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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 KIA : 롯데 - 경기 흐름을 반전시킨 김기훈의 호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8. 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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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4점을 먼저 내줬는데 이 경기도 잡네요. 타격감이 올라온 이후에는 확실히 타자들이 타석에서 집중력 있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오늘 반즈 공이 그렇게 안 좋은 것도 아니었고, 반즈 특유의 슬라이더는 오늘도 날카롭게 우타자의 바깥쪽 백도어로 들어가고, 좌투수는 컨택 조차 어려운 각도로 들어갔는데 반즈를 상대로 유인구 잘 골라내며 6회 이전에 내린 게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고 생각합니다.

 

투수도 김도현이 초반 롯데 타선을 이겨내질 못 했는데(15:15 경기가 생각났던...) 김도현의 문제는 정말 너무 많이 지적했지만, 전체적으로 커맨드가 매우 구립니다. 오늘도 포수가 요구하는대로 들어가는 공들이 거의 없었어요. 153km/h까지 나오며 좌타자의 몸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멋진 속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볼, 여기에 140km/h 초반에서 형성되는 커터성 슬라이더까지 가진 무기는 정말 많지만, 이걸 활용할 줄 모르네요.

 

그리고 구속이 느린 시절에 김도현의 체인지업은 꽤 좋은 무기였는데, 구속이 오른 이후에 체인지업이 별로입니다. 실제로 올 시즌 체인지업의 피OPS가 .768을 기록하며, 커브(.681), 슬라이더(.659)에 비하면 너무 잘 맞고 있죠. 물론, 가장 큰 문제는 투심 패스트볼입니다. 피OPS가 무려 1.324인데 오늘 레이예스에게 맞은 홈런도 이 투심 패스트볼이었죠.(이순철 위원의 날카로운 시야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래도 롯데 타자들이 김도현의 공을 잘 공략하는 와중에(특히, 정훈은 김도현 공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는 듯, 15:15 경기에서 홈런을 치질 않나, 오늘도 몸쪽 잘 붙인 속구를 홈런성 2루타로 만들어 버리는 스윙...) 4회는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교체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계속 걸고 싶습니다. 

 

 

김기훈 미국 보낸 거 정말 하나도 안 아깝네

 

 

김기훈, 유승철, 김민재, 조대현, 김현수 이렇게 5명이 시즌 중에 미국 갔다와서 지도를 받았는데, 현재까지 김기훈이 정말 많이 좋아졌네요. 시즌 전 질롱 코리아에서의 모습, 하체가 고정되지 못하면서 계속 빠른 공을 땅에 심었는데, 시즌 중에 밸런스를 잡기 위해 처음부터 몸을 만들고 폼을 가다듬은 게 현재까지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올라오자마자 초구에 사구를 허용하며, 출발은 좋지 못 했지만 다음 타자 레이예스를 상대로 처음에 공 3개 잇달아 볼을 던지고, 이후 포심과 슬라이더를 존에 우겨 넣으며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면서 감을 잡은 느낌입니다. 

 

가장 멋졌던 투구는 역시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투구였죠. 엄청 잘 제구가 된 공도 아니고 벨트 라인에서 살짝 바깥쪽이었는데 전준우의 방망이가 따라 나오지 못 했습니다.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는 점에서 공의 위력을 알 수 있죠. 김기훈도 이 삼진으로 자기 공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타자 나승엽을 상대로도 3구째 포심을 그냥 가운데에 박아 넣었는데 평범한 플라이에 그쳤죠. 공의 수직무브먼트가 좋아졌다고 느껴집니다.

 

김기훈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동안 4회말 이우성이 파울 홈런 이후에 2루타로 선취점 (김기훈 등판 이전이었지만) 을 냈고 김태군이 반즈의 몸쪽 투심을 공격적인 스윙으로 담장을 넘겨 2점 차이로 추격합니다. 

 

여기서 잠깐, 김태군의 공격력이 평가절하되는 감이 있는데 올해 김태군의 WRC+는 포수 치고는 괜찮은 90.9이고, OPS도 .738을 기록하며, 본인 커리어 하이 타이 기록입니다.(타격에 눈을 떴다고 평가 받은 2022년에 OPS .738 기록) 게다가 플래툰을 돌려도 이해가 충분히 되는게 올 시즌 김태군은 왼손 투수 상대로 OPS .967을 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왼손투수 나왔을 때 지명타자로 써도 될 정도죠. 

