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어제 더블헤더에서 조상우, 정해영, 이준영이 모두 나와서 던지는 바람에 오늘 경기는 조상우, 정해영, 이준영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불펜 뎁쓰가 두터운 팀이면 모를까, 올해 KIA의 불펜 뎁쓰는 리그 최하위 수준이기에 쉽게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 결과 두산에서 무려 13개의 안타와 5개의 볼넷을 허용했음에도 상대 주루 미스가 연달아 나오면서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두산의 결정적인 주루 미스 3개
김도현은 오늘 투구의 단점이 제대로 노출된 경기였죠. 지난 김도현 경기 후기에도 적었지만, 김도현은 삼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늘처럼 컨택이 되었을 때 정타가 연결되는 날이 많이 나오는 날에는 안타를 많이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볼넷은 2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죠.
3회에 KIA만 만나면 달라지는 조수행에게 선두타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선취점을 내줄 위기였는데 정수빈의 기습 번트가 김태군의 바로 코 앞에 떨어지는 덕분에 리그에서 가장 발이 빠른 조수행을 3루에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정수빈이 번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2루로 뛰었는데 김태군의 송구가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가면서 도루 시도를 막았죠. 김태군의 멋진 수비가 아니었다면 경기 초반 흐름을 내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8회였죠. 승리계투조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투수들을 때려 박으면서 1실점으로 간신히 위기 넘겼는데 8회 시작하자마자 추재현에게 안타를 맞고, 조수행의 번트 타구를 변우혁이 제대로 움켜 쥐지 못 하면서 무사 1, 2루가 됩니다.(이게 왜 번트 안타일까요. 아무리 봐도 실책인데)
그리고 정수빈이 페이브 번트 앤 슬래시를 시도하면서 타구가 2루수에게로 갔는데 이게 운이 좋아서 1루 주자 조수행의 주루 선상으로 갔죠. 김규성이 잘 잡고 조수행을 태그하며 원 아웃을 잡았지만, 타구가 느렸고 정수빈 발이 워낙 빠르니 태그를 했어도 1루에서 정수빈을 잡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잘 해야 뱅뱅 타이밍 정도?)
그런데 조수행이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합니다. 김규성을 손으로 밀치 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허슬'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런가? 처음 부딪히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데 팔로 김규성을 밀치는 행동은 왜 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프로야구 룰을 모르나? 주자는 아웃 당한 다음에는 수비수를 방해하면 안 되는데, 반대로 알고 있었던 걸까요?(수비수는 주자를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나?)
여튼, 이 행동 덕분에 KIA는 1사 1, 3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을 2사 2루로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케이브는 고의4구로 거르고 양의지를 상대했는데 양의지의 타구가 평범한 뜬공이 됐죠. 이때도 콜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하마트면 공을 놓칠 뻔 했는데 박정우가 끝까지 집중력을 잘 유지해줬습니다.
박찬호가 KBO 최고 수준으로 머리 뒤로 넘어가는 뜬공을 잘 잡는 선수이기에 박찬호가 콜을 했을 때 박정우가 왜 달려오나 의문이었는데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니 박찬호가 까딱하면 놓칠 수도 있었던 공이었더라고요. 콜 플레이 미숙은 질책 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박정우의 수비 집중력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여튼, 두산에서 3회와 8회 결정적인 주루 플레이 미스가 나오면서 많은 출루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뽑지 못 했고, 이게 다 KIA에게는 기회가 됐죠. 두산은 이 외에도 5회말 김도영의 본 헤드 주루 플레이 때(2사 이후인데 최형우 뜬공 나왔을 때 왜 산보하는 지?) 좌익수 조수행과 유격수 오명진이 김도영이 당연히 홈으로 들어 왔을 줄 알고 넋 놓고 있다가 김도영의 본 헤드 플레이를 살리지 못 했죠.
어제 더블헤더 1차전에서 수비 미스도 그렇고, 오늘 주루 미스와 수비에서 모습도 그렇고 두산이 확실히 김태형 감독 있을 때에 비해서는 수비 조직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KIA는 상대 실수를 잘 이용했고요.
승리계투조가 없는 상황에서 홀로 장판파 펼친 윤중현
오늘 김기훈이 2연속 안타 맞고(정수빈의 안타는 운이 없었지만), 김재환이 친 타구가 김건국 다리에 맞아 실점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수비 쉬프트가 걸린 상황이라 병살로 이닝 끝날 수도 있어 보였는데) 오늘 경기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남은 투수들은 패전조인데다가 KIA 패전조 투수들은 안 좋기로 악명이 높죠.
그런데 이런 흐름을 바꿔준 투수가 윤중현이었죠. 김건국 다음에 올라 온 장재혁이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결정구를 던지지 못 해 만루를 허용했고 오늘 2타점을 올리며 타격감이 좋아 보였던 강승호를 상대로 윤중현이 올라 왔는데, 1-2 상황에서 유인구를 던지지 않고 과감하게 빠른 공을 존에 우겨 넣으면서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볼배합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죠.
8회에는 상대 주루 미스 덕분에 위기를 넘겼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서 두산의 중심타선(김재환, 양석환, 오명진)을 상대로 3자 범퇴로 깔끔하게 막았죠. 양석환에게 맞았을 때는 타이밍이 맞아서 아 넘어 갔구나 했는데 카메라 페이크였습니다. ㅋㅋ 그리고 좌타자 두 명을 상대로 존에서 살짝 떨어지는 포크볼로 잇따라 2루 땅볼을 유도하며 재미를 봤죠.
결과적으로 윤중현이 2.1이닝을 2피안타 1볼넷(고의사구)으로 막고 잘 던져준 덕분에 오늘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제구력을 갖고 있음에도 작년에 기이하게 많이 얻어 맞았는데(최인호의 만루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작년에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올해도 열심히 존에 넣다보면 추격조 중에서는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2군 성적은 KIA의 처참한 투수력 대비 가장 나았고요.(12.1이닝 ERA 2.92, 피안타율 .222, 1볼넷 10탈삼진)
ABS 시행과 함께 사이드암 투수들이 많이 망가졌는데 박준표, 임기영, 윤중현 등 사이드암 투수 비중이 높았던 KIA에 타격이 컸죠. 올해는 ABS를 재조정하면서 사이드암 투수들이 작년보다 나아졌으니(맞나?) 윤중현을 비롯해서 박준표(2군 13.1이닝 ERA 3.38)나 임기영(2군 20.1이닝 ERA 3.98) 둘 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둘 다 2군 피안타율이 3할이 넘거나 3할에 육박하는군요.
상대의 실수 덕분에 경기를 잡았다고는 하나, 승리계투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승리는 참 뜻 깊습니다. 그리고 오늘 승리로 드디어 5할 승률에 복귀했고요. 선수들도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주 5승 1패로 잘 마무리 했는데 다음 주에 두 번 등판하는 윤영철이 지난 등판처럼 구속이 나아진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의리가 복귀할 때까지 투수력도 버텨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 봅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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