게 성영탁은 특히 더 어렵죠. 좌타자의 헛스윙을 만들 수 있는 구종이 없으니까요.
다만, 성영탁의 경우 류지혁의 2루 땅볼을 안타로 만들어 준 김선빈의 한심한 수비가 겹쳤기 때문에 좀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성영탁은 땅볼 투수이기 때문에 내야 수비가 특히 중요한데 굼뜬 김선빈 – 하주석 키스톤으로는 불리함을 안고 피칭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여기에 오늘 경기는 도나스가 잠잠했던 것도 패인이라고 보입니다. 특히, 김도영의 타석에서의 활약이 너무 좋지 못 했습니다. 카스트로도 후라도 같은 타입이 상극인게, 워낙 적극적으로 치는 타자라 볼을 계속 건드려서 범타가 나왔죠. 다만, 김도영의 경우 실투가 나왔음에도 타구를 앞으로 보내지 못 한 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꾸려면 김도영 – 카스트로 – 나성범 쪽에서 장타가 나와야 하는데, 이들이 장타를 못 친 게 경기를 더 쉽게 내준 원인이 됐어요. 카스트로가 라팍 담장을 때리긴 했는데 너무 안이한 주루를 보여줬으니... 최형우는 포구가 문제지 송구가 문제인 선수가 아니죠. (다만, 오늘 송구가 너무 좋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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