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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 KIA : 삼성 - 첫 등판에서 고전한 라우어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8. 11.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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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원인 - 실투 2개

 

투수는 실투를 조심해야 합니다. 한 방이 있는 타자에게는 더더욱 실투를 조심해야 합니다. 실투 중에서 가장 던지지 말아야 할 실투는 변화구 실투입니다. 변화구는 제대로 구사되지 않고 존 안으로 밀려 들어가면 그냥 느린 속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KIA의 라우어가 4회에 던진 커터, 11회에 이형범이 던진 슬라이더. 모두 박병호가 딱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왔습니다. 

 

이형범은 왜 자기 주무기를 던지지 않았을까요. 계속 볼만 남발하던 슬라이더 던질 바에는 자기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투심을 몸쪽으로 붙여서 던졌어야죠. 여튼, 오늘 KIA는 박병호 1명(5점 중에 혼자 3타점이니까 당연)에게 당했고 그 원인은 모두 결정적일 순간마다 나온 실투였습니다.

 

 

라우어, 2회 3실점까지는 괜찮았던 이유

 

하지만, 오늘 경기 관전 포인트는 경기 승패보다는 '라우어'의 성패 여부죠. MLB 커리어는 최근 외국인 투수 중 비교할 대조군이 뚜렷하게 없을 정도로 뛰어난 투수가 KBO까지 흘러 왔으니까요. 정말, 특수한 상황 아니면 아직 20대의 MLB 선수가 KBO로 온 건 쉽게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 라우어의 피칭이 기대치는 충족해줬다고 생각합니다. 1회부터 포심 구속이 151km/h, 전광판 기준 153km/h까지 나왔으니, 우려했던 구속 저하는 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BO는 좌완 투수가 145km/h 이상만 평균 구속으로 던져주면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 리그입니다. 이미 많은 왼손투수들의 성공으로 증명됐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아무리 포심이 좋아도 변화구가 변변치 않으면 KBO에서 롱런할 수가 없죠. 한화의 산체스가 대표적입니다. 엄청난 포심을 갖고 있음에도 변화구가 좋지 못 해서 결국 올해 한국 땅을 떠났죠. 그럼에도 산체스의 포심이 긁히는 날엔 7이닝도 먹고 그랬습니다. KBO가 그런 리그니까요.

 

그런데 라우어는 던질 줄 아는 변화구도 많고, 이 구종들을 모두 존 근처로 던질 줄 알더군요. 구종별 구사율을 살펴보면, 포심 37.3%, 커터 38.7%, 커브 12%, 슬라이더 9%, 체인지업 2.7%를 던졌는데. 대부분의 구종이 존 근처로 들어가는 걸 보면, 확실히 경쟁력은 있는 선발 투수입니다. 포심이 최대 150km/h을 상회하고(오늘 경기 평속 147.5km/h) 언제든지 존 근처로 던질 줄 아는 것만 보여줘도 전 꽤나 기대해볼 법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3.1이닝 7피안타 2사사구 4실점으로 좋지 못 했죠. 다만, 3회 실점은 운이 좀 안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첫 타자 강민호 상대할 때 공 9개를 던졌는데 모두 존 근처로 던졌고, 파울이 5개가 나왔죠. 파울이 많이 나온 건 달리 말하면, 존 근처에서 공 변화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고, 강민호의 파울이 모두 한 끗 차이로 나왔습니다. 운이 좀 따랐다면 페어 지역으로 가서 아웃 카운트와 교환되어야 할 공이었죠.

 

그리고 9구째 던진 커터가 몸쪽 높게 들어갔는데, 이걸 강민호가 좋은 스윙으로 홈런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그 코스에는 사실 파울이 되는 게 정상인데, 상대적으로 강민호의 스킬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뜻밖의 홈런으로 라우어가 크게 당황한 게 아닌가 싶어요. 뭐지? 허접한 리그인 줄 알았는데 내가 던진 모든 공을 커트하고 몸쪽 높게 커터 잘 붙였는데 홈런을 만들어 낸다고? 결국, 삼성은 오늘 순수히 40대 전후의 선수 3명(강민호, 박병호, 오승환)이 대활약하여 오늘 경기 잡은 셈이죠.

