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금요일 비로 취소되면서 토요일에 두 경기를 했는데 투수들이 2경기에서 도합 3실점(1차전 2실점, 2차전 1실점) 밖에 하지 않아서 경기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주부터 크게 흔들리던 승리계투조들이 이번 두산과의 더블헤더에서는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았네요. 무엇보다 두 경기 모두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은 정해영의 활약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1차전 승리, 잘 막고 상대에서 실수가 나오다
1차전 선발 맞대결이 네일과 콜어빈이라서 가장 팽팽하다고 생각했는데 두산 수비진이 흔들리고 네일이 2점은 줬지만, 7이닝을 잘 막아주면서 경기 후반 불펜 부담을 덜어줬죠.
그리고 1차전은 두산 수비에서 미스가 많았죠. KIA 타선이 어빈을 공략하면서 1회에 1득점, 3회에 최형우의 투런포로 3대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1점 차까지 쫓긴 상황이었는데 7회에 3루수의 전진수비를 틈 타 김규성이 센스 있게 도루를 시도했고, 양의지의 송구가 3루수를 빗겨 가면서 추가 득점을 뽑으며 점수 차이를 벌렸습니다. 김규성의 주루 센스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죠.
8회에도 김호령의 뜬금 2루타 이후에 박찬호가 간신히 컨택만 하면서 2루수 앞으로 애매한 타구를 보냈는데 1루 백업이 늦은 감이 있었고, 2루수의 송구가 크게 빗나가면서 추가점을 또 뽑았죠. 후반부에 실책으로 난 점수가 아니었다면 경기 끝까지 알 수 없었는데 이 실책 2개가 KIA의 후반부를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최형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타선에서는 최형우의 활약이 가장 좋았죠. 1차전 승리를 그냥 떠먹여 줬습니다. 1회 적시타야 운이 따랐지만, 3회 홈런은 콜 어빈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담장 밖으로 넘겼죠.
지금 최형우 기록을 보면, OPS 4위, WRC+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2살 나이에 말이죠. 177.7의 WRC+는 최형우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입니다. 14년 전인 2011년의 183.5가 커리어 하이고요.
이를 달리 말하면, 지금의 최형우 WRC+가 시즌 끝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죠.(이게 되면 MVP죠.) 5월 들어 최형우 혼자 타선을 캐리하고 있는데, 최형우가 힘이 떨어질 시기가 올 겁니다. 지명타자라서 수비를 안 한다고는 해도, 매일 경기에 나오면 지치기 마련이고, 40대가 훌쩍 넘었는데 하루하루가 다르죠.
최형우 스스로 자기는 4번이 아니라 이제는 6번 칠 나이가 됐다고 하죠. 지금은 팀 내 최고 타자인데, 최형우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번이 아니라 6번으로 가도 될 정도로 앞 타자들이 강해야 합니다.
이번 두산과의 더블헤더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가 팀 타선에 나성범과 위즈덤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 낸 승리라는 점 때문입니다. 위즈덤이야 금방 합류하겠지만, 나성범이 돌아와서 작년만큼만 해줘도 팀 타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최형우 6번도 쓸 수가 있죠. '1번 박찬호 - 2번 위즈덤 - 3번 김도영 - 4번 나성범 - 5번 김선빈 - 6번 최형우' 이렇게 쓰면 됩니다. 나성범이 돌아오고 8월 즈음에 '최형우가 6번을 쳐도 될 타선'이 완성이 된다면 KIA 공격력은 작년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양현종 2경기 연속 호투로 반등에 성공
2차전 승리는 양현종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죠. 리그에서 가장 마운드가 높은 한화를 상대로 많은 득점을 뽑아내 분위기가 좋았던 두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줬습니다.
5월 들어 양현종은 확실히 회복기에 있습니다. 5월 첫 경기인 키움과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두 번째 경기인 SSG와의 경기에서 5.1이닝 3실점, 그리고 오늘 6이닝 1실점.
4월 마지막 경기에서 피안타율 .336, 피OPS .906 이었는데 3경기 연속 호투로 피안타율 .296, 피OPS .797까지 끌어 내렸습니다. ERA도 6.75에서 5.25까지 내렸고, 다음 경기에서도 1-2실점 정도로 마무리하면 4점대 ERA도 가능해 보입니다.
오늘 양현종 피칭을 보면, 초반부터 포심의 힘이 좋았고, 체인지업의 커맨드가 절묘했습니다. 삼진을 7개나 잡으며 올 시즌 최고 기록인데, 장타력이 뛰어난 우타자가 많은 두산 상대로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게 아주 잘 떨어뜨리더군요. 그리고 볼배합도 아주 좋았어요.
또 고무적인 부분이 구속이 시즌 초에 비해서 많이 올라왔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올 시즌 양현종의 경기별 포심 평균구속과 포심 피안타율(괄호 안)입니다.
5월 3경기에서 모두 포심 평균 구속이 4월보다 1km/h 더 좋아졌죠. 그 결과 매 경기 4할이 넘던 포심 피안타율이 1~2할 대까지 떨어졌습니다.
