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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KIA : 삼성 - 정말정말 너무나도 중요한 승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8. 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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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양팀의 대조적인 타격감

 

6회초까지만 하더라도 선발 매치업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90% 확률로 지는 경기였습니다. 믿었던 양현종이 5회에 갑자기 흔들리면서(이성규 상대로 사구 준 게 컸죠) 한꺼번에 3실점하며 주도권을 내줬고, FC KIA 타선은 대체 선발로 올라 온 이승민을 상대로 2회 변우혁의 홈런 말고는 정타가 거의 없었고, 빠른 카운트에 아웃 당해주면서 대체 선발에게 마저 승리를 주기 일보 직전이었죠.

 

무엇보다도 삼성 타자들과 KIA 타자들의 타격감 차이가 너무 커 보였습니다. 삼성 타선은 8월에 OPS .907을 치고 있었고, KIA는 반대로 8월 OPS가 .654까지 떨어져 있었죠. 특히, 구자욱은 무슨 타격의 신 같았습니다. 양현종의 바깥쪽 빠른 공 툭 쳐서 2루타 만들고, 눈에서 멀어지며 슬라이더 빠져 나가는 거 컨택해서 안타 만들고, '아 혹시 아웃 코스에 엄청난 강점이 있나?' 싶었는데, 곽도규의 몸쪽 잘 붙는 투심마저도 정확한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더군요.

 

한 쪽 코스 잘 치는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몸쪽과 바깥쪽 모두 잘 들어간 코스를 죄다 강한 타구로 연결시키는 거 보고 지금 구자욱에게는 타격의 신이 빙의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곽도규의 투심은 왼손타자들이 정말 치기 어려운 공이고, 그 투심이 몸쪽으로 파고 들어갔는데 그것조차 안타로 만드는 걸 보면, 이정후가 갔더니 또 다른 이정후가 생겼구나 싶을 정도로 탄성만 나왔습니다.

 

게다가 KIA전 김헌곤은 참 명불허전입니다. 올 시즌 김헌곤 OPS가 .789에 불과하고, WRC+도 100 이하라 리그 평균 이하의 타자라는 게 스탯으로 보이는 데 KIA 상대로는 타율 .500에 OPS 1.381을 치고 있습니다. 올해 친 홈런 중 3개가 KIA 상대로만 나왔고, 오늘도 3안타를 치더라고요? 심지어 임기영의 체인지업이 낮은 코스에 들어왔는데(다만, 밋밋하긴 했음) 그것마저도 중전 적시타 치는 거 보고 진짜 욕 나왔습니다. 도대체 KIA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여기에 오늘 경기 이전까지 KIA전 첩자였던(오늘 전까지 KIA 상대 안타 1개 침) 류지혁마저도 불방망이에, 김지찬은 계속 정확한 타격으로 루상을 흔들고, 이재현 휘두를 때마다 타구 멀리 뻗고, 양팀 타자들 타격감이 이렇게 차이가 나나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는데요. 6회부터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죠.

 

 

삼성 불펜을 상대로 자신감이 있는 타선

 

삼성에서 이승민을 6회에도 올린 선택은 이해할 법 합니다. 투구 수도 얼마 안 됐고, KIA 타자들이 이승민 상대로 정타를 못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공이 느린 투수들은 타순이 3번째 부터 돌기 시작하면 맞을 확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구위가 아니라 '생소함' '낯설음'을 무기로 투구를 하니까 타자들이 타이밍을 빨리 맞추게 되죠. 스카우트들이 괜히 파워 피처를 선호하는 게 아닙니다. 

 

김도영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면서 분위기를 잡았는데, 오늘도 김도영은 컨디션이 영 안 좋더군요. 특히, 마지막 타석에서 오승환의 빠른 공이 김도영이 좋아하는 코스 실투로 들어왔는데 그마저도 파울이 나오는 걸 보면, 스윙할 때 힘이 들어가는 게 역력해 보여요. 빨리 30번째 홈런이 나와야 이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회 이야기는 나중에 후술.