 

다음 타자 김영웅은 삼진으로 잡고, 이재현에게 볼넷 허용, 그리고 박병호를 상대로 던진 커터가 높게 들어가면서 2루타가 됐죠. 이건 확연한 실투였어요. 

 

이어서 류지혁은 1루수 땅볼로 잡고, 2사 3루 상황. 이성규에게 던진 커터로 뜬공을 유도해냈는데, 이게 하필 리그 최악의 아장아장 외야수 나성범 앞으로 가는 바람에 타점이 됐죠. 김선빈이나 나성범 둘 다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들이 아니라 우익수와 2루수 사이에 공이 애매하게 뜨면 안타가 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보통의 외야수만 되었어도 2점 주고 이닝 교대인데 말이죠. 심지어 다음 타자 김지찬 마저 빗맞은 타구가 내야 안타가 되면서 이닝이 끝나질 않았습니다.

 

다만, 여기서 라우어 선수의 주자 견제 능력은 좋게 평가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슬라이드 스텝은 좀 느린 편이긴 했는데, 견제 동작이 워낙 빨라서 주자들이 쉽게 뛸 수는 없어 보입니다. 꽤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주자 묶는 게 허술한 편인데, 라우어는 빅 리그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인지 주자 견제 능력은 상당히 갖췄다고 보여 집니다.

 

 

불안함 안겨 준 4회의 피칭

 

3회에도 구자욱의 빗맞은 내야 안타 하나만 나왔는데, 마지막에 김영웅에게 크게 한 방 얻어 맞을 뻔 했죠. 최원준의 호수비 덕분에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1회에 150km/h을 상회하던 포심 구속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영웅에게 크게 맞은 중견수 플라이도 146km/h 포심이었어요. 

 

그리고 4회에는 확연히 포심 구속이 떨어지더군요. 이재현에게 던진 포심 3개 중 2개가 144km/h이었고, 류지혁에게 잘 던지지 않던 슬라이더 던졌는데, 이게 2루타로 연결이 됩니다.(그런데 이것도 제 생각엔 커터 같습니다. 커터와 슬라이더는 구분하기 어려우니)

 

제가 라우어를 높게 평가한 것은, '선발 투수'로 계속 뛰어왔기 때문입니다. 알드레드나 네일이 사실상 불펜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강점이죠. 그런데 오늘 모습만 보면, 3회 마지막부터 구속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불안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2회에 실점이 많은 건 나쁘게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3회부터 구속이 떨어진 점은 나쁘게 보이네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KIA가 라우어를 너무 급하게 썼어요. LG만 해도 에르난데스 실전 등판까지 엄청난 시간을 줬습니다. 7월 20일 계약 오피셜이 떴는데, 불펜 피칭까지 충분하게 소화시킨 이후에 8월 8일에 등판이 이루어졌습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20일만에 등판을 가졌죠. 

 

반면, 라우어는 계약 소식이 뜬 게 8월 6일이고, 5일만인 8월 11일 등판을 합니다. 입국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나서 시차 적응도 충분하지 않았을테고, 20일만에 실전 등판이었기에 투구 감각 끌어 올리는 데 시간도 더 필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불펜 피칭 한 번 하고, 계약 일주일도 안 되어서 등판 시킨 건 여러모로 KIA가 급했다고 봐야죠. 

 

라우어를 급하게 쓴 이유야 이해는 합니다.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 당초 구상했던 선발진 3명이 빠져 나갔고, 대체 선발로만 간신히 로테이션을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네일마저 6월 이후에는 안 좋기 때문이죠. 그러니 KIA에서도 급하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라우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면, 이게 맞아? 싶을 겁니다. 입국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바로 실전 투입이라니... 모든 게 낯선 환경에서 이걸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전 1회에 오버 페이스를 한 게 아닌가 싶고, 그래서 오늘 라우어의 주무기 커터의 컨트롤이 많이 흔들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커터가 계속 얻어 맞았음에도 포심보다 더 많이 던졌어요. 이것도 좀 의문이더라고요. 1회에는 커터가 잘 들어갔지만, 2회부터 커터가 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왜 계속 커터를 고집했는 지도 의문입니다. 자기가 그렇게 던지고 싶어서 그렇게 던진 건지, 아니면 한준수의 사인인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고요.

