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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KIA : 롯데 - 김도현의 호투, 중심타선의 활약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5. 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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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올 시즌 롯데 타선은 LG 다음으로 뛰어난 리그 2위 타선입니다. 그리고 롯데 타자들이 다른 건 몰라도 팀타율은 .284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입니다.(2위 삼성 .270) 레이예스를 비롯해서 윤동희, 황성빈, 고승민, 전준우 처럼 컨택이 좋은 타자들이 많죠. 오늘은 부진했지만, KIA만 만나면 눈이 시뻘개져서 괴이한 타격폼으로 안타를 때리는 정훈도 있고요.(지난해 정훈은 KIA 상대로 OPS .904 기록)

 

그런데 오늘 선발 김도현이 롯데의 정확한 타선을 맞이해 5.1이닝 동안 안타를 4개 밖에 맞지 않았습니다. 사사구도 볼넷 1개, 사구 1개에 그쳤고요. 여기에 5회에 김도영이 2타점 2루타, 최형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치는 등 중심타선에서 해결을 해줬죠. 8회말 공격에서도 무사 만루의 시작은 3번 김도영의 안타였고요.

 

조상우가 주자 2명, 정해영이 주자 3명을 출루 시키면서 불안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 가장 결정적인 수비가 9회 2사 이후에 나왔죠. 2사 만루에서 레이예스가 때린 라인 선상의 타구를 변우혁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면서 간신히 승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2아웃 이후라서 이 타구가 빠져 나갔으면 3타점 싹쓸이 동점 2루타가 됐을 거에요. 정말 중요한 수비가 막판에 나왔죠.

 

김도현, 적극적인 존 공략이 호투의 비결

 

오늘 김도현의 투구는 운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가 '탈삼진' 갯수입니다. 오늘 23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삼진으로 잡아낸 타자가 딱 1명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초반에 적극적인 존 공략으로 비교적 정타들이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 수비 정면으로 가면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죠.

 

수비에서도 정해원이 박승욱의 홈런성 타구(아마, 못 잡았다면 2루타였겠죠?)를 잡아 낸 수비가 멋졌습니다. 물론, 박찬호와 박재현의 실책(박재현은 실책성 플레이도 1개 추가)이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수비 도움은 못 받았지만요.

 

투수가 오롯이 경기 상황을 통제하는 기록이 '삼진'과 '볼넷' 입니다. 김도현은 '삼진'으로 상황을 통제하진 못 했지만, 볼넷을 줄이면서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했죠. 오늘처럼 수비 쉬프트가 맞아 떨어지고, 타구 운이 따르면 호투하는 겁니다. 하지만 볼넷을 내주면 '운'이 작용하는 영역에 '실력'이 개입하게 되죠.

 

 

올 시즌 김도현의 가장 달라진 점이 '볼넷 허용률' 입니다. 9이닝 당 볼넷이 지난해 3.72개에서 올해 1.96개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그 결과 피출루율이 작년 .372에서 올해 .306으로 크게 나아졌죠. 여기에 공인구 반발력이 작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인지 피장타율도 .425에서 .376으로 낮아져서 피OPS가 .682에 불과합니다.

 

지난해는 지나치게 보더라인 피칭에 신경 쓰다보니 볼넷이 너무 많았는데 올해는 적극적인 존 공략으로 볼넷을 크게 줄이면서 성적을 향상시켰다고 봐야죠. 시즌 시작은 5선발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리그 기준으로도 상급의 3선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2.7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13위 기록(국내 투수 중 6위)입니다. 2선발급 활약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만, 김도현의 가장 큰 문제는 삼진율 입니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한 30명의 투수 중 김도현은 12.8%의 삼진율을 기록하면서 28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보다 낮은 선수는 쿠에바스(왜 여기에?), 문승원 둘 밖에 없어요. 삼진율이 낮아서 ERA 순위는 13위지만, FIP 순위는 24위까지 떨어집니다.

