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정말 양현종이 고마운 경기네요. 어제 국내 선발진이 멸망 수준이라고 적었는데, 나 아직 안 죽었다는 듯이 두산 타선을 맞아 6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습니다. 그 1실점도 빗맞은 안타와 김호령의 방심이 불러 온 실점이었고요.
양현종이 두산 타선을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는 동안 어제도 괜찮았던 KIA 타선은 9개의 안타와 5개의 사사구를 엮어서 6득점을 뽑아 경기를 잡았습니다. 5회와 8회를 제외하면 매 이닝 득점을 뽑았을 정도로 타자들의 집중력이 좋았고요.
여기에 두산은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계속 노출됐죠. 특히, 양의지의 수비가 심각했습니다. 블로킹이 너무 안 되는데, 그 때문에 얻어 낸 득점이 제법 됐습니다. 여기에 박찬호가 오늘 쉰 것도 KIA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고요.
카스트로가 어제는 잘 맞은 타구들이 죄다 수비 정면으로 갔는데, 운은 돌고 도는 게 맞는 지, 오늘은 컨택만 되어도 안타가 되는 행운을 보여줬고, 동점타는 깔끔한 스윙에서 나온 정타였습니다.
타자 중에는 박재현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해줬습니다. 박찬호가 빠진 것에 우려했던 점이 팀에 주루 플레이를 잘 하는 선수가 빠졌다는 점인데, 수비는 몰라도 적어도 주루에서는 박찬호가 빠진 티가 안 나는 게 박재현 덕분입니다.
오늘 경기의 경우, 수비 실책으로 3루까지 가는 질주를 보여줬고, 양의지가 블로킹을 제대로 하지 못 하자, 재빨리 홈으로 뛰어 들어 추가점까지 뽑아줬죠. 오늘 경기 MVP는 양현종이지만, 타자 중에 한 명 꼽으라면 박재현입니다. 결승 2루타(타구에 마법까지 걸었음)에 쐐기 타점까지 올려줬으니까요.

지난 등판이었던 7월 31일 NC전에서 양현종은 시즌 최악인 1.1이닝 8실점(7자책)을 했죠. 많은 안타를 맞은 것도 아니고, 볼넷을 무려 6개나 내줬을 정도로 제구가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황동하와 달리 양현종은 2주를 쉬고 등판하니까 확연히 구위가 좋아졌더라고요. 구속은 여전히 안 나왔지만, 커맨드가 잘됐고 체인지업이 좋은 쪽에서 떨어졌던 게 호투의 배경이 됐습니다.
평소라면 5회 마치고 6회에 불펜을 올렸을 테지만, 오늘은 5회 투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박준순, 양의지, 김민석 등 두산에서 가장 무서운 타선을 상대로 공 7개만을 던져 삼자범퇴로 끝냈고, 정타도 없었어요. 정교한 제구력으로 빗맞은 타구를 계속 유도해냈죠.
6회에는 운이 따르긴 했습니다. 박찬호의 안타 이후 정수빈이 친 타구가 2루타성 타구였는데, 베이스를 지키고 있던 카스트로의 글러브 속에 빨려 들어가면서 더블 아웃으로 이닝을 끝냈죠. 그리고 7회부터는 현재 KIA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불펜들이 나와서 두산 타선을 3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습니다.
오늘 QS를 기록하면서 양현종은 4월 14일 키움 전 이후 4개월 만에 QS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통산 194승을 거두면서 200승에는 6승만을 남겨뒀네요. 현재까지 8승이니 남은 등판에서 4승만 더 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내년에는 무난하게 200승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맘 편하게 양현종을 5선발로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양현종보다 나은 국내 투수가 없다는 게 팀 입장에서는 참 뼈아픈 부분입니다. 이의리가 올해 불펜에서 쌓은 자신감을 토대로 내년에는 선발 마운드에서 양현종의 뒤를 잇는 피칭을 해줘야 할텐데 말이죠.

어제 휴식을 취한 하주석이 오늘은 선발 유격수로 7번 타자로 나와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깔끔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박찬호처럼 화려한 수비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수비 범위에 오는 건 정확하게 포구하고 1루까지 정확하고 빠른 송구를 해주더라고요.
무엇보다도 팀 내 다른 유격수 자원과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은 타격이죠. 지금 KIA에 와서 매 경기 안타를 치고 있고, KIA 이적 후 타격 스탯이 .382 / .450 / .559 / 1.009입니다. BABIP가 .462나 되기에 성적은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 해도 박민, 김규성, 정현창보다는 무조건 나은 활약을 하겠죠. WRC+ 90 이상만 기록해줘도 괜찮습니다. 다만, 유격수 수비를 잘 소화해준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내년부터는 김도영을 유격수로 쓴다고 했기 때문에(물론, 바뀔 가능성도 있음) 하주석은 백업으로 가야 할텐데, 지금 김선빈의 수비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정말 김도영을 유격수로 쓸 계획이라면 올 시즌 끝나면 하주석에게 2루 수비 연습을 많이 시켜야죠. 3루수로 쓰기에는 타격 능력이 아쉬워서 하주석에게 3루를 줘야 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하주석이 잘 해주고 있는 것이 후반기 KIA가 강력한 공격력으로 순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주석도 올해 KIA에서 좋은 모습으로 시즌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아마 때의 명성을 어느 정도는 더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양현종이 6이닝을 잘 막아준 이후에 전상현, 조상우, 이의리가 올라와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시즌 끝까지 전상현, 조상우, 이의리 3명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할 것 같아요. 곽도규가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다고 하니 8월 말 즈음에 곽도규가 합류하면 막판 순위 경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부 돌아온다는 가정 하에 불펜은 아래와 같이 운영할 것 같아요.

상대 타선 구성에 따라 그때그때 운용이 달라지겠지만, 아마 큰 틀에서는 이렇게 운영이 될 것 같고, 이의리, 전상현, 조상우, 곽도규가 흔들리지만 않으면 후반 승리를 지키는 데에는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제도 지적한 선발 마운드죠. 양현종이 계속 오늘 같은 피칭을 보여주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고 시라카와나 황동하, 김태형 등이 1인분 정도는 해줘야 합니다. 타선은 큰 걱정이 없는데, 마운드가 계속 걱정이네요.
작년에도 KIA가 5강 경쟁을 하다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 게 불펜 붕괴가 시작이었죠. 지난해 8월부터 10개 구단 불펜 기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작년의 이러한 경험 때문에 시즌 끝나고 불펜 보강을 열심히 했죠. 김범수 FA 영입, 이태양 영입, 홍건희 영입, 이준영 잔류. 그런데 이 중에 효과를 본 건 이태양 하나 뿐인 게 아이러니네요. 이태양도 불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고요.
아무튼, 올해는 작년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고 2게임 차이인 3위 자리를 목표로 시즌 운영을 잘 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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