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원인 - 타선 침묵, 불펜 폭발
오늘도 졌습니다. 갑자기 타자들이 집단 타격 슬럼프에 들어선 것처럼 좋은 타구가 안 나오고 있네요. 특히, 그동안 타선을 캐리했던 김도영, 최형우마저 슬럼프에 접어 드니 득점타가 안 나옵니다.
오늘 경기는 사실상 1회부터 승부가 갈렸는데, 황동하 1회 던지는 거 보고 대량실점 각이라고 생각했어요. 구속은 구속대로 떨어지고, 변화구는 죄다 포수가 요구하는 반대로 들어가더군요. 현재 타격감이 절정에 있는 한화 타선을 이겨낼 수 없는 공이었어요. 결국, 노시환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들어가면서 결승 3점 홈런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황동하는 2회부터는 제구력을 찾아서, 드디어 변화구가 존에서 떨어지더군요. 느린 구속으로도 불 붙은 한화 타선을 5회까지 막은 힘은 변화구 컨트롤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동하는 올해 첫 풀타임 선발을 돌고 있죠. 그래서 6회에 황동하를 내린 결정을 나무라고 싶진 않습니다. 구위가 좋은 투수도 아니고, 구속은 1회부터 떨어져 있었고, 변화구의 커맨드로 간신히 타선을 막고 있는데, 6회에도 잘 던질 수 있을 지 애매하죠.
그리고 사실 오늘 진 건 투수들이 못 던져서 졌다기 보다는 타자들이 못 쳐서 진 겁니다. 6회에 실점하지 않았더라도 이기지 못 하는 경기였어요.
커브에 농락당하는 타선
한화에서는 김기중이 선발로 나왔는데 KIA 타선은 지난 번 김기중 상대로 2이닝 동안 안타 5개(홈런 2개), 볼넷 3개(삼진 1개)를 얻어 내며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내려 버렸습니다. 그런 김기중이 2주일만에 다시 KIA전에 선발로 나왔는데 이번엔 5.1이닝 동안 KIA 타선을 상대로 5개의 안타 밖에 맞지 않았습니다. 삼진은 3개를 잡았고요. 똑같은 투수를 상대했는데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죠.
김도영은 지난 번 김기중을 상대할 때는 홈런을 쳤는데, 오늘은 첫 타석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고,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지만, 정작 2사 1, 2루 찬스에서는 김기중이 던지는 커브공 3개에 헛스윙 파울 헛스윙 당하면서 아무 것도 못 했습니다. 확실히 타격 슬럼프라고 할 만 하죠.
참고로 올해 김도영이 가장 못 치는 구종이 '포크'와 '커브'입니다. 아래는 김도영의 구종별 OPS.
포크볼 못 치는 걸 보면, 이래서 롯데 전에 KIA가 성적이 안 나오는 건가 싶네요. 그래도 작년과 시즌 초반의 약점이었던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슬라이더를 올해는 완벽하게 보완했으니, 커브와 포크도 계속 지켜보다 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한계를 뛰어 넘는 활약을 했으니까요.
오늘 경기 이야기는 여기서 딱히 더 할 게 없습니다. 1회 쓰리런 홈런으로 경기 주도권을 내 준 이후로, 3대2까지 쫓아 갔으나 6회에 3실점하면서 사실상 경기가 끝났고, 8회에 나온 나성범의 홈런은 그냥 스탯 관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나성범의 홈런 역시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김범수의 바깥쪽 변화가 덜 한 슬라이더를 쳐서 좌측으로 보낸 것 뿐입니다. 140km/h 중반대의 빠른 공을 잡아 당겨서 우측 담장을 넘겨야 '아, 나성범 살아났네?'라고 생각하렵니다.
투수들 이야기를 짧게 하면, 임기영은 올해 체인지업이 계속 간파 당하니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하고 있는데, 이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영 별로고, 일단, 구속이 작년 구속이 아닙니다. 작년에 평균 137km/h 던진 투수가 올해는 134km/h 던지고 있으니 쳐 맞죠.
최지민은 그래도 오늘 체인지업을 잘 떨구면서 잘 던져줬는데, 최지민이 마운드에서 버티려면 140km/h 중후반의 포심을 낮은 존으로 때려 넣고, 그 코스로 우타 상대할 때는 체인지업, 좌타 상대할 때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아는 커맨드를 완성해야 합니다.
김기훈은 웬일로 볼 질을 안 했는데, 구속 올라온 건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오늘처럼 낮게 떨어뜨리는 제구력만 완성한다면 그래도 1군에서 버틸 수는 있어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아무리 봐도 '저 투구폼으로 안정적인 제구력이 가능한가' 싶으니까요.