 

삼진율이 낮기 때문에 던질 때 '운'에 기대는 부분이 커집니다. 그러다보면 지금의 성적을 유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네일이 지난 번 SSG와의 경기에서 7실점을 한 것과 비슷해요. 안 풀리는 날에는 타구들이 수비가 없는 곳으로만 가서 대량 실점을 할 수 있습니다. 김도현도 지난 번 라팍 삼성전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런 경기가 나올 겁니다. 운은 돌고 도니까요.

 

 

하지만 오늘 김도현이 잡은 유일한 삼진이 참 멋졌죠. 윤동희가 끈질기게 김도현의 모든 구종들을 전부 커트하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바깥쪽 낮게 151km/h 속구를 꽂아 넣으면서 윤동희를 덕아웃으로 돌려 보낸 장면은 정말 전율이 일었습니다. 타자가 커트에 주력하면 가장 좋은 구종은 '광속구'이니까요. 윤동희를 삼진 잡을 때 탄성이 나옴과 동시에 왜 이런 공을 자주 던지지 못 하는 걸까라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하지만 김도현은 2000년생으로 아직 20대 중반입니다. 규정이닝을 충족한 30명의 투수 중 김도현보다 어린 투수는 한 살 어린 오원석(2001년생)과 최승용(2001년생) 둘 뿐입니다. 오원석과 최승용 둘 다 김도현보다 확실히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즉, 김도현은 여전히 '성장중'에 있는 투수입니다.

 

올 시즌 김도현의 평균 구속은 145.7km/h 입니다. 147.9 km/h 였던 작년보다 2.2km/h 하락했습니다. 컨트롤에 더 신경을 쓰면서 볼넷 허용률이 낮아진 건 좋지만, 구속이 떨어지면서 9이닝 당 7.08개였던 탈삼진이 올해 4.89개까지 낮아 졌습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긍정적인 변화는 아닙니다. 구속을 유지하면서 제구를 잡는 게 맞지, 제구를 잡는다고 구속을 줄이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이 선수가 아직 경험을 쌓고 있는 투수라는 점. 그리고 오늘 윤동희를 상대했을 때의 결정구처럼 151km/h의 공을 던지지 못 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겠습니다. 올해는 적극적인 존 공략으로 상대 타자들을 운이든 뭐든 잡아내면서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내년에는 강하게 공을 뿌리면서 존에 우겨 넣는 법을 알게 되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날이 올 지 모르겠습니다.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이 오면, KIA팬들은 '윤석민'에 대한 그리움은 지워도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참고 삼아 윤석민과 김도현의 '연령별' 9이닝 당 탈삼진 개수를 가져와 봤습니다. 

 

  • 19세 - 윤석민 5.25개 / 김도현 3.55개
  • 20세 - 윤석민 7.13개 / 김도현 5.71개
  • 21세 - 윤석민 5.78개 / 김도현 4.50개
  • 22세 - 윤석민 6.93개 / 김도현 군대
  • 23세 - 윤석민 8.80개 / 김도현 군대
  • 24세 - 윤석민 8.38개 / 김도현 7.08개
  • 25세 - 윤석민 9.30개 / 김도현 4.89개(진행중)
  • 26세 - 윤석민 8.06개 / 김도현 ?
  • 27세 - 윤석민 7.80개 / 김도현 ?

 

150km/h을 못 던지는 투수도 아니니, 150km/h의 빠른 공을 보더라인에 꽂는 그 날이 김도현이 완전히 성장하는 그 날입니다.

 

 

드디어 살아 난 김도영, 그리고 위즈덤의 부상

 

지난 주에 잠시 주춤했던 김도영이 오늘은 모처럼 작년 한창 좋을 때의 스윙과 타구질을 보여주더군요. 두 번째 타석 타구도 조금만 중심에 맞았으면 홈런이 될 수 있었던 타구였는데 2타점 2루타 때 김도영의 타구 궤적은 작년에 한창 좋을 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제 슬슬 실전에 완전히 적응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처럼 타격감 조율하다보면 3루수 골글 경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닐 겁니다.

