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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KIA : 키움 - 에이스를 잡은 5선발의 호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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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수스의 괴물 같은 투구

 

1회 키움 헤이수스의 투구를 보고, '오늘은 졌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게, 공이 너무 쩔어줬거든요. 공 뿐만 아니라 와이프도 쩔어줬... 헤이수스는 참고로 이창섭 기자가 데스노트에서 Worst로 꼽은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전 이 선수의 투구를 얕잡아 보고 있었는데, 오늘처럼 던지면 KBO에서 적수가 없습니다. 

 

이창섭 기자가 지적한 헤이수스의 문제는 제구력입니다. 지난해 AAA에서 9이닝 당 볼넷이 5.1개에 달했고, 통산 마이너리그 기록을 봐도 5.7개로 매우 좋지 않은 선수입니다. 여기에 세컨 피치의 위력도 별로라고 지적했고요. 그런데 키움 투수코칭스태프에서 무슨 짓(?)을 했는 지, 올시즌 KBO에서 33.1이닝 투구하는 동안 볼넷이 7개 밖에 안 됩니다.

 

헤이수스는 첫 경기에서 3.1이닝 동안 볼넷 3개를 줬습니다. 저도 이 기록을 보고 이창섭 기자의 분석이 틀리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키움 코치진에서는 아마 헤이수스에게 "헤이! 코리아 베이스볼 히터 배팅 파워 로우! 오케?" 라고 한 것 같습니다. 빠른 공을 적극적으로 존에 넣더니 LG전에서 7이닝 동안 삼진 7개 무사사구 피칭을 하고, 롯데전에서는 6이닝 10K 무사사구 피칭을 합니다. 

 

세컨 피치도, 이창섭 기자의 분석으로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구리다라고 깠는데, 키움 코치진에서는 아마 "헤이! 체인지업 노노, 슬라이더 오케?" 라고 조언을 했는 지, 빠른 공과 슬라이더 조합으로 KBO 타자들을 쌈싸먹고 있죠. 오늘 투구하는 비디오, 이의리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냥 빠른 공을 적극적으로 존 안에 넣어 제발!"

 

실제로 헤이수스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첫 경기 18.6%에서 오늘 경기 13.1%로 떨어졌고, 슬라이더 구사율은 첫 경기 9.3%에서 오늘 경기 16.7%까지 올랐습니다. 빠른 공 말고는 딱히 큰 장점이 없었던 헤이수스라는 원석과도 같은 투수를 키움 코치진이 적극적인 승부와 슬라이더 구사 빈도를 높임으로써 에이스급으로 만들어 버린거죠. 

 

그리고 오늘 경기를 보면서 확신이 든 게, KBO는 공 빠른 왼손투수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올 시즌 리그를 주름 잡고 있는 외국인 투수 보면 대부분 왼손투수에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에요. 헤이수스를 비롯해 브랜든, 카스타노, 산체스, 하트(이 친구는 그리 안 빨라 보이지만), 여기에 아직은 부진한 편이지만, 벤자민과 엘리아스까지. 힘 없는 우투 좌타가 많은 KBO에 공 빠르고 제구 좀 되는 왼손투수만 데리고 와도 꽤 성공율이 높단 생각입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일천한 헤이수스나 산체스가 대표적인 케이스고요.

 

헤이수스의 괴물 같은 피칭을 이겨낸 윤영철

 

어쩌다보니, 상대 투수, 상대 팀 칭찬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런 헤이수스의 위력적인 피칭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잡은 가장 큰 요인은 '윤영철'의 호투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오늘 공이 엄청 좋다거나, 제구력이 평소보다 정교했다고 하긴 어려웠어요. 게다가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키움 타자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친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표적인 장면이 4회말 이원석과 고영우의 2연속 라인드라이브죠.(고영우 이 친구는 뭐죠. ㄷㄷ)

 

그럼에도 윤영철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한 이유는, 쫄지 않은 담대함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심을 다양하게 섞어 가며 키움 타자들의 히팅 포인트를 흐뜨려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작년보다 빨라진 구속 도움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올해 윤영철이 드라이브 라인을 다녀오면서 투구폼에 변화를 줬고, 지난해 137km/h에 그쳤던 평균구속을 138km/h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이 작은 변화 때문에 삼진율이 14%에서 18%로 상승했고요. 오늘 경기 대표적인 장면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빠른 공을 던져 이용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장면이었습니다.

