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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KIA : KT - 8월의 FC KIA, 구식 라인업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8. 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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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원인

 

투수들은 잘 해줬지만, 공격에서 세밀한 플레이가 안 됐고, 수비에서 결정적인 홍종표의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를 내줬습니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은 팀 타선입니다. 8월 몇 경기 안 하긴 했지만, 8월 각 팀의 비율 스탯은 아래와 같습니다.

 

  • NC - .346 / .407 / .562 / (OPS).969
  • 롯데 - .323 / .394 / .519 / (OPS).913
  • 삼성 - .337 / .419 / .488 / (OPS).907
  • 키움 - .329 / .398 / .459 / (OPS).857
  • 한화 - .315 / .365 / .482 / (OPS).847
  • KT - .317 / .401 / .422 / (OPS).823
  • 두산 - .295 / .362 / .424 / (OPS).786
  • LG - .267 / .354 / .395 / (OPS).749
  • SSG - .250 / .295 / .373 / (OPS).668
  • KIA - .242 / .318 / .336 / (OPS).654

 

현재 규정타석을 충족한 선수 중 OPS 최하위가 박해민(.660)인데, 8월의 KIA 타자들은 모조리 박해민보다 못 치고 있습니다. 8월의 영봉패만 두 번째이고, 지난 주 토요일 7득점 이후, 이번 주 화 2득점, 수 2득점, 그리고 오늘 12이닝 동안 한 점도 못 냈습니다.

 

 

나오는 투수마다 공이 긁힌 날

 

일단, 오늘 양팀 투수들 변화구가 기이할 정도로 제구가 잘 되고, 움직임도 심하더라고요. 특히, 오늘 황동하의 슬라이더는 그야말로 마구였습니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아주 휘황찬란하게 꺾여서 들어가는데, 어제 20개가 넘는 안타를 친 KT 타자들이 황동하를 상대로 6이닝 동안 안타 3개 때리는 데 그쳤고, 삼진을 9개나 당했죠. 

 

황동하 슬라이더가 오늘 너무 잘 들어가니까, 슬라이더 구사율이 포심과 똑같았어요. 그럼에도 오늘 슬라이더 컨택률이 58%에 불과했습니다. 포심 평균 구속도 오늘 6회까지 나와 던졌음에도 141.1km/h를 기록했는데 6월 16일 경기 143.3km/h 이후 가장 빠른 구속이었어요. 습도가 높다보니, 오늘 공이 손에 착 붙은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문제는 오늘 습도가 높은 건 우리팀도, 상대팀도 같은 조건이라는 거죠. 변화구 잘 긁히면 최근 좋지 못한 쿠에바스한테도 좋은 겁니다. 쿠에바스의 주무기도 슬라이더이니까요. 문제는, 같은 조건 하에서 황동하는 삼진 9개를 잡았을 정도로 슬라이더가 더 잘 긁혔고, 쿠에바스는 7이닝 동안 삼진을 2개 밖에 못 잡았음에도 별 다른 위기 없이 7회까지 던졌다는 점입니다.

 

오늘 쿠에바스 변화구 움직임이 좋긴 했어도, 한창 잘 던질 때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삼진율입니다. 9이닝 당 삼진 7.7개를 잡는 투수가 7이닝 동안 삼진 2개 밖에 못 잡아냈다는 것은 평소보다 공 움직임이 별로였거나 KIA 타자들 컨디션이 좋거나죠. 그런데 KIA 타자들은 컨택을 했음에도 강한 타구를 못 만들어 냈습니다. 그냥 타선 자체 사이클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단 이야기죠.

 

그래도 7회에 선두타자 김도영이 볼넷 걸어나가면서 무사 1루 찬스를 잡았는데, 이때 넋놓고 있다가 쿠에바스의 견제구에 잡혔죠. 팀 상태도 안 좋고 본인도 타격감이 안 좋은 걸로 아는데 무슨 생각으로 베이스에 서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SSG전에서 3루타 치고도 넋놓고 세레모니 하다가 아웃당한 이후 가장 멍청한 아웃 같네요.

 

다음 타자 나성범이 1-2루간 안타를 쳤으니 더더욱 이 견제사가 뼈아픕니다. 1-2루간 땅볼 안타였고, 발 빠른 김도영이니까 3루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상황. 무사 1, 3루가 될 상황이 1사 1루로 변한 셈이죠. 이 미스가 경기를 놓친 1차 원인이 되었습니다.