윤중현은 첫 두 타자 잡을 때만 해도, 투심 구위가 상당히 올라와서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페라자에게 안타 맞은 이후에 구속이 뚝 떨어집니다. 2군에서도 피안타율이 .278로 좋지도 않은데, 2군 피안타율 .207인 박준표 대신 올린 이유를 모르겠네요. 박준표가 밉보인 짓이라도 했나, 아니면 ABS 도입 때문에 사이드암 투수들은 다 버리기로 했나 잘 모르겠습니다.
KIA의 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
경기 이야기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으니 오늘 오후에 화제가 됐던 에릭 라우어 기록을 좀 찾아 봤습니다. 전 이름 듣자마자 혹시 밀워키의 그 라우어?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 그 라우어네요?
라우어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입니다. 2020년에는 부상 때문인지 거의 공을 던지지 않았는데, 2018년에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유니폼을 입고 23경기 선발로 등판해 ERA 4.34, 2019년에 29경기 선발로 등판해 ERA 4.45, 2021년부터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부상에서 복귀해 20경기 선발 등판 ERA 3.19, 2022년 29경기 선발 등판 ERA 3.69를 기록합니다.
2022년 메이저리그 기록 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못 하는 투수라고 할 수 없습니다. 158.2이닝을 던지면서 WHIP 1.22를 기록했고, 9이닝 당 탈삼진도 8.9개로 선발투수로 매우 준수합니다. 9이닝 당 볼넷도 3.3개로 나쁘지 않고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AAA 기록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기록입니다. AAA 기록으로 봐도 상급 외국인 투수인데 이 기록을 메이저리그에서 찍었으면 말 다 했죠.
다만, 2023년에는 부상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9경기 선발 등판 46.2이닝 투구에 그쳤고, ERA 6.56(AAA에선 5.04)로 망가지기 시작했고, 올해는 메이저리그 올라오지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기록은 AAA에서 19경기(16선발) 75.1이닝 ERA 5.26으로 좋지 못한 성적입니다. 그러니 방출됐겠죠. 다만, 9이닝 당 탈삼진은 10.3개로 상당히 좋고, 9이닝 당 볼넷도 좀 안 좋지만, 3.7개로 나쁘지 않네요. 9이닝 당 홈런도 1.3개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KBO 오면 가장 의미 없어지는 기록이 9이닝 당 피홈런이고요.
대표적으로 삼성 레예스가 AAA에서 9이닝 당 홈런이 2.4개로, 홈런 공장공장장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KBO에서 가장 홈런이 잘 나오는 라팍 쓰면서 9이닝 당 피홈런이 0.9개까지 떨어졌습니다. 이게 바로 리그 수준 차이죠.
문제는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 경력만 보면, 절대 한국에 오지 않을 선수라는 점입니다. 즉, 어떤 하자가 있으니 KBO에 왔다고 할 수 있죠. 제가 가장 영입하지 말아야 할 유형으로 꼽는 외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경력만 화려하고 가장 최근 성적은 좋지 못한 선수입니다. 그래서 이런 타입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투수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가까이에 호세 리마라는 사례도 있고, 키움의 푸이그, 러셀도 생각 나네요.
다만 라우어에게 기대가 되는 건 1995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고, 올해는 부상 없이 AAA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부상 이후 구속이 나오지 않아 메이저리그에 못 올라오고 있지만, 95마일 던지던 구속은 사라졌지만, KBO 왼손투수 구속으로는 탑클래스 수준인 평속 145km/h 이상은 던진다고 합니다.
지금 KBO 무대를 그야말로 정복하고 있는 NC 하트의 평균 구속이 146km/h 입니다. 키움 헤이수스가 변화구 완성도가 떨어짐에도 148km/h 평속으로 KBO 타자들 잡아내고 있고, LG 엔스가 초반엔 안 좋았지만, 지금 포심 평속 147km/h로 좋은 투구를 하고 있죠.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보다 기량이 떨어졌다는 점은 불안 요소지만, '아직 젊다는 점' '그래도 올해 부상에서 복귀해 AAA에서 75이닝 이상 던지고 있었다는 점' '구속 떨어졌어도 KBO에서는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구속이라는 점', 'ERA는 안 좋지만, K/9나 BB/9 수치는 괜찮다는 점' 결정적으로 이 선수는 '선발투수'로만 커리어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아직 오피셜이 뜬 건 아니지만, 알드레드라는 반 쪽짜리 투수를 임시 외국인 투수로 쓰면서 기다린 것 치고는 꽤나 중량급을 영입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카드는 빅 리그 진입을 앞두고 기량이 상승하고 있는 AAA 투수라고 생각하지만, MLB에서 꽤 오랫동안 활약했던 젊은 선수. 그리고 다시 기량을 회복해 MLB 복귀를 타진할 선수라면 충분히 좋은 카드라고 생각해요.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4시즌을 뛴 에릭 라우어가 KBO에서 어떤 피칭을 할 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일단 전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리그를 정복할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3개월만 뛰고 MLB로 복귀해도 좋으니, 남은 3개월 간 정말 최고의 활약 보여줬으면 좋겠고, 꼭 오피셜이 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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