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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KIA : 키움 - 투수들이 지켜 낸 승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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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10이닝 동안 KIA 투수들이 내준 점수는 단, 2점 뿐이었고.(키움 타선에서 김혜성, 이주형, 이형종이 빠지는 등 베스트 라인업이 아닌 도움도 받았지만) 그마저도 실투 하나 뿐이 없었을 정도로 오늘 KIA 투수들의 실투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크로우 투구가 백미였는데 슬라이더가 정말 날카롭게 떨어집니다. 오늘 초반 타구 운이 안 따르고, 키움 타자들이 끈질긴 승부를 하면서 투구 수가 늘어나긴 했는데 5이닝 동안 맞은 7개의 안타 모두 단타였을 정도로 정타 허용을 극도로 억제했어요.

 

크로우가 던지는 슬라이더는 피안타율이 .154에 불과합니다. 포심, 투심,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슬라이더만이 유일하게 피안타율이 2할 아래고, 오늘 크로우는 전체 투구의 20.2%가 슬라이더였는데,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슬라이더의 컨택율도 69.5%에 불과하고, 오늘의 슬라이더 컨택률은 61.5%였어요. 그만큼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움직임이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빠른 공의 컨트롤인데, 크로우가 여기서 빠른 공 컨트롤만 더 완벽하게 이루어지면, 네일보다 더 좋은 투구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네일은 투심과 스위퍼 두 구종 말고 나머지 구종의 위력은 평범하지만, 크로우는 모든 구종의 위력이 괜찮습니다. 체인지업 정도가 살짝 떨어지는데, 그마저도 피OPS가 .735에 불과해요. 반면, 네일은 스위퍼의 피OPS가 극도로 낮고(.214), 커터와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5할이 넘어 갑니다. 네일의 스위퍼가 어느 정도 리그 타자들에게 익숙해지면, 지금보다는 성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크로우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지금보다 성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 무뎌졌던 불펜투수들, 한 명 빼고 반등

 

불펜에서도 전상현 빼고는 다들 잘 해줬어요. 최지민이 3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좌투수 킬러 이원석을 처리할 때의 구위와 제구력이 좋았습니다. 몸쪽으로 빠른 공을 붙여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고, 슬라이더를 몸쪽에서 떨어뜨려서 삼진으로 큰 위기를 넘겼죠. 그 앞에 고영우도 똑같은 방식으로 삼진을 잡으려다가 슬라이더가 몸쪽에서 떨어지지 않아 2루타를 허용했는데, 이 우타자 몸쪽에서 예술적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경기 후반 큰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준영은 오늘 슬라이더가 조금 높은 편이었는데, 평소보다 빠른 공이 제구가 잘 되면서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았고, 전상현이 문제였는데, 8회 2사 이후에 김재현과 주성원에게 던진 결정구가 모두 높게 들어가면서 블론을 하고 말았죠. 특히, 주성원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문제였는데, 1-2라는 매우 유리한 상황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바깥쪽 낮게 떨어져 삼진을 잡았어야 했는데, 한가운데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잉 슬라이더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투구 하나 때문에 그 앞에 던진 투수들의 모든 수고로움이 날아가 버렸죠.

 

이어서 곽도규가 키움 좌타 라인 봉쇄를 위해 등판했는데, 그동안 제구에서의 불안함을 씻고 정말 완벽한 투구를 했죠. 현재까지 곽도규의 좌타 상대 기록은 피안타율 .040(1할도 안 됨), 피OPS .223 입니다. 좌타자 입장에서 곽도규의 공은 공포 그 자체죠. 문제는 우타 상대입니다. 곽도규는 우타 상대로는 피안타율 .400에, 피OPS가 .926 입니다. 그나마 리그에 좌타자들이 많아서 불펜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건대, 체인지업 정도를 익히지 않으면, 이준영처럼 프로 생활 내내 좌타 상대로만 잘 던지는 투수가 될 수 있어요. 최지민처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고루 잘 던져야 합니다. 아직 고졸 프로 2년차의 어린 투수니까 우타 상대 무기를 더 발전시키길 바래봅니다.