4월까지만 해도 이제 포심을 버리고 변형 패스트볼을 던져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우려했는데, 5월 들어 포심 구위를 끌어 올리며 다시 구위를 찾은 모습입니다. 이렇게만 던지면 5선발 치고는 굉장히 좋은 투구이죠.
최원준, 2차전의 영웅
1차전 팀 타선의 MVP가 최형우였다면, 2차전은 최원준입니다. 2차전 2회에 양현종이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포심이 가운데 몰리면서 홈런을 맞고(한가운데로 너무 이쁘게 들어갔죠.) 김기연의 강한 땅볼을 김도영이 말도 안 되는 악송구를 하면서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아 추가 실점이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고, 임종성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나나 싶었지만, 도대체 왜 타율이 1할대이고, OPS가 4할대인지 이해할 수 없는 조수행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양현종의 슬라이더를 잘 받아쳐 우익수 앞 안타를 칩니다. 당연히 실점이라고 봤어요. 안타 타구가 우익수 최원준의 정면으로 간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최원준의 송구가 너무나도 강하고 정확하게 포수 미트에 들어갔습니다. 김기연의 느린 발 덕분도 봤지만, 송구가 조금만 느리고 치우쳤다면 절대 2루 주자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김기연을 아주 여유있게 홈에서 잡아 냈죠. 이 수비가 오늘 더블헤더에서 가장 돋보인 수비였습니다.
타석에서도 3회말 공격에서 홍민규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서 결정적인 2점 홈런을 때렸죠. 완벽한 타이밍에서 나온 스윙이 아니라 커트하다 보니 우연찮게 홈런이 됐다고 봐야겠지만(담장을 살짝 넘기기도 했고) 정확한 홈송구와 결정적인 홈런으로 팀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최원준 현재 기록이 아직도 하찮습니다. .209의 타율에 장점인 선구안이 사라져버려서 출루율이 .300도 안 됩니다.(.278) 오늘 홈런도 뭔가 정확하게 받쳐 놓고 친 타구가 아니라서 아직도 스윙이 엉망인 것 같고, 1군 올라와서 아직도 10타수 2안타 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 헤맬 순 없죠. 그리고 중견수 수비 부담도 있었을텐데 김호령이 중견수를 맡아 주고 코너 외야수로 뛰면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나아져야 하고요.
완벽하게 막아 준 승리계투조. 이준영이 소금 같은 역할
지난 롯데와의 시리즈에서 위닝은 가져갔지만, 불펜진이 크게 흔들리면서 불안감을 안겨 줬는데 오늘 더블헤더는 승리계투조들이 모두 잘 해줬습니다. 1차전에서는 이준영 0.1이닝 무실점, 조상우 0.2이닝 무실점, 정해영 1.0이닝 무실점. 2차전에서는 전상현 0.1이닝 무실점, 이준영 0.2이닝 무실점, 조상우 1.0이닝 무실점, 정해영 1.0이닝 무실점을 했습니다.
조상우는 1, 2차전에서 볼넷과 안타 하나로 주자 한 명씩 내보냈고, 전상현은 안타로 한 명 출루. 그리고 정해영은 2경기에서 안타 1개(또 조수행) 맞았는데, 이준영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3명의 타자를 퍼펙트하게 막았어요.
1차전보다는 특히, 2차전 활약이 좋았는데 전상현이 조수행에게 안타를 맞자 정확한 타격을 하는 1번 케이브를 상대로 올라 왔고, 빠른 공을 바깥쪽 보더라인에 꽂으며 평범한 플라이로 위기를 넘겼고, 오명진을 상대로는 이준영의 주무기 슬라이더만 4개 던지면서 마지막 2개의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준영 슬라이더가 그동안 높게 존으로 들어가면서 안 좋았는데 오늘 더블헤더에서는 이 슬라이더가 좌타자 바깥쪽 낮게 잘 떨어지면서 위기를 넘겼죠. 슬라이더 각이 워낙 좋은 투수이다보니, 오늘처럼만 슬라이더가 잘 떨어지면 최지민과 곽도규가 없어 유일하게 남은 좌투수인 현재, 믿음이 갑니다.
올 시즌 끝나면 KIA에서 많은 선수가 FA 자격을 얻습니다. 박찬호(A등급), 최원준(A등급), 조상우(A등급) 이렇게 3명이 가장 주목을 받겠지만, 이준영(B등급)도 FA 자격을 얻죠. 올해 리그에 좋은 좌완 계투들이 튀어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리그에 가장 부족한 게 좌완 투수죠. 오죽하면 40살이 넘은 고효준도 다시 유니폼을 입을 정도이니까요.(그걸 떠나서 고효준 아직도 148km/h까지 던지는 게 대단함)
이준영은 KIA도 필요한 선수이죠. 많은 금액은 힘들더라도, B등급이면 좌완이 부족한 팀들은 무조건 영입을 시도할 겁니다. KT가 대표적으로 불펜에 좌완 계투가 부족한 팀이기도 하죠. 시즌 끝나고 섭섭지 않게 대접해줘서 팀에 잔류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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