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선발 싸움부터 완전히 밀렸습니다. 지난 번 황동하 피칭 때 이번 경기가 마지막 선발 등판 기회라고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선발 등판 기회를 줬음에도 끝내 이겨내지 못 했네요.

반면, NC 선발 송명기는 한창 좋을 때의 커맨드 능력을 찾았더라고요. 전, 이 친구 공을 처음 봤을 때, ‘아니, 저 팔 각도에서 저렇게 하이존으로 넣으면 어떻게 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송명기가 그 이후에는 갑자기 모든 구종이 한가운데 몰리기 시작하더군요. 독특한 팔 각도에서 릴리스 되는 공의 무브먼트가 아무리 좋아도 커맨드가 이루어지지 않고 한가운데 딱 치기 좋은 위치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지를 송명기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송명기의 공은 뻥 좀 보태서 ‘마구’나 다름이 없었어요. 타자의 방망이가 가장 나오기 쉬운 위치로 빠른 공들이 솟아올라 들어가는데, 정타를 치는 게 거의 어렵겠구나 싶더군요.

단, 송명기의 경우, 구종이 단조로운 편이고 가운데 몰리면 장타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은 투수죠. 그래서 긁힌 날과 긁히지 않는 날의 차이가 큰 투수라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소위 말하는 긁히는 날이었어요.
그럼에도 하주석 상대로 던진 커터가 가운데 몰리니까 바로 홈런이 나왔죠. 송명기의 약점이 여기에 있는데, 좌타자 상대로 장타 허용이 많습니다. 올 시즌만 봐도 우타자 상대로는 피OPS가 .604에 불과한대, 좌타자 상대로는 피OPS가 1.042나 됩니다.
올해만 그런게 아니라 상무 입대 전이었던 2024년에도 우타자 상대로는 피OPS .548, 좌타자 상대로는 피OPS가 .985였어요. 그래서 송명기가 나오는 날에는 좌타자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걸 고려해야 하고, 우타자들은 상대적으로 기대치를 내려놓고 봐야 합니다.
우타자 상대로는 횡으로 변화가 너무 크다보니, 정타가 안 나옵니다. 오늘 김도영의 번트 시도가 나온 이유도 ‘송명기의 공을 우타자가 치기엔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공법으로는 정타가 나오기 어려워 보이니, 실패하더라도 박재현을 2루에 놓을 수 있고, 다음에 힘 있는 좌타자들(카스트로, 나성범)이 줄줄이 나오니까 기습 번트를 시도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운이 없게도 번트를 댄 타구가 코에 맞으면서 코뼈가 골절되고 말았죠. 교체되어 나가면서 분을 참지 못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상이 가볍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뼈만 다치지 않았으면 했는데, 코뼈가 워낙 약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부상이 코뼈에 그쳐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전문가 소견이 필요하다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뛸 수 있죠. 다만, 다 나을 때까지 수비는 할 수 없다고 봐야하고, 마스크를 쓴 채로 타격을 하는 게 아무래도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다른 부위 부상이 아닌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아요.