 

 

6회말 무사 1루에서 삼성 배터리는 나성범을 상대로 집요하게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승민의 구속이 3km/h만 빨랐어도 나성범은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이때, 이승민은 나성범 상대로 포심만 던졌고, 공 8개 중 6개가 하이 존이었죠. 1, 3, 5구 간신히 파울 만든 끝에(140km/h 간신히 넘는 구속도 파울 나오는 거 보고 한숨이...), 8구째 포심이 높은 위치가 아니라 중간 위치로 들어가는 바람에 나성범이 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아무리 나성범이 하이 존 바보가 됐어도, 가운데 들어오는 건 치죠. 

 

다음 타석에 소크라테스도 최근 감이 안 좋고 계속 퍼올리기만 해서, 평범한 뜬공이나 양산 중이었는데, 이승민의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들어가는 실투가 되는 바람에 1루쪽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었죠. 삼성 입장에서는 1루수 이성규의 수비가 조금 아쉬울 수 있었는데, 타구가 워낙 빠르긴 했습니다. 이 2루타가 이승민을 강판시킨 한 방이 되었죠. 이어서 이우성과 변우혁이 아웃 카운트와 득점을 바꾸면서 추격을 시작합니다.

 

7회초에 또 실점을 하는 데 이때는 변우혁의 수비가 매우 아쉬웠습니다. 1사 3루에서 강민호의 땅볼이 느리긴 했는데 홈 승부를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코스였고, 공이 완전히 쥐어지지 않는 바람에 홈 승부를 포기했죠. 8회초 1실점은 그냥 김지찬과 구자욱 타격이 미쳤다고 봅니다. 오늘 그나마 불펜에서 좋은 공 던진 투수가 곽도규인데, 둘 다 어려운 투구를 안타로 만들어내면서 득점을 뽑아냈죠. 

 

그리고 8회에 김현준 삼진 잡고, 구자욱이 2루로 뛸 때 김태군이 3루 주자 김지찬을 견제하지 못 하고, 2루로 생각 없이 던졌는데, 전 이때는 곽도규 잘못이 먼저 눈에 보이더군요. 김현준 삼진 잡은 것에 취해서 감상에 젖어 있었는데, 그럴 게 아니라, 포수의 홈 송구를 중간 커트할 생각을 했어야죠. 만약, 그랬다면 김지찬을 3루에서 잡아낼 가능성도 조금이라도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투수이니까 이러면서 성장하는 거죠.

 

KIA가 쫓아오면 삼성이 달아나는 형태가 8회까지 반복됐는데, 7회에는 김선빈의 안타가 큰 역할을 했고, 8회에는 변우혁의 안타가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변우혁 이야기도 역시 후술.

 

KIA 타선이 오승환 상대로 강한 모습이라, 전 9회에 추가 실점만 안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봤는데, 9회초에도 1아웃 잘 잡고, 류지혁에게 2루타 맞으면서 추가 실점 위기가 있었죠. 여기에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 경기에서 빠진 김영웅이 대타로 나오길래 정말 긴장이 됐습니다.

 

김영웅은 확실히 최근 타격감이 좋은 지 장현식의 하이 패스트볼 유인구와 포크볼을 모두 골라내며 볼넷 출루. 다음 타석에서 정확한 타격을 하는 김지찬이 들어와서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김지찬의 타격감은 좋았으나, 파워가 부족하니 슬라이더 정타가 나왔어도 뻗질 않아서 좌익수 플라이로 위기 넘겼죠. 제 생각엔 김지찬 잡는 법은 하이존 지속적으로 공략하는 것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도 공략이 쉽지 않지만.(실제로 김지찬의 인 하이 존 타율은 .182)

 

 

또 다시 오승환을 공략하다

 

9회 위기를 넘기고 1점 차 상황. 타순도 좋았죠. 김선빈 감이 어제까진 굉장히 안 좋았는데, 이전 타석에서 3-유간으로 강한 타구 치면서 슬슬 타격감 끌어 올리더니, 3-1 카운트에서 오승환이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포심을 놓치지 않고 '나 정말 가운데 들어오는 포심을 계속 기다렸다구'라는 마음가짐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좌중간을 갈라 버립니다. 