 

김도영 뿐만 아니라 최형우가 올 시즌 현재 KIA 팀내 최고 타자 역할을 하고 있죠. 데이비슨에게 끌려 가고 있었는데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스윙으로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치더니, 역시 좋은 타격으로 중견수 앞 적시타로 3점 째를 내줬죠. 현재 최형우의 WRC+가 162.8을 기록하며 리그 3위 입니다.(1위 오스틴 200.9, 2위 박동원 186.0) 42살 나이에 이런 활약이 말이 되나 싶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KIA는 최형우가 지치는 타이밍을 대비해야죠. 작년에도 한창 좋았다가 나이를 속이지 못 해서 9월에는 OPS .741로 조금(?) 부진했는데 올해는 한 살 더 먹었으니 8월 쯤에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고요. 그래서 지금 부상으로 빠져 있는 나성범이 올라와서 타선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줘야 하죠. 하지만 나성범의 처참한 외야 수비 범위 생각하면 그것도 머리 아프네요.

 

 

그리고 오늘 위즈덤이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죠. 지난 주에 너무 부진했는데 몸살과 허리 통증 때문에 부진했던 거라면 차라리 낫습니다. 아파서 못 하는 게, 건강한데 못 하는 것보단 낫죠. 푹 쉬면서 회복에 전념하면 시즌 초의 선구안과 장타력을 다시 회복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여튼, 올 시즌 KIA가 작년보다 크게 부족한 부분이 공격력인데, 이유는 있죠. 개막하자마자 김도영이 빠졌고, 곧 있다가 김선빈도 제외됐으며, 박찬호도 제법 빠졌고, 나성범은 개막은 함께 했으나 결국 이탈했죠. 시즌 개막하고 베스트 라인업이 단 1경기도 안 돌아갔습니다. 

 

작년에는 백업 멤버들 공격력도 좋아서 주전이 이탈했어도 빈 자리가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발력 때문인지 주전과 백업 격차가 더 커졌죠. 결국, 주전 타자들의 부상과 백업들의 부진이 현재 KIA 공격력이 망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즈덤만 컨디션을 회복하면 2번 위즈덤 - 3번 김도영 - 4번 최형우 - 5번 김선빈으로 1점을 뽑아낼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나성범이 6월 말에 복귀하면 2번 위즈덤 - 3번 김도영 - 4번 최형우 - 5번 김선빈 - 6번 나성범으로 라인업을 짤 수도 있죠.(아무리 생각해도 나성범은 6번이 맞음) 그리고 백업들이 계속 부진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특히, 한준수는 지금 타구 운이 너무나도 없죠.

 

그런데 올 시즌 안에 KIA의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되긴 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부상도 너무 많고. 최형우와 김선빈, 나성범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결국, 젊은 타자들이 성장을 해줘야 하는데 변우혁도 그렇고 젊지도 않은 이우성도 그렇고 너무 못 받쳐주고 있습니다. 한준수도 마찬가지고요. 

 

어차피 수비력은 단기간 내에 개선될 수 없으니 공격력이라도 작년 수준을 회복해야죠. 공격력의 작년 수준 회복이 없다면, 가뜩이나 곽도규, 황동하의 부상, 장현식의 이탈로 투수 뎁쓰가 약해진 상황에서 상위권 다툼을 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합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중요한 안타 하나는 쳤지만, 실책까지 하면서 전반적으로 낙제점
  • 김선빈 - 땅 파는 그 시기가 왔다. 쓰리볼에서 타격 조차도 형편 없는 결과
  • 이우성 - 두 번의 볼넷, 한 번의 안타로 만점 활약
  • 변우혁 - 무사 만루에서 삼진 안 당했으면 된 거지. 정해영 구해줬으면 된 거지.
  • 정해원 - 1군 맛은 봤으니 2군에서 다시 자신감을 찾아올 시간.
  • 한승택 - 안타 하나 쳤으니 할 일은 다 함.
  • 박재현 -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김호령을 올려주세요. 9번 중견수에 김호령 이름 인쇄해주세요.
  • 전상현 - 오늘 불펜투수 중 가장 잘 던짐
  • 이준영 - 공 2개로 원 아웃이라니 개이득
  • 조상우 - 이제는 장현식이 그립다.
  • 정해영 - 3경기 연속 실점할 뻔... 벌써 지쳤나? 변우혁한테 거하게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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