송명기의 공이 좋을 때 이기는 방법은 ‘우리 팀 투수가 잘 던지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황동하의 이름을 보자마자 싸했는데, 결과는 역시나네요. 3회도 못 버티고, 2.1이닝 동안 홈런 2방 맞고,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이로써 황동하는 2경기 연속 3회도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오게 되었네요.
황동하의 후반기 기록은 21이닝 ERA 7.71, 피OPS .929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홈런을 5개나 맞았다는 거죠. 사실, 황동하는 전반기에도 홈런 허용이 많았던 투수입니다. 68이닝 동안 홈런 12개를 맞았으니까요.
올 시즌 리그에서 홈런을 가장 많이 맞은 투수는 롯데의 로드리게스입니다. 21개의 홈런을 허용했어요. 그런데 로드리게스는 138이닝을 던졌고, 황동하는 89이닝 밖에 안 던졌는데, 로드리게스의 피홈런 개수에 불과 4개가 부족할 뿐입니다.
규정이닝 70% 이상 소화한 투수 중 황동하의 9이닝 당 피홈런이 1.72개나 되는데, 이는 당연히 리그 최악의 기록입니다. 황동하 다음으로 9이닝당 피홈런이 많은 선수가 SSG의 김건우인데, 1.45개에요. 황동하가 꽤 큰 차이로 피홈런 허용이 많습니다.
황동하의 피홈런이 많은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첫 번째는 포심 구위가 너무 약하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변화구 커맨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배팅볼에 불과하다는 것. 오늘 황동하는 두 번째 케이스에 해당합니다. 김주원과 블래인에게 맞은 홈런 모두 한가운데 들어간 밋밋한 행잉 슬라이더였습니다.
황동하가 생존하는 방법은 결국, 포심 구위를 끌어 올리는 방법 밖에 없어요. 오늘 NC 타자들이 노골적으로 황동하의 포심은 버리고 변화구 타이밍에 스윙을 가져갔는데 볼배합도 한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될 정도로 황동하의 포심 위력이 떨어지니까 이런 작전이 가능한 겁니다. 어차피 포심이 느리니까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변화구 타이밍에 휘둘러서 장타를 노리자. 포심이 위력적이면 이런 전략을 세울 수가 없어요.
황동하의 5월 기록(30.1이닝 ERA 1.48)이 좋았던 이유는 포심 구속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5월에 평균구속 143.7km/h 이었는데 6월 142.8km/h, 7월 141.2km/h, 8월 140.5km/h 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구속이 떨어지는 것에 비례해 성적도 수직 낙하하고 있고요.
결국, 황동하가 가야 할 길은 ‘선발 투수’가 아니죠. 아직 어린 선수이긴 하나, 하드웨어나 타고 난 구속을 감안하면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한 발전입니다. 지금 갖고 있는 투구 매커니즘을 살려서, 불펜으로 1이닝 전력으로 투구하는 게 차라리 황동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한 달 선발로 잘했지만, 꾸준함이 담보되지 않았으면 불펜으로 전향해야죠. 그리고 이런 변화가 차라리 황동하에게는 나을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 졌고, 특히 김도영의 부상이라는 크나 큰 악재를 겪었지만, 김도영의 부상을 제외하면 그래도 나름 끝까지 잘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8회 박재현이 잘 친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가 잡힐 때 보여준 박재현의 표정이었어요. 이제 갓 고졸 2년차라고는 믿을 수 없는 ‘투지’가 보여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김도영 이탈 이후에 타자들이 열심히 NC 마운드를 공략했죠. KIA가 올해 NC와의 경기에서 매번 패배했던 이유가 불펜을 공략하지 못 했기 때문인데, 오늘은 최근 페이스가 좋은 NC 불펜을 상대로 4이닝 동안 7안타 2볼넷 3득점을 뽑아냈습니다. 원포인트로 등판한 신영우나 김진호를 공략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요.
무엇보다도 하주석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트레이드 이후 좋은 활약을 하다가 지난 주까지는 큰 부진을 겪었는데, 오늘 거의 10년만에 1경기 멀티 홈런을 치면서 ‘파워’를 보여주더라고요. 하주석이 가진 장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유격수’라는 점. 현재 KIA의 팀 컬러를 잘 보여주는 스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도영이 빠지는 동안, 3루는 누가 봐야 할까요. 박민과 변우혁 오늘 둘 다 경기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변우혁 마지막 타석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불리한 카운트에서 컨택을 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려는 시도는 좋게 봤습니다. 두 선수에게는 김도영의 부상이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KIA가 정말 강팀이 되고 싶다면, 지금의 위기를 동력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오늘 박재현이 보여 준 표정. 그리고 타자들의 막판 집중력과 분전이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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