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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 KIA : 롯데 - 세밀한 플레이에서 갈린 승부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8. 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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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롯데에서 결정적인 실책 2개(+실책성 플레이 1개)와 KIA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2개가 승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일단, 롯데 불펜이 8월 들어서 평균자책점 압도적 1등(ERA 2.42, 참고로 KIA 불펜이 8월 ERA 3.38로 2위)인 이유를 알겠더군요. 구승민, 김상수 공이 너무 좋았습니다. 둘 다 포심이 140km/h 중후반을 꾸준히 찍고 둘 다 포크볼이라는 결정구도 있는데다가 오늘 김상수는 우타자 몸 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투심 움직임이 사기 더라고요. 암튼 이 이야기는 후술.

 

7회에 최원준이 구승민의 떨어지는 포크볼을 간신히 컨택해내면서(헛스윙 안 당한 것만으로도 칭찬해주고 싶음) 2루수 앞 굉~장히 평범한 땅볼을 날렸는데, 이때 고승민이 포구를 해내지 못 하면서 선두 타자 출루가 됐죠. 그리고 7회 타석 이전까지 최근 3경기에서 13타수 1안타에 그쳤던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사실, 어제 경기 타격을 보고 김도영 타격감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판단한 게, 김진욱의 잘 떨어진 바깥쪽 변화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 치면서 총알 같은 안타를 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우천 노게임이 됐고, 오늘은 박세웅의 신들린 컨트롤에 내내 압도당하다가 구승민에게 2-2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는데, 5구째 몸쪽 하이 패스트볼(145km/h)을 잡아 당겨서 레이저 타구를 날렸죠. 왜 김도영이 포심에 강한 지 알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를 계기로 타격감이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승리를 가져다 준 두 번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이후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22분간 경기가 중단됐다가 정현수가 올라왔는데, 소크라테스는 정현수의 포심을 받아 쳐서 짧은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죠. 절대 2루 주자가 3루로 뛸 수 없는 타구였는데 KIA 조재영 코치가 롯데 중견수 황성빈의 어깨가 약하다는 걸 알고 최원준에게 3루 리터치를 주문했고, 예상대로 황성빈의 송구는 3루까지 한 번에 안 오고 데굴데굴 굴러 오면서 최원준이 3루에 살 수 있었습니다. 이건 어깨가 평균 수준만 됐어도 병살타로 끝날 상황이었죠. 물론, 황성빈의 어깨가 약하다는 걸 알고 시도한 것이고, 그만큼 전력 분석이 잘 됐다고 칭찬해줄 수 있는 장면입니다.

 

1사 1, 2루가 될 게,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 플레이로 1사 2, 3루가 됐습니다. 그리고 나성범이 정현수의 낮은 포심을 제대로 받아 쳐서(발사각만 높았으면 쓰리런이었는데...)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우익수에게 날려 동점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김태형 감독이 다음 이닝 수비에서 정보근을 빼버리는 데(타석은 세웠죠) 아마, 질책성 교체가 아닌가 싶어요. 지난 경기에서 커브만으로 삼진 7개를 잡아 낸 정현수였는데 어째서 주무기인 커브를 초구만 쓰고(헛스윙 유도) 포심을 존에 넣었는 지 의문이긴 했습니다.

 

8회말에는 변우혁이 디딤돌을 잘 놨죠. 오늘 내내 안 좋던 이우성이 뱃 컨트롤로 우익수 쪽으로 2루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윤동희의 호수비에 막히고, 김태군이 볼넷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깡통의 방해(?)로 스트라이크 선언 되며, 2루 땅볼로 물러나 이대로 9회초 수비로 들어가나 했는데 변우혁이 김상수의 초구 커브 볼을 정말 아주 제대로 받아 쳐서 좌중간 담장까지 날려 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잘 맞았으면 담장 넘길 수도 있었는데 좀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KIA에서는 변우혁 대신 김규성을 대주자로 기용합니다. 그리고 김규성은 다른 건 몰라도 키가 큰 편이고 다리가 빨라서 1루수 대수비 요원으로도 변우혁보다 낫고 서건창과는 비교를 불허하죠. 여튼, 김규성이 5구째 김상수의 포크볼이 바운드가 되자마자 3루로 뛰었는데, 정말 간발의 차이로 3루에서 세이프. 2사 이후라 무리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 판단 때문에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찬호 타석, 전 박찬호가 삼진은 안 당할 거라고 봤습니다. 연차가 차고 경험이 쌓이면서 박찬호 삼진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죠. 실제로 올해 박찬호의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율은 4.1%에 불과합니다. 스윙 대비 콘택 확률은 90.3%에 달하고요. 박찬호의 문제는 이 낮은 헛스윙율과 높은 컨택률을 기반으로 볼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나쁜 볼을 치니까 문제인 거죠. 어차피 파워 붙는 건 포기했고, 나쁜 볼만 잘 골라도 출루율을 지금보다 2~3푼은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선수 생활 마칠 때까지 될런지 모르겠지만요.