 

8회 1사 이후 이창진과 박찬호의 안타로 만들어진 2사 2, 3루 찬스에서는 이강철 감독의 판단이 빛났죠.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서니, 구설수 이후 야구에 집중하여 전성기 오승환이 되어 버린 박영현이 등판했습니다. 초구 153km/h 포심이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거 보고, 못 치겠구나 싶었습니다. 포심 OPS가 1.241이라는 미친 스탯을 기록하고 있는 김도영이 박영현의 포심에 전혀 따라가지 못 했죠. 

 

9회에도 박영현이 올라와서 못 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소크라테스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이 밀려 들어갔고, 이게 2루타가 됐죠. 전 소크라테스 2루타를 보고 오히려 장탄식을 내질렀습니다. 그 투구는 2루타가 아니라 홈런이 되어야 할 실투였어요. 다음 타자가 홍종표, 변우혁이니 더더욱 박영현 공은 못 치겠구나 싶었고, 박영현은 코웃음을 치며 홍종표, 변우혁을 상대로 포심만 7개 던져서(모두 스트라이크임)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았습니다. 

 

10회에도 박영현을 쓸까 싶었는데 이강철 감독 답지 않게 김민수를 올리더군요. 아마 주말 3연전도 남아 있어서 박영현을 무리 시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습도 때문인지 공이 착 달라 붙은 영향으로, 김민수도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커브를 던지더군요. (아니, 그런데 네이버 중계에는 슬라이더군요. 제가 보기엔 커브입니다. 구속이 130km/h도 안 나오는데?) 11회말 나성범과 홍종표가 당한 삼진이 모두 이 커브입니다.

 

11회말 나성범 타석도 매우 실망스러웠죠. 김도영의 뽀록 내야 안타와 도루로 1사 2루 찬스를 잡았는데, 3구와 4구 포심 하이존에 모두 헛스윙이 나옵니다.

 

나성범은 지금 커리어 기로에 왔다고 생각해요. 너도나도 포심 몸쪽에 집어 넣고 있는데 이 투구가 모조리 헛스윙 아니면 좌익수 쪽 파울입니다. 계속 늦습니다. 계속. 이거 극복 못 하면 그냥 반쪽짜리 타자죠. 전혀 기대가 안 됩니다. 여기에 김민수 주무기가 커브인걸 알면, 결정구로 커브가 오는 걸 대비라도 했어야죠. 그냥 멀뚱멀뚱 보더니 삼진.

 

그래도 전, 12회초를 잘 막으면 이길 가능성은 있다고 봤습니다. 장현식, 전상현도 습도의 영향으로 포심 구속도 평소보다 잘 나오고, 슬라이더, 포크볼이 정말 좋은 쪽에서 떨어지더군요.

 

그런데 KT에는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오재일이 있었죠. 오재일의 그 날에 걸리면 답이 없습니다. 전상현이 오재일 상대로 좋은 승부를 했고,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와 7구째 슬라이더가 정말 아주 좋은 위치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걸 모두 커트하더군요. 트레이드 전의 오재일이었다면 진작에 폭풍 헛스윙 삼진이었는데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 보였습니다. 결국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 출루.

 

타석엔 문상철. 전, 전상현이라면 충분히 슬라이더를 바깥쪽으로 던져서 땅볼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예상대로 2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문상철이 잡아 당겨 유격수 깊숙한 땅볼이 됐고, 1루 주자는 2루에서 아웃. 문상철의 느린 걸음을 감안하면, 병살도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홍종표가 하늘로 공을 던집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홍종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이니까요. 여기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빨리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그러다보니 제대로 공도 못 쥐고 송구를 했고, 이 송구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타자 주자는 2루까지 진루합니다. 깊숙하고 느린 땅볼이다보니 문상철 걸음이 아무리 느려도 1루 아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차라리 안 던지는 게 더 나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경험 적은 홍종표는 그런 생각할 여유따윈 없었겠죠. 경험 많은 선수라도 아마 던지는 시도는 했을 것 같아요. 

