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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KIA : LG - 김태군 프로 17년차가 맞나?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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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KIA 타선이 지금 수요일부터 3일 연속 왼손투수만 만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토일화까지도 왼손투수를 만날 예정이라는 겁니다. 내일 엔스, 일요일 손주영, 화요일 벤자민. 그래서 수요일 경기부터 우타자 김태군을 계속 선발 포수로 쓰고 있죠. 김태군은 올해 왼손 투수 상대로 OPS .782 를 치고 있습니다.(우투 상대 .656) 상대가 왼손이니까 김태군을 선발로 내세운 게 틀린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오늘 LG 선발 김윤식을 공략해 초반 5대1까지 점수를 벌리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5회에 모든 것이 무너졌죠. 선두타자 오지환의 2루타부터 운이 안 따르는 타구였고(상대적으로 수비도 좀 아쉬웠습니다. 최원준은 2루 방지를 위한 백업을 했어야죠.) 박동원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신민재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포구가 제대로 안 되어 바운드 되었는데, 이때 김태군이 무슨 정신이 나갔는 지 1루로 안 던지고 투수에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때, 1루수 이우성도 문제가 있었죠. 삼진 공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바로 1루수로 들어왔어야 했는데, 바로 안 들어오고 좀 늦게 들어왔죠.

 

아마, 김태군은 1루수 이우성이 넋을 잠깐 놔서, 그게 전염된 것 같습니다. 결국, 이우성과 김태군 둘 다 집중력을 잃었다고 봐야죠. 물론, 김태군 잘못이 더 큽니다. 이우성은 올해 처음으로 1루수 미트를 끼고 있는 선수고 김태군은 2008년 LG에 입단해서 프로 17년째 뛰고 있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입니다. 본인이 포구를 하고 바로 이우성에게 베이스에 들어가라고 소리를 쳤어야죠. 그 상황에서 집중하고 있었던 선수는 네일이 유일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커쇼라도 정신 나갈 겁니다. 홍창기에게 던진 초구 스위퍼가 몸에 맞는 볼이 됐고, 박해민의 2루 땅볼이 병살타는 어려웠어도 두 번째 아웃 카운트로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야구의 신이 "야, 김태군! 너 정신 좀 차려야 돼!"라면서 말도 안 되는 불규칙 바운드(올해 야구 보면서 이렇게 튀는 바운드는 첨 봤습니다. 누가 그라운드 흙 속에 숨어서 공을 튀긴 느낌 ㅋㅋ)로 2타점 적시타가 됐죠. 

 

제가 샌디 코팩스라도, 이 상황에서는 멘탈 나갑니다. 제임스 네일은 마운드에서 완전히 흔들렸고, 김현수에게 위험한 타구(잘 맞은 건 유격수 라인드라이브고, 빗맞은 건 행운의 안타, 야구의 신이시여 너무 한 거 아닌가요)를 맞고, 오스틴이 갑자기 빠지면서 들어 온 문성주에게 한가운데 스위퍼를 던지다가 또 적시타를 맞았죠. 다행히 더 이상의 추가점은 주지 않았지만, 5회에 김태군이 정줄만 잡았더라면, 3실점은 없었고, 이 경기 무난하게 KIA가 잡았을 겁니다.

 

전상현의 슬라이더, 또 말썽이다.

 

6회 3실점은, LG 플레이가 좋았어요. 전상현이 올라오자마자 정교한 제구력으로 김범석을 삼구 삼진으로 잡아낸 건 좋았는데, 오지환에게 빠른 공을 던진 게 가운데 몰리면서 안타가 됐고,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박동원에게 볼넷을 주질 말았어야죠. 이때도 공 5개 중 4개가 슬라이더였는데, 슬라이더 제구가 영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신민재에게 1-1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또 가운데 몰렸고, 최원준의 어리버리한 수비 때문에 홈으로 들어 올 생각이 없었던 오지환이 홈에 들어옵니다. 이때 LG 오지환의 집중력이 좋았죠. 이어서, 구본혁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좌타자가 줄줄이 나오자, 좌타 상대 저승사자, 여태까지 좌타자에게 안타 하나 밖에 맞지 않은 곽도규가 올라와서 리드를 지킬 거라고 봤는데, 박해민에게 던진 2구째가 딱 치기 좋은 코스로 와서 안타가 됐습니다.

