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금요일 경기를 9회에 역전하며 잡은 것이 시리즈 스윕의 결과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 네일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줬고, 한 차례 우천 중단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나 싶었는데 뒤이어 나온 전상현, 장현식, 정해영이 공도 몇 개 안 던지고 LG 타선을 완벽히 막았습니다.
8월 초만 하더라도 타선이 완전히 죽어 버리면서 대위기였고, LG는 함덕주 부상 복귀, 에르난데스의 합류, 타선 상승세 등으로 연승을 달리고 있던지라, 잠실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면 자칫 1위 수성이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광복절 경기를 기점으로 타선이 살아났고, 금요일 경기 극적인 역전승으로 분위기 가져온 게 오늘 경기 결과까지 이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무엇보다 3연전 승리를 가져온 것은 불 붙었던 LG 타선을 3경기 동안 6실점으로 막은 투수진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금요일 첫 경기에서 선발 김도현이 잘 버텨준 게 가장 고맙네요.
안 좋았던 타자들, 한꺼번에 타격감을 찾다.
스코어는 4:0으로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일방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KIA 쪽은 2회 1사 1, 2루 말곤 큰 위기가 없었고, 반대로 KIA는 주루사 몇 개가 겹치면서 대량 득점이 안 나왔지, 엔스를 상대로 4득점을 뽑고, LG 불펜을 상대로도 꾸준히 출루하면서 14개의 안타를 쳤죠. 타자들의 감이 확실히 이전보다는 올라왔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최원준이고요.
최원준은 LG전 시작하기 전만 해도 8월 OPS가 .619에 불과했는데 이번 3연전에서 12타수 4안타 4볼넷으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해줬습니다. 오늘 치통 때문에 얼굴이 퉁퉁 부었는데 그 와중에도 번트 작전 잘 수행해서 결승점 뽑고, 첫 타석 2루타, 마지막 타석에서도 뱃 컨트롤로 좌익수 앞 안타를 치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더군요.
하지만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선수는 오늘은 휴식일로 안 나왔지만, 나성범이었죠. 8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으로 주간 MVP급 활약을 했고, 안 좋았던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로 이번 3연전에서 13타수 6안타 1홈런의 활약을 보였습니다.
30-30 달성하면서 마음의 짐을 놓고 잘 할 거라고 생각했던 김도영은 오히려 이번 3연전에서 13타수 2안타의 부진한 모습이었고요. 물론, 2개의 안타가 굉장히 중요한 타점(1차전 9회 1타점 2루타, 2차전 만루홈런)이긴 했지만요.
기록을 보면 김도영(타율 .154), 박찬호(.167)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오죽하면 백업요원인 박정우, 한승택, 김태군(백업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3명이서 도합 6타수 4안타를 칠 정도였어요. 타격감이 한꺼번에 죽었다가 한꺼번에 살아나는 게 좀 웃기긴 한대 어찌됐든 타선이 살아난 것이 이번 시리즈를 스윕하는데 큰 힘이 되었죠.
제임스 네일, 8월 이후 다시 에이스 모드
금토요일 경기 잡았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마음 편히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네일이 5월 이후에는 평범한 투구에 그치고 있었고, 스위퍼가 주무기이기에 LG 좌타자들을 잡아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를 펼쳐줬죠. 그리고 호투의 배경에는 피칭 디자인의 변경이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는 네일의 월평균 커터 구사 비율입니다.
4월에 14%였던 커터 구사비율이 5~7월에는 굉장히 낮았는데, 8월부터 다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는 LG의 좌타 라인을 맞이해 무려 30.8%의 비율로 커터를 던졌습니다. 평소 결정구로 스위퍼를 사용했는데 오늘은 커터를 스위퍼보다 더 많이 던졌습니다. 커터를 스위퍼보다 더 많이 던진 경기는 오늘이 유일하고요.
그리고 오늘 이 커터로 재미를 많이 봤죠. 삼진은 좀 줄었을 지 몰라도, 커터를 통해서 평범한 뜬공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5회에 박동원과 박해민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구종이 커터였어요. 아마 LG에서는 스위퍼를 생각하고 대응을 했을텐데 커터가 들어오니까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네일이 커터를 안 던진 이유는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커터 피OPS가 무려 .966이나 되니까요. 하지만 상대 팀에서 네일의 단순한 구종을 생각하고 대응을 하니까 6월, 7월 성적이 확연히 나빠졌죠. 그래서 8월 들어서 커터의 비중을 늘린 것 같은데 현재까지는 그 결과가 잘 나오고 있습니다.
투심 - 스위퍼의 단순한 피칭 디자인에서 커터의 구사율을 높인 결과 8월 네일의 성적은 4경기 20.2이닝 ERA 0.87, 피OPS .648 입니다. 4월 .582, 5월 .643, 6월 .755, 7월 .749로 안 좋아지고 있다가 8월에 다시 회복을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입니다.
커터를 오늘처럼 구석구석 제구해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피칭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가위바위만 내다가 보를 내는 투수가 된 셈이니까요.