 

그래도 오늘 오승환은 이전까지 KIA전 투구보다는 좋은 모습이었어요. 포심도 힘이 있게 들어갔고(당연히, 전성기만 못 하지만) 오승환 답게 커맨드가 진짜 좋았습니다. 박재홍 해설도 언급했는데 ABS가 아니라 인간 심판이었으면 존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간 볼 2개 중 1개는 스트라이크 콜을 했을 거에요. 그 정도로 존 경계 쪽에 잘 던졌는데, 김선빈에게 던진 한가운데 포심, 나성범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밀려 들어가면서 2개의 실투가 모두 안타로 연결이 되었죠.

 

나성범 적시타 이전에 김도영은 그냥 운이 좋았어요. 2구째 실투 놓치고 멸망 각이었는데, 4구째 커브 완전히 빗 맞은 게 도움이 됐죠. 전 이재현이 잡자마자 1루는 살았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쓸데 없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발로 들어갔어도 세이프였어요. 뭐, 천만원 기부하고 팀의 위닝 스피릿을 올렸다고 치지만, 다음부터는 불 필요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성범의 안타로 동점이 된 상황에서 소크라테스의 타구도 운이 많이 따랐죠. 오승환의 포크볼을 억지로 받아 쳐서(그걸 왜 치니...) 유격수 앞 땅볼이 되어 병살이 유력했는데 역시 타구가 느리게 굴러갔고, 소크라테스가 빠른 편이라 1루에서 간신히 살았습니다. 여기서 병살 나왔으면 연장 갔겠죠.

 

서건창의 적시타는 그냥 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이때 오승환의 포심 커맨드가 정말 빛이 났는데 모든 투구가 오승환이 의도한 대로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결과물도 내야 뜬공이었는데, 타구가 정말 애매한 위치에서 떨어졌죠.

 

만약, 중견수 김지찬이 이 타구를 잡았으면 3루 주자 김도영은 못 들어왔지만, 유격수 이재현이 잡았으면 무조건 끝내기 득점이라고 봤습니다. 내야수가 타구를 등 뒤로 잡고, 몸을 돌리고 강한 송구를 하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모됩니다. 김도영의 발을 생각하면 아마 여유있게 홈에 들어왔을 거에요.

 

이재현도 이걸 생각했던 건지, 타구 잡는 걸 주저하는 게 보였죠. 만약, 소크라테스의 타구가 병살이었다면, 아마 이재현이 적극적으로 수비해서 포구를 했을 겁니다. 1사 이후니까 3루 주자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으니 그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포구를 시도했다고 봐요. '이걸 김지찬에게 양보해야 3루 주자가 안 들어올 것 같은데 잡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죠. 그렇다고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쫓아가지 않을 수도 없고... 그냥 서건창에게 정말 많은 운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스가 무너지고 대체 선발에게도 정타를 만들어 내지 못 하며 패배가 유력한 경기였는데, KIA가 올 시즌 내내 상성이 좋은 삼성 불펜진을 상대로 기어코 역전 점수를 뽑아 냈습니다. 심지어 최지광은 최근 컨디션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카운트 잡고 최원준 사구로 내보내면서 경기 분위기가 이상해졌죠.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KIA 타선이 삼성 불펜을 공략한 게 최지광의 투구에 악영향을 준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약, 오늘 졌으면 정규시즌 1위 수성도 위기 상황에 처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타자들의 타격감은 계속 바닥이고, 내일은 김기훈이고, 일요일은 라우어 등판이지만, 얼마나 잘 던질 수 있을 지 미지수라 스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오늘 경기 내주고 스윕 당했으면 1-2위 경기 차이는 재수 없으면 2.5경기 차이까지 좁혀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발 한 경기만 잡자라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오늘 경기 잡으면서 이범호 감독을 비롯해서 선수들이 모두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목표는 '스윕만 막자'였을테니까요.

