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 마지막 날이고 내일 휴무라 하이라이트도 챙겨 보고 야식도 좀 챙겨 먹고 경기를 다시 본 후에 후기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 경기는 행운이 많이 따랐네요. 수훈 선수를 누굴 꼽아야 하나 애매할 정도였고, 결국, 마지막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친 변우혁에게 수훈 선수를 주고 싶습니다. 문용익의 말도 안 되는 실투(포크볼이 안 떨어지고 밋밋하게 들어 옴)이긴 했지만, 초구부터 치겠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휘두른 게 좋은 결과가 됐고, 조금 더 자신 있게 돌렸으면 만루 홈런도 됐을 법한 좋은 타구였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타점은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 한준수의 2타점 2루타였지만, 이 타구는 어째서 실책을 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KIA 쪽에 행운이 따른 타구였습니다. 김현수의 올 시즌 1루 수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수비가 뛰어난 전문 1루수였다면 잡아 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카스트로의 안타성 타구는 잘 잡아놓고 왜?)

선발 매치업만 보면, 당연히 잡았어야 할 경기였죠. 우리는 1선발이 나왔고 상대팀은 5선발이 나왔는데 패배 직전까지 갔습니다. 물론, 배제성도 좋은 투수이고 특히 KIA 상대로 잘 던졌던 기억이 많아서 만만한 투수는 아니라고 봤지만, 너무 끌려 다녔습니다.
KIA 타자들이 최근 비로 취소된 경기가 많아 너무 드문드문 경기를 하다 보니 타격감이 떨어진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 지난주에 KIA 타자들은 화요일에 8득점, 수요일에 16득점을 했는데, 목요일과 금요일 연달아 경기가 취소되니까 토요일 경기에서 2점 내는 데 그쳤고, 일요일과 월요일 연달아 또 쉬니까 NC와의 2경기에서 2득점 씩 밖에 못 뽑았어요. 즉, 3경기 연속 2득점에 그쳤던 게 연패로 이어졌다고 봐야죠.
오늘 경기도 타자들이 잘 했다기보다 한준수의 2루타 같은 상대 수비의 도움이 있었고, 10회 끝내기 상황은 KT의 주권이 타격이 약한 박정우와 정현창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주면서 상대 팀에서 위기를 자초한 게 컸습니다. 변우혁의 끝내기 희생타도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담장을 넘겼어야 했을 완전한 실투였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여요.
타자들의 나쁜 타격감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카스트로가 계속 혈막이 되고 있는데, 15타수 연속 무안타 끝에 간신히 안타를 치긴 했는데, 그래봐야 5타수 1안타죠. 그 1안타 마저도 빗맞은 타구에 가깝고요. 그래도 잘 맞은 타구가 김현수의 호수비에 걸리는 걸 보면, 컨택은 계속 되고 있는데 결과가 안 좋은 쪽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김도영도 타격감이 좋다고 할 순 없고, 오늘 KIA 타자들 중 멀티 히트를 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좋은 타구는 김도영이 날리긴 했네요. 3회에 나온 좌측 펜스를 다이렉트로 때린 2루타는 발사각만 조금 더 높았으면 지긋지긋한 39호, 아홉수에서 탈출 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끈 건 투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올러의 공이 오늘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올러의 약점으로 꼽는 게 포심 – 슬러브 일변도인 단조로운 피칭 디자인인데, 오늘은 체인지업이 평소보다 잘 들어갔습니다. 올러의 올 시즌 체인지업 컨택률은 57.7%인데, 오늘은 16.7%에 불과했으니까요.
올러는 딱 1번. 7회에만 안 좋았죠. 그것도 2아웃을 잘 잡고, KIA 악마 허경민에게 안타 맞고, 연속 볼넷 내준 게 컸습니다. 결국, 김상수 상대로 던진 포심이 올러의 장점인 하이 존으로 들어가지 않고 벨트 라인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2타점 안타가 됐죠. 올러가 오늘 던진 공 중 딱 하나 잘못 던진 공이었는데, 그게 하필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바람에 아쉽게 승리 투수가 되진 못 했습니다.
올러가 아쉽게 실점을 했지만, 후속 투수들이 이의리 빼고는 다들 잘 해줬죠. 곽도규가 위기 상황에서 올라와 좌투수에 강한 장준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8회에 선두타자 최원준의 안타와 한준수의 송구 실책으로 이뤄진 1사 3루라는 절대절명의 상황. 타석에는 KBO를 대표하는 강타자이자 어제 멀티 홈런까지 친 안현민이 나왔는데, 전상현이 너무 좋은 공을 던져줬습니다. 포수 의도와는 반대였지만, 몸쪽으로 잘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안현민을 잡아 낸 장면이 오늘 경기에서 손꼽을 수 있는 하이라이트 장면인 것 같아요.