 

김기훈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KIA 킬러 정훈을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 잡고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유격수 땅볼을 잡았고(이걸 또 방망이 던지며 컨택해내는 정훈도 징글징글하던...) 노진혁에게 안타는 허용했지만, 손성빈 상대로 체인지업 절묘하게 떨어뜨리면서 두 번째 삼진을 잡았죠. 뻥 좀 보태서 손성빈 삼진 잡을 때 던진 체인지업은 양현종 전성기 시절의 체인지업 보는 듯 했습니다. 

 

윤동희를 상대로도 체인지업 던져서 굉장히 빗맞은 투수 앞 땅볼로 이닝을 끝냈는데, 일단, 포심이 힘이 있고 존에 꾸준히 들어가는 게 가장 좋고, 체인지업 떨어지는 각이 굉장히 좋은 느낌입니다. 신인 때도 수직 무브먼트가 좋았던 선수라서 지금처럼 포심을 존 안에 잘 넣기만 하면 쉽게 공략당할 공은 아니죠. 오늘은 정말 김기훈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타자들의 막판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다.

 

6회 시작하자마자 김도영이 풀카운트 끝에 반즈의 체인지업을 받아 쳤는데 솔직히 제대로 이루어진 스윙은 아니었는데, 김도영의 파워가 담장을 넘겨 버리네요. 체인지업에 완전히 타이밍을 빼앗겼음에도 담장을 넘기는 장면을 보면서, 확실히 파워 하나는 리그 최상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홈런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줬죠.

 

최근 좋아 진 구승민에게 막혀서 7회까지는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 했지만, 8회 선두타자 박찬호가 롯데 킬러 답게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포심을 밀어 치며 1루에 나갔고, 김상수가 던진 포심이 바깥쪽 높은 볼이었는데, 김선빈 입장에서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가 그렇게 던지면 안타 쳐달라는 거죠.(1-2루간이 넓어지니까) 무사 1-3루가 되면서, 뻘짓만 안 하면 동점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롯데에서는 김도영은 어렵게 상대해 만루 작전을 펼쳤고, 진해수가 올라와서 좌타자가 공략하기 어려운 슬라이더를 기반으로 소크라테스를 상대하다가 3구째 투심을 몸 쪽에 잘 붙였죠. 하지만, 소크라테스 땅볼 타구가 비교적 강하게 맞았고, 롯데 내야수들 위치가 좌타자가 나왔기에 유격수가 베이스가 붙어 있어서 2타점 역전 적시타가 되었습니다. 

 

나성범은 운이 좋았죠. 진해수가 슬라이더만 연거푸 6개 던졌는데, 그 슬라이더에 잘 따라가지 못 했고, 5구째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한 눈에 봐도 스윙이었는데, 3루심이 노스윙으로 판정했고 6구째 슬라이더는 놓치지 않고 컨택 스윙으로 3-유간으로 보냅니다. 이 타구도 소크라테스 타구와 비슷했어요. 유격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었던 덕분에 병살이 아니라 1타점 적시타가 됐죠.

 

 

최지민을 구원한 전상현의 압도적인 피칭

 

그리고 불펜에서는 오늘 전상현이 가장 좋은 피칭을 보여줬습니다. 김기훈이 2이닝을 잘 막았기에 3이닝 째는 주말 경기 감안하면 좀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고, 7회부터 최지민을 올렸습니다. 최지민을 올린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살려야 하는 투수이고, 1점 차이로 지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최지민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죠. 고승민을 상대로 던진 포심이 3구까지 살짝 벗어났는데, 4구째 포심은 너무 많이 벗어났습니다. 이것만 봐도 최지민이 아직 멘탈적으로 쫄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볼 상황에서 홈런 맞는 게 두려워서 그런가요? 30실점 경기에서 강승호에게 맞은 홈런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걸까요? 1구부터 3구까지는 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4구째 포심은 최지민이 안 좋을 때 항상 나오는 땅에 심는 공이 나왔습니다.

 

포심이 제구가 안 되니까 손호영 상대로는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았고, 3구째에 또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이 타구가 홈런성이었죠. 김호령이 다행히 잘 잡아줬기에 망정이지, 담장을 넘어갈 수 있었던 투구였습니다.