 

동점까지는 그럴 수 있는데, 이때 LG 주루 플레이가 정말 좋았죠. 오늘 이 플레이를 보고, 염경업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야구가 성공했구나' 라는 생각에 도파민 폭발했을 것 같습니다. 박해민과 신민재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어요. 박해민은 일부러 협살에 걸렸고, 박찬호도 센스있게 박해민에게 낚이지 않고 홈 송구를 잘 했는데 이게 살짝 치우치면서 김태군의 태그가 늦었죠. 아주 간발의 차이였는데, KIA 수비의 문제라기보다는 LG 주루 플레이가 정말 고급이었습니다. 보면서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문제 삼을 건 전상현의 슬라이더입니다. 전상현의 주무기는 포심입니다. 변화구는 상대적으로 구사 능력이 떨어져요. 포심을 높게 때려 박으면서, 많은 헛스윙과 뜬공을 유도하는 투수입니다. 실제로 올해 전상현의 ERA가 오늘 경기로 6점대까지 치솟았는데, 여전히 포심 피OPS는 .620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슬라이더 피OPS가 .979나 됩니다. 올시즌 전상현의 슬라이더가 계속 가운데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죠. 작년에는 슬라이더 피OPS가 .391에 불과했고, 포심 피OPS가 .780이었어요. 그만큼 올해 슬라이더가 결정적인 상황마다 안 좋은 위치로 들어가고 있는데, 어째서 슬라이더를 주구장창 요구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슬라이더를 제대로 채지 못하고 있는 전상현이 더 문제지만, 슬라이더가 몰리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 구사율을 조정해야죠.

 

오른손 대타 요원의 부족

 

오늘 지긴 했는데 KIA 타선은 여전히 강합니다. LG가 5회에 쫓아 오니 6회에 소크라테스가 2루타를 치며 바로 달아나는 점수를 냈죠. 그리고 김선빈의 몸 맞는 볼이 나오면서 LG가 피치에 몰렸고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는데, 전 이때 김태군 대신 고종욱이나 한준수가 대타로 나올 걸로 봤습니다. 그런데 LG에서 사이드암 우강훈을 내리고 좌완 이우찬을 올리는 선택을 했고, 고종욱이나 한준수가 모두 왼손타자이니 대타로 쓰기 애매한 상황이 됐죠.

 

그럼에도 전 고종욱이나 한준수를 김태군 대신 대타로 써야 한다고 봤지만, 고종욱은 작년에도 왼손 상대 타율이 .211에 불과하고, 한준수 역시 올해 왼손 상대 타율은 .286으로 오른손 상대 .389에 비하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전 김태군 대신 한준수를 내는 게 좋다고 봤는데, 김태군이 올해 왼손 상대로 오른손 보다 더 잘 치는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타격 재능이 떨어지는 선수죠. 한준수가 올해 왼손 상대 기록이 오른손보다 못하다지만, 왼손 상대 타율은 .286으로, 김태군의 .259보다는 높습니다. 여기에 한준수는 지난해 좌투 상대로 14타수 5안타(.357)를 기록했을 정도로 딱히 좌투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험이 적은 게 문제죠.

 

다만, 한준수를 김태군 대신 대타로 안 썼다고 이를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고종욱이 좌완에 약한 건 팩트고, 한준수는 경험이 부족한대다, 김태군은 장타력과 출루 능력이 떨어질 뿐, 컨택은 좋은 선수이니, 이우찬의 투구에 컨택은 가능했을 거라고 기대했을 겁니다. 

 

문제는, 우타 대타 요원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지금 백업 중에 우타 대타로 쓸 선수가 이창진 말곤 없습니다. 아, 우타 백업 요원 한 명 더 있네요. 그게 타격 재능이 없는 김호령이라는 게 문제지. 다음 주에 나성범이 1군에 합류해도 우타 대타 요원은 해결이 안 됩니다. 누군가를 2군으로 내려야 하는데, 고종욱, 서건창, 김호령 셋 중 하나를 내려야 하죠. 홍종표는 내야 멀티 백업이라 1군에 필요하고. 이창진을 내리자니 우타가 없습니다. 결국, 고종욱이 현재로서는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크죠.(그런데 아마 투수를 내리고 나성범 올릴 것 같습니다.)