 

윤영철은 아직 20세에 불과합니다. 사실, 여기서 더 구위를 끌어 올리지 않으면 최고 포텐은 4-5선발에 불과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체격도 좋은 선수고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피칭을 하는 선수라서,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지난해에는 던지지 않았던 커터를 올해 20% 비율로 구사하면서, 커터의 피OPS가 .513에 불과합니다. 평생 구종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 해서, 반쪽 짜리 투수가 되는 경우가 허다한대, 윤영철은 이런 면에서 보면, 정말 정말 놀라운 발전입니다. 

 

공이 느려서 여전히 실링이 높아 보이지는 않은데, 올해 평균구속을 2km/h 가까이 끌어 올리고, 커터까지 습득했으니, 내년에는 여기서 조금 더 구속을 끌어 올리는 등, 꾸준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투구폼 바꿔서 밸런스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한대, 올 시즌에는 중간에 끊어 던지는 투구 폼에서 바로 던지는 투구 폼으로 바꿨음에도 성적이 더 좋아졌어요. 이런 경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윤영철이 똑똑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고요.

 

한 번의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은 김도영의 한 방 

 

윤영철이 1실점으로 버텨준 덕분에 6회에 KIA 쪽으로 찬스가 옵니다. 선두타자 김태군이 안타를 치고 나갔는데, 이때 키움의 볼배합이 너무 안이했죠. 김태군이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으니 초구와 2구 모두 몸쪽에 바싹 붙였는데, 3구째에 또 붙였다가 가운데 몰리면서 김태군이 깔끔하게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칩니다. 

 

이어서 김호령이 댄 번트가 절묘하게 투수 앞에서 굴러가서, 번트 안타로 살아나갔죠. 이게 바로 야구의 어려운 점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전까지 KIA 타자를 압도하던 헤이수스가 김호령의 번트 안타 이후에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잃은 듯 싶었죠. 그럼에도 헤이수스는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면서 박찬호를 3루 땅볼로 유도했는데 이때 키움 수비에서 누수가 발생했죠. 3루 주자가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김태군을 한 번 쳐다보면서 주자를 묶고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포구가 되지 않는 바람에 병살 플레이가 실패합니다.

 

결국, 키움 수비에서 이 작은 미스가 이창진의 깊숙한 유격수 땅볼이 되어 동점을 허용하게 되고, 김도영이 헤이수스의 3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격과 파워로, 10호 홈런이 되나 싶었는데 아쉽게 타구는 담장 상단을 맞고 3루타가 됐습니다. 김도영이니까 타구를 거기까지 보냈고, 김도영이니까 그 타구에도 아주 쉽게 3루까지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키움에서 또 수비 실수가 나오면서 3점째를 얻어 승기를 잡았죠. 정작 소크라테스의 잘 맞은 타구는 1루 정면으로 가는 걸 보면, 참 야구란 어렵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이길 경기를, 8회에 김선빈의 황당한 플레이(용규형! 친하니까 한 번 살려줄게!)와 유승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볼질과 배팅볼(구속도 느려, 제구도 안 돼. 널 어따 써먹을까) 정해영의 또 결정구를 던질 타이밍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로 위기를 맞을 뻔 했는데, 주성원에게 던진 10구째 변화구를 드디어 떨어뜨리면서(제발 변화구를 존에서 떨어뜨리라고!) 삼진으로 가장 큰 위기를 넘겼고, 정해영은 최연소 100세이브를 달성하였습니다.

 

상대 투수의 괴물 같은 피칭에 밀렸음에도 이 경기를 잡았다는 데에서 팀이 강해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김선빈은 경기 후반에는 홍종표로 교체를 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도대체 안정감을 주는 추격조/패전조 투수는 언제 생길까 하는 걱정을 동시에 느낀 경기였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9회 좌익수 플라이는 정타로 연결했어야 했다.
  • 이창진 - 좌투 스페셜로 1군에 생존할 자격 있음을 증명함
  • 이우성 - 어제 쓰레기를 열심히 주웠나 보다.
  • 소크라테스 - 헤이수스에게 당한 건 어쩔 수 없지.
  • 최원준 - 깔끔한 1타점 적시타.
  • 김호령 - 공수에서 나름 맹활약
  • 장현식 - 구속이 너무 안 나옴. 걱정스러울 정도.
  • 최지민 - 시즌 초 가장 불안했는데 현재는 가장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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