 

 

오늘 경기 진정한 MVP는 변우혁

 

수비에서 한 차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김도영과 비교하면 수비 범위가 좁아보이긴 했는데(다만, 김도영이었어도 오늘 경기 3-유간 안타는 모두 안타가 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오늘 경기 MVP는 서건창이 아니라 변우혁이 맞죠. 최형우가 부상으로 빠져 있고, 타자들 타격감이 바닥인 현재, 이승민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날리며 기선제압을 날린 것부터 컸고, 오늘 경기는 특히 고무적인 게 '컨택'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변우혁의 컨택률은 정말 좋지 못 합니다. 스윙 대비 컨택률이 66.5%로 처참함 그 자체입니다. 나성범이 74.9%로 변우혁 다음으로 안 좋은데, 그 나성범이랑 차이가 10%p 가까이 난다는 건 아직 1군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증거죠.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도 1구와 2구에 헛스윙이 자주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변우혁이 고무적인 부분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컨택 스윙으로 자세를 고쳐 잡고, 컨택을 해냈다는 점이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칠 때 보면, 이승민의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가볍게 돌려서 안타로 만들었고. 

 

 

가장 놀라운 타석은 8회 마지막 타석이었는데(그 앞에 타석에서도 좋은 타이밍으로 강한 땅볼을 날려 타점을 올려줬습니다.)첫 두 개의 슬라이더에 연거푸 헛스윙 하며 삼진이 유력했는데 더 멀리 빠져 나간 김재윤의 슬라이더를 역시 가벼운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죠. 여기서 삼진이 아니라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3루가 된 게 KIA가 따라가는 점수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사실, 이런 타격이 좋은 건 아닙니다. 가장 좋은 건 8회에 3구째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안 나가는 게 맞아요. 하지만, 아직 타석을 많이 먹진 못한 타자에게 이런 선구안까지 요구하는 건 좀 가혹하긴 합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불리한 카운트에서는 컨택에 집중하면서 타구를 인플레이 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면서 성장하는 거죠.

 

최근 타격감이 바닥이었는데, 그래도 오늘 경기, 삼성 불펜진 상대로 공략해내며 타격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게 고무적인 부분 같고, 오늘 경기 잡아서 내일 김기훈 경기는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얻은 게 많은 경기 같네요.

 

게다가 주중 3연전에서 KT와 축구하고, 오늘도 시소게임 하느라 불펜 소모가 컸기에 내일은 지더라도 불펜 소모 덜 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훈이 딱 5이닝 동안 볼넷 2개 이하로 막으면(실점은 상관없음) 그걸로라도 희망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수 단평

 

  • 이창진 - 인간 ABS답게 볼넷 하나는 얻었으나 안타는 없었다. 그래도 타이밍은 좋아 보였음
  • 김선빈 - 마지막 두 타석, 이제 살아났다고 봐도 될까?
  • 김도영 - 장타로 연결할 수 있는 실투를 2개나 놓치다니...
  • 나성범 - 여전히 하이 패스트볼에 늦지만, 그래도 잘 치는 존에 오는 공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냄
  • 소크라테스 - 그만 좀 퍼올려...!
  • 이우성 - 아직 최상의 감은 아니지만, 조금씩 타이밍이 맞아 가는 모습
  • 김태군 - 타석에서 나쁘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조금 더 좋은 모습이 나와야 함
  • 김두현 - 깜짝 선발. 수비 실책은 어쩔 수 없지. 오늘 경기로 많은 걸 얻어 갔길...
  • 임기영 - 어제 우규민의 투구를 벤치 마킹해야 함.
  • 최지민 - 여전히 공이 날림. 
  • 이준영 - 감독님, 왜 우타자한테 내나요?
  • 곽도규 - 아웃 카운트 4개 잡는 동안 타격감 미친 2명한테만 안타를 허용했을 뿐.
  • 장현식 - 9회초 위기를 넘기면서 승리 투수의 자격을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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