 

정해영이 좀 불안하긴 했어도, 여전히 빠른 구위를 보여줬죠. 정해영의 문제도, 전상현과 비슷한대 변화구가 날카롭지 않습니다. 오늘 키움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진 주승우의 경우, 존 근처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면서 타자를 잡아 냈는데, 전상현과 정해영 모두 변화구를 조금 더 예리하게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전상현의 경우 올해 공인구의 반발력이 높아지면서 피홈런이 너무 많죠. 프로 통산 피홈런이 4개 이상 넘어간 적이 없는 선수인데 벌써 피홈런이 2개째입니다. 그래서 WHIP이 0.95에 불과한대 ERA가 4.26으로 나쁜 상황이죠. 

 

 

최형우, 경험으로 만들어 낸 타점

 

오늘 하영민이 긁히는 날이어서 빠르지 않은 구속에도 불구하고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현란하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KIA 타선을 요리했는데, 최근 타자들의 타격감이 안 좋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타선이 너무 뜨거웠죠. 상식적으로 우투수 상대 OPS .900에 가까운 성적을 계속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김도영의 대형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음에도 하영민에게 7년만의 QS를 선사하는 등 타선 컨디션이 별로였죠.

 

타선 부진의 중심에는, 중심타자들이 있습니다. 최형우와 소크라테스가 4, 5번에 위치하면서 팀 득점력을 많이 갉아 먹고 있었죠. 올시즌 KIA 3-5번의 OPS가 .804를 기록하며 리그 평균보다 못 합니다. 1-2번이 리그 3위, 6-9번이 리그 1위를 기록하면서 높은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현재까지 중심타자들은 기대치 이하의 활약을 하고 있죠.

 

최형우 오늘 모습을 보면, 빠른 공에 밀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있는데, 이 때문에 변화구 상대 기록이 좋지 못해요. 현재 최형우의 구종별 타율을 보면, 포심 상대로만 .314를 찍고 있고, 체인지업 .273, 슬라이더 .222 입니다. 올 시즌 유독 변화구 컨택이 안 되고, 헛스윙 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데, 슬라이더 컨택율이 작년 72.5%에서 올해 61.8%로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대표적인 모습이 8회 만루 찬스였는데, 김도영과 최형우 둘 다 가위바위보를 잘못했죠. 김도영은 불리한 카운트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고, 최형우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의식하다가 낮은 존에 들어오는 빠른 공을 놓쳤죠. 

 

10회 만루 찬스에서도 조상우의 공이 매우 좋았습니다. 빠른 공은 150km/h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도 정말 예리하게 떨어지더군요. 특히, 박찬호 상대로 던진 공 3개는 버릴 공이 하나도 없더군요. 우타자는 절대 못 치는 구종으로 던졌어요. 최형우도 조상우의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한 번 했고, 4구째 슬라이더도 헛스윙을 할 뻔 했죠. 4구째 슬라이더는 최형우가 아니었다면 골라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최형우 인터뷰를 보질 못 했는데, 2타점 안타가 된 구종은 슬라이더를 의식적으로 노린 것 같아요. 짧은 스윙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타이밍에 맞춰서 방망이를 돌렸죠. 최형우 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타자니까 나왔던 상황이라고 봅니다.

 

다행히, 중심타선의 부진은 다음 주 나성범이 복귀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도 5월 들어 따뜻해지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죠. 그럴 때, 최원준이나 김도영의 타격감이 식겠지만, 원래 강팀은 다른 타자가 안 좋을 때, 또 다른 타자들이 잘 해주면서 득점을 올리는 팀이죠. 올해 KIA가 그런 팀이 되길 바랍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1회 김휘집을 병살로 잡은 호수비 덕분에 승리의 발판이 됐고, 뜬공은 리그에서 가장 잘 잡는 듯, 잡는다고 신호하고 놓치는 걸 본 적이 없음.
  • 고종욱 - 오늘의 선발 기용은 실패. 그러나 수비가 생각보다 안정적이었음.
  • 김호령 - 사실상 승리의 발판이 된 안타. 조상우의 공을 치다니 우린 이걸 기적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 김도영 - 이젠 어디까지 발전할 지 정말 두려운 정도. 잠실이었어도 장외 아니었을까?
  • 이우성 - 왜 투수에게 토스를 안 하는데...
  • 김선빈 - 신은 어째서 김선빈의 키를 작게 만들어서 아슬아슬한 안타 2개를 만들어 줬을까
  • 한준수 - 5회 희생타와, 10회 1루 땅볼을 보면 확실히 타격 재능은 김태군보다 윗급
  • 최원준 - 감독님, 이제 제발 최원준을 톱타자로, 박찬호를 9번으로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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