 

라우어의 커터가 오늘처럼 제구가 되면, 정말 쓰임새가 애매하다고 생각하고, 우타자 상대할 때는 피칭 디자인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라우어를 높이 평가한 건, 포심을 하이 존에 넣을 줄 알고, 커브볼도 잘 던진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커터에 집착해서 던졌는 지 모르겠어요. 박재홍-정민철 해설(둘 다 목소리가 비슷해서 헷갈림)도 왜 커브를 더 쓰지 않는 지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그래도 일단, 알드레드처럼 구종이 단순한 것도 아니고, 알드레드처럼 볼이 많은 투수도 아닌 것 같아서 그 점은 일단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라우어 입장에서도 등판 환경이 너무 가혹했죠. 낯선 나라, 낯선 문화, 낯선 운동장, 낯선 마운드. 그 와중에 환경을 극적으로 바꾼 지 일주일 만에 실전 투입이라니... 이런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을 던지기엔 정말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정리하면, 구위, 구종, 제구는 합격. 다만, 3회부터 갑자기 떨어지는 구속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점. 그리고 KBO 무대에 빨리 적응하지 못 하면, 가을 야구에서 제대로 활약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정도는 있습니다. 당장에 시즌 전 높은 기대를 받던 코너, 엔스 둘 다 초반에 리그 적응에 시간이 소요되었으니까요. 라우어도 리그 적응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고, 그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KIA도 안정적인 선발로테이션 운영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 이야기만 더 하자면, 1아웃 이후에 3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 두 번 모두 살리지 못 한 게 결국 패배로 연결됐다고 봐야죠. 게다가 오늘 삼성 선수들의 집중력이 정말 좋았습니다. KIA 한테 계속 지고 있어서 그런 지 야수들이나 투수들이나 집중력이 정말 좋더라고요. 특히, 김재윤은 오늘처럼 던지면 오승환 이후 마무리 투수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이네요. 하필 김재윤이 긁히는 날이 오늘이었던 게 KIA에게 안 좋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모두를 조용하게 한 1번 타자로서의 대활약. 수비에서도 넓은 범위를 자랑했지만, 1루수가 뒷받침 해주지 못 하면서 실책 수만 2개 올라간 불운한 하루
  • 최원준 - 5회에 초구 공략해서 찬스 무산, 7회에는 삼진 당하면서 찬스 무산. 오늘 패배 지분의 절대치
  • 김도영 - 그냥 모든 신경이 장타 치는 데에 집중되어 있음. 머리를 비우고 방망이를 가볍게 돌리자.
  • 나성범 - 1회 실투 받아 친 홈런 1개 빼면 미미했던 활약. 그리고 제발 수비는 세우지 맙시다.
  • 소크라테스 - 오늘 타자들 중 가장 방망이가 뜨거웠음
  • 김선빈 - 3안타 친 건 좋은데, 1루에서 왜 넋을 놨니.
  • 이우성 - 박찬호에게 실책 2개를 안긴 허접한 원바운드 포구 실력. 그냥 이우성 외야수, 1루수 변우혁, 지명 나성범을 쓰는 게 해답
  • 변우혁 - 어제 바깥쪽 벗어나는 슬라이더 받아 쳐서 뽀록 안타 친 게 오늘은 삼진으로 연결 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공은 휘두르는 게 아니라 골라내야 함
  • 한준수 - 나성범처럼 하이 존에 약점이 있는 거니?
  • 이창진 - 2루타 치고 나가서 욕 먹기도 쉽지 않지
  • 박정우 - 띄우지 말고 굴려라
  • 불펜투수들 - 이형범 빼고 다 잘 던짐. 특히, 김기훈의 투구는 놀라웠다. 어제 비로 취소된 게 미안해 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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