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현식이 LG로 이적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삼성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삼성이 올해 2등이라서? 그런 것보다는 삼성의 보상선수 풀이 처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먼저 봐야할 것은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1군에서 통할 툴이 하나라도 있다면, 보상선수가 도움이 되는 거고, 그게 없다면 쳐다도 보지 말아야 하죠. 삼성의 25인 외 보상선수 명단을 보면, 이 툴이 하나라도 제대로 갖춰진 선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제가 삼성팬이 아니기에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구속이 빠른 투수'가 부족하고. '공수 균형을 갖춘 야수'가 안 보였습니다. 달리 말하면 올해 삼성은 '주전의 힘'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고 해야죠. 뎁쓰는 정말 부족한 팀이었습니다.(나이 마흔을 넘기는 강민호, 박병호가 올해 만큼 활약 못 하면 삼성은 내년 5강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여기에 불펜 강화에 큰 힘이 되어 준 김재윤은 몰라도 승리계투조 오승환, 임창민은 올해만큼 던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봐야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뎁쓰가 좋은 LG로 가서 보상선수로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생각보다 보상선수 성공사례가 굉장히 적다는 점입니다.
역대 FA로 많은 선수가 이적했지만, 1군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FA 보상선수는 KIA의 임기영, 현재는 키움 소속인 이원석 정도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그 정도로 KBO는 선수층이 굉장히 얇아요. 팬들이 보상선수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는데, 이런 역사적 전례를 따져봐도 '보상선수로 FA 이적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장현식, 구종 추가하면서 스텝업했다.
작년까지의... 아니, 올 시즌 초반까지의 장현식이라면 저도 내보내는 것에 크게 아까워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올 시즌 중반부터 원심(?) 스플리터를 던지는 데, 이것 때문에 투구 내용이 크게 나아졌죠. 2023년에 장현식 구종별 구사율을 살펴보면,
등으로, 사실상 포심, 슬라이더 투 피치였습니다. 그래서 150km/h에 육박하는 강력한 포심을 가지고도 불펜에서 9이닝 당 탈삼진 숫자가 7.77개로 파이어볼러 치곤 별로였습니다. 여기에 9이닝 당 볼넷이 4.6개에 달해서 WHIP이 늘 높은 유형이었죠. 장현식의 볼넷 비율이 높은 이유는 '포심의 위력'이 구속보다는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장현식의 최근 5년 포심 피OPS 입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포심을 던지는 투수치고는, 포심 피OPS가 꾸준히 .800 이상이죠. 포심을 던져서 상대 타자가 치면 모든 타자가 올해의 노시환급(올해 노시환이 많이 망하긴 했네요.)으로 공략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승리계투조인 전상현의 포심 피OPS가 .762 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더 위기 상황에서는 전상현의 포심이 상대 타자를 더 잘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죠.
포심이 몰리면 얻어 맞기 때문에, 장현식은 포심을 더 정교하게 투구할 수 밖에 없었고, 이게 높은 볼넷 허용. 높은 WHIP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장현식이 포크볼을 탑재합니다. 특히, 전반기에는 잘 안 던졌는데 후반기부터 원심 그립으로 포크볼을 던지더군요. 2024년 장현식 구종별 구사율을 보면-
등으로, 포심 비율이 줄어든 대신 슬라이더와 포크볼 비율이 늘었고, 특히 포크볼이 2배 이상 구사율이 높아졌죠. 그 결과 9이닝 당 삼진율이 9.0개를 기록하면서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여전히 9이닝 당 볼넷 수치가 높지만, 그래도 4.0개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삼진 대 볼넷 비율이 커리어 하이인 2.21개를 기록했고요.
제 기억에 장현식이 포크볼 비율을 높인 게 후반기 부터였는데,(실제로 스탯티즈에 날짜별 구종 구사율 보면, 7월을 기점으로 포크볼 구사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올해 전반기(43이닝) ERA 4.40, 피OPS .790, WHIP 1.58을 기록하면서, 셋업맨으로 쓰기엔 뭔가 아쉬운 선수였는데 후반기(32.1이닝)에 포크볼 자기 것으로 하더니 ERA 3.34, 피OPS .666, WHIP 1.27로 매우 나아졌죠.
단순히 포크볼의 피OPS만 비교해도 작년 1.038에서 올해 .603으로 크게 나아졌습니다. 그러니 선수도 자신감이 붙어서 스트라이크를 더 적극적으로 던지게 되면서 성적도 좋아졌다고 봐야죠.
통산 성적만 보면, WHIP도 높고 구위에 비해 삼진도 적고 볼넷도 많은 불펜 투수에게 어째서 옵션 없는 전액 보장 52억을 LG가 질렀는 지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포크볼'을 후반기부터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 그로 인해 포심의 위력과 제구가 좋아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LG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현식은 뜬공형 투수라서 넓은 잠실 구장에서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죠. 참고삼아, 장현식의 최근 5시즌 잠실구장 피OPS를 살펴보면-
승리계투조로 발돋움하기 이전인 202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피OPS가 .800 미만이었고, 2021년, 2022년에는 .700 아래, 그리고 올해는 .546의 피OPS를 기록했습니다.