 

최지민은 올해 제구가 안 되니까 문제지 구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위에 문제가 있다면 최지민의 포심 피안타율이 .260에 그칠 리 없죠.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포심인데 어째서 포심을 적극적으로 존에 못 던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양현종이 니 공을 믿어 무조건이라고 덕아웃에서 한 마디 했을까요. 

 

최지민은 레이예스 상대로도 포심은 1개만 던졌고(149km/h) 변화구만 주구장창 던지다가 결국 또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죠. 아직 2군 내릴 필요는 없어 보이고, 다음 등판은 조금 여유있는 상황에서 올리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결국, 존에 포심을 집어 넣어야 하고, 최지민을 살려 내야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최지민을 구원하기 위해 1사 1, 2루에서 전상현이 올라왔는데 전준우를 상대로 2볼에서 시작했지만, 바로 컨트롤을 잡으며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나승엽 상대로는 정말 버리는 공 하나 없이 예술 같은 투구를 했습니다. 특히, 2-2 카운트에서 포크볼 연속 2개를 떨어뜨렸는데 그걸 다 커트해내는 나승엽이 대단할 정도로 존에서 정말 살짝살짝 떨어뜨리는 제구력을 보이더군요. 결국, 바깥쪽 존을 살짝 걸치는 포크볼을 던지며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납니다.

 

전상현이 7회에 비교적 많은 공을 던져서 8회에는 안 나오겠거니 했는데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KIA 상대로 징글징글했던 정훈을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아냈고(역시 정훈 삼진 잡으려면 존에서 크게 벗어나게 던져야 합니다.) 타격감이 좋은 노진혁 마저 포크볼로 타이밍을 흐트려 뜨려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으며, 손성빈을 상대로는 멋진 볼배합으로 147km/h 포심 루킹 삼진을 잡아냈죠.

 

최근 전상현의 투구 내용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네요. 8월에 11이닝 던지면서 장타 하나 안 맞고 있고, 3피안타에 삼진만 무려 16개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커리어 내내 삼진율이 높았던(통산 K/9가 8.8개) 전상현이 올해는 다른 해보다 삼진율이 낮아졌는데(7.1개) 김원중, 구승민에게 포크볼 배운 이후에 다시 삼진율을 높이고 있죠. 후반기 전상현은 18.1이닝 동안 20개의 탈삼진을 잡아 이닝보다 많은 삼진을 잡고 있습니다.(전반기에는 36.1이닝 동안 23 탈삼진)

 

그래서 전 늘 정해영보다는 전상현이 더 마무리로 믿음이 가요. 실제로 정해영 없는 동안 전상현이 마무리 역할도 잘 수행해줬고요.(유일하게 별로였던 경기가 키움 전에서 변화구 남발하며 끝내기 허용했던 경기) 하지만 정해영도 정해영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지금의 승리계투조 구성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정해영도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올해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게다가 정해영은 전상현보다 5살이나 어리죠. 전상현 나이가 되면 정해영도 안정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롯데 전이었는데 어제는 세밀한 야구로 경기를 뒤집었고, 오늘은 초반 4실점에도 불구하고 홈런과 투수들의 완벽한 투구로 기어코 경기를 뒤집어 냈습니다. 올해 왜 KIA가 1위를 하고 있는 지 잘 알 수 있었던 어제 오늘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1번 타자로 공도 많이 보고 두 번의 출루도 만들어 냈으며, 수비도 완벽했음
  • 김선빈 - KBO에서 가장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의 컨택을 유감없이 보여 주다.
  • 김도영 - 홈런보다도 더 대단했던 건, 반즈의 견제에 걸렸음에도 도루에 성공하는 장면
  • 소크라테스 - 중요한 순간 안타는 쳤지만, 반즈 같은 왼손투수를 공략하기란 어려워 보임. 내일은 하트 맞아서 휴식 어때?
  • 나성범 - 유격수 실책이 나왔음에도 끝까지 집중 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음.
  • 이우성 - 파울 홈런 보니, 슬슬 타격감 올라온 것 같다.
  • 변우혁 - 첫 타석 삼진은 맥 없었지만, 두 번째 컨택은 괜찮았으며, 1루에서 바운드 송구를 굉장히 잘 잡아 냄
  • 최원준 - 제발 안 좋은 공은 좀 고르자.
  • 김호령 - 지명 수비수. 역시 지명 수비수. (이창진 언제 와...ㅠ)

 

※ 글 쓰고 있는데 고양이가 무릎 위로 올라와 20분 동안 안 내려오는 바람에 늦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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