 

여튼, 박찬호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상수의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4구 슬라이더, 5구 포크볼) 2개를 정말 잘 골랐습니다. 이거 경험 없는 변우혁 같은 타자였으면 진작에 스윙 두 번 하고 덕아웃에 터덜터덜 들어가고 있을 겁니다. 비록 타구질은 좋지 못 했지만, 4, 5구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오지 않아 삼진을 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박찬호는 타석에서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김상수가 던진 6구째 투심이 정말 우타자가 휘둘러봐야 3-유간 땅볼 밖에 안 나오는 기가 막힌 코스로 들어갔고, 롯데 배터리의 의도대로 3루수 앞으로 힘 없이 굴러가는 땅볼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롯데가 경기를 잡았으면 히어로가 됐을 손호영이 평범하디 평범한 3루수 땅볼을 바운드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뒤로 흘렸고, 이게 그대로 결승점이 되었습니다.

 

오늘 KIA가 이긴 건 결국 7회와 8회 한 베이스 더 가는 주자들의 플레이, 여기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롯데 내야진 실책의 결과죠. 투수들도 정확한 타격을 하는 롯데 타선을 잘 막았고요.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쓴 양현종, 실투에 울다

 

오늘 양현종은 4회까지 정말 완벽한 피칭을 펼쳐 줬습니다. 포심도 평소보다 힘이 있게 들어가고, 리그에서 가장 선구안이 뛰어 난 타자 중 한 명인 나승엽을 보더라인 포심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고 탄성이 나오더군요. 그 정도로 오늘 커맨드도 좋았고, 포심의 무브먼트도 좋았는데(윤동희를 몸쪽 하이 패스트볼 헛스윙 삼진으로 잡는 장면에서 포심의 위력을 알 수 있습니다.) 5회부터 갑자기 체인지업 실투를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노진혁에게 홈런 맞은 건 그럴 수 있어요. 아쉬운 건 볼배합이죠. 앞에 고승민을 슬라이더 3개만으로 삼진을 잡아내면서, 한준수는 '오늘 양현종 슬라이더가 좀 긁히네?'라는 생각으로 노진혁 상대로도 슬라이더를 3개 연속 던졌습니다. 그런데 3구째 슬라이더가 노진혁의 바깥쪽으로 빠져 나간 게 아니라 몸쪽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면서 홈런으로 연결됐죠. 똑같은 구종 6개를 연속으로 던진 건 좀 아쉬운 선택입니다. 다만, 이 투구는 노진혁이 상대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 홈런 이후에 평정심을 잃었는 지, 타격이 약한 정보근을 상대로 3-1 카운트 몰려서 결국, 한 가운데 힘 없는 139km/h 포심 던지다가 안타 맞았고(하지만, 이해는 합니다. 볼넷 주는 게 더 나쁘니까요.) 황성빈은 오늘 긁히는 슬라이더 4개를 연속해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지만, 윤동희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실수(?)를 저지르죠.

 

이때부터 체인지업이 좀 이상했어요. 윤동희에게 4구까지 체인지업이 나쁘지 않았는데, 5구와 6구째 체인지업이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밀려 들어가더군요. 결국, 6구째 체인지업은 어이 없이 높게 빠지는 볼이 됐습니다. 아직 투구 수가 70개 정도에 불과했는데 어째서 갑자기 체인지업이 제대로 안 떨어졌는 지 모르겠는데, 아마 슬라이더를 계속해서 던지다가 체인지업을 던지는 감을 잠깐 잃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손호영에게도 1구-2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져 2스트라이크를 먼저 선점했습니다. 손호영은 장타는 갖고 있지만, 굉장히 적극적으로 타격을 하는 유형이라(이 성향을 9회에 정해영은 잘 이용했죠.) 유리한 카운트 잡은 다음에는 존을 넓혀서 던져야 합니다. 유인구는 무조건 원바운드로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하고 던졌어야 했고요.

 

그런데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정말 '이 공으로 홈런 못 치면 넌 바보 ㅋㅋ'라고 외치듯이 떨어지지 않고 밀려 들어갔습니다. 올스타 전 홈런 레이스에서 던져야 할 공을 3대1로 리드를 잡고 있던 2사 1, 2루 상황에서 던지는 양현종 답지 않은 실수를 해버렸죠. 이 실투 하나 때문에 양현종은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새로 쓰고, 승리도 얻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겁니다. 물론, 실투를 놓치지 않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방망이를 강하게 돌린 손호영의 집중력도 칭찬해줘야 겠죠.