피OPS .600 미만을 기록한 구장에서 이제 앞으로 30이닝 이상을 투구할텐데, 장현식이 부상만 없다면 LG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어 보이고, 염경엽 감독은 심지어 마무리 투수로 활용할 생각까지 하고 있더군요. 원래 슬라이더가 좋은 투수였는데 여기에 포크볼을 장착하고, 빠른 공으로 카운트 잡고 뜬공 아웃을 유도할 수 있으며,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기반으로 삼진까지 잡아낸다면, LG가 4년 동안 마무리 투수로 장현식을 아주 잘 써먹을 수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야구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가장 한심한 의견이 '커리어 통산을 보면 장현식이 그 급은 아니다'라는 평가인데, 어떤 바보 멍청이가 '커리어 통산'으로 FA 영입을 판단하나요. FA 영입에 있어서 가장 먼저 들여다 보는 건 '커리어 통산'이 아니라 '최근 성적' 입니다. 구속도 빠르고 연투에도 강하고, 심지어 2024년 후반기에 포크볼까지 장착하면서 스텝 업했기에 장현식이 52억을 받은 겁니다. 가끔 보면 현장을 너무 우습게 보는 팬들이 많은데, 그런 글들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
장현식의 대안은 누구인가?
장현식이 로열티를 기반으로 팀에 남아줬다면 그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겠지만, 냉혹한 프로 시장에서 '정에 호소하는 전략'은 시대 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쾌히 디스카운트를 한 나지완(KT 이적 제의), 김선빈(SK 이적 제의)은 로컬보이라는 점 때문에 남은 것도 있죠. (나지완은 서울 출신이긴 합니다만, 아버지가 광주 사람) 장현식은 KIA에서 데뷔한 선수도 아니고, 서울 출신이니 로컬보이도 아니죠. 게다가 보장금액도 더 많은데 이적하지 않으면 '바보 소리' 듣습니다.
다만, 저 역시 불펜에 큰 돈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불펜투수 만큼 한 해 한 해 다른 포지션이 없습니다. 당장에 지난 시즌 KIA 불펜을 지탱한 선수는 장현식이 아니라 임기영과 최지민이었습니다. 정해영은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었고요. 올 시즌 부진했던 최지민과 임기영(잔류를 시킨다면)이 2023년의 폼을 회복하면 장현식의 공백은 상당히 줄일 수 있죠.
여기에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 준 황동하도 생각할 수 있고. 미국 다녀와서 투구폼을 개조하더니 일취월장한 김기훈과 유승철도 있습니다. 다만, 황동하는 불펜으로 쓰기에는 구위가 약한 게 문제고. 유승철과 김기훈은 아직 더 두고봐야죠. 개인적으론 유승철이 투구에 눈을 떴길 바랍니다. 황동하와 김기훈은 서브 선발 및 롱릴리프로 활용하는 게 일단 더 좋아 보이네요. 올 시즌도 겪었지만 선발 예비 자원은 많이 둘 수록 유리합니다.
사실, 임기영만 2023시즌의 기량을 회복하면 장현식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임기영이 2023년의 공을 회복하려면 구속 향상이 선행되어야 하고 ABS도 조정이 되야 합니다. ABS 조정에 대한 내용은 추후에 다시 적을 생각입니다.
LG의 25인 외 보상선수 누구를 뽑아야 할까
타 커뮤에 올라왔다는 LG 보호명단인데, 개인적으론 이 명단이 가장 실제와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강효종이 보호선수에 제외되는 것이 KIA 입장에서 가장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요. 일부 야알못 팬들이 김현수, 박해민, 김진성을 제외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LG도 내년에 우승을 노리는 팀인데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상상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제외하면 데리고 오면 됩니다. 어려울 거 없죠.
위 명단에서 제가 짧게 보고 판단한 보상선수를 꼽아보면
김대현 (97년생, 우완투수)
김대현을 보면, KIA로 이적하기 전 장현식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파이어 볼러인데, 자신감 문제 때문인지 볼이 많죠. 개인적으로 전 이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일단,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결정구가 있고, 빠른 공의 위력이 좋습니다. 포심 피안타율이 .260에 불과합니다.
이 선수의 문제는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97년생으로 이제 유망주라고 부르기에도 어려운 나이라는 점인데, 팀을 옮기면 어떤 계기가 되어 좋은 공을 던질 수도 있죠. 아마 LG팬들은 김대현이 나가면 환호를 부르겠지만, 솔직히 멘탈 문제만 뜯어 고치면 장현식과 가장 가까운 유형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2군 성적도 21.2이닝 동안 21탈삼진, 12볼넷이고 피안타율이 .125에 불과합니다. 1군에서 좀처럼 자리 잡지 못 해서 LG팬들이 실망을 많이 하는데 전 김대현이 마인드만 고치면 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동현 (99년생, 우완투수)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죠. 다만 실제로 던지는 걸 보지 못 해서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퓨처스 리그 성적을 봐도 딱히 인상적이지가 않은데, 99년생이라 역시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네요.