7월까지만 하더라도 네일의 재계약은 부정적이었는데 8월 들어 투구 내용이 좋아지면서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네일의 가장 큰 약점은 이닝 소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닝 소화능력도 최근엔 좋아진 느낌이에요.
8월에는 KT전에만 안 좋았지.(3.2이닝 12피안타), 두산전에서 6이닝 5피안타 0자책, 키움전 5이닝 4피안타 0자책, LG전 6이닝 3피안타 0자책으로 KT전 한 경기만 빼면 자책점이 없습니다. 오늘도 6회에도 딱히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오늘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 체력적으로 더 부담됐을텐데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고요.
아무튼, 커터가 됐든 체인지업이 됐든, 네일이 구종 하나만 더 갈고 닦으면 KBO에서 오래 롱런할 수 있는 투수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투심 움직임이 너무 좋고, 제구력도 괜찮은 투수이며, 최근엔 불펜투수로 오래 뛰었다지만 선발 경험도 3시즌 이상 있던 선수에 93년생으로 나이도 애매해서 메이저리그 복귀할 가능성도 매우 낮죠.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구위도 아니고요.
이전 글에서는 땅볼 유도형 투수라 KBO에 어울리지 않는 투수라고 혹평하긴 했는데 최근 2경기처럼 커터를 추가해서 뜬공 아웃 카운트를 늘릴 수만 있다면 위기 상황에서는 투심, 스위퍼 등을 활용해 병살타로 위기를 모면하는 투구를 하고(오늘 박동원을 병살로 잡은 스위퍼처럼), 주자가 없을 때는 커터를 적극적으로 존에 넣어 뜬공을 유도하는 형태로 아웃 카운트를 쉽게 잡아내는 피칭도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행복회로를 최대한 돌렸을 때 하는 말이지만요.
여전히 좋은 불펜진 '3J'와 '곽도규'
타선이 안 좋을 때 지지 않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준 불펜투수들은 여전히 좋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활약이 좋은 선수는 장현식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포심의 힘은 있지만, 너무 장타를 많이 허용하고 가운데 넣으면 맞으니까 커맨드에 신경쓰느라 볼넷이 많아서 믿음이 안 갔거든요. 하지만 후반기 장현식은 피OPS가 .661에 불과할 정도로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후반기 장현식 피칭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143km/h 내외에서 형성되는 포심과 포크볼 중간 형태의 그립으로 던지는 구종입니다. 이게 네이버와 스탯티즈에는 포크볼로 기록이 되는데, 전반기 때는 이런 공을 안 던진 걸로 기억하는데, 7월 이후에 이 포심과 포크볼 중간 형태의 공을 많이 던집니다. 오늘도 아웃 카운트 3개를 이 빠른 포크볼로 잡았어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좌타자 기준으로 살짝 달아나면서 떨어지는데 헛스윙은 유도하지 못 하지만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포크볼 덕분인지 몰라도 장현식 8월 성적은 10경기에서 13이닝 ERA 0.69, 피OPS .461 입니다. 그리고 장현식은 볼이 많은 투수라 WHIP이 안 좋은 투수였는데, 8월에는 WHIP가 0.85에 불과합니다. 볼넷을 13이닝 동안 3개 밖에 안 줬어요. 반대 급부로 삼진이 좀 줄긴 했는데, 삼진 좀 줄더라도 투구수를 줄이는 맞춰잡는 구종이 있다는 건 좋은 거죠.
이 외에 전상현도 8월 WHIP 0.72, 피OPS .301, 곽도규가 8월 WHIP 0.67, 피OPS .335의 대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곽도규가 특히 대단한 게 올 시즌이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란 말이죠. 그런데 여름 들어 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잘 하고 있습니다. 던지면 던질수록 어떤 밸런스로 던져야 상대 타자를 잡아내는 지 알아가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아직 부진하지만 가을 무대에서 쓸 수 있을 임기영, 최지민도 있죠. 이 선수들이 작년에 잘해줬기에 2군에서 잘 조정하고 올라오면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최지민은 볼넷이 문제지, 구위는 여전히 살아 있고, 임기영은 구위가 안 올라오고 ABS 도입이 악영향이 되고 있죠. 그래서 임기영은 구속이 오르지 않으면 조금 부정적이고, 최지민은 구위 문제는 아니니까 푹 쉬고 올라오면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지민의 경우, WHIP이 안 좋아도 전반기 피안타율 .198, 피OPS .596 이었어요. 지금은 조정기라고 봐야죠. 2군에서 올라오면 분명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시리즈 시작 전만 하더라도 '스윕패'의 불안함이 컸는데, 위기를 딛고 시리즈 스윕을 하면서 정규시즌 1위의 확률을 크게 높였습니다. 아직 28경기가 남아있기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지만,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경기 풀어나가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남은 경기에서 역시 가장 큰 키포인트는 '라우어'가 나아질 것이냐겠죠. 지금 KIA의 가장 큰 문제는 빅 게임 피처의 부족함이라고 생각이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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