 

 

오늘 집중력 있는 주루 플레이와 상대 수비 실수 덕으로 경기를 잡긴 했지만, 타자들이 안타를 12개나 치는 등 타격감은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특히, 최근 안 좋다던 박세웅의 경우, KIA만 만나면 자신감이 생기는 지 포심도 평소보다 강하게 들어가고, 체인지업, 커브 움직임이 정말 좋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김도영 상대로 던진 박세웅의 투구는 버릴 공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곽도규, 장현식이 좀 불안하긴 했는데, 곽도규 역시 실투가 컸죠. 팔 각도 때문에 힘 있는 우타자에게 변화구는 위험한대 어째서 전준우에게 커브 2개를 연거푸 던졌는 지 아쉬운 볼배합입니다. 곽도규의 가장 큰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입니다. 투심을 더 적극적으로 던졌어야죠. 오늘 KIA 투수들은 전반적으로 변화구에 너무 집착하다가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해영은 첫 타자 정훈(KIA 상대로 너무 잘 함, 정훈만 나오면 뭔가 하나 칠 것 같음. 늘 그럼. 실제로 올해 KIA 상대 OPS 1.101)에게 포심 3개 연달아 던지다가 클린 힛을 허용했는데, 윤동희를 초구 슬라이더로 투수 땅볼로 잘 잡고(이때 2루 안 던졌는데, 전 던질까봐 걱정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악송구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ㅋㅋㅋ) 오늘 롯데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손호영이 타석에 들어섰죠.

 

전, 이때 당연히 승부를 했어야 한다고 봤어요. 손호영도 무서운 타자지만, 뒤에 레이예스의 경우, 컨택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을 때는 오히려 레이예스를 걸러야 한다고 봤거든요. 레이예스의 경우, 큰 스윙이 아니라 정확한 스윙을 하는 KBO형 타자라서 득점권 상황에서는 정말 위험한 유형입니다. 비슷한 타자가 SSG 에레디아고요.

 

그래서 전 1루가 비었어도 손호영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봤고, 결과적으로 정해영은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후, 적극적인 손호영의 타격 성향을 이용해서 포크볼을 원바운드로 떨어뜨려 삼진을 잡았죠. 손호영은 이렇게 공략해야 합니다. 앞으로도요.

 

이어서 레이예스를 상대로 3볼 1스트라이크가 되었을 때는 1루로 걸러야 한다고 봤는데, 레이예스 상대로 5구째 슬라이더가 사실 높게 들어가는 실투였어요. 레이예스가 정확한 타격을 했고, 운 좋게 좌익수로 가면서 동점타가 안 됐죠. 손호영을 삼진 잡았을 때는 '잘해영'이었는데, 경기 마무리는 '운해영'이었습니다.

 

여튼, 오늘 LG와 삼성이 나란히 패배하면서 이제 2위와는 6경기 차이, 3위와는 7.5경기 차이가 되면서 '육절못' 상황이 됐는데, 그것보다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밀리던 롯데를 잡아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게다가 내일 선발 매치업이 반즈와 김도현이기에 오늘 경기 승리가 더욱 소중했고요. 상대 도움이 있었다지만,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를 정말 크게 칭찬해주고 싶은 경기였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공인구 반발력을 의심케 한 1타점 2루타
  • 최원준 - 타석에서 활약은 미진했지만, 7회 주루 플레이만으로도 칭찬
  • 김도영 - 마지막 타석의 안타로 타격감 회복을 기대
  • 소크라테스 - 4번 타자로 들어서니 역시 큰 타구를 잘 날려주네
  • 나성범 - 5회 삼진 빼곤 중심타자 다운 모습이었음.
  • 김선빈 - 컨택의 신. 2할 8푼 이하까지 떨어진 타율, 어느새 3할 코 앞까지 회복
  • 이우성 - 컨택은 되는데 결과가 안 나오네
  • 한준수 - 볼배합에서 조금 아쉬웠다.
  • 김태군 - 깡통! 나한테 죽어!
  • 변우혁 - 9번 타자가 멀티 히트에, 결승 득점에 기여한 2루타 쳤으면 200% 임무 완성
  • 장현식 - 8월 들어 가장 공이 날린 경기.
  • 전상현 - 해영아 못 믿어서 미안하다. 9회에도 상현이가 나오길 바랬다.

 

 

※ 설거지하고 빨래 널고 개느라 이제 글 올립니다. (가사 노동 대타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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