김유영 (94년생, 좌완투수)
당장에 1군에 써먹으면 도움이 될 선수라고 보는데, KIA에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너무 많죠. 보상선수로 가장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를 영입하는 게 맞지만, 비슷한 기량이라면 팀에 부족한 유형이 낫다고 봅니다. 게다가 김유영은 LG에 가서 기량이 성장한 케이스인데, 김대유가 생각날 정도로 '구장 버프'를 받았다고 생각도 듭니다. 뽑으면 제2의 김대유가 될 걸로 보여요.
백승현 (95년생, 우완투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죠. 김대현과 마찬가지로 터지기 전 장현식이 생각나는데, 백승현은 장현식이랑 동갑입니다. 그리고 잘 한 시즌이 2023년 딱 한 시즌 밖에 없고 그마저도 불펜투수 치고 볼넷이 너무 많고 빠른 공을 가진 투수치고 삼진율이 높지 않네요. 가장 픽하면 안 될 투수로 보입니다.
이우찬 (92년생, 좌완투수)
2022년과 2023년에 괜찮은 성적을 찍은 투수고, 결정구도 있는 선수인데 올해는 볼넷이 너무 많네요. 무엇보다도 92년생이라서 나이도 애매하고, 좌완투수. 그냥 김대유나 김사윤 쓰는 게 낫겠습니다.
이상영 (00년생, 좌완투수)
음주 사고 때문에 보호선수 명단에 빠져 있는데, 이상영이 보호선수에서 빠질까요? 프로야구는 냉정합니다. 음주운전 했다고 선수 생활 끝장내지 않죠.(강승호 보면 됩니다.) 기량만 좋으면 활용합니다. 1년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유망주라는 점 때문에 길게 볼 수 있죠. 00년생이라는 어린 나이, 그리고 최형우의 극찬, 상무에서 2군 씹어 먹었고, 올해 2군에서도 32.1이닝 동안 34탈삼진 8볼넷이라는 좋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선수 보호명단에 들어갈 가능성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빠지면 KIA도 좌완이 많다고 해도 뽑을 수 있죠. 왜 이 선수를 제외하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빠지면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송찬의 (99년생, 외야수)
시범경기 홈런왕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게 전부죠. 1군 무대에서 가장 터뜨리기 어려운 유형이 '우타 거포' 이고, 우타 거포인데 수비까지 안 되면 더더욱 터뜨리기 어렵습니다. 송찬의를 보면 한화에 있다가 두산으로 갔지만 결국 꽃을 못 피우고 은퇴한 신성현이 자꾸 겹쳐 보입니다. 2군 성적 나쁘지 않지만, 삼진이 많은 게 문제로 보이고 반복하지만 '수비 포지션이 없으면' 키울 수가 없습니다. 절대 뽑으면 안 될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원영 (03년생, 외야수)
KIA가 상대적으로 외야수 풀이 얇아서 언급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직접 뛰는 걸 많이 보지 못 해서 잘 모르겠네요. 1군에서 스몰 샘플이지만 .746이라는 OPS를 기록했는데 스몰 샘플이라서 믿음이 안 갑니다. 이 선수는 기량을 판단하기에는 표본이 너무 부족하고, 하드웨어(174cm)가 좀 많이 아쉽습니다. 하드웨어가 이렇게 작으면 컨택이 무진장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1군에서 41타석에서 삼진을 7개 밖에 안 당한 걸 보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선수 같기도 하고 애매하네요.
김민수 (98년생, 내야수)
송찬의랑 비슷합니다. 이 선수도 우타 거포에 수비가 안 되는데 송찬의보다 한 살이 더 많고, 송찬의보다 2군 성적도 별로입니다. 방망이에 자질이 있는 건 확실한데 KIA에는 황대인도 있고, 김석환도 있고, 김민수가 황대인, 김석환보다 확실히 나은 선수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송찬의 항목에서도 설명했는데 수비 안 되면 못 키웁니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풀렸다면 '강효종'이 1순위(이지강이 풀렸다면 역시 이지강도 좋음. 이 선수 99년생인데 LG팬들 왜 이렇게 포기가 빠른 지 모르겠음) 우강훈, 박명근도 풀리면 픽하면 되고. 음주운전 이슈가 있다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이상영을 뽑는 게 가장 좋고, 전 김대현까지도 이해 합니다. 특히, 팀에 우완 정통파 투수가 부족하다보니 아무래도 비슷한 실력이라면 우완 강속구 투수가 땡기긴 하네요.
아무튼, 장현식 선수 그동안 KIA에서 고생 많았고, 대우 잘 받아서 좋고, 보상선수 풀이 가장 좋은 LG로 가줘서 더 고맙습니다. 이제 프런트의 현명한 선택과, 육성 파트만 믿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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