후반기 들어 안 좋았던 조상우도 10회초를 깔끔하게 막아 줬죠. 안현민, 힐리어드가 연달아 나와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안현민은 불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존에서 잘 떨어뜨려서 3루수 땅볼로 막았고, 힐리어드는 포크볼을 낮게 잘 떨어뜨려서 ‘2루수 카스트로’의 정면으로 가는 평범한 땅볼을 유도했습니다. 손민석을 상대로 포심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낸 장면에서는 전성기의 향기가 20% 정도 났고요.
KIA가 작년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는데 작년보다 확실히 불펜에 전력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년에는 없었던 곽도규가 돌아 온 것. 그리고 전상현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던져준 것이 팀에 큰 힘이 되고 있죠. 곽도규는 피OPS가 .547에 불과하고 전상현도 .595에 불과합니다. 이 두 선수가 아프지 않고 시즌 끝까지 버텨주면, 팀 타선이 강해서 경기 막판에 역전을 도모할 수 있죠.

8회 행운의 2루타로 경기를 뒤집긴 했지만, 정현창을 굳이 홈 승부 시킬 필요가 없었는데, 홈 승부를 지시해서 추가점을 뽑지 못 했고(다음 타자가 9번이라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1점 차이라는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이의리가 올라왔죠.
일단, 허경민 상대로는 볼배합이 아쉬웠습니다. 허경민이 계속 몸쪽 포심에 타이밍이 좋았고 계속해서 몸쪽 포심에 3루쪽 날카로운 파울 타구가 연거푸 나왔는데, 또 다시 몸쪽 포심을 던진 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다만, 이의리가 신인 때 던졌던 체인지업을 못 던지고 있는 게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듭니다. 이의리 부진 원인 중 하나가 신인 때 잘 써먹은 체인지업의 위력이 사라졌다는 데에 있는데, 몸쪽 포심에 타이밍을 잡은 우타자에게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 만큼 좋은 무기가 없죠. 그런데 변화구를 던져봐야 우타자 몸쪽으로 가까워지는 슬라이더이니, 이게 자꾸 방망이에 걸려서 커트가 됩니다.
지금이야 불펜으로 나와서 던지고 있으니 많은 공을 던질 필요가 없지만, 이의리는 체인지업을 찾지 못 하면,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계속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어요. 여전히 제구가 불안한대, 구종까지 확실하지 않으니, 쓸데없는 볼들이 너무 많고 계속 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하게 시작하니, 타자들이 빠른 공에만 포커스를 두고 스윙을 하죠. 그러니까 얻어 맞고요.
이후 헤드샷으로 퇴장 당할 뻔한 상황에서 운 좋게(?) 스윙으로 판정을 받았지만, 대타 문상철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행운을 써먹지도 못했죠. 다만, 문상철의 안타는 운이 안 따르긴 했습니다만, 이것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체인지업이 아니라 슬라이더를 던졌기 때문에 방망이에 걸린 겁니다.
다음 타자 장준원은 3구 삼진(초구 휘둘러준 것이 이의리에게는 힘이 됐죠.) 잡고 경기 잡나 했는데, 최원준 상대 볼배합도 이해가 안 갔습니다. 최원준이 아무리 컨택이 좋아도 우타자가 아닌 좌타자라서 슬라이더나 커브를 쓰기 딱 좋은 상황이었는데 포심만 8개 던졌습니다. 김현수를 잡은 것처럼 포심의 힘으로 범타를 유도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 상황에서는 슬라이더를 안 던졌는지 모르겠어요. 9회에는 이의리의 제구도 문제긴 했는데, 한준수의 투수 리드도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한 2억 번쯤 언급한 것 같은데, 이의리는 이런 모습을 보더라도 마무리 투수로 어울리는 투수 같진 않습니다. 버리는 공들이 너무 많은데,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야 할 마무리 투수 다운 모습은 아니죠. 구속만 더 붙으면 전상현이 딱인데, 전상현도 힘으로 압도하는 타입의 투수는 아니라서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다시 보기로 보긴 했지만, 집중하며 라이브로 시청한 게 아니라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 내일부터는 라이브로 집중해서 야구를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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