 

2군 주축 타자들 중에서도 좌타자가 많아요. 박정우, 김민수, 김석환, 오선우 모두 좌타입니다. 그나마 우타는 변우혁에, 권혁경 정도인데 권혁경은 1군 경험이 너무 적고 올릴 수 있는 우타 대타 요원 적임자는 딱 변우혁이죠. 엔트리가 타이트한 게 문제인데 서건창과 고종욱 둘이 너무 겹칩니다. 둘 다 짧게 치는 좌타자라는 점, 둘 다 수비가 안 좋다는 점. 결국, 우타 대타 요원을 한 명 올리긴 해야 하는데, 이범호 감독의 고민이 좀 커질 듯 싶습니다.

  

박찬호의 타순 

 

전, 박찬호가 좌투 선발일 때 1번으로 내는 걸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해 박찬호가 좌투 상대 성적이 안 좋긴 한데, 박찬호는 공격력에서 스텝업을 한 이후에는 좌투 상대로 확연히 더 강한 타자입니다. 아래는 박찬호의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좌우 스플릿입니다.

 

[2021년]

좌투 : .294 / .365 / .324

우투 : .231 / .319 / .310

 

[2022년]

좌투 : .325 / .370 / .361

우투 : .262 / .341 / .338

 

[2023년]

좌투 : .333 / .388 / .437

우투 : .293 / .348 / .364

 

3년 연속 3할에 근접한 타율이거나 이를 훨씬 웃돌고 있고, 2023년에는 좌투 상대 OPS가 .825나 됩니다. 그래서 전, 상대 선발이 좌투면 박찬호를 1번으로 세워도 괜찮다고 봅니다. 

 

문제는 박찬호의 태도죠. 톱타자로 쓰기엔 너무 타석에서 일찍 죽습니다. 치려는 욕심이 너무 많아요. 본인이 정말 KIA라는 우승 후보, 리그 최고 타선에서 톱타자로 뛰고 싶다면 타석에서 공을 최대한 오래 봐야 합니다. 그리고 전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박찬호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성적이 안 좋은 와중에도 포심 컨택률 92%, 슬라이더 컨택률 81.8%로 나쁘지 않습니다. 현재 팀내 최고 타자인 김도영의 포심 컨택률 83.3%, 슬라이더 컨택률 72.1%에 비하면 훨씬 좋죠. 본인의 컨택 툴을 믿고, 공을 오래 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BQ가 높은 선수라면, 7회 최원준의 안타로 맞은 무사 1루 상황에서는 타격보다는 기습 번트를 시도할 필요가 있었죠. 이우찬의 투구가 오늘 괜찮았고, 낮은 쪽으로 제구가 잘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왼손투수 상대로 컨택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기습 번트를 시도하면서 최소한 병살은 방지하고, 김도영에게 한 방을 기대하는 식의 시도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수 단평

 

  • 이창진 - 좌투 스페셜리스트로 소중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우타 외야수
  • 서건창 - 마지막 타석에서, 유영찬의 포크볼에 너무 휘둘렸다.
  • 김도영 - 김진성의 포크볼을 너무 의식함. 
  • 최형우 - 한 번 쉬었더니 타격감 확실히 살아 남.
  • 이우성 - 타격감 묘하게 안 좋은데 묘하게 재수가 따름.
  • 소크라테스 - 날씨가 따뜻해지니 확실히 올라오고 있음.
  • 김선빈 - 김선빈 답지 않은 멋진 수비
  • 최원준 - 좌투 상대로 어느 정도 더 쳐줘야 박찬호 밀어낼 수 있을 듯
  • 곽도규 - 비록 실투 하나 던졌지만, 김현수 삼진 잡는 투심 쩔더라?
  • 이준영 - 오지환 삼진 잡는 잡는 슬라이더 쩔더라?
  • 장현식 - 투수 은퇴하고 내야수해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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