 

여튼, 이 수비 실책으로 이제 KT에서는 안타 하나면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고, 전상현의 투구 수는 30개에 다다른 상황. 황재균 상대로 던진 포심을 포수는 바깥쪽에 앉았는데, 몸쪽 높게 들어가면서(나성범이었으면 헛스윙인데) 적시타가 됩니다. 반대 투구이긴 했어도 전상현의 실투도 아니었습니다. 몸쪽 높게 정말 치기 어렵게 들어갔는데 황재균이 정말 잘 대응했어요. 현재 양 팀 타자들 컨디션을 극명하게 보여준 타석이 오재일, 황재균의 타석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12회말에 다시 찬스 잡긴 했는데 우규민 투구 보고 어렵다고 봤습니다. 우규민은 ABS 도입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성적이 괜찮은 편인데, 전 오늘 투구를 보면서 이유를 알겠더군요. 언더핸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하이 존 경계로 커터를 던집니다. 서건창이 당한 삼진이 하이 존 삼진이었고, 박찬호를 뜬공으로 잡은 코스도 하이 존이었습니다. 제 생각엔 다른 언더핸드 투수들도 이렇게 던져야 할 것 같아요. ABS 시대에는 이게 답인 것 같습니다. 하이 존에 넣기.

 

타자들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수비와 주루에서 더 세밀한 플레이, 더 집중력을 갖추고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데, 오늘 경기는 그게 안 되어서 졌습니다. 수비, 주루에 집중했더라면 적어도 지진 않았을 겁니다.

 

 

타순, 이게 최선입니까?

 

뭐, 오늘 누구 하나 잘 친 선수가 없어서 범인 찾기 놀이는 안 해도 될 듯 싶지만(굳이 따지자면 견제사한 김도영과 어이없는 에러를 한 홍종표) 그래도 라인업 나오는 거 보고 한숨 나오더군요.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전 이범호 감독을 그렇게 비판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1위 달리고 있음에도 투수들 휴식일도 철저히 지키고 있고, 시즌 중반까지는 야수들 휴식도 잘 줬으며, 야수들의 성적을 끌어 올린 건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발휘된 결과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라인업 볼 때마다, 너무 '구식'입니다. 지금 MLB는 제일 잘 치는 타자들이 1번 아니면 2번을 칩니다. NL 최고 타자 오타니와 베츠가 테이블 세터고, AL 최고 타자 소토와 저지가 2-3번을 칩니다. 물론, 타순 짜는 데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출루율 .352에 불과한 타자를 1번으로 쓰는 이유는 모르겠네요. 

 

최근 소크라테스가 주춤하면서(소크라테스도 출루율 .358까지 다시 떨어짐) 1번에서 내린 것 같은데, 소크라테스 안 쓸 거면, 최원준을 1번 (올해 출루율 .377) 으로 쓰던지요.

 

사실, 가장 좋은 건 김도영을 1번으로 쓰는 겁니다. 지금 김도영을 보면, 30-30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윙이 크게 나오고 있는데, 제 생각엔 1번 타자로 최대한 많은 타석 보장해주면서 홈런 나오길 바라는 게 정답 같습니다. 그리고 오타니도 발 빨라서 1번 치고 있는데, 김도영 1번으로 못 쓸 이유가 뭔가 싶습니다.

 

꼰대 같았던 이강철이 로하스를 1번, 강백호를 2번 박고 팀 득점력 끌어 올리고 있는데, KT가 KIA만큼 강한 타자가 많아서 로하스, 강백호를 1-2번으로 쓰는 게 아니에요. 장성우가 3번 치고, 김민혁이 5번 칩니다. 보통, 3번은 정확성 뛰어난 타자를 쓰는 인식이 있는데  장성우는 올해 .260 치고 있으며, 5번 타자는 보통 한 방 있는 선수를 쓰는 데 김민혁은 올해 장타율이 .342에 불과한 타자입니다. 변변찮은 3-4-5번이 없는 KT도 1-2번을 이렇게 기용하고 있는데 이범호 감독은 왜 이걸 안 따라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1번에 김도영 박고 2번에 최원준, 3번 이우성, 4번 나성범, 5번 소크라테스, 6번 김선빈, 7번 이창진(또는 변우혁), 8번 한준수, 9번 박찬호. 이게 어렵나요? MLB 스카우트가 인정한 주력 만점짜리 선수에다가 투수들이 적극적인 승부를 하지 않아서 출루율도 높은 (출루율 .418) 김도영을 1번으로 안 쓰면 죽는 병이라도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1번은 박찬호처럼 파워 없고 출루율 낮은 유형 말고, 김도영 같은 선수를 쓰세요. 제발.

 

심지어 원로급에 해당하는 김경문 감독도 오늘 페라자를 1번으로 썼습니다. 페라자 출루율 .368, 도루 7개(실패 5개)로 흔히 생각하는 1번 타자 유형도 아닙니다. 

 

김경문, 이강철 같은 원로 감독들도 트렌드 따라 가는 데, 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은 도대체 왜 원로들보다 더 옛날 야구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김도영이 1번 타자 못 한다고 멱살이라도 잡았나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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